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무용은 다른 예술 장르가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예술 파트너이다.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특성은 바로 무용예술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공연 전시되고 있는 무용을 수용한 타 예술장르의 작업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미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 공간, 기계>展
(2월 22일까지 전시)
20세기 총체예술의 산실, 바우하우스와 오스카 슐레머의 춤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 공간, 기계>전은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에 초점을 맞춰 종합예술로서의 바우하우스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신체 조화 / 분위기 장치 / 구성주의적 형상 / 신기한 무대기술 / 조각적인 안무 / 총체극장 / 집단 프로그램 등 총 7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기계적이고 추상적인 무대 세트, 인형의상과 소품, 빛과 소리, 극장에 이르기까지 바우하우스의 실험적인 무대요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담당한 류지연 학예연구관은 “다양한 영역의 융복합을 주제로 한 전시와 공연이 이어지는 지금, 그 원류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바우하우스의 예술통합과 창의성의 이념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한 공연예술은 단연 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용가 오스카 슐레머(Oskar Schelemmer)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며 20세기에 발현된 총체예술의 단면을 제시한다.
제5부 ‘조각적인 안무’에서는 1922년부터 29년까지 바우하우스 무대 위에 오른 슐레머의 안무작 <형태 무용> <평면 무용> <막대 무용> <후프 무용> <흑백 트리오> 등의 작품사진과 <공간 무용>의 영상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의상 디자인으로 유명한 <3인조 발레>(Triadic Ballet, 1922)는 사진, 공연포스터, 캐릭터 삽화 뿐만 아니라 무대 의상과 퍼포먼스 영상으로 재현되어 있다.
슐레머의 작품 특징은 춤에서 가장 주가 되어야 할 무용수가 하나의 오브제로 기능하여 기계적이고 추상적인 형태, 물질화된 유기체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무용수와 표현이 있는 고전적인 춤 무대가 아니라 오직 신체의 움직임만이 남아 고도의 추상성을 보이는 것. 이는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으로 디자인된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공간 무용>의 무용수들을 철저히 사물화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바우하우스는 내적 본능을 표출하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리 뷔그만(Mary Wigman)이나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에 의해 재현되는 독일 표현무용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추상적으로 재현되고, 구성주의적 형태로 배열되는 슐레머의 춤은 바우하우스 기간 내내 존재했던 ‘신체가 하나의 매체’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슐레머의 안무는 인간과 맞닿아 있다. 기능적인 신체와 기계적인 움직임, 구조적인 의상으로 감싸진 인공적인 인간의 등장이야말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인간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테크놀로지 매개의 새로운 예술언어를 연구하고 종합예술 작품을 구현하는 것으로 기계화ㆍ산업화로 대변되는 당시의 사회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전시 큐레이터 토르스텐 블루메(Torsten Blume)는 "바우하우스가 인간에 대해 알게 되고 배우는 것 자체를 예술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바우하우스의 세계는 산업화된 세계와 대상화된 인간과의 긴장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에는 김영나, 백남준, 안상수+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오재우, 조소희, 한경우 등 6명의 한국현대미술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들의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바우하우스운동이 일정한 시기에 발생했던 특정 조류에 머물지 않고 예술가들 본연의 창작 태도로 자리 잡았음을 일깨워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영나, 오재우, 조소희, 한경우 작가는 지난해 12월, 연계프로그램 ‘전시를 말하다‘ 토크대담을 통해 그들의 작품세계와 전시출품작을 소개하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졌다. 이밖에도 퍼포먼스 공연, 작가와 함께하는 창작 워크숍, 강연, 큐레이터 설명회, 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시기간 동안 함께 진행된다.
