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춤과 권리(18)
안무 저작권에 대한 해외의 판단 사례
강민주_법무법인(유)동인 변호사

K-pop 열풍으로 우리나라 가수들의 안무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SNS에 커버 영상과 챌린지가 널리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안무 저작권이 보다 중요해졌는데, 이제는 안무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안무 저작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하는지 궁금하실 수 있어, 이번 칼럼에서는 해외의 안무저작권 관련 사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국내 저작권 법은 저작물의 예시로 “연극 및 무용, 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을 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샤이보이’ 안무 사건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노래의 전체적인 흐름, 분위기, 가사 진행에 맞게 종합적으로 재구성되고, 구성원의 각자 역할에 맞게 춤의 방식과 동선을 유기적으로 구성되며, 기존에 알려진 다양한 춤 동작도 악곡의 느낌에 맞게 상당한 창조적 변형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각 춤 동작들이 곡의 흐름에 맞게 완결되어 안무가 전체적으로 작품으로 인식된다면, 대상 안무는 노래에 맞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 배열한 것으로서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안무 저작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그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2. 10. 24. 선고 2011나104668 판결). 이에, 국내에서는 노래에 맞추어 동작과 몸짓이 창조적으로 조합, 배열된 형태의 안무라면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현재 위 기준에 따라 안무저작권이 다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 저작권법 역시 무용저작물을 저작물의 한 형태로 정하고 있으면서 안무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그간 일본에서 이루어진 안무저작권에 대한 판단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Shall we dance’ 사건
일본에서 개봉된 영화 ‘Shall We Dance’에는 댄스신에 원고인 안무창작자가 고안한 사교댄스안무가 등장하였는데, 피고 업체는 원고에게 허락 없이 위 영화를 비디오로 제작하고, TV로 방영하는 등의 2차적 이용을 하여 2012년도에 원고가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안무는 사교댄스 안무였는데, 이에 대해 일본 법원은 사교댄스는 경기댄스와 파티댄스를 포함하고 있고, 사교댄스의 안무는 기존의 스텝들을 선택하여 조합하고 적절하게 변형하여 하나의 댄스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위 기존의 스텝들 즉, 사교댄스 교과서 등에 수록된 ‘기본스텝’과 그외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PV(Popular Variation) 스텝’은 극히 짧은 스텝이고 사교댄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흔한 스텝이기 때문에 위 스텝을 저작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기본 스텝’에 변형을 가했다 하더라도 ‘기본 스텝’에 대한 변형이 가해진 부분은 ‘기본 스텝’의 범위에 속하는 흔한 것으로 마찬가지로 저작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짧은 신체의 움직임 자체에 특정인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여 독점권을 부여한다면 본래 자유로워야 할 사람의 신체 움직임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되어 타당하지 않기 때문으로 부연하였습니다(東京地方裁判所 平成24年2月28日 平成20(ワ)930).

2. 손동작 안무 사건
원고는 출판사로서, 문제가 된 서적을 출판하면서 노래와 노래에 포함된 손 동작 및 안무를 설명하는 내용 및 일러스트를 개재하였는데, 피고는 위 노래 및 안무의 실연을 DVD로 만들어 판매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서적에 수록된 곡의 안무 저작권을 침해였다는 이유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법원은, 서적에 수록된 동작 중 “하나로 하나로 닌자가 되어, 셋으로 셋으로 고양이가 되어”라는 가사에 맞춘 손동작 안무에 대하여, ‘하나로 하나로’라는 가사에 맞춰 왼손과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하나씩 들고, ‘닌자가 되어’라는 가사에 맞춰 손가락을 든 채 오른손으로 왼손 집게손가락을 쥐는 동작을 하는 것은 흔한 표현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셋으로 셋으로’ 가사에 좌우집게손가락, 중지 및 약지를 세우고, ‘고양이가 되어’ 가사에 맞춰 양쪽 뺨에 손가락을 붙여 고양이 수염을 표현한 동작도 흔한 표현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반짝반짝 작은별’ 노래 가사에 맞춘 손동작에 대하여도 ‘반짝반짝 빛나는’ 가사에 맞춰 양손을 돌리는 것을 별이 도는 모양을 표현한 것으로 누구라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흔한 표현이고, 큰 별과 작은 별을 비교하여 큰별은 양 손을 높게 들어 팔을 돌리고, 작은 별은 가슴 높이에서 양손을 작게 돌리는 것 역시 흔한 표현으로 판단한 다음, ‘노래하고 있는’ 가사에 맞추어 손을 입가로 향한 후 좌우로 흔드는 것 역시 노래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흔한 표현으로 판단함으로써, 원고가 주장하는 손동작 안무에 대해 특별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東京地方裁判所 平成21年8月28日 平成20(ワ)469}.

