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칠암별신굿의 연행 내용과 특징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항구에 자리잡은 굿당에서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비는 칠암별신굿을 6년 만에 2015년 3월 5일(정월대보름)부터 엿새 동안 열었다.
대보름날은 서울놀이마당에서 송파다리밟기와 대보름한마당을 마치고, 7일 아침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5시경에 기장면 칠암리 굿당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김동연 무녀와 김동열 양중이 내당굿의 대신거리를 연행하고 있었다.
칠암별신굿은 정월보름에 제주집에서 신내림을 받고 마을우물과 용왕제를 지내고 제당 앞으로 와서 문굿을 하고 제당으로 모셔와 굿을 시작한다. 제당 문을 열고 안에 굿상을 차리고 제를 지낸다고 하여 내당굿이라고 하는데, 가망거리, 세존거리, 제석거리까지 첫날에 하고 둘째 날에 천왕거리, 산신령거리, 군웅거리, 부인거리, 성주거리, 셋째 날에 선생거리, 황제거리, 대왕거리, 손님거리, 대신거리로 끝내고 제당 문을 닫는다.
넷째 날부터는 제당 문을 닫은 채 앞에 굿상을 따로 차리고 외당굿을 연행한다. 연행내용은 중복되지만 다시 가망거리로부터 시작하여 세존거리, 심청거리, 제석거리, 다섯째 날에 산신령거리, 군웅거리, 황제거리, 용왕거리, 걸립거리, 마지막 날에 천왕거리, 장수거리, 월래거리에 이어 거리굿으로 축원하며 끝맺는다.
칠암별신굿의 연행자들은 신암별신굿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 보존회가 주관하기 때문에 보존회원들인 무녀와 양증들 대부분이 주관자로 참여하여 굿의 내용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마을 주민들이 주최하여 칠암제당에서 예로부터 연행하던 방식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굿거리 구조와 내용에서 지역적 특성과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따라서 지난해 강릉단오제 춤기행에서 밝힌 굿구조와 신암에서 소개한 굿내용이 중복될 수 있어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굿춤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해안 남부지역은 북부(강원, 경북)와는 달리 내당굿과 외당굿의 연행구조로 되어 있는데, 칠암별신굿이 이와 같은 구조로 연행한다. 내당굿은 굿의 전반부에 해당하며, 굿당을 정화하고 신들을 좌정시키고 신과 인간과의 만남과정을 풀어낸다. 조상과 집안의 여러 신들에게 자신과 자손의 번창 풍요, 안녕을 기원하고 무당자신을 위한 굿도 연행된다. 외당굿은 굿의 후반부에 해당하며, 굿이 진행되는 마을 전체의 번창과 풍요, 안녕을 기원하는 성격 위주로 진행되며, 극적 성격도 강화되어 바다, 산, 땅, 나라전체와 관련된 신위들을 중심으로 연행하여 굿 참석자들에게 흥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란함의 극치를 보인 거무춤
별신굿이나 오구굿의 의식절차 가운데 청보무가를 부르는 거리는 대개 푸너리춤으로 시작하여 청보무가를 길게 부르고, 이어 거무춤을 추고 수부무가를 부르는 것으로 한 거리를 마친다. 따라서 부정굿, 도가집굿, 꽃·뱃·등노래거리, 뒷전(거리굿) 등 특수한 몇몇 거리와 함께 제마수 무가를 부르는 심청굿, 세존굿, 손님굿, 제면굿을 제외한 청보무가를 부르는 모든 거리에서는 어김없이 거무춤을 추고 이의 반주로 거무장단이 쓰인다.
거무장단의 ‘거무’는 ‘검무(劍舞)’가 와전된 것으로, 원래는 놋동이굿에서 무당 2명이 검(劍)을 들고 검무(劍舞)를 추던 것이 변하여 오늘날과 같은 거무춤이 되었다고 하지만 근거는 확실치 않다. 무당이 청보무가를 끝낸 다음 각 거리에 모신 신에 따라 “우여차 (산신)님네 놀고 씨고 가자” 등의 사설을 하면 거무춤과 함께 거무장단이 시작된다. 거무장단은 전체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단속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린 것은 ‘느진거무춤’, 보통은 ‘거무춤’, 빠른 것은 ‘당거무춤’라고 한다.
