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대한민국 국립무용단과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
〈시간의 나이〉, 이후 행보가 중요한 이유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는 2016년 3월 대한민국의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그해 6월 프랑스 파리 사요국립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했고, 이번에 세 번째 무대(4월 27-29일 해오름극장, 평자 29일 관람)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초연 때 보다 훨씬 정리되어 있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댄서들이었다.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들은 더욱 현대적인 감각으로, 때론 더욱 전통적인 정서로 컨템포러리댄스를 몸과 마음으로 녹여내었다. 감각적으로 성숙해 있었고, 공연을 즐기면서 하는 모습이 여러 군데서 보였다. 개개 댄서들의 이런 상승된 분위기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시간이 나이〉는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이 시대 한국의 춤계, 나아가 공연예술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안무가로서 독창적인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갖고 있는, 세계 춤 시장에서 꽤 그 이름이 잘 알려진 안무가와 조우한 점이다. 조세 몽탈보는 영상을 활용한 비주얼한 감각을 살리면서 댄서들의 몸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파라다이스〉에서는 비디오 편집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다양한 영상의 활용과 브레이크 댄서에서부터 아프리카 댄서, 그리고 순수무용을 전공한 빼어난 움직임의 댄서들까지 순수무용과 대중무용,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마음껏 즐겼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립무용단이 경쟁력 있는 컨템포러리댄스 레퍼토리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시간의 나이〉는 국립무용단으로서는 국가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스타일의 레퍼토리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의 나이〉는 모두 3개의 장 속에 한국 전통춤의 해체와 영상과 춤의 융합, 음악과 놀이적인 요소의 교묘한 배합,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과 휴머니티를 터치하고 있고, 이런 모든 것들이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몸에 점점 더 체화되고 있었다.
 셋째는, 무용 작품을 통한 국가 이미지 고양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비록 ‘한국과 프랑스 상호교류의 해’가 출발이 되었지만, 국립무용단은 세계 춤 시장의 중심부 중 하나인 파리의 국립극장에 진출했고 'Le Figaro‘ 등 유력 언론으로부터 리뷰를 받아냈다. 1930년대 최승희 이후 대한민국의 무용가와 단체가 얻어낸 성과이다.

 

 



 다음 과제는 축적된 레퍼토리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될 것이다. 국가 간 협업은 세계 무용계의 대세이다. 여러 나라에서 협업 작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국제 레지던시 작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향후 〈시간의 나이〉는 조세 몽탈보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전략적으로 해외 무대로 진출해야 한다. ‘국립’ 단체에 걸 맞는 극장과 유명 페스티벌이 공략지가 될 것이고 양질의 관객들 앞에서 계산된 홍보가 곁들여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공공적인 노력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 훌륭한 작품을 서울을 벗어나 더 많은 도시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의 나이〉는 한국의 컨템포러리댄스로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레퍼토리란 점에서 향후 무용예술을 통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 고양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문화외교를 위한 전략적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무용수들과 프랑스 정부가 자부심을 가진 안무가와의 이 협업의 결과물을 해외 춤 시장에 유통하는 것과 관련, 세계 무용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의 협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몽펠리에댄스페스티벌에서 공연되어지고, 아비뇽페스티벌의 공식 초청작품으로 참여한다면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립극장과 새로 태어날 정부의 달라진 문화외교의 진면목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7. 05.
사진제공_국립극장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