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한국의 춤문화는 더 이상 한반도의 남쪽에서만 논의되어서는 안된다. 춤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해외무대 곳곳에서 적지 않은 한국의 무용가들이 ‘춤’으로 그들의 창작정신을 불태우고 ‘대한민국’을 각인시켰다. 2014년 한해 동안 해외무대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성과를 거두었던 한국의 무용가들을 만난다.(편집자 주)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2014 해외무대에서 한국을 빛낸 무용가(1) 슈투트가르트발레단 강효정
세계 초연 〈Aftermath〉에서 극한의 춤으로 호평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2014년 4월 17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Aftermath〉에서 강효정은 이 작품의 유일한 메인 댄서로 캐스팅되었다. DEMIS VOLPI가 안무하고, MICHAEL GORDON이 이 작품을 위해 새로 곡을 쓴 〈Aftermath〉에서 강효정은 30여분 동안 단 한차례의 퇴장도 없이 줄곧 무대에 출연하면서 극한의 춤을 보여주었다. 안무자는 한명의 메인 댄서와 20여명의 군무를 무대 위에 교묘하게 마치 대결 구도를 연상케 하는 대면(對面)으로 배치하면서 메인 댄서로 하여금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했다. 강효정은 “안무가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제가 이 작품에서 모든 예술 음악, 춤, 미술을 통틀어 ‘Artist’로서 존재해 주기를 바랐어요. 지금까지 작고 큰 전쟁들을 통해서 건물 또는 도시, 나라들이 없어지고 망가졌지만 예술은 강하게 살아남고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저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초연 후 이작품은 독일의 유력 일간지에서도 “젊은 안무가의, 무용수의 체력을 밑바닥까지 소진시키는 도발적인 안무와 무용수들의 토슈즈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사운드까지도 음악으로 활용한 안무가의 신선한 발상, 강효정의 혼신을 다하는 움직임으로 화제가 되었다”고 보도하였다. 강효정은 “유명 작곡가인 Michael Gordon 씨가 작품에 영감을 받고 새로 만든 음악도 무용수와 오케스트라, 지휘자 모두에게는 도전이었고 참으로 특별했던 것 같아요”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존 크랑코의 레퍼토리는 물론이고 컨템포러리 발레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 강효정은 2014년 어려운 초연 작품에서 뛰어난 체력과 기량, 음악에 대한 해석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다지며 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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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해외무대에서 한국을 빛낸 무용가(2) 신창호
〈Platform〉으로 인스부르크발레단 9회 공연
안무가 신창호의 작품 〈Platform〉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채택되어 2014년 1월 12일, 26일과 2월 2일, 5일, 8일, 14일 Tyroler Landestheater Innsbruck에서 공연되었다. 2013년 12월 공연까지 합치면 모두 9회 공연이었다. 신창호는 2013년에도 〈No Comment〉를 이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채택시켜 14회나 같은 장소에서 공연했다 신창호는 “〈Platform〉은 동유럽의 정서가 깔려있다.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면서 받았던 이미지를 토대로 만든 데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다 보니 인스부르크발레단 단원들이 공연했던 작품들과 그 분위기나 정서가 비슷하다고 느낀 것 같았다. 이번 작업을 통해 단원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경험하고자 하는 바람이 더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작업 후의 소감을 말했다.
한국 안무가의 작품이 해외 투어를 통해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직업무용단의 시즌 레퍼토리에 포함되어 소개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작품이 터키와 독일의 발레단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것과 함께 신창호의 연속 공연작품 수출은 한국 안무가들의 상품성을 담보하는 신호탄이란 점에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신창호가 안무한 〈No Comment〉는 2014년 9월에는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극장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예술제에도 초청받아 공연했다. 신창호는 올해 Carla van Zon (뉴질랜드 Auckland Festival 감독), Paul King (미국 White Bird Festival), Robert van den Bos (네덜란드 Anmaro 공연 기획자)에게 〈No Comment〉〈Platform〉 〈This performance is about me〉 〈Body Investigation〉을 프리젠테이션 했고, Neil Ieremia (뉴질랜드 Black Grace Company 감독)와 공동 작업을 위한 교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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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해외무대에서 한국을 빛낸 무용가(3) 김효진
〈Madame Freedom〉 L.A 레드켓 극장에서 공연 호평
레드켓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안에 만들어진 컨템포러리 아트 전용극장이다. L.A의 랜드마크로 세계적인 현대예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극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레드켓 극장에 미디어 퍼포먼스 <자유부인>이 2014년 레드켓 극장의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에 공식 초청작으로 초대되어 10월 2일부터 5일까지 4회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 작품에서 안무와 연출을 맡은 김효진은 “레드켓 공연은 극장의 공식 초청 자체가 보증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객석 매진은 물론 LA타임즈에 공연 소식, LA위클리에 꼭 보아야 할 5가지에 링크되어 실린 프리뷰, 예술 전문 월간지 아트 인 아메리카에 LA의 어젠다로 소개된 것만 보더라도 레드켓 극장의 위상을 알 수 있었다”라고 공연 전후의 분위기를 전했다. <자유부인>은 2013년에는 영국의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도 초청되어 언론의 호평을 받았었다. 이 작품의 초연 제목은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Dancing Up the Mountain)였다. 2013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제목을 <자유부인>(Madame Freedom)으로 바꾸었다. 