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집중기획_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공공 무용단 운영, ‘현장’에 답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25개의 공공 직업무용단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춤비평가협회는 국내외의 급변하는 문화 상황 속에서 공공 무용단이 춤 발전에 막중한 책임이 있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인식에서 4월 23일 '한국의 공공 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현장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포럼 후 춤비평가들의 제언, 그리고 발제문을 통해 공공무용단의 향후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집중기획_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1) 포럼 지상중계

 


이보휘_<춤웹진> 기자

 



 지난 4월 23일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2015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신춘 포럼이 열렸다.
 한국춤비평가협회(회장 이순열)는 공공 무용단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은 무용예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우리나라 공공무용단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포럼을 준비했다.
 포럼은 오후 2시 춤비평가 채희완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1부는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 교수, 장광열 한국춤정책연구소장, 이지현 춤비평가가 발제를 맡았고, 2부는 전 현직 공공무용단의 예술감독, 단원, 행정가, 비평가, 기획자, 언론인 등이 참석한 열띤 토론으로 이어져 오후 6시까지 진행되었다. 

 

 



 김채현 교수는 ‘공공무용단 운영실태 춤계 여론조사 결과와 진단’이라는 주제로, 지난 3월 하순부터 실시한 공공무용단 운영 실태에 대한 전화면담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공공무용단 운영 실태에 대한 전화면담여론조사는 공공무용단 전현직 단원과 3년 이상 활동을 해온 일반 무용인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270명 중 168명이 응답하였다고 밝혔다.  

