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아시아 주제 민속춤 공연들의 허상
교육 연구 창작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올해도 아시아의 민속춤을 주제로 한 공연 내지는 행사들이 대학 연구소나 민간단체에 의해 여러 곳에서 행해졌다. 이미 여러 해를 거듭한 사업들로 한국 춤계의 한 영역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 춤계의 장기적인 비젼을 전제로 필요성이 제기된 매우 유효한 사업들이다. 올해 국내에서 행한 세계의 전통춤, 또는 민족춤 관련 공연사업들의 양상을 되돌아보고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6월 6일부터 9일까지 부산의 신은주무용단(대표 신은주)이 ‘제2회 세계전통춤문화축제’를 주최했다. 이 무용단이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면서 형성한 국제네트워크를 배경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춤을 감상하고 여러 방식으로 비교한 행사였다. 공연은 3국의 전통춤들을 이틀간 각각 다른 프로그램으로 보여주었다. 한국 팀은 신은주무용단의 민속춤 레퍼토리와 송파산대놀이를 보여주었고, 일본 팀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히사다 슈이치로(Hisada Shunuchiro)와 오시마 코로모메구미(Oshima Koromo Megumi)를 중심으로 일본의 노(能)와 소고(小鼓, kotsuzumi)를 공연했다. 중국은 산시성 ‘철옹성 문화미디어 당예술단’이 산시성 소수민족춤들을 추었다.
 그리고 춤꾼들과 청소년, 일반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있었는데, 3국의 전통춤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또 3국의 전통춤을 비교·토론하는 학술회와 부산지역 문화탐방도 진행되었다고 한다. 신은주무용단의 거점인 부산춤공간 신에서 진행된 ‘제2회 세계전통춤문화축제’는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춤추는 입장에서 동아시아 3국의 전통춤의 기법과 소재, 주제 등을 직접 접하고자 했던 점이 실천적이라고 느껴졌다. 워크숍과 토론회와 공연을 상호 연관성 있게 프로그래밍 한 행사였다.

 

 



 8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는 경상대학교 아시아춤문화연구소(소장 김인숙)가 아홉 번째로 주최한 ‘2016 춤으로 만나는 아시아’가 펼쳐졌다. 이 행사는 매년 경상도 지역 중심의 순회공연으로 기획했는데, 올해도 진주(8월 29일 경남문화예술회관), 거제(8월 31일 거제문화에술회관), 광주(9월 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산(9월 3일 영화의전당)의 4개 지역을 순회했다. 인도의 칼라일꿀랑카라 카타칼리재단, 타지키스탄의 바즈모로무용단, 중국의 운남성 쿤밍시 민족가무극원, 세네갈의 아프리카아트 프로덕션(아프리카 지역 무용단 특별출연), 인도네시아의 마와르 부다야 무용단, 몽골의 몽골국가가무예술원, 한국의 국립부산국악원, 동래한량춤보존회의 춤꾼들이 참여했다.
 필자가 관람한 부산 공연은 국립부산국악원의 〈종묘제례악〉의 전폐희문과 영관으로 막을 열었다. 이어서 인도 카타칼리 중에서 〈닥샤야감〉, 중국 와족춤인 〈구름과 바다 사이의 아와〉, 김진홍과 제자 6명의 〈동래한량춤〉, 중국 운남성 따이족춤 〈공작새(孔雀)〉, 인도네시아의 〈또뿡 우브르그 춤〉, 몽골의 〈매춤〉, 중국 운남성 하니족춤 〈애뇌산에 돌아오는 울림〉, 국립부산국악원의 〈북의 대합주〉(안무 국수호) 로 마쳤다. 이들은 대극장 무대에 각국의 전통춤들을 열정적으로 추었으며, 관객들은 이들의 다양한 춤들에 크게 호응했다. 인상 깊은 공연이었다.
 ‘춤으로 만나는 아시아’공연은 이왕에 초청한 외국의 민속 무용단들을 한 지역에서만 공연하지 않고 4개 지역을 순회공연하게 함으로서 많은 관객들이 외국 민속춤들을 관람케 했다. 그리고 ‘시민문화강좌’와 ‘국제학술포럼’도 진행했다. ‘시민문화강좌’는 4개 지역의 학교, 문화센터, 국악교육연구소 등에서 아시아 민속춤을 일일 강습했다. 다양한 민속춤을 섭외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순회공연을 위해 여러 지역의 극장, 지자체 등과도 사전 기획과정을 거쳐야 했으니, ‘춤으로 만나는 아시아’의 공연을 포함한 사업 전체의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국제학술포럼’은 1부 〈한중일의 춤 축제와 예술정책〉이라는 주제로, 2부 〈중앙아시아 민족춤의 전승 현황과 예술정책〉이라는 주제로 각 참가국들이 발표했다. 각 나라의 민속춤 현황과 예술정책을 소개한 의미있는 학술포럼이었다.

