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유독 각 지역 시 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이 많았다. 지역에 기반을 둔 공공 무용단과 단체의 예술감독은 해당 지역 춤계의 활동을 리드하는 중심에 서 있다. 이들 중에는 얼마 전 선임된 새 얼굴도 있다. 최근 정기공연을 중심으로 지역 춤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예술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한해 활동과 새해 계획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지역 공공무용단 예술감독 연속 인터뷰(1) 대구시립무용단 홍승엽
무용수가 핵심이다
권옥희 1981년에 창단된 대구시립무용단은 국내 유일의 시립 예술단 체제로 운영되는 직업무용단으로 그 역사가 짧지 않다. 새로 예술감독을 맡게 된 소감은? 홍승엽 감독직을 하고 싶다고 매달린 상황이 아니었다. 주위로부터 권고도 받고, 설득도 당하고... 물론 선택은 내가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내가 맡아서 해야 할 상황이구나. 여기서 일하라는 거구나... 축하받을 일은 아닌 것 같고, 어쨌든 나는 무용에 대한 모든 것을 순리로 받아들인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11월 26일과 27일 무대에 올린 ‘올 어바웃 댄스-현대무용을 말하다’는 수작으로 평가받은 최근 컨템포러리댄스의 소품을 한데 모은 기획공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프로그램 선정을 위한 프로그래머를 추천했고 27일 공연에서는 직접 해설을 맡기도 했다. 극장과 관련 상주 예술단체가 협력한 좋은 사례하고 생각된다. 공연 후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변수가 많았던 내용이다. 11월 초에 부임, 극장측에서 11월 중 공연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고, 생각해보니 가능할 것 같았다. 프로그래머로 장승헌씨를 극장 측에 추천했고, 그렇게 진행된 일이다. 기획하고 공연까지 3주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보니 예산, 무용수들의 스케줄 문제, 극장에 맞는 작품의 스케일 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30대 전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안무자들의 작품 수준은 괜찮았다. 일정 수준에 있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여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하지만 이 공연은 무용단의 기획이 아닌 대구 문화예술회관의 기획이고 나는 단지 조언을 해주는 정도였다.
댄스 시어터 온과 국립현대무용단의 초대 예술감독을 맡는 등 민간 전문 무용단과 국립단체의 수장으로서의 경험이 대구시립무용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국립현대무용단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국립현대무용단에서의 경험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운영 방식은 ‘댄스시어터 온’에서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말하자면 ‘댄스 시어터 온’에서의 경험이 국립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용단의 구성원들과의 소통력과 결속력에 대한 내 나름의 노하우는 ‘댄스시어터 온’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무용수들로부터 예술가로서, 관리자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창단초기부터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스템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예술작업을 할 때, 무용수들을 이끄는 방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신뢰이다. 무용수들의 감성, 재능을 끌어내고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선명한 리더가 있을 때, 행정가의 역할은 적절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만들어주는 일이 최선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무용수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핵심을 보지 못하는 리더는 자격이 없다. 무용수가 핵심이 되도록 만들어내야 된다. 프로젝트 단체나 상주단체를 이끈다는 것, 운영 면에 있어 좀 다른 점도 있겠지만 결국 같은 예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을 나온 이후 독일에서의 3개월 동안의 작업에서도 확인한 시스템이다. 그들의 시스템도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직업 무용단은 무용수가 핵심이고 서로간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구시립무용단의 무용수들과의 만남은 어떠했나? 나 스스로 몸을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용수들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단시일 내에 그들의 눈빛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이 이 방법이다. 직접 보여주고 함께하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팀워크를 끌어올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축구팀과 비교 하면 쉽다. 선수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감독과의 소통이 되지 않으면 팀과 게임은 엉망이 된다. 하지만 현재의 기량이 좀 떨어지는 선수라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존감을 스스로 찾게 도와주고 감독의 솔선수범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시너지가 생긴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감독의 근본적인 능력을 의심해야 한다. 무용수들이 예술적으로 스스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포기상태가 되면 무용수에게 있어서 무용단은 단지 생계를 위한 직장이 되어 버린다. 전적으로 무용수 탓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용수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놓쳐버리고, 타성에 젖어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구시립무용단원이 38명이다. 무용단을 이끄는 감독인 나를 믿고 성실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계속 함께 할 것이다. 캐스팅이 문제다. 단원들에게 캐스팅되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마라. 열심히 하면 빛나게 될 것이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미리 일러두고 싶다.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5월에 신작을 올릴 계획이다. 그리고 8월에 해외 공연을 갈 수 있는지 타진해 볼 것이며, 10월쯤에는 레퍼토리를 준비해서 현대무용을 시민들한테 보여줄 예정이다.