거무장단 1장은 굿거리형 장단으로 ♩.≑70의 템포에 3소박 4박(♩.×4)이고, 징은 두 장단마다 한 번 친다. 거무 2장은 박자가 1장과 같지만 징이 한 장단에 한 번 첫 박에 들어가고, 템포가 ♩.≑115로 빨라지는 자진모리형인 점이 다르다. 거무 3장은 2장의 템포를 더 빨리 몰아서 ♩≑125에 2소박(♩)×4박의 단모리형으로 연주되는 장단이다. 징은 한 장단의 제1, 3박에 두 번 들어간다.<장휘주, 동해안의 굿음악, 그 전승과 단절의 역사. 민속원, 2008>
이번 칠암별신굿에서도 거의 모든 굿에서 청보무가를 마친 다음에는 무녀가 “우여차! 00님네 놀고 씨고 가잔다!”라고 외치고 나면 양중들이 거무1장단을 연주하면 서서히 양손을 들어 올리면서 느진거무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번에 예시하는 거무춤은 무녀들 중에 김석출 무속명인의 둘째딸 김동연이 3월 9일 오후 1시 23분에 황제거리를 시작하여 푸너리춤과 청보무가를 마치고 2시 13분부터 7분간 춘 거무춤을 춤사위를 정리해 보기로 하였다.
(1) 느진거무춤-거무1장단(굿거리형)
무녀가 “우여차! 황제님네 놀고 씨고 가잔다!”라고 외치고 쾌자 매무새를 고친다. 양중이 거무1장단(굿거리형)을 친다.
① 한손 들기-흰수건을 든 오른손을 옆으로 서서히 들었다 내리고 왼손은 허리춤에 붙인다.
② 한손 높이 들었다 어르고 내리기–오른손을 다시 머리 높이로 쳐들어 올릴 때 옆구리에 붙였던 왼손도 따라 옆으로 약간 든다. 쳐든 오른손을 꺾어 내릴 때 왼무릎을 살짝 굴신하며 오른발을 들었다 모아 딛는다.
③ 여밀사위- 양손 내린 다음 앞뒤로 바꿔가며 여민다.
④ 평사위로 어르기-양손을 양옆으로 펴들고 평사위로 서서 어른다(2장단).
⑤ 평사위로 전진 후진- 평사위로 어르며 천천히 전진했다 후진한다(2장단).
⑥ 양손 어르고 여미면서 왼쪽 돌기-비껴 오른쪽 앞으로 걸어가며 어르고 앞뒤로 여미며 한바퀴 돈다(2장단).
⑦ 반 바퀴 더 돌기-양손 들고 어르며 반 바퀴 더 돌아 등지고 선다(2장단).
⑧ 뒷걸음치기-반 바퀴 더 돌아 등지고 뒷걸음으로 물러난다(2장단).
⑨ 어르고 전진하기-제자리에서 어르고 전진한다(2장단).
⑩ 제자리 돌기와 어르기- 왼쪽으로 두 바퀴 돌아 어른다(2장단).
⑪ 반대로 돌기- 오른쪽으로 두 바퀴 되돌아 어른다(2장단).
⑫ 제자리에서여미며 어르기(2장단).
⑬ 평사위로 물러났다 왼쪽 돌기(2장단).
⑭ 계속 돌아 앞을 향해 수건을 양손 모아잡기(2장단).
⑮ 계속 돌아 등지고 서서 수건잡고 어르기(2장단).
⑯ 등지고 수건 젖혀 뿌리기와 내려 여미기(2장단).
⑰ 수건 걸치고 전진하다가 왼쪽 돌고 두 번째는 뿌리며 돈다(2장단).
⑱ 앞으로 돌아 수건을 뿌려 내린 다음 어르다 어깨에 걸치고 전진후진 한다(4장단).
⑲ 양손을 앞으로 뿌리며 전진후진하고 오른발 들고 어르고 왼발 들고 어른다(4장단),
⑳ 수건 뿌리며 오른쪽으로 두 바퀴 돌고 어깨에 걸치고 어르면 장단이 바뀐다(4장단).