 김채현 교수는 “조사 결과 현재 공공무용단은 작품 및 레퍼토리 개발이 규정이나 명시된 절차가 아닌 관행에 의존하고 있으며, 단체장의 개인적 역량과 판단에 일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체장이나 소속 기관장의 교체 시 작품 및 레퍼토리 개발이 전혀 다른 방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작품 및 레퍼토리 개발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이는 단체의 정체성, 단체장 선임 기준, 단체의 기획 경영 전략에서 모호함을 가져온다고 진단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는 첫째, 단체장의 한계를 보완해서 단체의 예술적 시너지를 창출할 장치 필요, 둘째, 작품 및 레퍼토리 개발 과정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장치 필요, 셋째, 작품 및 레퍼토리 개발 규정 또는 절차를 명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광열 한국춤정책연구소장은 ‘해외 공공무용단의 운영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외국의 공공무용단 단원 인터뷰와 홈페이지 정보를 통해 외국 20여개의 공공무용단을 조사했고 그 중 우리나라 공공무용단 운영에 참고가 될 만한 내용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공공 무용단의 재원확보와 예술감독 선임을 포함한 운영 전반에 대한 중요한 사안은 대부분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다”고 이야기 했고, 미국 보스턴발레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독일 함부르크발레단, 노르웨이 국립발레단을 중심으로 단원의 하루 일정, 공연 수당, 노조 활동, 오디션 및 단원 계약기간, 현 예술감독의 재임기간 등을 설명했다. 유럽 대부분의 예술감독 재임기간이 10년 이상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해외 공공무용단의 행보로 스타 무용수의 기간제 계약, 대중적 레퍼토리 확충, 객원 안무 활성화 및 신예 안무가들에게 안무기회 제공, 독창성과 보편성이 융합된 작품 제작, 해외 안무가 영입 및 외국인 단원 영입 등으로 문화 다양성 포용 등을 꼽았다. 공공 무용단에서의 객원 안무 시스템 도입과 철저한 오디션과 노조의 활동 내용, 예술감독의 일정 기간 이상 재임 등은 우리나라 공공 무용단에서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지현 춤비평가는 ‘2015년 공공무용단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지기지피(知己知彼)를 이야기하며 상황을 아는 것(지피)보다 우리자신을 아는 것(지기)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1960년 대학에 무용학과가 설립되면서 대학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시기를 ‘대학-기반 구조’라고, 2000년 이후 공공지원금이 늘어나면서 ‘국가적 공공지원-기반의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용계는 지금 구조적으로 2000년 이후 ‘국가적 공공지원-기반의 구조’로 변화해서 환경의 변화를 맞고 있는데 무용인들의 의식과 수준은 ‘대학-기반 구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거칠게 정리해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인, 계파적인 이해를 잠시 내려놓고, 개인의 불타는 명예욕도 내려놓고, 공공무용단의 문제들을 ‘공공성의 나침반’을 꺼내 놓고 다시 바라보는 것으로 공동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라며 토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2부는 이종호 춤비평가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패널리스트로 강민호 청주시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권옥희 춤비평가,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전 국립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 김기만 국립발레단 사무국장, 김영희 우리춤 연구가, 김용철 섶무용단 예술감독(전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 김종덕 천안시립무용단 상임 안무자, 김태원 공연과 리뷰 편집인, 김평호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전 창원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김혜라 춤비평가, 박기환 국립무용단 단원 및 국립극장 예술단체 지부장,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이종호 국립국악원 무용단 지도위원(전 서울시립무용단 단원), 박인자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과 장승헌 상임이사, 장지영 국민일보 문화부기자, 정순민 국립현대무용단 사무국장, 채희완 춤비평가, 손인영(전 서울예술단 무용감독), 최경자 국립국악원무용단 안무자, 김현정 충남대 교수, 무용가 윤성은 장소정,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인 등이 참석했다.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춤비평가협회 신춘 포럼처럼 1년에 한 번 씩 무섭게 토론을 해나갔다면 문제가 조금이라도 없어 졌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서두를 던지며, “공공 무용단의 심각성이 작지 않은 문제인 만큼 선배로서 통감하고 후배를 잘 이끌지 못했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 포럼이 그저 형식이 아닌 내일을 위한 삶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4월로 임기가 끝난다고 밝힌 김평호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임기를 무사히 마치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예술감독의 자리가 안정적이지 않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행정가의 의견, 단원의 의견, 정치적 압력 등을 모두 수용하고, 예산부족으로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 문제까지 모두 예술감독이 책임을 지고 가야한다"며 예술감독을 존중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태원 「공연과 리뷰」 편집인은 1992년에 공공무용단이 단장제에서 예술감독제로 바뀌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예술감독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행정 업무는 다른 사람이 맡고 예술활동만 담당하라고 주어진 직책이 예술감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름만 예술감독이지 행정업무와 예술활동 업무를 한사람이 맡아하던 단장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지금이라고 좋으니 예술감독에 대한 개념을 바로 잡고 3년 정도의 기간을 보면서 예술감독의 능력이 검증 된다면 임기를 길게 가지고 가도록 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예술감독은 관리자로서의 예술감독과 창조자로서의 예술감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예술감독의 10명 중 7명은 관리자로서의 예술감독으로 좋은 작품을 볼 눈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좋은 레퍼토리를 확충해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그 뒤에도 공공무용단의 예술감독 선임과 임기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고, 주제를 바꿔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는 "예술감독은 파리 목숨이고 단원은 철밥통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서두를 꺼내면서 공공예술단이 공무원처럼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용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하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해 강민호 청주시립무용단 단원은 "우리 무용단에 40대는 저를 포함에 3명"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고령자 무용수가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무조건 젊은 무용수들이 컨템포러리한 작품을 하는 것만이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청주는 무용공연 관람객 연령이 높아지면서 지역의 설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나 흥겨운 타악 공연의 만족도가 더 높다"라고 말했다.
 이종호 국립국악원 지도위원은 "현재가 공공무용단의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예술고등학교 인원 미달, 대학교 무용과의 폐과 등의 문제가 공공무용단의 위기에서부터 파생되는 건 아닌가,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우니 점점 무용을 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이종호 사회자는 공공무용단이 무너지면 하부 구조가 무너진다는 내용을 예민하게 고민해 봐야할 문제 인 것 같다고 하면서 "공공무용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국공립 단체가 몇 십 년 동안에 부족하다고 하지만 민간단체보다는 훨씬 나은 조건인데 명작으로 남을 작품이 과연 몇 편이나 될 것인가? 이 부분은 반성을 해야 할 문제이다"라고 정리를 하면서 장작 2시간에 걸쳐 진행됐던 토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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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집중기획_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3) 포럼 발제문 

2015.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