대구시립무용단이 앞으로 활동하는데 있어서 예상되는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누구 입장에 보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이다. 민간단체를, 그리고 프로젝트 단체인 국립현대무용단을 이끌어 봤고, 앞으로 상주단체에서의 노하우가 더 쌓일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바뀌었다고 대구시립무용단이 갑자기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보다 연습은 맹렬해 지지만 오히려 공연 활동량은 줄여야 한다. 당분간 에너지를 집중시켜서 제대로 된 예술 단체로서 다시 틀을 잡기 위해서 가장 근본적인 기초적인 작업부터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용수들이 스스로 ‘이래서 예술을 하는구나. 나는 이래서 예술가가 되고자 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나로서도 가장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는 곳이 그 부분 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의욕이 많다.
대구시립무용단을 향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용단의 중심에 무용수들의 뿌리를 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용수들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무용가로서의 자긍심, 자존감 실력으로 앞으로 다른 예술감독이 오더라도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드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눈을 뜨면 변화는 빠르다. 그리고 관객은 당연히 가장 진화된 작품을 봐야한다. 대구시립무용단이 대구에서 무탈하게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 서울은 발전하고 있었다. 작품수준, 공연 수준의 평균을 얘기하면 안 된다. 직업단체는 평균보다 월등히 잘해야 한다. 가장 앞선 문화의 생장점 역할을 할 수 있어야만 그 존재가치가 있는 예술이 현대무용이다.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무용계를 고민하고 있다. 후배들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에 있을 때 편지 형식으로 홈페이지에 올리곤 했었다. ‘우리나라의 현대무용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위기에 있다. 여러분들은 위기의 순간에 있다. 내가 감지한 시대환경으로는 현대무용계가 이미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으며, 바닥에 부닥치기 직전에 국립현대무용단이 생겼다. 기사회생의 기회이다.’ 등. 이 위기는 몇몇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70-80년대에 대학 진학을 위해 무용을 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 결과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많은 무용과 대학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은 경영을 했다. 현재의 우리나라 무용은 아카데미로 해서 그 기틀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용과 대학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 당시, 무용 전공자만으로도 객석을 채울 수 있었지만 이후 인구가 줄면서 무용학과 폐과로 이어졌다. 무용과 학생으로 채울 수 있었던 객석의 관객은 현재까지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무용학과에서 배출한 학생들의 위기, 당연한 수순이다. 무용 중에서도 발레나 한국무용이 갖고 있는 학원시장조차 만들어지지 않는 현대무용은 현장예술가들이 아르바이트 강사일 조차 구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이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일반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사회에 현대무용은 살아남지 못한다. 어떤 사회든 순수예술을 반드시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다.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미 20년 전부터 예정되어진 시대환경이다. 현대무용인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뜻이다. 예술가를 위한 예술이 되면 안 된다. 관객을 위한 예술이 되어야 한다.
공연 개막 전인데... 오랜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건투를 빈다.
