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전통춤 저작권을 말한다
전통춤 추는 자의 양심과 춤 원작자에 대한 예의
김채원_춤비교문화연구소장
우리춤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마련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은 현재 7종이며, 지방무형문화재로는 23종이 지정되어 있다. 춤은 〈승무〉 〈살풀이춤〉 〈입춤〉 〈검무〉 〈승전무〉 〈한량무〉 〈태평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무용을 하는 무용인이라면 ‘~~~류 승무’, ‘~~~류 살풀이춤’을 한번쯤은 춰봤을 것이며, 어느 류파의 춤을 이수하거나 전수자로 있을 것이다. 아니면 강습회나 연수회를 통해서라도 어디 류의 춤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류파의 춤은 한국 전통춤판의 공연 프로그램에 그대로 실려 그 류파의 춤이 지닌 멋과 흥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역의 전통춤판에서 간혹 사회자로 무대에 서는 필자의 경우 당혹스럽게 만드는 작품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분명 ‘A류의 승무’를 춘다고 밝혀놓고는 법고는 다른 류파의 북가락을 친다거나 한국춤꾼이라면 다 아는 ‘~~~류 소고춤’이 다른 이의 이름을 내건 소고춤으로 둔갑하여 무대에 올려진다. 예술에서의 저작권 의식은 차치하고라도 춤꾼의 상식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행태이다.
얼마 전 한국전통예술가인 최종실은 자신이 창작해낸 〈소고춤〉의 저작권등록을 마쳤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춤을 바르게 지켜내기 위해 1)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 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 2)실연자 아닌 자를 실연자로 하여 실명, 이명을 표시하여 실연을 공연 또는 공중송신하거나 복제물을 배포한 자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과 처벌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
사실 ‘최종실류 소고춤’뿐 아니라 최근 왕성하게 보급되고 있는 ‘한혜경류 장고춤’ 등은 문화재 지정종목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무용인들이 좋아하고 즐겨 추는 춤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 종목조차 ‘~~류’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다른 춤이 뒤범벅되어 추어지는데 하물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춤이야 어떠하리. 원작자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의 이름이나 스승의 이름을 붙여 마치 새롭게 창작된 춤이라는 듯이 추어지는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어이없음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한국의 전통예술이 지닌 전승체계 등을 생각해 보면, 스승의 춤을 익힌 후 자신의 색으로 승화시켜내야만 인정받아 온 독특한 시스템에 길들여진 입장에서 다른 이의 춤을 모방하고 이에 자기 것으로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린 것으로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무용을 하는 무용인이라면 ‘~~~류 승무’, ‘~~~류 살풀이춤’을 한번쯤은 춰봤을 것이며, 어느 류파의 춤을 이수하거나 전수자로 있을 것이다. 아니면 강습회나 연수회를 통해서라도 어디 류의 춤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류파의 춤은 한국 전통춤판의 공연 프로그램에 그대로 실려 그 류파의 춤이 지닌 멋과 흥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역의 전통춤판에서 간혹 사회자로 무대에 서는 필자의 경우 당혹스럽게 만드는 작품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분명 ‘A류의 승무’를 춘다고 밝혀놓고는 법고는 다른 류파의 북가락을 친다거나 한국춤꾼이라면 다 아는 ‘~~~류 소고춤’이 다른 이의 이름을 내건 소고춤으로 둔갑하여 무대에 올려진다. 예술에서의 저작권 의식은 차치하고라도 춤꾼의 상식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행태이다.
얼마 전 한국전통예술가인 최종실은 자신이 창작해낸 〈소고춤〉의 저작권등록을 마쳤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춤을 바르게 지켜내기 위해 1)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 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 2)실연자 아닌 자를 실연자로 하여 실명, 이명을 표시하여 실연을 공연 또는 공중송신하거나 복제물을 배포한 자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과 처벌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
사실 ‘최종실류 소고춤’뿐 아니라 최근 왕성하게 보급되고 있는 ‘한혜경류 장고춤’ 등은 문화재 지정종목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무용인들이 좋아하고 즐겨 추는 춤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 종목조차 ‘~~류’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다른 춤이 뒤범벅되어 추어지는데 하물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춤이야 어떠하리. 원작자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의 이름이나 스승의 이름을 붙여 마치 새롭게 창작된 춤이라는 듯이 추어지는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어이없음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한국의 전통예술이 지닌 전승체계 등을 생각해 보면, 스승의 춤을 익힌 후 자신의 색으로 승화시켜내야만 인정받아 온 독특한 시스템에 길들여진 입장에서 다른 이의 춤을 모방하고 이에 자기 것으로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린 것으로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나 ‘~류’로 명명하는 것이나 이유는 하나이다. 바로 그 춤만이 지닌 특성과 가치가 훼손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바르게 전수하거나 계승하기 위함이며, 또한 그 춤에 대한 저작권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원작자가 분명한 춤을 차용하거나 모방할 경우엔 반드시 ‘~류’로 표시하거나 원작을 표기해주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것이 한국춤 정신에 깃든 예의이고 예술인으로서의 양심이다.
