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1. 들어가며
“너무 감동적인 장면이라 남기고 싶었어요. 추억용으로 소장하는게 문제가 되나요?”
“리허설 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문제가 되나요?”
공연이 끝난 후 SNS에 올라온 영상 한 편이 화근이 되는 일, 공연예술계에서는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공연의 경우 안내원들이 아무리 단속을 해도 공연장에서의 촬영을 제지하기 쉽지 않고, 촬영물을 중국 등 해외 사이트에서 공유하면 단속조차 어렵습니다. 이런 무단촬영물을 ‘밀캠’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밀캠’을 집중적으로 단속해야할 정도로 무단촬영은 공연계에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공연단의 스태프나 출연진이 리허설 장면 일부나 의상을 촬영하고 이를 SNS에 업로드하여 문제가 되기도 하고, 공연을 제작한 제작사와 원작사 사이에 공연영상에 대한 권리를 두고 다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연 영상은 누가 어떤 권리로 촬영했느냐에 따라 법적 쟁점이 달라지며, 저작권·인격권·계약상 의무까지 다양한 문제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공연 영상의 법적 성격과 함께, 관객과 공연 관계자 각각의 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점과 실무상 유의점을 살펴보겠습니다.
2. 공연을 촬영한 영상은 어떤 저작물로 보호될까?
공연은 단순한 장면의 나열이 아니라 안무, 연출, 무대 구성을 포함한 창작적 표현의 결과물입니다. 이렇게 창작성이 인정되는 공연은 그 안무에 있어서는 '무용저작물', 공연전체에 대하여는 '공연저작물'로 분류되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즉, 무용은 안무가의 창작물을, 공연은 안무를 무용수가 실연하는 과정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연을 촬영하여 영상으로 고정하면, ‘영상저작물’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생기는데, 단순히 공연을 기계적으로 촬영만 하였다면 ‘영상저작물’로서 별도의 저작물이 되지 아니하고, 카메라 앵글, 구도, 편집 등에 창작적 요소가 있어야만 ‘영상저작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보통 무단으로 촬영된 영상의 경우 공연을 단순히 촬영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단촬영물은 별도의 ‘영상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고 무단 촬영은 공연의 복제에 불과하기 때문에, 촬영된 영상을 복제, 배포 하는 것은 공연을 복제, 배포하는 행위로 보게 됩니다. 이에 관객이 무단으로 공연을 촬영한 영상을 복제,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공연에 대한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됩니다.
한편, 공연 촬영물에 창작적 요소가 있어 별도의 ‘영상저작물’이 된다면, 이는 공연의 2차적 저작물이 되어 새로운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게 되는데, 원저작자인 공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촬영을 했다 하더라도, 저작권침해가 될지언정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취득하게 됩니다.
3. 무단촬영은 저작권자의 어떤 권리를 침해할까?
먼저, 관객이 무단으로 공연을 촬영하여 SNS에 업로드하였다거나 돈을 받고 파일을 판매한 경우, 공연을 촬영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합니다. 저작권법에서 '복제'란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인데요(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따라서 공연을 촬영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루어질 경우 복제권 침해가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SNS에 업로드하는 행위는 ‘공중송신’에 해당하여 저작권자 허락 없이 업로드를 하였다면 공중송신권 침해가 됩니다.
그리고 위 촬영물을 돈을 받고 판매했다 할 경우, 마찬가지로 촬영은 복제권 침해를 구성하고, 촬영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배포’에 해당하여 권리자 허락없이 판매하였다면 배포권침해가 됩니다.