인터뷰 내내 홍승엽 감독은 무용수에게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발전을 토대로 같이 성장해야한다고도 말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생각해볼 것도 없이 너무나, 지극히 당연한 말이건만(실천여부는 차치하고) 생경하게 들렸다. 예술감독이라는 이들의 딴 짓거리를, 전횡을 너무 많이 본 탓이겠거니. 무용가(홍승엽)가 저 창망한 춤의 바다에 지도 한 장 없이 자신을 내던졌던 세월을 지나 이제 그가 그 시간 속에서 자아를 파악하고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왔던 시간을 또 합해 보는 자리에 섰다. 그는 무용수들이 제가 살아가는 뜻을 튼튼하게 느끼며 살 수 있을 만큼, 춤으로 그리는 세상을 자신이 세워주고 싶다고 한다. 저마다의 꿈이 이루어지는 춤의 세상은 꿈같이 그리운 세상이고, 또한 저마다 피워 올리는 그 연기는 또 하나의 세상에 대한 열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춤으로 꿈꾸며 만나거나 이룩하려고 하는 그 세계는 예술감독 그 나름으로 또 다른 꿈을 피워 올리는 세계일 것이다. 아마도 큰 이야기가 있을 듯하다. 그런데 큰 것은 작은 것 속에 있다. 춤을 만드는 것도, 춤추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중심인 것이다. 사람을 귀하게 바라보기를 그치지 않는 정신의 한 태도에, 작은 것을 엄숙하게 바라보는 태도에 큰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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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공무용단 예술감독 연속 인터뷰(2) 부산시립무용단 홍경희
관객들에게 더욱 문호 개방하겠다
인터뷰_장광열(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부산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작품으로 11월 20일과 2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 <춤추는 영혼-2014>는 어떤 작품인가? 홍경희 2013년 부산시립무용단 창단 40주년 기념작으로 초연되었다. 조선의 판타지 소설 「이생규장전」을 모티브로 한 영원불멸의 사랑 이야기를 고전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본 작품이다. 이규보의 「이생규장전」은 조선시대의 여인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적극적이며 활달한 여인 최랑과 그녀와 신분 차이가 나는 이생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으로 올린 작품을 올해 다시 재공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해 부산시립무용단으로 부임하면서 레퍼토리화 작업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게 있었다. 때마침 2013년은 부산시립무용단 창단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 기념공연으로 적합한 작품을 구상하던 중, 부산시립무용단의 40주년에 걸맞고, 무용단 특색을 살리며, 더불어 한국적 색깔을 보다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보겠다는 생각과 판타지가 이 시대의 일반적 화두가 아닌가 라는 생각에서 이규보의 「이생규장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사랑이라는 화소를 통해 제도·관습·운명관·전쟁 등 시련의 현실 상황을 초월한 환상적이면서 애절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작품화 하게 된 것이다. <40-춤추는 영혼>이란 제목으로 40주년 창단 기념공연을 했고, 공연 뒤 호응도가 매우 좋았다. 제작 초기부터 레퍼토리 작업을 생각했던 터라 올해, 다시 재수정하여 부산시립무용단 레퍼토리 공연 <춤추는 영혼- 2014>을 올리게 된 것이다.
재공연을 하면서 초연 때와 어떤 점이 달라졌는가? <춤추는 영혼-2014>에서 달라진 것은 장면마다 작년에 만족하지 못했던 안무와 무대 세트, 조명을 보완 수정했다. 장면마다 가슴에 남을 그림을 만드는 것에 치중했다. 예를 들어, <40-춤추는 영혼>에서는 무대 뒤 상단 무대를 상수쪽 비탈길만 사용했었는데, <춤추는 영혼-2014>는 무대 뒤에 상·하수를 잇는 상단 무대를 설치해 그곳을 주인공들의 자리로 활용했다. 2013년 공연에 비해, 안무와 춤의 완숙도, 무대 활용, 조명, 세트가 모두 좋아졌다, 작년하고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이었다, 레퍼토리 할 만한 작품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늘 공연을 마치면 좋았던 점 보다는 아쉬움이 더 남기 마련이다. 아쉬웠던 점은 무대 셋업 기간이 짧아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부산문화회관의 사정상 대관이 밀리다 보니 상주 단체에 더 많은 작업 일정을 배려해 주지 못하는 고충이 있다. 무대 셋업 기간이 짧은 것은 부임 해오면서부터 계속 문화회관에 건의 해오고 있는 사항인지라 2015년부터는 좋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다른 하나는 의상을 보완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 공연 때는 이 두 가지를 보완해 또 다른 작품이 탄생되길 기대한다.
올해 부산시립무용단은 어떤 공연을 선보였으며,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올해 상반기 정기공연 작품으로 인생여정을 그린 <순례>(5월 29-30일)를 공연했다. 인생이란 “어떻게 살다가 또, 그 가는 길엔 무엇이 있는가”란 화두로 삶에 의문을 던져 본 작품이다. 하반기 정기공연으로 <춤추는 영혼-2014>를 무대에 올렸고, 단원들의 전통춤 무대인 <우리춤 산책>(1월 22-23일)과 단원들의 창작 무대인 <한여름밤의 춤작품전>(8월 14일), 부산지역 무용 동호인과 부산 시민과 함께하는 <여름마당춤판>(7월 17-18일)을 공연했다. 해외공연으로는 미얀마·캄보디아에서 <찬란한 유산>(9월 25일-10월 1일), 터어키 앙카라에서 개최된 세피카 코틀러 세계음악축제 개막공연에 초청되어 창작 작품인 <연>과 민속 작품인 <찬란한 유산>(10월 27일- 11월 3일)을 공연했다. 12월에는 ‘청소년 특별공연’과 ‘사랑나눔 송년공연’, ‘부산시립무용단·부산무용협회·국립부산국악원과 함께하는 춤·갈무리’ 공연이 남아있다. 2015년에는 무용단의 문을 더 활짝 열어볼 계획을 하고 있다. 시즌별 공연 활성화 및 ‘여름마당춤판’을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여름마당축제’로 확대할 계획이고,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변화하는 무용단 모습을 구상 중이다.
