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랑스 현지 한국 무용가 공연
파리에 부는 한국 춤바람
김인아_<춤웹진> 기자

 세계무용의 중심지 프랑스에 어느 대보다 한국 춤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한국의 해’ 프로그램 가운데 무용이 가장 많은 작품수를 선보이며 현지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프랑스에 일렁이는 한국 춤바람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되었다. 600여년 가까운 생명력을 지닌 우리 궁중무용의 진수 종묘제례악이 ‘한·불 상호교류의 해’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샤이오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고,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3부작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사심없는 땐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는 9-10월 파리가을축제에 이어 지역 투어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1월에 열린 칸 댄스 페스티벌에서 유일한 아시아 참가작이자 개막작으로 초청된 국립무용단의 〈회오리〉는 환호와 기립박수, 관객의 찬사를 받으며 우리춤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한국 춤의 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5월 11일부터 6월 18일까지 열리는 센-생 드니 국제안무대회(Rencontres Choregraphiques Internationales de Seine-Saint-Denis)에 한국 예술단체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우리춤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센-생 드니 국제안무대회는 1969년 무용수 출신의 자크 쇼랑(Jaque Chaurand)에 의해 시작된 바뇰레 국제안무 경연대회로부터 시작됐다. 예술감독 아니타 마티유(Anita Mathieu)의 취임 이후 센-생 드니 국제안무대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경연보다 축제의 성격을 강화하면서 현대무용 중심의 페스티벌로 발전하였다. 2003년부터 매년 5-6월 파리 외곽에 위치한 센-생 드니 지역 여러 극장에서 개최되며 다양한 나라의 현대 공연예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대 무용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국제무대의 등용문이기도 한 이 페스티벌은 안무가들 이외에도 공연기획자, 극장 관련자들이 함께 하는 국제적 무용마케팅의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센-생 드니 국제안무대회는 ‘코리아 포커스’를 마련하고 5개 팀을 공식초청, 한국의 전통미를 발산할 수 있는 현대무용 및 다원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5월 28-29일 Théâtre de la Commune d'Aubervilliers에 김요셉의 〈굼벵이 텄다〉, 리케이댄스의 〈마음도깨비〉,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소무〉 〈In my room〉이 무대에 올라 우리의 전통 색채를 담은 현대무용을 소개한 데 이어, 6월 4-6일 La Parole Errante Montreuil에서는 전통민요와 불교무용이 어우러진 이희문컴퍼니의 〈걸립프로젝트〉, 전통가곡에 기반한 신체퍼포먼스 작품 박박의 〈가곡실격〉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 5대 국립극장 중 하나로 2008년부터 ‘무용 중심 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프랑스 무용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파리 샤이요 국립극장(Théâtre National de Chaillot)이 한국 무용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5개 무용단체와 샤이요 국립극장의 공동주관으로 “포커스 꼬레(Focus Corée)“가 6월 8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 진행될 예정. 한국무용특집주간으로 꾸며지는 “포커스 꼬레”에서는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픽업그룹, EDx2 무용단과 김판선 등 총 5개 팀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샤이요 국립극장 내 1,250석 규모의 대극장, 장 빌라르홀에서는 두 개의 국립 무용단체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6월 9-11일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이 공연된다.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삶과 죽음의 매개적 존재인 ‘꼭두’를 모티프로 변신과 비인간, 경계적 세계의 샤머니즘 미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작품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세계무대 진출 취지에 걸맞게 해외 투어용으로 가다듬어졌으며 지난 3월 공개 프레스콜에 프랑스 현지 언론매체들이 참관하여 관심과 기대를 받은 바 있다.
 샤이요 극장 상임안무가 조세 몽딸보(José Montalvo)와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는 지난 3월 국내에서 ‘프랑스의 해’ 개막작으로 초연된 데 이어 6월 16-24일 샤이오 극장에서 유럽 초연을 앞두고 있다. “포커스 꼬레” 폐막작이자 프랑스 내 ‘한국의 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무대 역시 프랑스 현지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0석 규모의 스튜디오인 모리스 베자르 극장에서는 세 개 단체의 공연이 열린다. 먼저 6월 8-10일에는 LDP무용단 출신 안무가, 이인수와 김판선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안무가 이인수가 이끄는 EDx2무용단은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평을 받으며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개된 바 있는 〈모던 필링〉을 다시 한 번 야심차게 준비했다. 김판선은 지난해 LDP무용단 신작으로 국내에서 초연한 〈12MHz〉을 축소 버전으로 새롭게 꾸며 〈OWN MHz〉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린다. 6월 15-17일에는 안성수 픽업그룹의 신작 〈Immixture〉가 샤이오 무대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한국 무용의 생생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집중 조명하는 이번 무대는 상대적으로 프랑스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무용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파리에서 부는 한국 춤바람이 어떤 돌풍을 가져올지, 무용계의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2016. 06.
사진제공_‘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