바우하우스는 예술의 통합을 목적으로 1919년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한 예술ㆍ디자인학교다. 1933년 폐교할 때까지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예술가들을 양성하며, 오늘날 20세기 예술, 건축, 염직, 그래픽, 산업 디자인, 타이포그라피 등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흔히 바우하우스는 흰색, 큐브, 구조적, 기하학적인 이미지와 맞물리며 건축과 디자인 분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총체예술과 창의적 사고, 실험정신을 강조했던 바우하우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바우하우스에서 ‘무대’는 건축, 디자인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여러 분야 간의 협동과 결합에 주목하여 인간, 공간, 기계가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서 무대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며, 무대실험에 대한 그들의 연구는 훗날 역동적인 무대의 선례가 된 총체극장으로 발현되기도 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독일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이 2012년부터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는 2013년 12월 독일 데사우 바우하우스 전시를 시작으로, 2014년 5월 노르웨이 헤니 온스타드 아트센터(HenieOnstad Art Center)에서 개최된 바 있다. 국내 전시는 오는 2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계속된다.
사진제공_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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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오페라발레의 별, 아녜스>
12편의 레퍼토리를 담은 아녜스 르테스튀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꽤 오래 전부터 우리는 스크린에서 자연스럽게 춤을 만나왔다. <백야> <플래시 댄스> <더티댄싱>에서부터 <스텝업> <빌리 엘리어트> <블랙 스완>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춤을 보며 공연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춤의 매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춤 본연의 움직임과 열정을 담아내었고 편집과 특수효과 같은 영화 요소로 극적 표현은 더욱 배가되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극의 서사를 위해 춤을 사용한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개봉한 마를렌느 이오네스코 감독의 <파리오페라발레의 별, 아녜스>는 철저히 '춤을 위한 영화'다. 탁월한 테크닉과 연기로 세계적 인기를 누린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 아녜스 르테스튀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그녀의 열정적인 삶과 무대가 영상 속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라 당스>(2009) 이후 파리오페라발레단을 기록한 두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아녜스 르테스튀는 완벽한 춤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발레리나이다. 1987년 16세의 어린 나이로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하여 코리페(Coryphees, 군무 1), 수제(Sujet, 드미 솔리스트), 당쇠즈(Premiers Danseurs, 솔리스트)를 거쳤고 입단 10년 만에 최고 무용수인 에투알(Etoiles) 자리에 이르렀다. 2013년 은퇴할 때까지 무려 16년간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로 살아왔다.
영화는 아녜스가 출연한 작품과 지난 무대를 회고하는 인터뷰 장면을 중심으로 에투알의 세계를 촘촘히 조명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수준높은 레퍼토리이다. 그녀가 에투알로서 첫 역을 맡았던 <백조의 호수>부터 마지막을 장식한 <까멜리아 레이디>까지 총 12편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에 나오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레퍼토리
- <천국의 아이들>(Lse Enfants de Paradis) 안무: 호세 마르티네스, 음악: 마크 올리비에 뒤팽
- <백조의 호수>(Swan Lake) 안무: 루돌프 누레예프, 음악: 차이코프스키
- <돈키호테>(Don Quixote) 안무: 루돌프 누레예프, 음악: 루드비히 민쿠스
- <신데렐라>(Cinderella) 안무: 루돌프 누레예프, 음악: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 <방탕한 아들>(The Prodigal Son) 안무: 조지 발란신, 음악: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 <모임에서 추는 춤>(Dances at a Gathering) 안무: 제롬 로빈스, 음악: 프레드릭 쇼팽
- <도박꾼의 편지>(Lettres d'un joueur) 안무: 피에르 라코트, 음악: 에르네스트 쇼숑
- <축하연>(Celebration) 안무: 피에르 라코트, 음악: 다니엘 오베르
- <와운드워크 1>(Woundwork 1) 안무: 윌리엄 포사이드, 음악: 톰 윌럼스
- <카구야 공주>(Kaguyahime) 안무: 지리 킬리언, 음악: 마키 이시이
- <징조>(Signs) 안무: 카롤린 칼송, 음악: 르네 오브리
- <까멜리아 레이디>(La Dame Aux Camelias) 안무: 존 노이마이어, 음악: 프레드릭 쇼팽
정통 클래식 발레에서부터 세계적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 지리 킬리언, 카롤린 칼송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춘 모던 작품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풍성한 레퍼토리가 인상적이다. 아녜스는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는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다. 그녀의 오랜 파트너 호세 마르티네즈와의 완벽한 파드되도 여러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마르티네즈가 2008년 안무한 첫 장편 발레 <천국의 아이들>은 전막을 보고 싶을 만큼 호기심을 자아낸다.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동명 영화(1945, 프랑스)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 이 작품에서 아녜스는 출중한 테크닉과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작품에 등장하는 300벌의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며 남다른 감각을 뽐냈다.