부산시립무용단에는 언제 부임했으며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그동안 춤계에서 활동한 이력을 소개해 달라. 부산시립무용단에서 나의 공식 직함은 예술감독겸 수석안무자이다. 2013년 1월 1일자로 부임했다. 그 이전에 서울시립무용단 수석단원 및 지도위원,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단장 겸 안무자,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겸 상임안무자로 활동했었다.
현 시점에서 부산시립무용단이 활동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전국 시·도립 무용단 중 맏형이 부산시립무용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반사항이 제대로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현실적으로는 공연제작 예산이 좀 더 확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제작 예산이 적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재임하는 동안 부산시립무용단을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용단의 운영 시스템과 단원들의 실력이 모두가 전국 시도립 무용단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올해로 레퍼토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첫발을 내딛었으니 잘 정착시키고 발전시키고 싶다. 앞으로도 부산시립무용단의 정체성과 특징이 두드러진 작품이 계속 나왔으면 한다. 늘 공연을 준비하면서 “관객에게 감동, 단원에게 기쁨"이란 내 나름대로의 모토를 갖고 있다. 그 모토를 확인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도 그런 생각으로 단체를 운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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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공무용단 예술감독 연속 인터뷰(3) 광주시립무용단 김유미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걸맞는 발레 컨텐츠를 만들겠다
인터뷰_장광열(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광주시립무용단 정기공연으로 지난 11월 6-7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 <돈키호테>는 어떤 버전의 작품인가? 김유미 제112회 정기공연 작품인 <돈키호테>는 ABT의 버전을 바탕으로 재안무한 작품으로 ‘키트리의 웨딩’이라는 소제목답게 정열적인 스페인 음악과 그에 걸맞게 구성된 화려하면서도 코믹한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1990년 광주시립무용단에 의해 전막공연을 올렸던 작품으로 광주시립무용단의 주역 무용수로 첫 데뷔한 작품이기에 나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초연된 지 사반세기가 다가오는 작품이란 점에서 광주시립무용단의 역사성을 담보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때와 어떤 면에서 달라졌는가? 나는 이번 <돈키호테>에서 재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초연 때의 감성을 살리고 더욱 안정되고 세련된 무대를 위해 무대장치와 의상 등을 수정·보안하였다. 또한 러시아 페름 발레단의 주역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뛰어난 테크닉과 함께 우리 단원들과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임으로써 최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예술감독으로서 느낀 공연 후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광주시립무용단 주역 무용수의 부상으로 우리 주역들이 함께 공연을 올릴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러시아 주역무용수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원들의 기량향상과 더불어 고전 레퍼토리와 주제 형식 등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발레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주역무용수들을 통해 이틀간 완성도를 높인 공연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1,700석의 공연장을 이틀간 꽉 채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을 정도로 즐거워했다. “손에 꽃이라도 몇 송이 쥐고 있었더라면...” 하는 관객이 있었는가 하면 “러시아에서 공연을 보는듯한 착각을 했다”라는 관객까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성공적인 공연이었음에 행복했다.
올해 광주시립무용단은 어떤 공연을 선보였으며,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MODERN BALLET FESTIVAL’과 ‘행복을 주는 기쁨의 발레’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짊어지고 갈 차세대 지도자들을 배출한다는 계획 아래 광주시립무용단 단원들에게 무용수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창작과정과 무대예술 공연의 제작과정까지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소품들로 한 해를 시작하였고, 러시아 페름 발레단 주역들과 함께 한 정기공연인 <백조의 호수>와 <돈키호테>는 풍성하고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발레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류 사업으로 올해는 광저우발레단과 함께 클래식 작품뿐 아니라 모던‧창작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공연하였고, 광주시립무용단과의 MOU체결로 앞으로 활발한 문화교류 사업이 지속될 예정이다. 또 2014년 광주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으로 꾸며진 <까르미나 부라나>는 광주시립합창단과 서울국립합창단, 그리고 광주시립교향악단과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광주시립무용단과 무대를 꾸밈으로써 더욱 빛이 났던 공연이었다. 그리고 상반기와 하반기를 ‘찾아가는 예술단’ 공연과 ‘문화의 달’ 공연들을 통해 아시아 문화수도 광주답게 문화공간의 장을 넓히고 시민문화향유의 기회증진 기여를 위한 사업으로 시행했다.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호두까기 인형>을 앞두고 있다.
