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특집] 이순열을 말한다(4)
정곡을 찌르는 안목과 용기
배정혜_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요즘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 될 때가 많다. 젊음이 한창일 때는 일 때문에 만나고 일로 분주히 지나다보면 지인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이 나이되고 보니 진짜 마음에서 지인과 지인 아닌 사람으로 구분 짓게 된다.
 그런 중에도 유별나게 생각이 맑게 떠오르며 만나 뵙고 싶은 분, 그런 분들이 마음에 많지 않다. 이순열 선생님은 나에게 있어 가장 만나 뵙고 싶은 분이다. 나는 이순열 선생님을 무척 존경한다. 막연하게 존경한다는 것이 아니고, 분명한 이유가 있다. 또한 나의 평을 써주셨기 때문에 존경한다는 뜻도 아니다. 여러 가지 조건을 넘어서서 선생님의 인격 자체를 존경한다.
 선생님을 처음 만나뵙게 된지도 어언 35년이 지난 듯하다. 몇 십 년이 지나는 동안 선생님은 한결 같으시다. 어느 직위를 맡으셨을 때도 흔들림이 전혀 없으셨을 뿐 아니라 내가 선생님을 오랫동안 뵙지 못할 때도 한상 변함없으신 분이다.
 나는 선생님에게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선생님의 무용공연 평을 읽을 때나 혹은 어떤 일을 하실 때 옳고 그름을 판가름 하시는 기준점이 너무도 정확하시고 그 기준점의 높이가 아주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춤을 추는 입장에서 볼 때 춤동작의 내용면까지 세심하게 알고 계신다는 것이 항상 놀랍다. 뿐만 아니라 주장하시는 것을 주저 없이 곧바로 발표하심은 경이롭고 존경스러운 마음 헤아릴 수 없다.
 썩어가는 세상을 치유해주시는 선생님께 너무도 감사한 마음을 여지까지 표현을 못했는데 지금 처음 말씀 드리게 되어서 너무도 감회가 깊다. 밀짚모자를 쓰시고 자연과 함께 텃밭을 가꾸시는 모습, 항상 깨어있는 이성을 가지시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매서운 눈을 가지신 예리한 선생님, 순수함이 온몸에 스며있으시면서도 항상 정곡을 찌르시며 용감한 용기를 잃지 않으시고 꼿꼿하게 평생을 사시는 그 모습은 진심으로 찬양할 수밖에 없다. 내가 선생님을 만나는 이 시대에 살고 있음이 너무도 행복하다.

2012.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