한편, 저작권법은 영화 같은 영상저작물의 촬영에 대해서는 별도 조항으로 보호하고 있는데요, 저작권법 제104조의 6은 “누구든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하여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해서 좀 더 두텁게 보호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공연의 출연진이나 스태프가 리허설 장면이나 의상을 촬영해서 SNS에 업로드하는 경우, 저작권법상 권리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복제권, 공중송신권 침해가 될 것입니다. 다만, 출연진이나 스태프는 공연에 출연 또는 용역 등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상 촬영 금지의무 및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러한 계약상 의무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촬영과정에서 다른 출연진의 모습이 함께 촬영되었다면 촬영된 사람들에 대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작자가 별도로 있는 경우 공연제작자가 영상을 촬영할 때에는 권리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원작자로부터 공연을 촬영 및 영상화할 수 있는 권리까지 부여받았다면 적법하게 촬영 및 배포가 가능할 것이나, 원작자가 해당 권한까지는 부여하지 않고 오로지 공연에 대한 권리만 부여하였다면 공연제작자가 마음대로 공연을 촬영하여 배포하는 행위는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
4. 무단촬영에 대해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먼저 관객이 무단촬영을 하여 SNS에 올렸다거나 유료로 판매를 하였을 경우, 공연 저작권자의 복제권, 공중송신권 또는 배포권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인 저작권법위반죄에 해당하여 처벌대상이 됩니다. 다만, 위 저작권법위반죄는 고소가 있을 경우에만 처벌이 되는 친고죄인데, 유료 판매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면 친고죄가 아니라, 저작권자의 고소 없이 단속대상이 됩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공연장 무단촬영물, 이른바 ‘밀캠’을 근절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단속기간을 정하고 집중 단속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 무단촬영으로 인해 공연 저작권자는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별도의 민사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공연의 출연진이나 스태프가 리허설 장면 등을 촬영해서 SNS에 업로드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공연 저작권자의 복제권, 공중송신권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저작권법위반죄로 처벌이 가능하고, 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출연진 및 스태프가 공연제작자와 계약상 촬영 금지약정 또는 비밀유지약정 등을 하였다면, 위 약정 위반에 따른 계약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위약금 또는 위약벌을 사전에 약정한 경우 해당 금액이 청구될 수 있고, 따로 위약금 등을 정하지 않았다면 공연제작자가 입은 손해를 입증하여 손해액을 청구하게 됩니다.
나아가 위와 같이 무단으로 촬영된 영상에 얼굴이나 특정가능한 신체가 찍힌 당사자들은 허락없이 자신의 초상을 촬영한 것에 대해 초상권침해를 주장하여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 원작자가 영상화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공연제작자가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배포한 경우, 영상이 단순 촬영이라면 해당 영상물에 별도 저작권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원작자는 ‘공연’에 대한 권리만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부여받은 권한을 넘은 저작물 이용으로 인한 저작권법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이 별도의 ‘영상저작물’이 되는 경우, 이는 원작자의 영상에 대한 2차적저작권작성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어 이에 대한 저작권법위반죄가 성립됩니다. 원저작권자는 당연히 공연제작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고, 영상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을 경우,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5. 무단촬영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적인 조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무단촬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의 명확한 고지와 내부 관리체계가 중요할 것인데요,
먼저, 관객의 무단촬영에 대하여 공연제작자는 관객을 대상으로 티켓구매단계부터 촬영금지정책을 고지하고, 공연장 내부에 명확한 안내문을, 공연 시작전 안내방송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연 중에는 전담 감시인력을 배치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후 무단촬영물이 발견될 경우 즉시 해당 플랫폼에 불법촬영물임을 이유로 영상을 내리도록 한 후 법적인 조치에 나아갈 필요가 있고, 무단촬영물 단속을 위한 신고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연진에 대하여는,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사전에 어떠한 촬영이나 유포도 허용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 대한 위약금을 정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연의 내용이나 의상, 무대구성과 같은 주요사항에 대하여는 별도의 비밀유지의무를 부여하여 공연 전 이른바 ‘스포’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작자와 공연촬영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는 공연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이용허락계약의 대상이 ‘공연권’인지 ‘공연권’을 포함하는 2차적이용인지를 명확히 하되, ‘공연’에 한정하여 이용허락을 할 경우, 공연에 대한 영상권 조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연제작자 입장에서는 공연에 대한 아카이브용 또는 홍보용으로라도 영상을 활용할 필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상화권 일체를 부여받지 못하더라도, 계약기간동안 홍보목적으로 영상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거나 아카이브용으로 제작 및 보관할 수 있는 권한 등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2차적저작물로서 영상화권을 부여받을 경우, 공연에 대한 실황 영상에 대한 권리인지, 원작을 이용한 영상 제반에 관한 권리인지를 분명히 하고, 위 영상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계획이 있다면, 원작자가 제3자에게 별도의 영상화권을 부여하여 동시에 상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예를 들어, 공연 실황영상을 개봉하는데 동일 원작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는 경우 등) 원작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독점적인 지역 내지 권한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6. 맺음말
공연 영상은 단순한 장면의 기록이 아니라, 창작자와 실연자, 제작자의 권리와 계약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법적 대상입니다. 누가 찍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공연이라는 결과물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창작과 노동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라는 이유로 무단 촬영하거나, ‘홍보’나 ‘기록’이라는 명분으로 함부로 유포해서는 안 됩니다. 관객과 출연자, 공연제작자 모두가 공연영상의 법적 지위를 인식하고, 공연제작자 역시 실질적인 안내와 계약구조를 통해 권리 보호 체계를 갖춘다면, 공연예술은 더 존중받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