광주시립무용단에는 언제 부임했는가? <춤웹진>의 독자들을 위해 개인적인 이력도 소개해 달라. 2009년 광주시립무용단 단장이라는 직함으로 부임했다. 시립예술단들의 조례 개편으로 단장 이란 직함이 2012년 예술감독으로 바뀌었다. 2012년 연임을 끝으로 2013년 다시 공채를 하게 되었으며, 당시 공모에 합격하여 2년 동안 새롭게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광주시립무용단은 2년씩 연임과 재임이 가능하며, 예술감독이 안무도 겸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후 조선대학교(석사), 전남대학교(박사)에서 수학했으며, 국립 러시아극장예술대학교 무용대학 기치스(GITIS-RATI) 발레지도자 과정을 졸업했다. 전북대학교, 국민대학교, 조선대학교 무용과 외래교수와 광주시립무용단 상임 수석단원, 광주시립무용단 훈련장으로 활동했으며 2009년부터 3년 동안 광주시립무용단 단장으로 재임했었다.
광주시립무용단의 단장과 예술감독으로 적지 않은 기간 재임하면서 광주시립무용단을 위해 여러 개의 작품을 안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작품들이 있는가? 광주시립무용단에서는 클래식 작품뿐 아니라 한국 창작발레와 모던발레를 정기공연과 기획공연 및 특별공연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2009년에 안무한 한국창작발레 <명성황후>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태권무나 검무 등은 대학의 전공부를 참여시켜 산・학 협력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2010년에 안무한 <오월의 빛>은 광주의 민주・인권・평화로 구성된 3장의 모던 발레 작품으로서 해마다 5월에 민주화 운동 기념 공연으로 활성화되어 공연되어지고 있다. 2011년 안무한 오페라발레 <망부운> (望夫雲)은 중국에서 활동한 정율성 작곡의 오페라를 발레화한 작품이며, 그해 안무한 한국 창작발레 <성웅 이순신>은 전 박금자단장님의 <우수영의 원무>를 수정·보안하여 재안무한 작품이다. 2012년 안무한 창작발레 <빛고을 판타지>는 광주시립무용단 최초로 모던발레와 영상예술과의 만남을 시도했고, 2013년 안무한 창작발레 〈K-아리랑〉은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발레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2014년에는 음악극 <카르미나 부라나>의 안무를 맡았다.
현 시점에서 광주시립무용단이 활동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광주시립무용단은 올해로 창단된 지 48주년이 되었다. 발레를 전공하는 단원들로 구성된 직업발레단체임에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무용단의 명칭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광주시립발레단으로의 명칭 변경을 요청했지만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재임하는 동안 광주시립무용단을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예향 광주를 대표하는 시립 무용단체로 클래식발레 뿐 아니라 한국 창작발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발레를 세계에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이같은 그동안의 노력들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한국 창작발레의 모체로서 아시아 문화수도에 걸맞는 작품들을 제작할 예정이다. 2015년 국립아시아 전당 개관과 함께 앞으로 국립아시아 문화수도다운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하여 공연예술의 부가가치 창출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루는데 또 하나의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2015년에는 어떤 작품들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년에는 그동안 문화예술회관 개관과 함께 자리했던 보금자리를 떠나 좀 더 나은 환경을 갖춘 곳으로 무용단의 연습실을 이전한다. 이를 계기로 단원들의 기량향상과 안무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인 수시공연과 년 3회의 정기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국립아시아 전당 개관 축하공연과 대학생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 대회 행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며, 외지 초청공연 및 중국과의 교류공연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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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공무용단 예술감독 연속 인터뷰(4) 전북도립무용단 김수현
전승과 창작 통해 관객과의 소통 확대하겠다
인터뷰_장광열(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전북도립무용단 정기공연 작품으로 11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 올린 <행복동 고물상>은 어떤 작품인가? 김수현 TV매체의 뉴스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 노년세대의 치매와 해외 고려장 사건 등을 보면서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이번 작품을 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현대병으로 대두되고 있는 치매와 신고려장의 이야기를 ‘행복동 고물상’ 이라는 가상 장소의 노부부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사회의 병들어가고 있는 실버노인들의 아픔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관심도 더 높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 부문에 가장 중점을 두어 안무했는지 궁금하다. 이 사회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슬픔 자체로 풀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연을 곁들여 작품 속에 녹여내려고 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애틋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보여주는 할아버지의 순애보, 고물을 주워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독거노인 이여사, 노부부의 거처인 고물상을 팔아넘기고 노부부를 해외에 버리는 아들과 돈놀이를 즐기는 복부인, 가상의 인물들인 망태기 꾼으로 분한 비보이들의 코믹한 움직임, 고물상에 존재하는 지금은 쓸모없어진 폐고물들을 의인화한 캐릭터들 등이 그런 장치로 사용된 것들이다. 