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 수도 나이로비로 귀환
1월 9일 새벽 4시30분 기상, 5시20분 식사, 6시에 출발하여 대평원의 일출 및 국립공원 3차 사파리 서바이벌 탐사에 나섰다. 평원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레오파드(leopard, 표범) 2마리를 발견하고 편하게 누워서 쉬고 있는 장면을 한참동안 감상하다가 어제 이미 빅 파이브(big five=사자, 코끼리, 표범, 물소, 코뿔소) 탐색에 성공한 일행들은 더 이상 탐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7시30분 공원을 나와 비포장길을 따라 나이로비로 개선장군처럼 귀환하기 시작하였다. 다행이도 어제 오후에 비가 와 땅이 젖은 상태라 먼지가 날리지 않아 좋았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자 비가 오지 않은 지역이라 다시 먼지 뒤집어쓰고 한 시간을 더 달려 9시30분경 중간 휴식으로 토산품점 앞에 내렸다. 목각인형과 천그림 진열품에서 춤형상을 그린 작품사진을 찍어 두었다.
케냐 나이로비 국립박물관
다시 나이로비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려서 12시쯤 두 번째 휴식처에 도착했다. 이곳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갈 때 점심식사를 하던 휴게소로 60달러 부르는 마사이 여인들의 목장식을 10달러에 산 곳이었다. 여기는 아프리카인데 중국향신료가 음식에 첨가되어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닭고기요리에도 중국향신료가 들어 있었으나 심하지 않아 먹기에 거북하지는 않았다. 이번엔 마사이 팔찌를 사는데 주인이 며칠 전 구입한 일을 기억한다고 하여 놀랐다. 지난번 장식품을 살 때 너무 깎아 기억이 남았던 모양이었다.
다시 3시간을 달려 나이로비 시내 국립박물관에 도착하였다. 1500 케냐실링으로 박물관과 스네이크 전시관까지 함께 관람하는 표를 샀는데 꼼꼼히 살피다가 뱀 전시관은 시간이 모자라 관람을 못했다.
박물관 전시장에 처음 보이는 것은 자연사관으로 동식물 표본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케냐의 다양한 새 종류들이었고 이어서 대형포유동물이 전시되었다. 2층 인류관에는 케냐에서 발굴한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두개골과 골격들을 전시하여 카메라로 찍어두었다. 다음은 케냐 민속관으로 케냐인들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삶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케냐의 악기와 가면과 춤
케냐의 악기는 통으로 된 드럼 타악기와 멜로디 악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중 아부(Abuu)는 루오족(Luo)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뿔피리 끝에 조롱박으로 공명통을 삼은 관악기다. 중요한 의식이나 행사에 연주한다. 또한 시와(Siwa)는 상아로 만든 관악기로 아프리카 중남부지역의 범 스와힐리의 통일민족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악기다.
니야띠디(nyatiti)는 케냐에서 5개에서 8개의 현이 달린 거문고이다. 약 2~3피트 길이로 사발 모양으로 새긴 목재 공명통에 염소가죽을 씌워 만든 현악기이다. 일반적인 연주 스타일은 두 손의 엄지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사용하여 둘 사이를 번갈아 가며 리드미컬하게 연주한다.
전통적으로 무용수들은 염소 모피로 만든 콘도(Kondo)라는 머리 장식을 하며 때때로 니야띠디(nyatiti) 연주자와 함께하고 오왈로(Owalo)라는 밝게 채색된 치마를 입고 춤을 춘다.
치료의식과 치유춤에 사용하는 키동가(kidonga)라는 가면과 약상자는 모두 치유 과정에 사용한다. 특히 기리야마족(Giriama) 치료사는 약바구니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바구니의 치료사(muganga ws mkoba)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가면이 희귀하고 몸이나 얼굴을 마스킹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진흙 및 다른 신체 장식을 사용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조상이 되기도 하는데, 조상의 힘에 대한 믿음은 기리야마족 세계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나이로비 사파리 캣츠쇼
나이로비 사파리 파크호텔에 부설로 운영하는 캣츠쇼(safari cats show)는 냐마쵸마(Nyama Choma, 바비큐)를 곁들인 쇼라 하는데 일행 중에 아무도 참가하겠다는 이가 없어 나 홀로 저녁 8시에 쇼 공연장으로 갔다. 셔틀버스로 30분 정도 가니 넓은 정원을 곁들여 가든파티처럼 반쯤 야외로 오픈된 바비큐 레스토랑에 다다랐다.
