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1. 패러디와 오마주의 정의 및 사례
예술과 창작의 세계에서 패러디(parody)와 오마주(homage)는 창작의 연속성과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법은 법적으로 저작권을 비롯한 현행법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패러디와 오마주의 개념과 공연 및 춤 업계에서의 사례를 살펴본 후, 법률이 이들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법위반과 관련한 판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패러디와 오마주는 어떻게 다를까요?
패러디는 기존의 작품을 풍자하거나 희화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를 변형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패러디는 대개 원작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메시지나 유머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가지게 되는데, 예컨대, 유명한 뮤지컬 곡이나 안무를 코미디 요소로 재해석하여 공연에 활용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반면, 오마주는 존경의 표현으로 특정 작품이나 창작자를 기리기 위해 원작의 스타일, 소재, 혹은 특정 장면을 차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오마주는 원작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원작에 대한 애정과 경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고전 발레 안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거나 뮤지컬의 특정 장면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존경’으로, 원작에 대한 존경심의 표출이 목적이면 오마주, 풍자적 성격이 두드러지면 패러디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공연 예술계에서도 패러디와 오마주는 관객들에게 친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도구로 작용하는데, 뮤지컬 <스팸어랏>의 경우 고전 서사와 중세의 전설을 패러디하여 인기를 끌었고, 고전적인 발레작품인 <백조의 호수> 역시 다양하게 패러디와 오마주가 이루어지는 작품으로, 남성이 백조역할을 하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또한 각종 기록을 갱신하며 큰 유명세를 얻기도 했습니다.
2. 법의 경계에서의 패러디와 오마주
이처럼 패러디와 오마주를 이용한 창작활동은 원작에 대한 재창조와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도 하는데, 동시에 법적인 경계를 넘어설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먼저 원작이 저작물인 경우 패러디나 오마주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이용하고 변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저작권이 보호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및 동일성 유지권 등과 충돌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패러디나 오마주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 견해도 있습니다. 우리 저작권법 제28조에서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하여 정당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기준을 정립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 저작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공정사용(Fair use)에 대한 참작요소와 상당히 유사한 기준입니다.
“기존의 저작물에 풍자나 비평 등으로 새로운 창작적 노력을 부가 , 함으로써 사회전체적으로 유용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점이나 저작권법 제25조에서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른바 패러디가 당해 저작물에 대한 자유이용의 범주로서 허용될 여지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겠으나,
그러한 패러디는 우리 저작권법이 인정하고 있는 저작권자의 동일성 유지권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상 그러한 동일성유지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패러디로서 저작물의 변형적 이용이 허용되는 경우인지 여부는 저작권법 제25조 및 제13조 제2항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원저작물에 대한 비평 풍자 여부 원저작물의 이용 목적과 성격, 이용된 부분의 분량과 질, 이용된 방법과 형태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시장수요 내지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즉, 법원은 예외적으로만 패러디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패러디 및 오마주의 경우 원작에 새로운 창작성을 가하는 방법으로 변형이 이루어진다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의 침해를, 새로운 창작성에 이르지 않을 경우에는 동일성 유지권 침해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반드시 사전에 원작자와 협의를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저작권자의 사망 후 70년간 보호하고 있고 해외 각국에서도 저작권에 대한 보호기간을 유사하게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보호기간이 경과하여 저작권이 소멸한 작품에 대하여는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에 앞서 언급한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의 경우 원작자 측과 협의 없이도 이용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한편, 패러디의 경우 본질적으로 희화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원작은 물론 원작에 등장하거나 원 상황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모욕 또는 명예훼손이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3. 패러디 및 오마주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
(1) 서태지의 컴백홈 사건(서울민사지방법원 2001. 11. 1. 2001카합1837 사건)