3. 훌라댄스 사건
원고는 미국 하외이에서 거주하며 훌라댄스를 가르치는 지도자이고, 피고는 일본에서 훌라댄스교습소를 운영하는 협회인데, 원고는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고 1988년부터 피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훌라댄스를 지도하다가 2014년도에 계약이 종료된에 따라 지도를 종료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원고가 창작한 훌라댄스를 계속하여 사용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안무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일본 법원은 훌라댄스는 하와이 민족무용으로, 전통적으로 내려온 고전 훌라댄스와 19세기 이후 멜로디가 추가되어 하와이안 음악과 함께 발전한 현대 훌라댄스로 구별되는데, 본 건 원고의 안무는 현대 훌라댄스이고, 이는 핸드모션과 스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핸드모션의 경우 기존에 있던 핸드모션을 가사에 맞춰 적용한 것이라면 개성이 표현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어떤 가사에 대응하는 동작이 기존 핸드모션이나 다른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동작에 차별성이 있어 독자적이거나 기존 동작에 각색이 가해졌다고 볼 수 있다면 창작자의 개성이 표현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스텝의 경우에는 기존의 것과 현저하게 다른 새로운 것인 경우에는 스텝 자체의 표현에 제작자의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인정될 수 있고, 핸드모션에 스텝을 조합하는 것에 의해 가사의 표현을 증폭시키거나 무용적인 효과를 현저히 높이는 등의 경우에는 핸드모션과 스텝을 일체로 하여 안무 동작에 제작자의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훌라댄스 안무에 대하여 가사에 대응하도록 안무를 만든 것에 대한 창작성을 인정하였습니다(大阪地方裁判所 平成30年9月20日 平成27(ワ)2570).


한편, 미국의 경우, 저작권법에서는 안무저작물을 저작물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별도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고 다만, 저작권청의 해설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조직된 일련의 댄스 움직임과 패턴의 구성과 배열’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법원의 판단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원고는 유명 안무가로 2017년 5분짜리 댄스 영상물을 제작하여 게시한 후 저작권 등록을 하였는데, 게임사인 피고가 위 댄스와 유사한 이모트가 등장하는 장면을 게임에 등장시키면서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게임에 등장하는 이모트에 원고 영상물의 가장 특징적인 파트 4박자가 이용되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1심 법원에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4박자 음악에 맞추어 8개 몸동작을 2초간 조합한 부분”으로 파악하고, 위 부분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short 루틴”이고, 원고의 안무에서 “일부 구성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에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시 미국 저작권청의 지침에서 저작권 보호 대상인 ‘안무(choreography)’와 보호되지 않는 ‘댄스(dance)’ 사이의 구별이 명확하지는 않았으나, 위 댄스 스텝은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위 댄스 영상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안무가는 항소하였는데, 항소법원은 위 1심의 판단을 파기하면서 양 안무 동작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기 위한 “extrinsic test”에 의해 피고의 이모트 동작이 원고의 안무와 유사하다고 인정하였고, 안무는 개별적인 동작 자체가 보호대상이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보호되지 않는 요소들을 안무가가 선택하고 배열함으로써 보호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1심 판결에서 안무의 “자세(pose)”에 집중하여 판단하였음에 반해, 항소심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세 외에도 신체의 위치(body position), 체형(body shape), 신체 동작(body actions), 전환(transition), 공간 활용(use of space), 타이밍, 일시정지(pause), 에너지, 모티브, 대비(contrast), 반복(repetition) 등이 모여서 안무를 구성함을 지적하고, 원고가 팔다리 동작, 손과 손가락 동작, 머리와 어깨 동작, 템포 등의 선택과 배열을 짜맞춘 부분에 창작성이 있으므로 피고 이모트 동작이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동작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Hanagami v. Epic Games Inc. No. 22-55890 (9th Cir. 2023)}.

마지막으로 중국의 경우에도 저작권법에서 무용을 저작물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저작물성을 판단하고 있고, 중국 법원의 판단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는 안무가 및 공연가로서 ‘월광’ 무용을 창작하여 공연을 하였고 국가로부터 수상을 하기도 하였는데, 요식업 가맹점은 운영하는 피고가 ‘월광’ 공연의 배경에 춤동작이 그려진 병풍을 가맹점에 설치함에 따라 원고가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의 1심 법원은 원고의 ‘월광’에 대해 개인의 특성과 표현력이 매우 강하고, 높은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따른 무용저작물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병풍에 나타난 실루엣은 ‘월광’의 춤동작과 유사하여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2018)京0108民初32020号}.

이후 항소심 법원에서는 1심과 달리, 원고의 ‘월광’의 쟁점 동작이 조명, 복식, 신체 곡선을 결합하였을때 미적인 예술효과를 나타내기는 하나, 저작권법상 단독의 단순한 춤동작은 무용저작물의 독창성을 충족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춤동작에 대한 저작물성을 부정하였습니다.

다만, 피고의 병풍이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위 병풍의 모습이 원고의 ‘월광’의 대표적인 공연 장면과 배우 유사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원고로부터 사용허락을 받았거나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오인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는 판단하였습니다{(2022)京民终2161号}.

그런데 재심법원은 ‘월광’의 해당 모습이 조명과 의상, 소품 등을 결합한 무용가의 동작과 자세, 표정을 포함한 전체적 그림 등으로 무용저작물의 독창적인 표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항소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즉, 해당 동작의 인물조형, 배경, 조명의 명암대비 등이 결합된 특정 무용의 자태는 공공의 영역에 포함되는 안무 표현이 아니라, 원고의 독창적인 표현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2023)京民申1039号}.

이처럼 해외 역시 안무저작권에 대하여는 종전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창작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향후 안무가의 권리가 보다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

2024.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