한쪽에 대형 바비큐 굽는 코너(Nyama Choma)에 다양한 고기들을 굽고 있었으며 테이블 마다 단체손님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 앞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무대 옆에 4인석이 있어 일단 자리를 잡았다. 우선 캠코더를 무대 중앙 맨 앞자리에 설치하고 내 좌석에 앉으니 먼저 스프를 갖다 주고 채소는 셀프라 하여 몇 가지 채소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내 뜨겁게 달군 철판을 테이블에 놓으며 조심하라고 하였다. 잠시 후 철심(긴칼)에 '냐마쵸마(Nyama Choma, 바비큐)‘라는 구운 양고기, 닭고기. 소고기, 소시지, 낙타고기까지 이들이 차례로 가지고 와 고기종류를 말하여 먹겠냐고 물어 승낙하자 칼로 쓱쓱 베어 주었다. 고기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서 그저 맛보기에 그쳤다.
드디어 9시가 되자 공연 멘트와 함께 무용수들이 빠른 아프리카 리듬에 맞춰 오프닝으로 아프리카 원주민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전사들의 춤, 여인들의 춤, 남녀 듀엣춤, 여성들의 춤 등 광란에 가까운 춤 쇼였다. 이어서 아크로바틱의 다양한 인간 탑쌓기와 무동춤에서는 박수갈채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낯익은 줄넘기놀이를 시작하였다. 캣츠쇼를 운영하는 주인이 한국인(파라다이스 그룹)이라 우리의 줄넘기까지 가져다 쇼로 보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조사해보니 이러한 줄넘기놀이와 춤들이 케냐 여러 부족에서 연행되고 있었다. 다음은 불쇼, 림보쇼를 거쳐 에필로그로 마무리 인사 쇼로 끝을 맺었다. 우리일행 중에 쇼공연에 함께하는 이가 없어 나 홀로 즐길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케냐의 주요 종족들의 춤
케냐의 주요 종족은 키쿠유족(Kikuyu, 22%), 루히아족(Luhya, 18%), 루오족(Luoh, 14%), 칼렌진족(Kalenjin, 12%), 캄바족(kamba, 11%), 키시족(Kissi, 6%), 메루족(Meru, 6%) 등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공통적으로는 스와힐리와 영어를 시용한다.
키쿠유족(Kikuyu)은 케냐 중남부 고지대에 사는 종족으로 반투어를 쓰며, 기장·완두콩·콩·수수·고구마 등을 재배하며, 괭이를 이용해 집약적 농사를 지으며 관개를 하고 계단식 농사도 짓는다. 키쿠유족은 정치적 단위인 연령집단으로 조직되어 있다. 각 세대마다 독자적인 연령집단이 있으며, 해마다 소년들을 위한 가입의식이 치러진다. 전통적으로 정치권력은 특정한 연령층을 대표하는 원로회의에 주어졌다. 키쿠유족 사회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체제이며 한 번도 노예제도를 실시한 적이 없다. 이들은 전지전능한 창조신인 응가이와 대대로 자신들을 수호해주는 조상신들의 존재를 믿어, 응가이와 조상신들에 대해 기도하며 제물을 바친다.
루히아족(Luhya)은 아프리카 케냐의 서부지역에 사는 2번째로 큰 종족집단으로, 모두 반투어를 쓰지만 전체를 통괄하는 우두머리는 없다. 토지와 관련된 부계 혈통집단이 자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족장제도가 확립되지 못했다. 토지가 부족한 탓에 상당수의 부족이 여기저기 흩어져 산다.
루오족(Luoh)은 케냐에서 키쿠유족과 루히야족에 이은 3대 부족으로 나라 인구의 12%, 약 400만 명이다. 루오족에겐 '아내상속'이라는 특수한 전통이 일부 남아있고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 근방에 있는 케냐 서부 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다. 루오의 주요 생계 수단은 낚시, 농사 및 목축 목축이다. 전통적으로 할례를 하지 않고 그 대신 일부 치아를 제거하는 성인식을 거행한다. 음악과 춤은 장례식(Tero buru)에서 유족을 위로하며 밤샘에 도움을 준다. 고통과 고통을 표현하며, 그것은 또한 정화와 영혼을 쫓아가는 의식에 사용된다. 음악과 춤은 맥주 파티(Dudu dance), 전쟁에서 전사를 환영, 레슬링 시합(Olengo), 구혼 중 등의 행사에서 연행한다. 또한 악령(nyawawa)을 쫓는 종교의식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기우제와 환자치유를 할 때도 연행한다.
