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문체부의 국립예술단체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한국춤비평가협회 성명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5개 국립예술단체(국립발레단 · 국립현대무용단 · 국립오페라단 · 국립합창단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예술 장르마다 고도의 전문성과 고유한 특성에 따라 아주 다른 운영 형태를 갖는 사실을 무시하는 이 통합 작업은 추진 절차부터 문제가 심각할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퇴행을 가져올 것이 명확하다.

본 협회는 문체부가 뜬금없는 통합 추진을 즉각 멈추고 문화예술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 범예술계의 공론을 수렴하는 행보에 조속히 착수하길 강력 촉구한다.


1. 통합 법인은 문화예술의 심각한 퇴행을 초래한다
- 5개 국립예술단체 통합운영안은 통합 법인을 만들어 국립오페라단장부터 각 단체 감독이 3년씩 돌아가며 법인 대표를 맡게 할 방침이다. 서구의 오페라극장은 오페라합창단·발레단·오케스트라단을 구비하는 것이 전통이다. 국내에서도 오페라극장이라면 단일 법인으로의 통합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오페라극장도 없이 더욱이 현대무용단까지 포괄하려는 무원칙하며 기괴한 통합 법인은 문화예술의 퇴행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2. 통합 경영은 비효율적 운영을 초래한다
- 통합운영안은 국립예술단체 예술 경영 전문화를 표방한다. 이 방안은 각 단체별 이사회 운영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을 줄임으로써 기대되는 효율성 개선 효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개별 예술 장르마다 필수적인 고도의 전문성과 고유한 특성이 통합이사회를 통해 얼마나 수렴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를 무시하는 통합운영안은 효율성 개선은 고사하고 장르의 특성 및 각 창작 현장과 동떨어진 의사 결정으로 오히려 비효율적 운영과 막대한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3. 통합 법인은 자율성마저 저해한다
- 통합운영안은 통합 법인을 통해 각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행정과 경영에서의 비효율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통합 법인에서 운영의 효율성은 막연히 유추될 뿐이다. 개별 예술 장르의 고도의 전문성과 고유한 특성을 소홀히 하는 통합운영안은 사실상 무책임하며 그 효력을 상실할 것은 시간 문제이다. 행정 업무 일원화와 경영 효율성을 앞세워 통합 법인을 강행하는 것은 도리어 각 단체에서 운영의 난맥상을 초래해서 자율성마저 저해할 것이다.

4. 국립단체의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공론화가 시급하다
- 통합운영안은 각 단체별로 행정과 경영에서 비효율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문체부뿐만 아니라 다수의 문화예술인들도 누누이 지적해온 바이다. 그러나 각 단체별 행정과 경영에서의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서 통합 법인이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다. 문체부는 통합 추진을 즉각 멈추고 각 단체별 행정 및 경영에서의 비효율성을 진단·해소하는 첫걸음으로서 현장과 공유하는 협치 철학을 기반으로 공청회부터 추진해야 옳다.

5. 문체부 출신 공무원의 역할은 검증되어야 한다
- 현재 5개 국립예술단체는 제각기 별도 법인과 이사회, 사무국을 두고, 문체부 국장 등 관료들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한다. 이에 더해 사무국 국장은 공모의 형태를 띠지만 문체부 출신 공무원들이 독식하는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 하였다. 이제 각 단체의 원활한 행정 업무에 있어 문체부 출신 공무원들의 필요성과 업무 역할은 원점에서부터 공론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5개 국립예술단체의 통합 추진 작업은 각 단체의 운명(運命)을 좌지우지할 결정적인 사안이다. 각 단체들의 막연한 자율성과 효율성을 앞세워 공론화와 공청회를 거치는 기본 과정조차 없이 문체부는 이처럼 막중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문체부의 전제주의적 발상이 우려된다. 21세기 대한민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연말 문화비전 2035를 제시하며 그 전략 과제의 하나로서 문화예술계 경쟁력 강화 및 질적 성장 도모를 앞세웠다. 이번 통합운영안은 문화비전 2035와 상충되는 것은 물론 매우 해괴한 방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체부는 문화비전 2035의 4대 방향의 하나로 제시된 창의적인 개인·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문화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통합 추진 작업을 멈추어야 한다.

문체부는 통합 추진 작업에서 강조하는 행정의 효율성보다는 예술의 근본 토대인 창의성 보호 및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위해 범예술계의 공론들을 다면적으로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체부가 각 국립예술단체나 각 장르의 숙원 사업을 경청하는 공론화 작업은 지금이라도 필요하다. 지금은 뜬금없는 통합운영안이 거론될 때가 아닌 것이다.

한국춤비평가협회는 통합 추진 작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무용인 및 범예술인과 더불어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경쟁력 강화 및 실질적 성장을 위한 걸음을 지속할 것이다.



 

2025. 2.
한국춤비평가협회

 

2025. 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