(2) 거무춤-거무2장단(자진모리형)
무녀가 수건을 모아 잡으면 장단은 거무 2장단(자진모리형)으로 바뀐다. 장단이 빨라지면서 양손을 함께 또는 번갈아가며 치듯이 흔드는 ‘손치기춤’으로 거무3장에 추는 ‘무관(舞冠, 舞館)(*) 동작을 조금 느리게 섞어 춘다.
① 수건을 양손에 올려 잡고 왼쪽으로 두 바퀴 돌며 수건을 앞으로 뿌렸다 왼쪽어깨에 걸치고 전진 후진한다(4).
② 앞으로 전진하며 양손 앞으로 뿌렸다 올려(앞치기) 옆으로 뿌린 다음(옆치기) 후진하며 수건 든 손만 상하로 흔들기(상하치기)한다(2).
③ 수건 쳐들고 왼쪽으로 크게 한 바퀴 돈 다음 수건 어깨 걸쳤다 풀어내며 계속해서 왼쪽돌기를 빠르게 두 바퀴 돌고 흔든다(2).
④ 쪼그려 앉아 좌우로 수건 흔들기(↶↷ ∞ 등)를 여러 번 하고 머리 뒤로 올려 내린다(4).
⑤ 계속해서 쪼그린 자세로 수건을 좌우로 뿌리고 흔들어 머리 뒤로 가져간다(4).
⑥ 쪼그린 자세에서 수건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로 좌우로 흔들고 머리 뒤로 흔든다(4).
⑦ 머리 뒤에 수건을 양손으로 걸친 채 서서히 일어나며 제자리에서 왼쪽으로 두 바퀴 돌아 등지고 서서 수건을 뿌린다(4).
⑧ 등지고 서서 물러나며 수건을 상하치기를 하고 왼쪽으로 두 번 돌아 왼손으로 손수건을 짚어든다(4).
⑨ 오른손에 흰 수건, 왼손에 손수건을 들고 상하좌우로 흔들면 장단이 더 빨라진다(4).
*무관- 동해안지방의 굿춤을 지칭하는 춤용어로 아주빠른 거무3장단(단모리형)에 추는 춤으로 형식은 주로 양손을 상하좌우치기, 꼬아뿌리기 등의 동작들인데, 움직이는 형상을 붙여 ‘00무관’이라 부른다. 대부분 동작이 머리 위에서 빠르게 이루어진다. 무관의 명칭과 춤사위 특징을 간단히 소개하면, 돌머리무관(돌면서 추는 무관), 자치무관(좌우치기 무관), 겨드랑무관(손을 아래서 겨드랑이를 스쳐 위로 뿌리기를 양손 번갈아 하는 무관), 도리깨무관(양손을 함께 들어 도리깨질을 좌측 우측 번갈아 하는 무관), 까불무관(도리깨질을 내리지 않고 머리 위에서만 까불거리는 무관), 비빔무관(머리 위에서 양손을 비빔밥 버무리듯이 꼬아뿌리는 무관) , 갈매무관(갈매기처럼 날개짓 하면서 전진후진하는 무관), 나비무관(나비 날개짓과 겨드랑사위를 하는 무관), 소신무관(도리깨, 까불, 비빔, 자치 등을 섞어하는 무관) 등의 종류가 있다. 강릉단오굿 보유자 빈순애는 머리에 관을 쓴 것처럼 격조있게 추는 춤이라 해서 ‘관’자를 써서 ‘무관(舞冠)’아라 했는데,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은 집 관자를 넣어 ‘무관(舞館)’이라 하는데 이해가 덜 간다. 오히려 예전부터 굿춤을 잘 추면 ‘무관이 좋다’라고 하였던 것을 보면 ‘춤사위가 좋다.’, ‘춤이 보기 좋다’라는 의미로 볼 때, 춤사위를 보여주는 ‘무관(舞觀)’이라는 말이 한자어로 적합해 보인다.
(3) 당거무춤-거무3장단
당거무춤은 단모리형 장단으로 아주 빠른 가락으로 이때 추는 춤사위를 무관(舞冠, 舞館)이라고 한다. 지난해 강릉단오굿 춤기행에서 밝힌 바 있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겠지만 독특한 구조의 춤사위 순서를 살펴보기로 한다.
