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이 재미있다. 한바탕 웃음으로 즐기는 국제무용축제!!”
제1회 노원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International Comic Dance Festival in Nowon: Comic Dance)이 6월 2일부터 6일까지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비롯해 인근 문화의 거리 야외무대 등에서 펼쳐졌다.
노원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ComicDance)는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주최하고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가 주관, 국내외 유명 댄스컴퍼니를 초청하여 무용속의 유머를 발견하고 대중들과의 춤을 통한 소통 확대를 위해 새롭게 기획된 국제 무용축제이다.
워크숍, 공모 공연, 렉처, 메인 공연이 어우러진 개막 첫날 스케치
6월 3일 노원문화예술회관. 개막 공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오후 3시부터 노원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노원구민을 위한 코믹댄스 워크숍’이 진행됐다. 6월 2일부터 시작된 “한국 민요와 함께 하는 코믹댄스 워크숍” 둘쨋날로 강사는 댄스컴퍼니 THE MOVE의 윤성은 예술감독이 맡았다. 참여 인원은 10명. 수강생들은 나이든 분들과 젊은 층들이 함께 섞여 있었다. 워크숍은 시종 가족적인 분위기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가볍게 몸풀기를 끝내고 손동작만으로 마음 전하기, 손동작과 얼굴 표정으로 마음 전하기, 온 몸으로 마음 전하기 등을 이어가면서 수강생들은 춤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고, 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익혔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고,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기본 구조만 갖춘 즉흥 춤 작품이 완성되어 있었다. 수업의 과정이 그대로 작품이 되었고, 이 작품은 이날 오후 7시 노원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대학 무용단 공모팀 공연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김의숙(64세)씨는 “제가 워낙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고 주변에서 권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재미있고 체질에 맞다”라고 참여소감을 들려주었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소공연장에서는 메인 공연 시작 한시간 전에 대학 무용단 공모팀과 노원구민들의 커뮤니티 댄스 공연이 함께 올려졌다. 6월 3일에는 워크숍에 참여했던 수강생들의 무대인 “한국의 민요와 함께 하는 코믹 댄스 공연”과 경희대학교무용단의 〈非 Happy〉(안무 황찬용)와 단국대학교무용단의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지 마십시오>(안무 허준환)가 공연 되었다. 일반인들의 즉흥적인 움직임과 대학생들의 참산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이밖에 대학무용단 공모팀 공연에는 6월 5일 한국체육대학교 무용단의 <퐁당 퐁 돌 던 자>(안무 차규화)와 6월 6일 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 실기과의 <사과가 거울에 비치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안무 김원영), 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 창작과의 <세 남자>(안무 김경민)가 공연되었다.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무용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가를 내용으로 한 관객들을 위한 렉처 프로그램(강사 예술감독 무용평론가 장광열)도 매일 편성되었다.
오후 8시 대공연장에서는 본격적인 개막 공연이 펼쳐졌다. 드문드문 빈 자리가가 눈에 띄긴했지만 메르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와중에도 많은 관객들이 노원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첫 작품은 국립발레단의 〈Are you as big as me?〉.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솔리스트이자 안무가인 로만 노비츠키가 안무한 작품으로 세 마리 원숭이의 익살스러운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세 명의 남자 무용수가 나와 달리기 경쟁을 하듯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중간중간 코믹한 동작을 보여주기도 하고 기교적인 발레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용수들의 코믹한 표정연기 또한 재미난 볼거리였다.
두 번째는 시나브로가슴에의 <휴식>(안무 이재영). 휴식의 간절함과 공허함을 농구 경기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객석에서 등장한 두 명의 남자 무용수가 농구를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서로의 머리가 농구공인양 다루는 동작이다. 농구공이 된 무용수는 농구공이 바닥에 닿았다 튀어 오르듯 (농구에서 드리볼을 하는 동작) 끊임없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든다. 매우 힘들어 보이는 무용수들이 잠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또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끝날듯 끝나지 않는 그들의 격렬한 움직임에 관객들은 연신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공연은 핀란드 글림즈 앤 글롬즈 댄스시어터(Glims&gloms Dance Theatre)의 <영혼의 그림자를 잃어버린 남자>. Simo Heiskanen이 안무와 출연을 맡았다. 쇼핑백을 머리에 쓰고나와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했고 영혼이 없는 사람을 표현하려는 듯 가벼워 보이는 움직임이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어우러졌다. 20여분 남짓한 솔로가 추어지는 동안 더러 코믹스러운 장면도 있었지만 다소 가벼운 터치의 작품이 주를 이루는 여타 작품과는 다른 성격으로 무용수의 잔잔한 솔로는 또 다른 감성을 담아냈다.
