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 김인아_<춤웹진> 기자
2015년 한국 무용계는 공연장의 변화가 잇달았다. 그동안 무용가들의 창작활동과 국제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던 LIG아트홀 강남과 부산이 폐관되고, 남아있는 합정홀에서 콘서트 중심의 공연이 한정적으로 진행되어 안타까움을 남겼다.
반면 광주광역시에 국립아시아예술극장이 개관하였고, 홍은예술센터가 서울무용센터로 탈바꿈하여 앞으로의 행보에 무용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LG아트센터 등 춤 공연이 열리는 메이저급 공연장 이외에도 성균소극장, M극장, 성암아트홀 등의 소극장에서 꾸준히 기획 프로그램이 올려졌고,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의 수요춤전이나 문화역서울284의 다원적 작품처럼 특화된 프로그램과 기획역량으로 공연장의 정체성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국공립단체의 공연활동을 짚어보면 국립발레단은 <지젤> <백조의 호수> <왕자호동> 등 기존 레퍼토리와 더불어 지난해 <교향곡 7번> <봄의 제전>과 올해 <말괄량이 길들이기>까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레퍼토리를 국립발레단의 이름으로 무대에 올렸다.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레퍼토리는 지난해 취임한 강수진 단장의 역량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 작품에 대한 저작권 계약 기간을 강 단장의 취임기간으로 한정시켜 놓았기 때문에 향후 고유 레퍼토리 개발과 축적, 작품성 있는 전막 발레 창작에 대한 갈증이 예견되고 있다.
창단 5년을 보낸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내외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아카이브 플랫폼, 안무랩 퍼포먼스, 〈공일차원〉 〈19금90〉 〈어린왕자〉 〈춤이 말하다2015〉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선보였던 컨템포러리 무용의 근현대와 미래를 다룬 <우회공간>, 전통을 모티브로 한 컨템퍼러리 댄스 공모전 ‘전통의 재발명전’ 등이 긴 시간 회자되거나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낸 것에 비해 올해 기획 프로그램에서는 주목을 끌거나 호평을 받은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레퍼토리시즌 도입 이후 <단> <묵향> <회오리> <토너먼트> 등 전통의 현대화작업을 펼쳐온 국립무용단은 올해에도 <제의> <적> <완월> <향연>과 같은 신작을 선보였다. 한국의 전통을 토대로 한 컨템포러리적 시도, 타 장르와의 적극적인 협업 등으로 대중과 언론의 꾸준한 관심이 이어진 한해였다. 그만큼 예술성과 대중성, 한국성과 동시대성을 충족시켰는지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호응과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국립무용단의 레퍼토리로 정착할지 향후 무용단의 선택과 집중에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는 지역 공공무용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한해이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시립무용단에 홍승엽, 대전시립무용단에 김효분, 인천시립무용단에 김윤수, 천안시립무용단에 김종덕이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대거 임용되어 새바람이 예견된 터였다. 그 가운데 대구시립무용단의 신작 <코끼리를 보았다>와 인천시립무용단의 <가을연꽃> 등이 평단에 반향을 일으키며 침체된 지역 무용계에 모처럼 활기를 더해주었다. 올해 신순주 예술감독이 부임한 광주시립발레단의 새로운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발레를 특화시킨 단체의 정체성을 살려 광주시립무용단에서 광주시립발레단으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기량을 검증받은 무용수와 현대무용 안무가를 객원으로 초빙하여 클래식에 안주했던 지역 무대에 컨템포러리 발레를 새롭게 선보였다.
그러나 국내 25개 공공무용단 가운데에는 여전히 예술성과 공공성을 갖추지 못한 채 기존의 폐단을 답습하는 형태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4월 한국춤비평가협회는 ‘한국의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하였고, 운영실태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 결과 발표 및 도출된 현안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변화 방안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후 대전시립무용단이 창단 30주년 기념 포럼으로 공공무용단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문제에 대한 몇 차례 공론화와 무용계에 모아진 우려의 목소리는 정체된 공공무용단을 깨우고 적폐를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예술감독들의 자성으로 이어졌다. ‘전국 시·도립 무용단 예술감독 협의회’가 조직되어 내년 2월 공식 출범한다. 그 행보와 향후 변화에 무용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5년 민간 무용단들은 어떤 흐름들을 보여주었을까? 창단 20주년을 맞은 서울발레시어터는 기념 페스티벌 ‘BRAVO SBT'를 열고 그동안 축적해온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클래식에서 모던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으로 발레단의 역량을 재확인시켜주는 한편 심포지엄 등을 마련하여 민간발레단체로서의 성과, 향후 과제 등을 다각적으로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 호평 받은 <멀티플리시티>에 이어 올해 <그램 머피의 지젤>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심청> <춘향>과 같은 한국형 창작 발레에 대한 노력의 결과물로 유니버설발레단의 레퍼토리 개발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최근 몇 년간 대학 동문단체의 활동은 미미해지고, 프로젝트 그룹의 생성과 프리랜서 안무가들의 활약은 증가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무용가들을 주축으로 자유롭고 유기적으로 생성, 재조합되는 소규모 프로젝트 그룹이 성행하면서 보다 참신하고 실험적인 결과물이 나타났다. 시대성을 강조한 다원적 작품도 많이 올랐는데 이는 장르간 협업과 공동창작을 주시하는 예술계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허성임, 예효승, 김설진, 김판선 등 해외에 진출했던 무용가들의 국내 활동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이들의 내한 활동은 국내 무용계에 작가적 탐구에 대한 자극을 던져주는 동시에 안무가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서울공연예술마켓의 ‘팜스초이스’, 서울세계무용축제의 ‘Who‘s Next’,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서울댄스컬렉션’, 디아츠앤코의 국제안무플랫폼 Camping 등 활발하게 이뤄진 국제교류 지원사업 및 프로젝트의 수혜로 국내 안무가들의 해외진출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SPAF, SIDance, Modafe 등 세계 춤 동향을 살필 수 있는 국제 춤축제를 비롯해 페스티벌봄, PADAF와 같은 다원 성격의 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려 다양한 춤 관람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노원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 불교무용대전, 수원발레축제, 고양국제무용제, 세종국제무용제 등이 올해 새롭게 태동되었다.