영화에 나오는 12편의 작품은 대부분 아녜스의 움직임에 집중한 솔로 혹은 파드되 장면을 3분 내외의 길이로 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에피소드 인터뷰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마치 해설이 있는 갈라공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각각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는 없지만 세계 최고 발레리나의 완성도 높은 움직임을 보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영화의 의의는 충분해 보인다.
아녜스의 은퇴 공연은 <까멜리아 레이디>였다. 애절한 사랑으로 바스러지는 마르그리트의 감정이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춤으로 구현되었다. 강렬한 네러티브가 그녀의 풍부한 감정표현으로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인위적으로 드라마를 첨가시키지 않고 줄곧 담담하게 에투알의 세계를 그렸던 영화는 아녜스의 피날레 순간을 감동으로 장식한다. "브라보!"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에투알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한 뭉클함이 전해온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이란 타이틀은 영원히 그녀의 것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장 브리지트 르페브르의 찬사에서 아녜스를 향한 존경의 마음마저 읽을 수 있다. 함께 했던 동료 무용수, 안무가, 발레마스터들도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과 예술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무용수, 성숙한 예술가'라며 영원한 에투알, 아녜스를 기억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춤은 영상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진제공_판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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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김수로프로젝트 10탄 <발레선수> (2월 15일까지 공연) 발레와 복고가 어우러진 청춘 드라마
본격 ‘발레 연극’을 표방한 <발레선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억지로 발레를 배우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다. 목포 꼴통 우용근이 발레리나를 꿈꾸는 서울 소녀 김주희를 만나 사랑과 꿈을 찾는다는 다소 예측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 뻔한 전개를 불식시키는 것은 첫사랑의 설렘과 순수한 열정이 느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작품에 짙게 깔린 복고 감성이었다.
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 당시 유행하던 대중문화를 엿볼 수 있다. 조용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김광석 ‘나의 노래’, 변진섭 ‘숙녀에게’ 등 그때의 음악들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션 스타일도 선보인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롯데월드가 핫 플레이스로 나오고 당시의 TV 광고가 유쾌하게 패러디된다.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대중문화에 열풍처럼 번지는 복고감성은 이미 보여질 만큼 보여진 터라 더 이상 새롭고 독특한 것이 아니겠지만 여전히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소재다. 시쳇말로 ‘향수폭발’하는 복고는 언제나 믿고 내놓을 수 있는 흥행보증수표인 것이다.
<발레선수>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역시 춤 장면이다. 우현영 예술감독이 직접 안무한 놀이공원 장면에서는 바이킹 타는 모습을 2인무와 3인무로 재기발랄하게 구현했고 간단한 발레 기본동작을 엮어 우아하게 회전목마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콩쿠르에 출전한 여주인공 주희의 <돈키호테> 키트리 솔로는 소극장에 맞는 동선과 움직임으로 재구성되었다. 용근과 주희의 20년 후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유명 발레리노로 성장한 용근이 고난이도 도약과 회전으로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고 발레리나가 된 주희와 고혹적인 파드되를 선보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발레선수>는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뒤늦게 발레를 배우게 된 우용근 역은 배우 채동현 박한근, 주희 역은 실제로 무용을 하고 있거나 발레학교를 졸업한 이력을 가진 정혜민 황희진 장정윤이 맡았다. 용근의 죽마고우이자 극의 재미를 담당하고 있는 최정훈 역에는 배우 임형준 윤경호 안두호, 발레학원 선생님 김지현 역에는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강예나와 배우 이서림 황지온이 캐스팅되었다. 극의 마지막을 장식할 어른 용근과 주희의 공연에는 현역 무용수 신현지 이희웅 이선태 김민준이 참여하고 있다.