이날 관객들을 가장 많이 웃게한 작품은 애매모호한무용단의 <인간의 리듬>(안무 김보람)이었다.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2014 춤비평가상 작품상 수상작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이 고루 잘 반영된 작품이었다. 두 명의 여자 무용수가 특별 출연하여 예쁜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는 남자들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K466에 맞춰 진지하게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동작 또한 개성있고 재미가 있었다.
일본에서 온 나마투-포수(Nmatu-posu)의 <도마뱀 호수>(안무 Nmatu-posu)는 도마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무용수의 뒤에 달린 꼬리, 그리고 꼬리를 잘라내는 모습, 네 발로 기어가는 동작, 높이 뛰어오르는 점프 동작 등 5명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빠른 템포의 음악이 잘 매치되었다.
마지막 작품은 홍콩에서 온 옹용록(Ong Yong Lock)의 <볼레로>였다. 라벨의 음악 ‘볼레로’에 맞춘 즉흥작품으로 ‘할아버지의 모습인가?’, ‘다리가 아픈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걸음걸이로 옹용록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그 뒤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같은 걸음걸이로 무대로 등장하는데 10여 명의 무용수들 중 옹양록을 포함한 세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전에 워크숍에 참가했던 일반인들이 무용수로 출연했다.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닐 봉투를 소품으로 활용해 코믹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무용수들은 작품이 후반부에 이르자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들을 무대 위로 안내했고 얼떨결에 무대에 오른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즉흥적으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고, 무대에 오른 관객들은 커튼콜까지 완벽히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다. 소수가 다수를 따라가게 되는 군중심리를 적절히 활용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관람한 김계옥(50세)씨는 “한 무대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무용 작품을 본 적이 없다. 혼자서 춤을 춘 핀란드 무용가의 작품은 좀 난해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고, 신예린(26세)씨는 “정말 즐거웠다. 특히 애매모호한무용단 작품을 제일 즐겼다. 리듬에 맞게 움직이는 동작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3세부터 어른까지 감상한 <파퓰러 박스>, 즉석 Talk 프로그램도
6월 6일 폐막 공연일에는 핀란드 글림즈 앤 글롬즈 댄스시어터의 <파퓰러 박스>(Papula Box)가 첫 순서를 장식했다. 아톰과 몰큐르, 프로톤이라는 세 명의 캐릭터가 도형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검정 옷을 바탕으로 노랑색, 보라색, 파랑색으로 머리와 발, 무릎 등을 부분적으로 치장한 세 명의 무용수와 정면과 바닥을 LED 조명으로 조합한 도형적인 무대장치, 익살스러운 움직임, 그리고 관객들을 무대에 불러 모아 무용수들과 함께 움직이는 순서 등으로 웃음과 재미를 이끌어냈다. 40여분 동안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역학적이고 뛰어난 색감의 무대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JJbro의 〈Jimmy & Jack〉 (안무_전흥렬)도 시종 관객들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2014년 서울댄스컬렉션 본상 수상작으로일본 후쿠오카프린지댄스페스티벌에 도 초청되었다. 영어로 된 나레이터 자체가 음악이 되는 독특한 구조에다 두 남성 무용수의 뛰어난 앙상블도 무용공연의 매력을 한껏 살려내었다.
일본의 4명 여성 무용수가 출연한 Project Oh! Yama의 〈Horstein〉 (안무_유리 푸루이)은 새로운 생명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우유를 내어주는 성난 젖소, 호스테인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이들은 전날인 6월 5일에는 이시이 바쿠(石井幕)가 한국의 무용수 최승희를 출연시켜 만든 〈Grotesque〉를 토대로 새롭게 창작한 〈Odorubaka〉(춤추는 바보)를 공연해 무용 전공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었다.
최승희의 스승인 일본 안무가 이시이 바쿠(石鼎幕)는 자신을 "Odorubaka"라 칭했다. 1926년 이시이는 한국의 무용수 최승희를 출연시킨 〈Grotesque〉를 새로 만들어 공연했다. 최승희가 일본으로 유학을 온 첫해 였고 당시 최승희의 나이는 16세였다. 이 작품은 무용수들의 하체를 노출함으로써 남성들의 눈길을 끌었다. <춤추는 바보>는 〈Grotesque〉의 오리지널 춤과 이 춤의 일부를 재 안무한 작품이다. 당시의 안무와 의상 모두가 거의 비슷하다. 최승희가 춤춘 역할은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유리 푸루이가 맡았다. 공연 중 스크린에는 당시 최승희가 춤추었던 9.5mm 필름이 원본 그대로 공개되었다.
