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신임 서울시장이 ‘서울시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를 지난 11월 14일 출범시켰다. 보도에 의하면, 이 기구는 신임 서울시장의 공약 사항과 정책 철학을 서울시정에 담아내는 역할을 맡아 2012년 1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정책자문위원회에는 문화환경분과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 문화 분야에서도 새로운 문화 시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본 희망서울정책자문위는 12월 14일 정책토론회를 열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서울시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구체적 시책이 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문화 예술 분야의 새 시책은 1월 하순 이후에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신임 박원순 시장이 문화예술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문화 예술 관련 철학이나 이념이 무엇인지 가늠할 자료는 흔치 않은 듯하다. 이 점에서 그가 지난 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내건 문화 예술 분야 공약은 참고할 만한 기본 생각을 담고 있다. 해당 공약은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되찾겠습니다’는 제목 아래 다음의 다섯 가지 세부 공약을 제시하였다.
1. 모든 자치구에 '동네예술창작소'를 설치하겠습니다
2.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광장을 복원하겠습니다
3.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클러스트' 사업을 실시하겠습니다
4.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시민 참여형 축제로 전환하겠습니다
5. 서울시장이 메세나의 메신저가 되겠습니다
이들 공약에 관한 설명을 세부 공약 별로 인용해보자.
1. 모든 자치구에 ‘동네예술창작소’를 설치하겠습니다
ㆍ목표: 한강예술섬 폐기, 25개 자치구에 ‘동네예술창작소’ 설치․지원
ㆍ수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한강예술섬 프로젝트를 폐기: 대신 25개 자치구에 주민 누구나 쉽고 즐겁게 창작활동
에 참여하고,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동네예술창작소’ 설치․지원을 확대 하겠습니다.
(현재 11개 유사 사업 운영中)
ㆍ구내 유휴공공시설을 효과적으로 개선: ‘동네예술창작소’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도시재생과 지역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데 힘쓰겠습니다.
2.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광장을 복원하겠습니다
ㆍ목표 : 광장을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자 도심 속 휴식의 장으로 전환
ㆍ덕수궁, 한국역사박물관 등과 연계해 서울의 발전사와 민주주의 역사를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자 휴식의 장으로 만들겠습니다.
ㆍ광장에 ‘서울형 신문고’ 설치: 누구나 발언할 수 있게 보장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광장을 변경하겠습니다.
3.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클러스트’ 사업을 실시하겠습니다
ㆍ목표 : 상상력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창업활동 지원, 청년 일자리 및 관광사업과연계
ㆍ서울에 새로운 문화적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도록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대학생과 창작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클러스트’ 사업을 실시하겠습니다.
ㆍ서울시내 유휴시설 활용: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박물관, 베이징 798예술구 같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개발해 창작자에게는 안정적인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경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문화와 관광을 융합하여 도시를 재생하겠습니다.
ㆍ서울의 이야기, 문화재, 유적지, 거리 등을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지원: 관광객이 서울의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4.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시민 참여형 축제로 전환하겠습니다
ㆍ목표 : 시민 모두가 참여하고 세계인이 찾아오고 싶은 축제 만들기
ㆍ‘하이서울페스티벌’: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이지만 시민의 참여율은
극히 낮은 수준(32%)으로 ‘그들만의 잔치’로 인식되곤 합니다.
ㆍ매년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 진행되는 100여 개의 각종 행사와 연계하고 대학생, 창작예술인 등 다양한 시민의 참여
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서울의 특징을 살려 옥토버페스트, 리오카니발처럼 모두가 참여해 즐기는 세계적인 축제
로 변화시키겠습니다.
5. 서울시장이 메세나의 메신저가 되겠습니다
ㆍ목표 : 메세나 매칭펀드 개설, 아트 페어 등을 통해 창작인 활동 지원
ㆍ열악한 환경 속에서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시와 기업이 힘을 모으겠습니
다.
ㆍ문화예술단체와 창작인들에 대한 기업의 후원활동에 서울시가 기금을 지원하는 ‘매칭펀드’를 실시하겠습니다.
ㆍ서울시청과 각 구청의 시설을 활용해 젊은 창작인들이 전시․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아트 페어’의 자리
를 마련해 원활한 작품의 유통을 돕겠습니다.