배우 대신 연극 초년생인 무용수들을 대거 캐스팅해서일까. 주인공 주희의 연기는 대사 전달력이나 감정 표현에 있어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애초에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여배우들이 주희를 소화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연기하는 무용수들의 연기력 논란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자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용근과 정훈은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작품을 더욱 감칠맛 나게 만들었고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역을 연상시키는 정훈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연기가 어색한 무용수처럼 발레를 소화할 수 없는 배우 때문에 이질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발레리노로 성장한 용근이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성인 용근’의 대역으로 전문 무용수들이 출연하는데 급격한 역할 변화가 극의 흐름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용근’과 ‘성인 용근’을 오버랩시키며 동일 인물임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짜 용근’이 아름다운 발레동작을 선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피날레가 되지 않았을까.
<댄싱 9>의 댄싱마스터 우현영 단장과 ‘김수로프로젝트’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배우 김수로가 손잡고 춤과 연극이 접목된 작품 <발레선수>를 기획했다. 공연에 앞서 프로듀서 김수로는 “<발레선수>로 연극계와 무용계가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멋진 작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발레와 청춘 드라마, 복고가 한데 어우러진 로맨틱 코미디 연극 <발레선수>는 오는 2월 15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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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 2015 신년음악회
지구촌의 가장 유명한 새해맞이 행사는 새해 첫날, 오스트리아의 무지크페라인홀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일 것이다. 1941년부터 이어진 역사와 전통의 음악회에선 왈츠, 폴카, 행진곡 위주의 프로그램 연주와 밝고 경쾌한 춤으로 새로운 해의 희망을 담곤 한다. 마지막에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는데 이때 모든 관객이 손뼉으로 화답하는 것이 특징이다.
빈 필의 전통과 감동을 잇는 신년음악회가 국내에서도 열렸다. 지난 1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는 꿈의 메시지가 담긴 곡들을 엄선해 연주하며 새해를 맞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었다. 비엔나의 음악을 선도하는 지휘자 산드로 쿠투렐로와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이자벨라 퀘스, 4인의 남녀 무용수가 함께하며 왈츠와 아리아, 발레가 어우러진 희망의 무대를 선사했다.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으로 포문을 열었다. 지휘자의 열정적인 어깨 몸짓, 손 동작에 따라 폭넓은 음색을 빚어내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에 청중은 초반부터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2부에 걸쳐 총 16곡의 곡과 정식 프로그램 이외 앙코르 곡이 연주되었는데, 그중 <빈 기질> <예술가의 생애> <봄의 소리>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등 밝고 희망적인 슈트라우스가의 왈츠 무곡에는 발레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한층 더 빛냈고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부인들의 수다스런 대화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리치> 폴카는 슈트라우스 곡 중 가장 흥겨운 곡으로 손꼽힌다. 빠른 템포의 2박자의 폴카 슈넬에 맞춘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익살스럽고 재기발랄했다. 이외에도 <헝가리 만세> 폴카, <산적들> 등 총 7곡의 연주에 등장한 무용수들은 다양한 변신으로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생동감 넘치는 연주와 재치 넘치는 발레, 무엇보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춤을 감상하는 이례적인 경험은 오직 신년음악회에서만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소프라노 이자벨라 퀘스는 <집시 공주> 중 ‘실비아의 노래’, <주디타> 중 ‘내 입술, 그 입맞춤은 뜨겁고’, <박쥐> 중 ‘고향의 노래’ 등의 오페라타로 풍성한 음색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고, 지휘자 산드로 쿠투렐로는 전아하고 여린 감성에서부터 화려하고 경쾌한 느낌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며 완벽한 음악성을 과시했다.
관객에게 손짓하며 박수를 유도하며 재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 지휘자, 연주 중간 갑자기 일어서 스탠딩 연주를 선보이는 오케스트라 등 기존 클래식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설정에 관객과 무대가 하나 되는 모습이었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신년음악회의 전통 레퍼토리인 <라데츠키 행진곡>을 포함한 세 곡의 앙코르가 이어졌고, 오케스트라의 뜨거운 열정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