김동연 무녀의 무관은 흰 수건을 들고 추다가 손수건을 짚어 양손에 들면 양중은 장단을 몰아주면서 추기 시작한다.
① 양손에 수건을 들고 앞에서 걸음치기를 하고 자치무관(좌우치기)를 한다(4).
② 앙손을 좌우로 폈다 모으고 겨드랑사위를 하는 나비무관을 한다(4).
③ 양손을 머리 위로 젖혔다 앞으로 뿌리는 도리깨무관을 한다(4).
④ 양손을 머리 위에 모았다 옆으로 펴는 갈매무관을 한다(4).
⑤ 뒤로 돌아서서 한손씩 앞뒤로 흔드는 까불무관을 깨금발로 한다(4).
⑥ 머리 위에서 한손씩 돌리는 비빔무관을 한다(4).
⑦ 앞으로 돌아서서 나비무관을 하고 제자리 서서 빠르게 비빔무관을 한다(6).
⑧ 다시 뛰면서 좌우치기를 한다(4).
⑨ 겨드랑무관을 한발씩 뛰면서 한다(4).
⑩ 좌우로 양손을 흔들어 내리며 까불무관을 한다(4).
⑪ 여러 가지 무관을 뒤섞어하는 비빔무관을 아주 빠르게 한다(4).
⑫ 돌머리무관으로 돌고 양사위치기와 갈매무관을 한다(4).
⑬ 돌면서 한손던지기와 비빔무관, 양사위치기, 비빔무관 등을 섞어 손신무관을 한다(4)
⑭ 천천히 돌면서 천천히 마무리춤을 하고 돌아 굿상에 절을 하고 마친다. 양중이 괴성을 지르며 잘한다고 칭찬을 하고 마친다.
(4) 거무춤의 특징
첫째, 거무춤은 한국 연행예술(악가무)의 진행구조인 느림에서 점진적 빠름으로 굿거리형→자진모리형→단모리형을 갖추고 있다.
둘째, 느진거무춤(거무1장단-굿거리형)은 기방계 예인춤의 고운 자태적 성향과 살풀이춤의 수건춤과의 유사성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셋째, 느진거무춤에서는 예기들의 화문석 입춤처럼 좁은 돗자리 공간에서도 춤멋과 춤맛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넷째, 거무춤(거무2장단-자진모리형)은 일반 민속춤의 허튼춤의 성격과 달리 거무3장(휘모리형)의 예비동작과 같이 느린 무관과 손치기 동작을 보이고 있다.
다섯째, 당거무춤(거무3장단-단모리형)은 ‘무관’이라는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할 만큼 한국 전통춤에서 유일무이하고 현란한 동작구조를 지니고 있다.
여섯째, 손놀림은 장단이 빨라짐에 따라 뿌림사위와 치기사위로 전후좌우 종횡무진의 손춤사위를 표현하고 있다.
일곱째, 걸음걸이는 좁은 공간에서 연행하기 때문에 ‘걷기’보다는 ‘디딤’, ‘전진후진’, ‘돌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여덟째, 도는 사위는 어김없이 왼쪽 돌기(*)를 행하고 있으며 가끔씩 오른쪽 돌기로 풀어나온다.
아홉째, 춤의 생태인류학적으로 볼 때 산악지대 춤과 북방계 춤의 특성인 손의 윗놀음과 하체의 깨끼뜀이 특히 발달하였다.
열재, 젊음 세대 무녀들은 빠른 당거무춤(거무 3장)에 비중을 두고 추었으며, 연배 높은 무녀들은 좀 느리지만 멋진 느진거무춤(거무 1장)에 비중을 두고 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왼쪽돌기-굿의 인류학계에서는 왼쪽돌기를 신의 세계로 가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른쪽 돌기를 인간세계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왼쪽돌기는 신(神), 저승, 영혼(靈魂), 혼돈(混沌, chaos)의 세계로 가기, 반대돌기(reverse turn)를 뜻하며, 오른쪽 돌기를 인간(人間), 자연(自然), 육신(肉身), 이승, 질서(秩序)의 세계로 나오기, 바르게 돌기(natural turn)라는 뜻으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