● 김영희_춤이론가
2015년의 전통춤계는 작년의 ‘빅 3’ 즉 김매자·배정혜·국수호 춤꾼의 개인 혹은 합동공연과 같은 큰 이슈는 없었지만, 크고 작은 단체와 동인들의 공연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춤협회, 우리춤협회, 한국전통춤협회는 공히 전통춤을 중심으로 하면서 각각 한국창작춤과 신무용을 병행하는 단체들이다. 각 단체가 매년 정기공연에 전통춤 무대를 올리며 안정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획적 측면에서 전통춤 공연의 차별성이 드러나고 있지 않다. 이제는 상호 차별화를 시도해볼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국립국악원의 ‘수요춤전’이 풍류사랑방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이어지면서 계속되었다. 풍류사랑방은 개관 이후 춤꾼들이 잘 이용하지 않았으며, 관객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올해 ‘수요춤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춤꾼과 관객들에게 안착했다고 하겠다. 그 대신 한국문화의집(KOUS)의 상설공연이었던 ‘팔일(八佾)’이 상반기에 없었고, 하반기에 ‘화무(火舞)’라는 타이틀로 ‘팔무전’과 ‘지무(知舞)’를 기획했다.
두 기관 외에 소극장들의 전통춤 공연도 꾸준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소극장 장기공연이라든가 계통별 다양성을 살피는 기획공연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부산국립국악원, 전북도립국악원, 대전예술의전당 등과 같이 국공립 기관이나 극장의 전통춤 공연이 꾸준히 기획되었다.
중견 무용가들이 출연한 동인적 성격의 춤 공연도 회를 거듭하여 계속되었다. ‘배꽃춤판’, ‘한국춤 100選 열두마당’, ‘한진김이의 예’, ‘한국춤제전’, ‘한국예인의 명작명무전’ 등이 그것이다. 한국전통문화연구원의 ‘지방정재 공연’이 3회에 이르렀고, 김영희춤연구소의 ‘검무전’은 올해에는 공연 대신 검무 심포지움을 했다. 전통춤의 주제별 공연은 작년보다 빈약했다고 하겠다.
2015년 6월에 전황, 8월에 이매방, 10월에 김덕명 선생이 돌아가시면서, 전통춤의 남성 원로의 공백이 뚜렷해졌다. 세 춤꾼의 춤의 유산들이 앞으로 올바르게 전승될 수 있도록 제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중요무형문화재의 예능보유자 조사가 15년 만에 있었다. 2000년에 승무의 예능보유자로 고 정재만이 지정된 후로 오랫만에 시행되었는데, 류파를 구분하지 않고 <살풀이> <승무> <태평무> 종목에서 조사가 있었으며,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몇몇 원로춤꾼들이 전통춤계를 지키고 계시지만, 강선영 선생을 제외한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의 1세대가 모두 작고한 상황에서, 이번 예능보유자 지정은 앞으로 전통춤의 전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전통춤계 전반과 전통춤계 안팎을 살필 수 있는 예능보유자가 지정되어야 할 것이다.
작년에 한성준 탄생 140년을 기념한 공연과 학술대회가 올해는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 등의 주최로 ‘한민족춤의 역사와 전망’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메르스의 영향으로 공연 규모가 축소되었고, 한민족춤을 중국 조선족 중심으로 국한한 점은 한계였었다. 한민족이라는 넓은 개념 하에 전통춤을 중심으로 한국 춤의 성과와 가치를 평가하고 확대할 수 있는 공연과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 김서령_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공동대표
일 년 내내 비수기 없이 힘차게 달렸던 2015년의 무용계는 양적 팽창이 최고조에 달한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 어느 해보다 신진, 중견, 원로 무용인들의 고른 활약이 무용계를 더욱 풍성하게 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무용관객의 저변 확대와 빈약한 유통구조, 그리고 작품의 질적 편차는 이렇게 양산된 수많은 작품들의 생존과 지속성 여부를 고민하게 한다. 열정적인 창작뿐만 아니라 건강한 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해 무용계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2016년이 되길 바란다.
