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예술, 예술인의 생활, 사회의 역할에 관한 시선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셀린 바케_무용인 / 에오씨무용단



셀린 바케는 파리 상급 댄스 컨서버토리를 졸업하였고
한국 기반의 에오씨무용단 공동 예술감독으로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수행하며 파리의 국립무용센터 강사이다. 


 예술인의 존재와 존재 이유에 대해 많이 물어왔겠지만 그래도 충분하지 않을 듯하다. 프랑스처럼 예술의 역사가 길고 경제력과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을 사회 발전을 기한 나라들처럼 한국도 예술인의 활동에 관한 인식이 진전되고 있다 하겠는데, 그래도 내가 느끼기에는 한국의 사회 노동 시스템에서는 예술인의 지위에 관해 몇 가지 사항들이 필수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인들이 생계를 꾸리는 데 필요한 것은 누가 제공해야 하는가? 물론 예술인들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고용 보험이 예술인들까지 망라하게 되면 예술인들은 생존에 필요한 실업 수당을 최소한이라도 수령할 것이고, 또 이런 조치를 통해 극단적인 상황만은 벗어나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예술인들은 부당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사회 복지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공연 예술인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자기들의 작업에 대해 사회 보장과 취업 안전을 누릴 수 있었고 특히 엥테르미탕(특별실업보험체계)이 발효된 이후에는 더욱 그럴 수 있었다. 공연예술 세계는 직무 성격에서나 조직 측면 그리고 작업 특성 때문에 불규칙적인 직업 영역이다. 더욱이, 다른 활동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연예술계의 취업자들도 직업상의 위험에 다양하게 노출되는데, 고용주는 예컨대 예방 차원의 복지를 스스로 실행하는 데 민감한 편이다.
 건강과 안전은 최대한 배려될 수 있다. 작품 준비 단계에서나 공연 상황에서도 이런 점은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작업 참여자를 모으는 단계에서부터 직업상의 위험은 최대한 예방된다. 짧은 기간에라도 단체를 먼저 반영함으로써 창작 작업과 직무상의 위험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더욱 잘 고려하게 된다.
 지금 한국 예술인들이 당면한 사회적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생계 때문에 부업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여전하지만, 예술인들은 다른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런 가능성에 노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술인들은, 경우에 따라, 현재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자신들의 경제적 안정을 강화하며 또 자신들의 직업과 예술적 목표 수행에 필요한 최저 생계 기준을 보장하는 법 제정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예술인만이 예술인에게 말을 거는 법을 안다.” (앙드레 수아레스)
 현시점에서 “예술인들이 작업에 대해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물론 모든 예술가가 균등하게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되면 무능한 얼치기들이 넘쳐날지 모른다. 경제처럼 문화에도 정부 개입과 자유방임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당신이 예술을 하고 또 생존하길 원한다면 예술은 금전적 가치가 매겨져야 한다. 예술의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들과는 매우 다르게, 예술은 예술의 역사, 예술의 잠재력, 예술 창조자들에 의해 그 가치가 매겨진다. 심지어 예술이라는 것은 가치를 매기기도 어렵다. 말하자면 과연 예술은 제도화될 수 있는가?”
 달리 적당한 사례가 없어서 여기서 나는 한국 예술인들의 말을 인용해 보았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나름의 문제가 있고 해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프랑스에서도 엥테르미탕이 보장하는 지위는 예술가들에게 궁극의 해결책도 아니고 절충안일 뿐이다. 아무튼 예술가들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들에게도 부양해야 할 가족과 돌봐야 할 ‘일상’ 생활이 있다. 예술은 사회와 제도 속에서 특히 그 의미와 위상 때문에 생명이 지속되고 머무는 그런 것이다.

번역

2011.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