루오 민속음악의 춤은 우아하고 활발하게 어깨를 흔드는 과정에서 허리와 반대 방향으로 한쪽 다리를 움직이거나 스트링 악기인 니야띠디(nyatiti) 곡을 연주하는 것이 일반이다.
기리아마족(Giriama)의 곤다댄스(gonda dance)는 드럼과 노래 리듬에 맞춰 어깨춤과 점프로 앞뒤로 이동하며 강렬하게 춘다. 여자는 주름치마를 입고 엉덩이춤을 활발하게 춘다.
보마스 오브 케냐(Bomas of kenya)
보마스 오브 케냐(Bomas of Kenya)는 민속촌과 같은 곳으로 케냐의 문화센터가 제공하는 전통문화 공연장을 결합한 곳이다. 키쿠유, 루오, 캄바, 루햐, 마사이족 등 케냐의 제 부족 전통춤 공연을 상시 관람할 수 있는 상설공연장이다. 케냐의 전통사회에서 춤과 음악은 주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했었다. 사냥에 나가기 전에 성공기원 의식이나 할례의식 등 고유한 의식에서 춤은 불가결한 요소였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대부분 북을 사용하며 부족마다 생활환경이 다르다보니 악기도 제각기 특색이 있다. 도마뱀 가죽으로 만드는 수바족의 기다란 북, 나무 밑둥치 속을 파내 만든 메루(meru)족의 북, 상아로 만든 해안 지방 바준(Bajun)족의 뿔피리 시와(siwa), 하프와 유사한 루오(luo)족의 냐띠티(nyatiti) 등 악기도 다양하다.
이 프로그램은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나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의 한적한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케냐 민속 문화원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1부 2부를 합쳐서 약 3시간 동안 계속되는 민속놀이는 케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민속 의상, 민속 악기, 전통 음악, 전통 춤, 고유 풍습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케냐의 대표적인 부족이 차례로 나와 그 부족의 전통적인 노래와 춤을 춘다. 흥겨운 노래에 맞춰 정열적으로 몸을 흔드는 그 모습에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과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공연장 밖에는 여러 부족들의 가옥과 생활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민속촌으로 타디아마을(Tatia Village) 마사이마을(Masai Village). 미지켄다마을(Mijikenda Village) 등을 비롯하여 쿠리오(Kurio), 루오(Luo), 아캄바(Akamba), 카렌진(Karenjin Village) 등을 차례차례 둘러볼 수 있다. '보마스(Bomas)'는 전통적인 민가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같은 의미로 케냐의 16개 대표 부족의 전통적인 부락과 생활상이 전시되어 있다. 케냐는 대부분 일부다처제가 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아직도 일부다처제 가정을 많이 볼 수 있다.무슬림 남자들은 4명의 부인까지 얻을 수 있다고 종교법상 허용은 되지만 권장사항은 아니고 엄격한 부양의 의무도 따르게 된다. 하지만 케냐에서는 제한이 없는 것 같다. 마사이족의 경우에는 결혼한 후에 재산인 소가 불어나면 부인을 한 명씩 늘려 나간다. 그래서 나이 차이가 많은 혼인도 일상화되어 있다.
빅토리아 연안에 사는 루오족의 집은 비를 막는데 주안점을 두어 지붕이 다른 종족에 비해 뾰족하다. 뾰족하고 높은 지붕 덕분에 빗물이 바로바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모양은 짚을 덮은 오두막모양이지만 부족이 사는 지역에 따라 그 모양과 용도가 다른 것이다. 루오가옥 꼭대기의 막대기둥 높이가 부인의 서열을 나타내고 또한 없으면 미망인 집을 나타낸다.
용인대학교 무용학과 교수로 25년간 재직 예술대학원장을 역임하다 정년퇴임 종신 명예교수이다. 한국무용사학회와 한국동양예술학회, 한국공연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경기도와 서울시문화재위원을 거쳐 현재 이북오도청 문화재위원이다. 1985년 객석 예술평론상을 수상, 무용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