중국 굿 댄스 센터의 <행복하게 춤을>(안무 황춘진)은 캐릭터 댄스의 설정과 일부 공연을 객석에서 하도록 하는 컨셉트 등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고,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 댄스시어터 샤하르의 창작발레 <이상한 이상한 챔버 오케스트라>(안무 지우영)는 다양한 소품과 코믹한 움직임, 그리고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를 배경으로 유행했던 음성통화 내용을 희화화 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핀란드 무용단의 <파퓰러 박스> 공연이 끝난 후 무대철거를 하는 동안 노원문화예술회관 김영욱 관장과 축제 예술감독 장광열의 감짝 토크 순서가 있었다. 지난해 핀란드에서 초연된 후 첫 해외 나들이를 한 작품이란 멘트와 함께 예술감독은 <파퓰러 박스>의 감상에서 놓치면 안 될 요소들과 극장예술인 무용공연을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 등을 부언해주었다. 김영욱 관장은 “대중적으로 취약한 예술장르인 무용이 좀더 일반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이번 축제를 시작하게 되었다며 그동안 순수 무용관객은 소외되어 자생적 관객의 존재가 매우 미미했었다고 볼 때 이 축제는 창작자보다는 관객의 수요자적 관점에서 기획된 페스티벌이라고 볼 수 있다. 1회라고 붙인 것은 다음해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라며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도 국내 초청 공연팀으로 한지와 닥종이 인형을 활용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한 NOW무용단의 <허허하하> 등이 무대에 올랐고, ‘노원구민을 위한 한국의 민요와 함께 하는 코믹댄스 워크숍’ 외에도 Ong Yong Lock의 ‘즉흥 코믹댄스 워크숍 Bolero'가 진행되었다.
6월 4일 저녁 노원 문화의거리 야외무대에서는 일본 나마투-포수(Nmatu-posu)의 <도마뱀 호수>와 100미터 허들 육상경기를 소재로 한 〈Hurdle~in his case〉가 공연되기도 했다.
개막 공연을 관람한 평론가 이상일은 “코믹댄스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일부 작품의 경우 정치·사회적 풍자를 담아낸 작품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코믹댄스라고 한다면 단순히 즉흥적으로 웃기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주제적으로 무언가를 비트는 안무가의 안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는 첫 회라 시작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 몇 회 더 지나다 보면 페스티벌의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폐막일 공연을 본 춤비평가 이종호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일반관객들에게 쉽게 접근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기획이다. 외국에서는 여러 형태의 "재밌는 현대무용"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코믹댄스’의 개념과 범위를 좀 더 확실히 하면서 그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우리 무용계에서 매우 특이한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축제 기간 동안 하남문화예술회관, 강동아트센터 등 공공극장과 민간 공연 기획사 관계자들도 많이 눈에 뛰었다. 공연 정보지인 〈PREVIEW〉의 발행인인 장삼윤 대표는 “무용 공연은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무용 작품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다”며 이번 축제는 좋은 무용 작품을 새로운 일반 관객들에게 유통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국의 많은 문예회관에서도 이런 작품들이 공연된다면 지방의 무용관객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Comic Dance의 사전적 의미는 “웃기는 무용” 혹은 “재미있는 무용”이다. 페막일 짧은 토크에서 예술감독은 <제1회 노원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의 프로그래밍은 1)움직임의 조합에서, 2)작품의 소재에서, 3)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에서, 4)의상이나 분장 소품 등의 사용에서 코믹한 요소를 담은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의 지적대로 11개 무용단의 14개 공식 초청 작품은 성인, 어린이, 가족 단위의 관객 등 다양한 관객층을 고려해 선별한 듯 보였다. 실내 극장 뿐 아니라 야외에서도 흥미롭게 감상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편성했고 ’국립‘ 단체에서부터 전문무용단, 독립 안무가들의 작품까지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국내외 작품들을 선정했다. 이번 축제는 구 단위의 공공 극장이 국제적인 무용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적 시행하고 있는 민간 전문기획사와 함께 힘을 합해 새로운 무용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코믹 댄스’란 확실히 차별화 되는 무기를 장착한 이 축제가 꾸준히 지속되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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