 

 



 그리고 10월 28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소장 허영일)가 주최한 세계무형문화재 열아홉 번째 초청시리즈 ‘아시아 민족춤의 풍요로움 - 베트남 전통춤’이 국립극장 청소년하늘극장에서 있었다.
 1부에서는 전통문화콘텐츠 발굴 및 구축공연이라는 주제로, 한국, 중국, 베트남의 〈오양선〉 세 작품을 선보였다. ‘오양선’의 설화가 처음 발생했던 중국 남부 월나라(BC 203 ~ BC 111년) 지역이 현재 베트남 북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설화가 전해졌으며, 이 설화가 추후 중국 당대에 기이(奇異)한 소설로 수용되었고, 그 중 일부 내용이 중국 송나라 때 다시 고려로 전파되면서 3국이 ‘오양선’의 모티브를 공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공연이 있기 전 9월 30일에 동 연구소의 ‘제 3회 전통문화 재연과 문화콘텐츠 학술심포지움’에서 허동성의 연구로 발표된 바 있다.
 한국의 〈오양선〉은 한예종 전통원 박은영교수의 지도로 궁중정재 〈오양선〉을 소개했다. 중국의 〈오양선〉은 그 설화가 유래했던 광둥성 광저우의 광둥성가무극원이 만든 작품을 지예화의 지도로 한예종 무용원 학생들이 공연했다. 그리고 베트남의 〈오양선〉은 ‘치유의 쑥잎’이란 부제로 추어졌으며, 국립베트남무용대학의 응우옌 반 꾸앙(Nguyen Van Quang) 교수의 안무로 추어졌다. 설화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짧은 서사를 춤으로 풀어냈다. 베트남의 경우 ‘오양선’ 관련한 사료가 부재하고 전승되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공연을 위해 한국의 사료를 바탕으로 창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2부는 베트남의 여러 종족들의 전통춤들 - 〈꺼뚜족 소녀들〉(꺼뚜족 전통춤), 〈호 응우옛 꼬〉(베트남 전통춤), 〈고대의 조상〉(참족 춤), 〈야생의 외침〉(에데족 전통춤), 〈커무족 아이들〉(커무족 전통춤), 〈산꽃〉(허몽족 전통춤), 〈꽃피는 계절〉(타이족 전통춤), 〈색바랜 삶〉(낑족 전통춤), 〈베트남 소녀들〉(낑족 전통춤)을 보여주었다.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었는데, 전통 민속춤을 무대화한 작품들, 민간의 설화를 토대로 창작한 춤, 새로운 주제를 지역 민속춤의 기법으로 창작한 춤들이었다.
 전반적인 느낌은 전통춤이긴 하되, 마치 우리의 신무용을 보는 듯 했다. 베트남의 전통춤사위에 서양춤의 기법이 섞여있었고, 여성 중심이며, 발랄하고 아름다우며 무대를 전제로 다듬어져 있었다. 순수한 베트남 전통춤관람을 기대했던 필자로서는 약간 의아스러웠다. 춤의 반주를 베트남 전통 악기의 생음악으로 하지 못하고, 양악기와 결합한 녹음 음악이었던 점도 아쉬웠다.

 

 



 그 외 사단법인 한국춤예술센터(이사장 이철진)도 ‘한일 전통춤 류파전’을 2009년부터 꾸준히 펼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신은주무용단, 경상대학교 아시아춤연구소, 한예종 무용원 세계민족무용연구소의 각 사업들은 한국 전통춤에서 영역을 확장하여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민족춤들을 이해하고, 한국 전통춤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 춤의 정체성과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목표를 향해 있다. 또한 세계 민속춤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들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문화 전반이 세계무대로 나가는데 있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 데이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유의미한 사업들이 국내 춤계에 적절히 소화 흡수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업의 성과가 국내의 춤 교육이나 연구, 창작과 긴밀히 연결되지 않는다면 일회용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무용학 내에 아시아춤이나 세계 민속춤, 민족춤의 연구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춤계가 당면 창작이나 공연 현안에만 몰입되어서 긴 안목을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실함과 무관심을 사업의 성과들을 국내 춤계, 무용학계로 소화하고 축적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경상대학교 아시아춤연구소나 한예종 무용원의 세계민족무용연구소의 경우 학교 부설 연구소로서 그 역할이 막중하다. 회를 거듭하며 많은 준비과정과 노력으로 행사를 치러내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를 누적시키는 것만이 사업의 성과는 아닐 것이다. 사후 작업이 지속되어야 한다. 데이터를 축적시키는 작업은 기본이고, 이를 토대로 세계 민족춤에 대한 이해를 국내에 확산시키고, 결국 한국 춤계의 예술적, 학문적 자산으로 안착하도록 사후 작업에 정성을 더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올해 공연에서 보았던 아시아의 전통춤들이 프로시니엄극장 무대에서 추어지면서 변모하고 있었고, 전통춤을 토대로 새롭게 창작한 작품들을 다수 보았다. 이에 대한 무용학적 평가와 해석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 민족춤 또는 전통춤 관련한 다양한 사업과 교육, 연구사업들은 이미 세계화된 국면에서 국가가 장기적 전망을 갖고 제도적 차원에서 수행하지 않으면 성과를 창출하기 힘든 과제이다. 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바이다. 

2016.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