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집중기획_ 공공 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김채현_춤비평가

공공무용단 예술감독 선임 절차, 대수술 필요하다

- 공공 무용단 여론조사 이후(4)



 국립무용단 차기 예술감독 채용 공고가 지난 6월 하순에 발표되어 7월 초순에 접수를 마감하였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임기는 3년이고, 2012년 6월에 새 예술감독이 임명되어 지난 6월로 임기가 끝났다. 그러면 새 예술감독이 임명될 때까지 올해 한동안 국립무용단은 단장이 부재하는 공백기가 이어질 것이다.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 공백기는 2012년 무렵에도 있었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립무용단 사례에서 보듯이 이번처럼 전임 예술감독의 임기가 만료된 상태에서 새 예술감독 채용 공고를 내는 공공무용단의 사례가 드물지 않았고, 임기 만료가 임박한 상태에서 새 예술감독 채용 공고가 나는 것은 다반사이다. 이런 관행을 둘러싸고 춤계에서는 새 예술감독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전임 예술감독의 임기가 만료되기 훨씬 전에, 심지어 1년 전에 신임 예술감독이 내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지적은 지금 현장에서 제대로 살려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라도 살려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공공무용단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예술감독(= 단장)을 비롯하여 단원, 비축 레퍼토리, 극장 공간 등의 하드웨어, 경영-행정 조직이 꼽아진다. 이들 요소 가운데 예술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률적으로 단언하기 어렵지만, 예술감독이 절대 중요하다는 것만은 누구든 공감하는 바이다. 그것은 예술감독이 공공무용단에서 비유컨대 핵심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공무용단의 예술감독 임기는 통상적으로 2년 또는 3년이다. 새로 부임하는 예술감독이 자신의 구상대로 프로그램을 펼치는 데 있어 그만한 임기가 넉넉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처럼 부족한 듯한 임기는 예술감독의 역량을 1차 평가할 기회로서는 일단 타당해 보이며, 예술감독의 역량이 인정되면 연임할 수 있다. 그러나 연임이 아니라 해당 무용단에 첫 부임하는 예술감독의 경우 부족한 듯한 임기를 실질적으로 더욱 줄여버리는 현재의 관행은 많은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
 공공무용단 예술감독의 임용 절차에 대해 비교적 세세한 규정을 갖춘 곳은 국립극장이다. 국립발레단을 비롯 그 외 공공무용단의 조례나 규정 등을 살펴보아도 예술감독의 임용 절차가 불투명하거나 미흡한 곳이 대다수이다. 이런 사정에서, 국립극장의 ‘전속 단체 운영 규정’을 예술감독의 임용 제도 운용 면에서 공공무용단들의 관행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립극장의 ‘전속 단체 운영 규정’(제11조의 2 예술감독 채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예술감독의 채용은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②예술감독 후보자의 추천심사를 위해 예술감독 추천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둔다. ③위원회의 구성은 ... 외부 7인 이내로 한다. ④위원회는 결원발생예정일로부터 이전 3개월 이내에 구성한다... ⑧위원회에서 채용후보자 2배수 추천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1인 후보자 추천도 가능하다.”
 여기서 우선 눈여겨볼 것은 “④위원회는 결원발생예정일로부터 이전 3개월 이내에 구성한다” 조항이다. 이 조항에 의하면, 올해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 추천심사위원회는 6월말 임기 만료되는 당시 예술감독의 임기를 기준으로 지난 4월 무렵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이 위원회에서 당시 예술감독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하였거나 아니면 신임 예술감독 후보자를 추천하기로 결정하였을 것이다. 다만, 국립극장의 ‘전속 단체 운영 규정’을 봐도 연임과 연관해서 “연임할 수 있다”(제10조)는 조항 이외에 연임 결정 절차에 관한 명시 규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즉, 연임의 경우 예술감독 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상반기에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추천심사위원회가 열렸는지, 열렸다면 거기서 결정된 안건이 무엇이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든 저렇든, 국립무용단 차기 예술감독 채용 공고가 당시 예술감독 임기 만료를 불과 며칠 앞둔 지난 6월 하순에 발표되었고 예술감독 임기가 만료되어 예술감독이 부재하는 7월 초순에 접수를 마감하였다. 국립극장 내부적으로 무슨 사정이 작용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사실상 예술감독이 부재한 상태에서 신임 예술감독을 채용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극장뿐만이 아니라 이런 비정상과 비합리를 공공무용단 인사에서 더러 경험해온 터다.