2001년 가수 서태지의 대표곡 컴백홈을 패러디 가수가 패러디하여 개사한 곡 ‘컴배콤’을 제작 및 판매한 사건에서 법원은 “누구든지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에 대하여 무단 변경, 삭제, 개변 등을 함으로써 저작인격권자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인데 패러디 가수가 서태지의 원곡의 가사와 곡을 임의로 변형한 노래를 녹음하여 음반을 제작 판매하고 또한 그러한 노래를 담은 뮤직비디오를 인터넷 등을 통하여 방송 전시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곡에 대한 신청인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중략) 또한 위 패러디 가수가 원곡에 추가하거나 변경한 가사의 내용 및 그 사용된 어휘의 의미, 추가 변경된 가사내용과 원래의 가사 내용의 관계, 이 사건 개사곡에 나타난 음정 박자 및 전체적인 곡의 흐름 등에 비추어 패러디 가수의 개사곡은 원곡에 나타난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흉내내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일 뿐 이 사건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패러디 가수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음치가 놀림받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거나 대중적으로 우상화된 서태지도 한 인간에 불과 하다는 등의 비평과 풍자가 담겨있다고 주장하나 패러디로서 보호되는 것은 당해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나 풍자인 경우라 할 것이고 당해 저작물이 아닌 사회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개사곡에 나타난 위와 같은 제반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개사곡에 패러디 가수 주장과 같은 비평과 풍자가 담겨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패러디 가수의 상업적인 목적으로 원곡을 이용하였으며 이 사건 개사곡이 서태지의 원곡을 인용한 정도가 패러디 가수가 패러디로서 의도하는 바를 넘는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개사곡으로 인하여 서태지의 원곡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저하나 잠재적 수요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이 사건 개사곡은 패러디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다.”고 판시하여, 패러디를 허용하는데 엄격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2) <와일드와일드> 공연금지가처분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2023.5.4.자2022카합21609결정)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알려진 박칼린 감독은 2021년 이루어진 <와일드와일드> 공연에 대하여 자신의 창작 공연인 <미스터쇼>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공연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당시 박칼린 감독은 <와일드와일드>의 구성과 전개 과정, 배우의 동작 및 의상, 세부 에피소드가 2014년 초연한 자신의 <미스터쇼>와 유사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구성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하여 법원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이나 문자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일 뿐이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중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이나 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복제된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이 원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 등도 고려하여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한 후,
“박칼린 감독은 ‘남성 배우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안무와 동작, 연기만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여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의 여성관객 전용 공연'이라는 이 사건 각본의 주제 내지 기획 의도를 채무자 공연이 그대로 차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주제 내지 기획 의도는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고, 두 작품 모두 모두, ㉮ 배우들이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샤워 장면으로 이어지는 도입부, ㉯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배우들이 군무를 추는 장면, ㉰ 신체의 상당 부분이 노출된 가죽 의상(하네스)을 입은 배우 또는 배우들이 춤을 추는 장면, ㉱ 관객을 무대에 참여시킨 다음 배우들이 그 관객에 밀착하여 춤(랩댄스)을 추는 장면, ㉲ 배우들이 제복을 입고 군무를 추는 것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속옷만 입은 채로 춤을 추는 장면이 사용되었고,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 위와 같은 각 장면들의 배치 순서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남성 배우들의 안무와 동작, 연기만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무대'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나 표현 형식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샤워 장면, 랩댄스 장면,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거나 제복을 입고 군무를 추는 장면 등은 미국 등에서 공연하는 남성 스트립쇼인 '치펜데일쇼'를 비롯하여 이 사건 각본이 창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공연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구성이다. 따라서, 각 에피소드 또는 개별 장면들의 안무, 무대 장치, 조명, 음악 등 구체적인 내용의 유사성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단 순히 위와 같은 장면들이 사용되었고 그 배치 순서에 유사한 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본과 채무자 공연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양 당사자가 오마주를 주장하지는 아니하였으나, 특정 장르를 차용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부정한 바 있습니다.
(3)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 사건(2008. 3. 13. 선고 2007가합53681 사건)
일본 영상 제작사인 ㈜스퀘어 에닉스사는 가수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가 자신들이 제작한 에니메이션 영화 <파이널 판타지>의 특정 장면을 무단 도용하였다고 주장하며 아이비의 소속사 및 뮤직비디오 감독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위 뮤직비디오 감독은 위 장면을 오마주하여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후, 뮤직비디오에 “The action scene in this film is a recreation of FINAL FANTASY VII ADVENT CHILDREN”이라는 자막을 넣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음에도, 영상제작사는 이를 저작권 침해로 주장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뮤직비디오와 원작 영화의 장면은 사건구성과 전개과정, 배경, 등장인물의 용모와 복장 등 대부분이 거의 동일하여 새로운 창작성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면서 오마주에 대한 정당성을 부인하였고, 이에 대해 원작을 인지하고 있었던 소속사 및 뮤직비디오 감독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결론
패러디와 오마주는 공연 예술에서 창작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활용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창작자는 창작과정에서 원작과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예술적 자유와 법적 보호 사이의 균형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