김효진은 “움직임의 관점에서는 초연에서 작업한 일상적인 습관에서 포착한 동작을 확장시켜 문학적 상상을 할 수 있게 이끈 안무를 자유부인의 내면표현을 위한 몸 언어로, 또 자유부인의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면 묘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작품에 스며들었고, 사용된 영화클립의 무대연출을 위해 사교춤도 함께 구성되어 자유부인의 춤이 이미지와 함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안무로 확장하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효진은 <자유부인> 공연 후 10월 7일에는 미국의 The Sharon Disney Lund Dance Theatre에서 〈Dancing love inspired Cheayong Dance〉를 연이어 공연했다. <자유부인>은 ‘예술과 기술’을 주제로 한 2013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공식초청에 이어 올해 레드켓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프레젠테이션 공식초청을 통해 그 예술성을 확인 받으면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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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해외무대에서 한국을 빛낸 무용가(4) 김보라
<혼잣말>로 6개국에서 연이어 초청공연
김보라의 2014년은 두달 걸러 한번 이상으로 해외공연이 이어지는 분주한 한해였다. 2012년 6월에 초연한 <혼잣말>은 지난해 10월 서울댄스플랫폼에서 외국의 프레젠터들에게 공개된 이후 올해만도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6개국에서 잇따라 초청되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혼잣말> 외에도 <꼬리의 언어학>〈Thank you〉 등 연이어 빼어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안무가 김보라는 어느 새 세계의 춤시장이 주목하는 한국의 안무가로 부상했다. <혼잣말>은 올 2월에는 요코하마 댄스컬렉션에서, 5월에는 네덜란드 KORZO NDT와 프랑스 Ren contres chore Graphiques에서 초청공연을 가졌다. 8월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탄츠 메세에서 공연되었고, 9월에는 오스트리아 Light on Light off 페스티벌에서, 12월에는 벨기에 December Festival에서 공연된다.
김보라는 11월에는 말레이시아 “TARI" 아시아 댄스 페스티벌 〈Bow〉의 조안무자로 작업에 참여했다. 올해 2월에는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EX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7월에는 바르나 국제 발레 콩쿨의 컨템포러리 부문 안무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왕성한 해외공연 활동 때문인지 김보라는 올해 ‘댄스프로젝트 보라’ 라는 새로운 단체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곳 저곳으로부터 공연제의가 많다 보니 제대로 된 컴퍼니 체제는 아니더라도 단체의 골격을 갖추는게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스태프들이 구성이 되어 그때그때 작업하는 프로젝트 무용단 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보라는 내년 2월 요코하마 댄스 콜렉션에 다시 초청되어 신작을 선보이는 것으로 2015년 해외공연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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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해외무대에서 한국을 빛낸 무용가(5) 이선아
프랑스 Josette Baïz Grenade 컴퍼니에 작품 〈Waves〉 전수
이선아는 2014년 3월에 자신의 솔로 작품 〈Waves〉를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 베이스를 둔 Josset Baiz Grenade 컴퍼니에 전수했다. 컴퍼니는 이선아의 <파동>을 프랑스 마르세유 지역 극장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리옹의 무용의 집(Maison de la Danse, Lyon)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선아를 포함해 6명 여자 안무가의 작품이 전수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Welcome〉이다. 다른 5명의 안무가는 Blanca Li(스페인), Germaine Acogny(세네갈), Dominique Hervieu(프랑스), Katharina Christl(독일), 안은미(한국)이다. 4월에는 자신의 안무 작품 〈Trollitude〉를 파리의 Le Regard du Cygne 극장의 초청을 받아 공연했다.
올 가을에는 2015년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안무가 Luc Petton의 워크샵 및 오디션에 참가하여, 2015년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에 초연될 〈Light Bird〉에 한국 무용수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2015년 5월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 4월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 및 일본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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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해외무대에서 한국을 빛낸 무용가(6) 이수빈
바르나 국제 발레 콩쿨 3관왕
이수빈은 2014년 7월 14일부터 30일까지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열린 바르나 국제발레콩쿨에서 주니어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주니어 부문 최고상은 시니어의 그랑프리에 해당하는 상이다. 이수빈은 최고상 외에 재능있는 젊은 무용수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인 Emil Dimitrov 상과 Special Distinction 상도 수상하는 등 3관왕이 되었다. 이수빈이 올해 바르나 국제 발레콩쿨에서 춤춘 작품은 4개의 클래식 발레 솔로(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 코펠리아에서 스와닐다, 에스메랄다,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아)와 전준혁과 함께 춤춘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 그랑 파드되, 그리고 김보라와 조주현이 안무한 2개의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 등 모두 7개였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쿨(YAGP)에서는 주니어 부문 동메달을 받은 바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수빈은 국립발레아카데미에서 발레를 시작, 선화예중을 졸업하고 선화예고를 다니다 중퇴, 2011년부터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로 입학할 예정이다. 내년 3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발레단의의 초청을 받아 <백조의 호수>에 주역 무용수로 출연할 예정인 이수빈의 최종 목표는 영국로열발레단에 입단해 프로 무용수로서 생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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