이들 공약을 보면 박원순 신임시장의 이전 이력에서 대개 짐작할 수 있은 대로 시민 참여, 상상력 고취, 창작 시너지 창출, 일상 공간과 예술의 접목, 기업과 문화 예술의 연계를 주축으로 문화 시정을 펼쳐나갈 의지가 강함을 읽게 된다.
흔히들 우리나라 선거에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기 마련이라는 인식이 강하므로, 공약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풍토는 관행이 되었다. 으레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런 공약을 했던가 하며 짐짓 망각하는 태도마저 흔하다. 무책임 당파 정치에 시달린 시민들로서는 그런 풍토나 태도에 분노할 필요성마저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정쟁과 공약에 식상했다는 말이다. 이런 흐름의 끝에 당선된 신임 서울시장은 자신이 당선된 원동력의 이면에 공약을 철저히 지킬 것을 바라는 새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고, 또 평소 그의 언행에 비춰 시민과의 약속 즉 공약을 성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급작스럽게 추진되었으므로, 후보자가 깊은 조사나 검토 과정 없이 공약을 마련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혹자는 그가 내심 무리한 공약을 내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박원순 후보의 문화 예술 분야 공약을 훑어보면 서울시 재정을 막대하게 투입하려 한 기존 사업을 철회하고 도리어 서울시가 (보이지 않게) 갖춘 문화 예술 자산을 활성화시켜 십분 활용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내걸었으므로 무리한 공약들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공약들이 민주적 문화 향유ㆍ창조ㆍ참여처럼 시대정신을 지향하므로 우리 시대에 부적절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공약을 지금 시민과 창작인의 입장에서 힘껏 실천하려는 초심이 시간이 갈수록 혹시 변질되거나 안일함이나 나태함을 보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는 노파심은 있다.
춤계 한 사람의 입장에서, 동네예술창작소, 민주주의 학습의 장, 도심 속 휴식의 장,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클러스트, 하이서울 페스티벌, 매칭펀드, 그리고 아트 페어와 관련하여 춤계가 할 일이나 참여할 일은 많이 상상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나름의 춤 상상을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미 신임 서울시장은 우리에게 춤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자리에서 그런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1월말까지 운영될 자문위에서 구체적 시정 방안을 낼 것이므로, 그동안의 입안 과정에서 앞서의 공약 가운데 어느 것은 강조되고 어느 것은 축소될지 모를 일이고 또 어떤 사업이 추가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각자 상상력의 구체화는 당분간 자제해도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서울시 춤 지원책은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 사업들은 내년에도 공연예술창작활성화지원사업을 비롯하여 다원예술창작활성화지원, 상주단체육성지원, 사랑의문화나눔지원, 서울시 창작공간 지원사업 등으로 이뤄질 것이다. 주로 지원금을 배분하는 이들 춤 지원책은 신임 시장의 공약과 비교하면 우선 매우 소박하다는 느낌부터 준다. 그만큼 신임 시장의 공약의 진폭은 커 보이며, 이 공약대로 실천된다면 춤 활성화를 비롯하여 춤에 상당한 효과를 내지 않을까 전망된다. 서울에 국내 대학 무용과들의 대다수가 집중해 있고 무용인 역시 그러하므로 이들 자원을 집약시키는 방안은 일찍이 필요하던 터였다.
앞으로 서울시 춤 지원책은 서울문화재단의 기존 사업들과 공약 실행에 따른 새 사업들로 구성될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예술인 중심 사업과 시민 참여 사업으로 대별될 것이고 둘 간의 유기적ㆍ선순환적 연결이라는 전에 없던 과제가 제기될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 사업과 새 사업은 부분적으로 중첩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기존 사업 가운데 일부는 새 사업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손질되거나 확대될지도 모른다. 그것의 손질 혹은 확대는 그러므로 상당히 가변적이다. 여기서 지나친 예측은 금물이다. 그렇더라도, 기존의 춤 지원책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려져야 할 것이다. 1월 하순에 선보일 서울시의 새 춤 지원책이 어떠하든 간에 기존의 춤 지원책에 대해 서울시 내부에서 자체 평가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춤 지원책의 청사진에 취하여 기존 춤 지원책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눈감고 어물쩍 넘어 갈 일이 아니라 효율성을 기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를 기대한다. (기존 서울시 춤 지원책의 개선점에 대해서는 본 춤웹진 이번호 인터뷰 기사 참조 -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