유쾌하게 웃고 울다가 보면 어느새 삶이란 누구나가 늙어가는 길이라는 걸 일순간 깨닫게 되도록, 그리고 관객들이 한국무용은 재미없다고 하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정기공연으로 올린 신작이니 만큼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였다. 공연 후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용단의 빡빡한 공연일정 때문에 실제로 제작과정에서 너무 시간이 없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단원들 모두가 좋은 작품,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늦게까지 다함께 걱정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그 작업과정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었다. 무대 후면에서 라이브 연주를 통해 다양한 국악기의 울림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살려낸 연주단체 ‘불세출’의 음악을 비롯해 원작 양혜란, 대본각색 및 연출 안경모, 조명디자인 김철희, 무대미술 이종영, 의상디자인 민천홍, 영상 도지만 등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이 안무의 큰 조력자로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 덕에 공연 후 “무용이 재미있다” “현 사회 문제를 반영한 신선한 소재여서 공감이 갔다”라는 등 호평과 함께 재공연을 원하는 여론들이 많아 대중성을 염두에 둔 작업으로서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 같다. 반면에 이번 정기공연 한 작품만을 관람한 관객들의 경우 전통춤이 전무하고 너무 유쾌해서 가벼워 보이는 작품성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다. 실제적으로도 창작과정에서 재미를 쫓다보면 예술성이 결여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절충점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올 1월 전북도립무용단의 책임자로 부임이후 어떤 공연을 선보였으며,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매주 열린 상설공연에는 전통과 민속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 창작 작품들이 새로 제작되어 올려졌다. 중극장 규모의 극장에 맞는 4개의 민속무용 계열의 작품을 새로 만들었다. 상설공연에서는 단원들이 보유한 민속작품들을 재구성하여 소규모 형태로 단원들이 고루고루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직업무용단의 단원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무용수들의 개성과 재능을 드러낸 작품들로 출연진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중국 공연에서는 창작작품과 민속작품들이 공연되었다. 올해부터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교류 공연을 좀 더 다양하게 진행 할 예정이다. 올 12월 경북도립국악단 무용단과의 교류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인천, 울산과의 교류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상반기에는 올해와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정기공연을 가지려 한다. 전북지역의 소재를 발굴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가장 모던한 프레임 속에 가장 전통적인 우리춤이 담겨지는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도립무용단 체재에서는 무용단 운영 책임자의 직함은 어떻게 사용하는가? <춤웹진>의 독자들을 위해 개인적인 춤 이력도 소개해 달라. 공식 직함은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 단장이다. 그러나 거의 예술감독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도립국악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3개 단체가 공존하다보니 각 단체의 장은 단장으로 칭하고 있다. 그동안은 리을무용단 대표와 배정혜 춤아카데미 대표로 오랜 시간 활동해 왔다.
현 시점에서 전북도립무용단이 활동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중앙에서 진행되던 스타일이 상충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지역에 소재한 공공 직업무용단의 책임자로서 그 지역에 맞는 포커스를 잘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재임하는 동안 전북도립무용단을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무용단은 국악원에 소속된 무용단체인 만큼 민속무용과 궁중정재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 많은 레퍼토리들을 공연 성향에 맞게 고루고루 잘 활용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레퍼토리 구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단원들의 경우 무엇이든 흡수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단원들을 다 솔리스트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공연을 통해 단원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북 도민들이 무용단의 공연을 보면서 무용예술의 흥과 멋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작품을 공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설공연은 전통무용의 다양한 작품을 보유해 국악원 소속 무용단으로서의 면모를 튼튼히 갖추고, 정기공연에서는 관객들과 소통이 가능한 창작 작품을 공연 양날개를 갖춘 무용단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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