● 김예림_무용평론가
2015년 한국 무용계는 메르스 발병 여파로 많은 축제와 공연이 축소, 연기되는 어려움 속에서 양적으로는 풍성한 결실을 보여주었다. 다만 수적 풍요와 비례하는 질적 수확은 그리 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봄부터 신인 안무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이 다수 이어졌으나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작품이 나타나지 않았고, 각종 축제와 창작산실 우수작 공연까지 1년간 공연된 대형작품들 역시 무난함을 넘어서는 수작은 꼽기 힘들었다. 반면 과거 작품의 재공연 중 완성도 높은 무대를 몇몇 만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졸작의 감소를 보면 상위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이지만, 명작탄생을 기대하는 관객입장에서 2015년은 조용한 한해로 체감된다.
무용계 스스로는 타 장르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라고 말하지만, 한편으로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상황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장르로 갖는 장점도 있다. 영리와 먼만큼 대중성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색으로 인한 갈등, 지역, 파벌간의 대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장르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치열함을 상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2015년 공연된 수백편의 무용작품들은 얼마나 치열한 예술가정신이 탑재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축제와 기획의 홍수 속에 반복적으로 캐스팅 된 무용가들은 스스로를 소진하며 바닥을 드러냈고, 기존의 답습과 구태, 작가가 아닌 기능인의 몸자랑도 여전히 나타났으며, 컨템포러리라는 이름으로 막 던지는(?) 무성의한 작품들도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신중함’이다. 양적으로 풍성했던 2015년의 무용계가 보여준 열정의 에너지들이 2016년에도 이어져 무용계가 더욱 빛나고 풍요로워지길 바라본다.
● 방희망_춤비평가
사회 전반에 깔린 피로와 무력감이 무용계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다. 신작을 쏟아내지만 표류하는 것 같은 국립무용단, 작년보다 내실이 떨어진 창작산실, 화려한 면면으로 찾아오지만 깊은 울림을 주지 못하는 해외초청작들- 우리의 삶과 사회에 대해 진지한 성찰의 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는 건실한 중견안무가들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아 무척 아쉬웠다.
연이은 원로들의 타계 소식, 작년에 주목받았던 신진들이 성급한 욕심으로 무미건조한 긴 작품을 채우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착실하게 10주년, 20주년의 역사를 쌓아온 무용단들이 꾸준히 행보를 지속하게 되기를, 대구나 광주 등의 공공무용단에 불고 있는 작은 변화의 바람이 수도권까지 미치는 신선한 태풍이 되기를, 그리하여 2016년 무용계가 전열을 가다듬고 튼튼해지기를 바란다.
● 이지현_춤비평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들이 그간 편협한 진행방식으로 여러 가지 물의가 있었으나, 지원의 다각화 시도는 현장에 실질적이고 긍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있었다. 특히 창작산실사업은 허약한 창작 단계와 과정에 주목하여 ‘창작과정 가이드’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보다 발전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은 세심한 지원 노력이 돋보였으나 현장 상황에 적합한 인식과 현장 전문가들과의 보다 지속적이고 진지한 협력을 추구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내년 서울무용센타의 본격 출범은 무용계 발전의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것이 기대된다.
국립대 모 교수의 공적 지원금 횡령사건, 문예위 산하 단체장의 성급한 행동은 무용계 지도층의 도덕성과 업무능력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어 무용계의 위상을 실추시킨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원로 무용인들의 어른스럽지 못한 명분 없는 기자회견 역시 이해관계에 의한 성급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 장승헌_공연기획가
한마디로 `노심초사` `좌불안석`이란 낱말로 금년 한 해를 정리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공연장을 매일처럼 방문해도 성에 찰 만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다 이른바 `개념주의`를 주입당한 젊은 안무가들이 속성으로 만든 일련의 컨템포러리 춤들은 무릇 예술성을 평가받기 힘든 작품들이 허다하다.
지도자급 인물난 부재로 6개월째 예술감독 인선을 하지 못한 국립무용단은 안무자이름 없는 공연을 통해 작곡가와 의상디자이너가 무용연출자로 등극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창단 5주년을 맞이한 국립현대무용단의 정상궤도 이탈적 작업 방향과 내놓는 신작들마다 평균점 이하의 수준으로 정말이지 공연장으로의 발걸음을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전통춤에 대한 과잉 열기와 한류 브랜드 공연 제작 정책으로 앞 다투어 무대에 오른 몇몇 공연들은 제도적 운영의 한계를 노출시켰다. 아울러 무형문화재 지정 및 공공 무용단의 현실과 단원 고령화 문제 등은 세밑 한국 무용계에 다시금 그 지상난제와 화두로 떠올랐다. 2015년 12월, 우리 무용계는 진정 언제쯤 잠에서 깨어 성숙한 모습으로 환골탈태 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