 



 예술감독 임기 만료 이전 3개월 이내에 추진되어야 하는 새 예술감독 채용을 위한 절차는 우선 물리적으로 빠듯해서 손질될 필요가 크다. 공고, 서류심사, 면접, 신원조회, 상급기관 임명 결정 등에 소요되는 시일을 고려하면 그렇다. 더욱이 예술감독 추천위원회가 연임 아니면 신임 선정 가운데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면 그 시간은 더욱 빠듯하다. 그러므로, 대안으로서 예술감독 추천위원회 구성 시기에서 ‘예술감독 임기 만료 이전 3개월 이내’를 ‘예술감독 임기 만료 이전 6개월 이전’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현재의 ‘3개월 이내’ 방식(관행)은 주로 임기 만료를 앞둔 전임 예술감독을 배려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전임 예술감독의 레임덕을 우려해서 이를 예방하고 덧붙여 신임 예술감독을 둘러싸고 혹시 있을 구설수도 최대한 억제하려는 취지가 읽혀지는 방식이다. 그와 같은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나, 3개월 이내에 쫓기듯 추진되는 데서 잃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3개월 이내’의 현재 관행을 따르면 전임-신임 예술감독 간에 행정상의 인수인계 차원에선 무리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공공무용단이 행정 기관이 아니라 예술 기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논의는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현재 방식에서는 전임-신임 예술감독 간에 예술적 인수인계(예술적 협의)를 진행할 만한 시간의 여지를 허용하지도 않는다(물론 그런 협의를 가능케 하거나 강제하는 명시 규정도 없다). 신임 감독은 전임 감독이 선발한 단원, 전임 감독이 세워둔 작품 개발 및 공연 계획과 예산 편성 계획 등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동안 소화해내어야 한다. 이럴 경우, 신임 감독은 2년 또는 3년간의 임기 동안 심지어는 절반의 기간을 전임 감독이 설정해둔 단원과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상황의 결과, 이 신임 감독은 임기가 만료되든가 아니면 연임될 것이다.
 임기가 만료되면 신임 예술감독을 맞아들여야 하는 것이 상례일지라도, 그래도 신임 예술감독을 맞아들일 적에는 특히 예술적 관점과 역량 면의 평가가 우선일 것이다. 신임 예술감독은 전임 예술감독에 비해 예술적 관점과 역량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것이 바람직스럽다. 그것이 발전에 부합하는 일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 신임 예술감독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자신의 예술적 관점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있어 우선 ‘3개월 이내’의 현재 관행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행정 관서와 공공무용단은 후자가 예술단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나고, 삼척동자도 그 정도는 안다. 그러나 운영 측면, 즉 공공무용단 단체장(= 예술감독)을 채용하는 현행 방식을 보면 그러한 차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망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공공무용단이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운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예술감독을 공공무용단의 핵심 두뇌로 비유하였다. 공공무용단의 예술감독이 유능하지 않아 국내에선 이전의 작업을 재탕 삼탕하는 단체도 익히 보아왔다. 그런 단체는 특히 예술감독이 예술적 관점과 역량 면에서 핵심 두뇌로서의 자질이 떨어진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채용 방식은 예술감독의 우수한 자질마저 사장시킬 폐단을 안고 있다. 예술감독이 역량껏, 소신껏 작업할 수 있도록 공공무용단은 현재의 채용 관행부터 손질해서 명문 규정으로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3개월 이내’ 관행의 비합리성은 다음의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국립무용단은 이번에 차기 예술감독 채용 공고에서 지원자가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직무수행계획서가 예술감독 선임에서 작용할 것으로 믿지만, 그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게다가 공공무용단에서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직무수행계획서를 어느 정도 이행하는지도 알지 못하며, 선임된 예술감독의 직무수행계획서가 공표된 경우도 없는 줄로 안다.
 직무수행계획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서든, 아니면 다른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서든 누군가 예술감독으로 선임될 것이다. 어느 쪽으로든 평가를 받아 선임된 예술감독이 이미 지원 단계에서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는 해당 예술감독의 임기 동안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직무수행계획서가 구속력을 갖는 유효성이 없다면 직무수행계획서의 제출은 요식 행위이자 그 계획서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직무수행계획서라면 굳이 제출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또한, 직무수행계획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예술감독에 선임될 수 있다면, 그 예술감독의 직무수행계획은 원점에서부터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이 경우 예술감독이 얼마 만큼의 열의와 소신을 갖고 직무에 임할지 의문스럽다.
 공공무용단의 예술감독 채용 과정에서 제출되는 직무수행계획서는 일종의 공약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므로 선임된 예술감독의 직무수행계획서는 공개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임된 예술감독의 직무수행계획서는 공공무용단에서는 중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수용될 만하다. 이 직무수행계획서의 타당성을 묻고 이를 토대로 해당 단체의 예술적 향방을 근거 있게 추구하는 절차가 따르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직무수행계획서에 대한 소속 기관과 전임 예술감독의 판단, 단원들의 의견 그리고 춤계 내의 여론을 수렴해서 애당초의 직무수행계획서를 버전업한다면, 직무수행계획서는 해당 단체의 계획서로서 상당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그만큼 준비된 신임 예술감독이라야 기존 단원들에게도 얼굴이 더 서지 않겠는가. 덧붙여 전임-신임 예술감독 간의 예술적 인수인계를 매개하는 장치로서 직무수행계획서는 중요해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도 3개월 이내의 관행은 바뀌는 게 옳다.

2015. 0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