예술을 논할 때마다 거론되는 ‘모방’과 ‘창조’를 생각해보자. 예술에서 모방과 창조의 경계는 명확히 선을 긋기가 힘들다. 이는 창작춤보다 전통춤에서 더욱 애매한 경계가 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의 곽금주 교수는 “창의성의 측면에서 본 모방은 단순히 관찰된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아니다. 특정한 의도와 목적을 바탕으로 타인의 행동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고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선택적 모방’은 애초 관찰 대상이었던 타인의 행동과 부분적으로 겹치지만 전혀 새로운 특성과도 합쳐진다. 창의성을 ‘보다 많은 아이디어의 창출’로 볼 때, 사람은 타인을 모방하며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분명 창작춤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다 참신한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전통춤에서는 어떠한가? 과연 원작보다 나을 수 있을까? 적어도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류“로 명명된 춤에 한하여 보면 필자의 무용경험상 대답은 ‘아니다’이다. 전통춤에서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은 본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이미 그 자체가 표본이고 최고가 되고 있기에 당연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방’과 ‘창조’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오늘날 크고 작은 무대에서, 그리고 대도시 소도시 할 것 없이 전국의 많은 곳에서 스스로 재구성하여 올린 춤이 아니라 남의 것을 차용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모방하거나 차용하는 위에 자신만의 창작적 요소를 가미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 양상이며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발표하고픈 예술가로서의 욕구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창조는 모방과 차용을 거쳐 나오며 ‘무’에서의 창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논리를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최소한 원작자에 대한 예의로서, 그리고 원작이 지닌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자기창작품의 바탕이 되고 있는 원작을 명시하는 것, 그것은 예술인으로서의 기본양심을 지키는 것이자 원작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우리가 즐겨 추거나 감상하게 되는 춤으로 〈살풀이춤〉 〈승무〉 〈태평무〉 〈소고춤〉 〈입춤〉 〈한량무〉 등이 있다. 지정된 춤의 이수자인 경우는 대체로 ‘~류’ 춤임을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비단 이수자나 전수자가 아니라도 한국춤을 추는 무용인이라면 기본으로 학습한 춤들이기에 어디서나 거리낌 없이 위의 춤들을 즐겨 춘다. ~류풍의 춤이 아니고 순수하게 자신이 창작한 춤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으나 기본토대가 ~류에 속한 춤이라면, 그리고 그 일부를 모방한 춤이라면 원작에 대한 예를 지켜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A류 승무에 B류 법고로 구성했다’라든가 ‘C류 소고춤을 기본으로 창작요소를 더한 춤’이라든가 ‘F류 입춤을 ~풍으로 재해석한 춤’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는 무용인으로서의 도덕적 자세문제일 뿐 아니라 관객에게 우리 춤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우리가 무용음악을 사용할 때도 원작을 표기하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문제로 사용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원칙은 매우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대학생의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대학 무용발표회조차도 음악사용에서 저작자의 승인을 반드시 받고 사용해야 한다. 물론 전통춤의 경우도 자기가 속한 류파의 스승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춤을 출 수 있다. 어찌 보면 너무 엄격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철저하게 춤 전승에서 파생될 문제들을 미리 관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스승의 춤을 그대로 모방함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다. 그러나 우리는 스승의 춤을 모방한 후 이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색을 부여했을 때 최고로 인정받는다. 이것이 춤의 원작자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둔갑시켜 추라는 얘기는 분명 아닐 것이다. 원작을 밝히고 그 춤을 추지만 분명 추는 이에 따라 그 맛과 색과 멋이 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춤이 전수되어지는 시기에 이르면 그때 비로소 주변으로부터 자신만의 춤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이것이 전통춤이 지닌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작고하신 여러 전통무용가들이 그 스승들로부터 춤을 사사하고 터득하여 자신만의 춤틀을 완성해냈고, 그 춤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후학들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보존회 등을 통해 전수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통춤을 추는 무용인이라면 굳이 남의 춤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거나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춤을 뒤섞어 추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원작은 원작대로 보존의 측면에서도 그 원형을 그대로 확실히 지켜내야 하며, 모방, 차용, 융합의 틀 위에 자신의 창의성을 부여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면 그 춤의 초석적 틀이 된 원작을 명시하는 상식이 필요하다.
전통춤 각각은 서로 상통하나 독자적인 멋과 특색을 지니고 있기에 원형의 족보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전통춤이 지닌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지켜내는 일이자 한국춤의 다양성을 지켜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채원
한양대를 거쳐 일본오차노미즈여자대학에서 석·박사학위 취득, 이후 교육계에서 후진양성에 힘쓰면서 한일무용인교류와 전통춤 공연 등을 기획, 무용학이론 연구와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최승희춤-계승과 변용』, 『한국춤통사』, 『서울공연예술사』 등의 저서와, 『일본 현대무용의 개척자 이시이 바쿠의 무용예술』 등의 편저가 있다. 최승희와 북한춤, 남북한춤 비교, 한일춤 비교연구가 주된 관심사이다.
한양대를 거쳐 일본오차노미즈여자대학에서 석·박사학위 취득, 이후 교육계에서 후진양성에 힘쓰면서 한일무용인교류와 전통춤 공연 등을 기획, 무용학이론 연구와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최승희춤-계승과 변용』, 『한국춤통사』, 『서울공연예술사』 등의 저서와, 『일본 현대무용의 개척자 이시이 바쿠의 무용예술』 등의 편저가 있다. 최승희와 북한춤, 남북한춤 비교, 한일춤 비교연구가 주된 관심사이다.
2017. 0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