기획ㆍ특집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 퇴진을 언급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실정은 연일 문화예술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문화융성위원회 파행운영, 주요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표류 등등--- 권력에 의한 문화예술계의 유린, 정권과 유착된 일부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오만과 부정이 예술계 현장을 더럽히고 있다.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의 임기 중 퇴진에서부터 시작된 문화예술 부문의 본격 파행과 정책운용 실패는 날이 갈수록 그 부패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를 오염시킨 악취들은 한국의 춤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랙리스트를 들고 나주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의 예술경영지원센터를 방문한 문화관광체육부 사무관의 실상이 해당 기관에 몸담았던 직원들의 증언에 의해 백일하에 드러난 일,
갑작스럽게 5억 원이 넘는 예산을 국립무용단의 한 작품 제작을 위해 내려 보낸 문화관광체육부의 선심성 예산이 알고 보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용하는 창작산실 사업의 무용부문 예산에서 수억을 전용한 사실이 밝혀진 일,
문화예술 융성을 국가의 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편파적으로 예산을 전용, 예술가들과 예술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 일 등등
자고 일어나면 하나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문화예술계의 정권 유착은 이 땅의 예술가들을 연일 맨붕 상태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의 문화예술계를 피폐화시키고 있는 일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연속되는 행정자치부 기관 평가에서 D급을 받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른 기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사한 사업들을 이름만 바꾸어 마치 신규 사업인 것처럼 시작하면서 벌인 비생산적이고 잘못된 사업 운용,
아르코예술센터에 소속된 중요한 창작의 거점 극장을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직접 관리, 운용하면서 극장 경영의 경험이 전무한 직원들을 파견시켜 공연예술계 발전을 퇴보시키고 있는 작태,
서울아트마켓(PAMS)을 개최한다고 백 명도 넘는 외국의 공연예술 전문가들을 불러모아놓고, 3년 연속 너무나 부끄러운, 수준이하의 개막식 행사로 한국의 문화예술계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1년이 훨씬 넘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 한 명을 선임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 결국 수차례의 공모에서 1차 탈락한 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었던 국립중앙극장 운영 책임자들의 실정(失政),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을 위한 문화행정 서비스의 중심에 있어야 할 인력들이 어느 순간 자신이 권력의 핵심에 있다고 판단, 지시하고 감시하며 예술계 현장을 누비는데 익숙해져 버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 일부 직원들의 작태 등등, 이 모든 것들은 비교적 건강했던 대한민국의 예술 생태계를 좀먹고 있는 나쁜 바이러스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남긴 더 큰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 권력의 잘못된 지시를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불의를 받아들이고 어느새 복종하는데 익숙해진, 직무의 전문성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문화관광체육부와 그 산하단체 공무원들의 실종된 자부심과 의무감이 가져 올 잘못된 예술경영과 예술행정의 폐해이다.
무용가들이 지난 11월 초부터 시작한 국정농단 사태를 항의하는 춤 시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항의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비단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최근 춤계에서 발생한 일련의 부끄러운 사태들 역시 건강한 춤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행 2개월째를 맞고 있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그동안 묻혀있던 한국 춤계의 잘못된 관행과 부끄러운 민낯들이 급기야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권력을 등에 업은 경험도 없는 무용가가 아시안게임의 개막식 행사 책임자로 내정되고, 국고지원을 받은 새 사업을 하면서 공금 횡령에 무용가들의 줄 세우기를 통한 파벌 조성, 상식을 넘어선 지원금을 증액 받은 후 부실한 사업수행으로 지탄받는 축제 책임자, 공연과 춤 지도를 빌미로 학생들과 젊은 무용인들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지도급 무용가, 박사학위 입학에서 취득까지 1억 원이 넘는 돈이 든다는 실상의 중심에 서있는 한 대학 무용과의 석 박사 학위장사, 병역특례 혜택과 직업무용단 입단, 국제 발레 콩쿠르 출전을 둘러싼 추악한 실상들이 꽤 구체적으로 하나둘씩 증언되고 있다.
춤계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자신의 제자들과 젊은 무용인들, 공공 무용단을 악용하는 일부 원로 무용가들의 과욕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 언론의 기본 책무인 감시기능을 상실한 채 제대로 검증도 안 된 작품과 아티스트들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일부 언론과 평론가, 저널리스트들을 향한 질책, 공공기관의 심사와 평가에 빈번하게 참여하면서 필요에 따라 자신의 직함을 달리 사용하며 이익을 취하는 설익은 젊은 춤계 주변인들의 한심한 작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그 강도가 만만치 않다.
국정농단 사태와 예술검열, 김영란법 시행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한국 춤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잘못된 행태와 관행들이 대통령 탄핵정국을 계기로 대수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빠르고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춤웹진>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연계된 문화정책의 실종과 김영란법 시행 등과 맞물려 지금, 현재 한국의 춤계가 당면한 현안들을 담아내는 특별기획을 마련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인해 초토화 된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각 지역문화재단 그리고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필요한 사업, 유용한 정책들에까지 부정적인 불똥이 튀는 것이다. 무조건 예산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사업의 생산성을 검토해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정확한 검증과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정부가 바뀔 때 마다 자행된 문화예술계의 코드인사, 정권유착에 대해 이를 경계하기 위한 예술가들과 관련 공무원들 스스로의 도덕적인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예술가와 문화예술계에 던져진 수치심, 문화융성에 대한 슬픈 자괴감은 윤리 재무장과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염원하는 긍정적 의지로 극복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무폭력 촛불시위로 이어지고 있는, 정의와 정도를 갈망하는 그 힘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에도 세차게 분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