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영신제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 현장을 찾은 지 5년만(2009)에 5월31일(음5월3일)오후 6시에 올리는 영신제부터 8일 동안 펼쳐지는 강릉단오제를 참관하러 점심 후 강릉으로 출발하였다.
토요일 주말이라 오전 내내 막혔던 고속도로가 오후엔 다행히 뻥 뚫려 강릉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99칸의 사대부가옥이며 출판사 열화당의 유적지인 선교장을 들러 강릉시내 입구에 새로 이전한 대관령국사여성황사(강릉시 홍제동 소재)로 갔다. 5년 전에 있던 자리는 도시계획으로 헐리게 되어 강릉시 초입으로 이전하였다.
영신제는 강릉 홍제동 여성황사에 함께 합사하여 모셨던 국사성황부부를 단오장으로 모시기 위한 의례이다. 먼저 사당에 제상을 차리고 먼저 제관들이 유교제사를 지내고, 관계자와 내빈들과 함께 음복을 하며 떡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저녁요기를 마쳤다.
이어서 무녀 빈순애(보유자)가 활옷(철릭)에 검정 갓을 쓰고 양중들의 푸너리장단에 부정굿으로 푸너리춤(*)을 추고 청보무가로 성황굿을 한 다음, 양중(남자무당, 화랭이, 악사)들의 반주에 모든 무녀들이 활옷(철릭)에 붉은 갓을 쓰고 남대천 가설굿당으로 신위와 신목을 모셔가기 위한 대맞이로 군무를 하였다. 그리고 영신행차를 준비하였다.
*<푸너리춤> 푸너리장단에 맞춰 즉흥적으로 각 굿의 거리마다 처음에 추는 춤이다. 무녀가 부채와 수건을 양손에 들고 좌우 팔을 흔들며 추는 평범한 동작으로 춘다. 푸너리춤에는 ‘문을 열어주십시오’라는 뜻이 있다.
*<청보장단과 청보무가> ‘청배장단’의 사투리이며 청배란 청신(請神)을 뜻한다. 무당이 푸너리춤을 추고 나면 이어서 바로 내는 장단으로 쇠가락이 무가의 전주와 같이 나온다. 간주 쇠가락은 꽹과리·징·장고로 연주하고, 청보무가가 불릴 때는 장고·징만으로 반주된다.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 때 청보무가가 불리는 거리는 부정굿·청좌굿·하회굿·축원굿·산신굿·칠성굿·성주굿·원님굿·지신굿·군웅굿·장군굿이다.
강릉단오제의 개요와 시작
강릉 단오제는 강원도 강릉에서 단옷날을 전후하여 서낭신에게 지내는 마을 공동축제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1967년 지정)이며, 2005년 11월 25일에 '유네스코 세계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에 등록되었다. 본래 단오는 보리를 수확하고 모심기가 끝난 뒤에 한바탕 놀면서 쉬는 명절로서 농경사회 풍농 기원제의 성격을 지닌다.
강릉 주민들은 대관령을 중심 공간으로 삼고 한반도를 통일한 신라의 김유신 장군, 강릉출신으로 고려건국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승려 범일국사, 자연의 재해와 고난의 희생자였던 정씨 여인을 지역수호신으로 모시면서 영동지역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을 연마하는 축제로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강릉단오제의 시작은 단오 한 달 전(음4월5일) 칠사당(七事堂)에서 신께 올리는 신주를 빚는 행사로부터 출발한다. 이어서 음력4월15일(5월13일)이 되면 대관령산신제(대관령산신당, 김유신장군)와 대관령국사성황제(국사성황사, 범일국사)를 지내고, 무녀가 부정굿과 성황굿을 한 다음, 신목잡이가 신이 깃든 단풍나무를 고르면 무녀는 제금을 치면서 대맞이를 하고 신목베기를 하여 오색예단을 매달아 국사성황행차를 하며 내려온다. 길목에 구산성황제와 학산성황제를 지내고, 대관령국사여성황사(정씨 처녀)에 합사하는 봉안제를 지낸다. 봉안제는 두 분의 위패와 신목을 안치하고 제관들이 유교제례를 하고, 다시 무녀가 굿을 하여 음력 5월3일까지 모셔 둔다.
영신행차
영신제를 마치고 성황신 부부의 신위를 앞세우고 모셔두었던 신목을 뒤따르게 하여 악사와 무녀들과 풍물과 관노놀이패들과 참가자들 모두 줄을 지어 남대천 굿당까지 영신행차를 하였다. 영신행차 도중에 여성황신의 친정인 정씨 생가를 들러 부정을 물리고 친정가족들을 위한 축원굿을 하고 영신행차를 계속하였다. 금년 영신행차에는 수많은 강릉시민들과 관광객과 외국인들까지 시가지 연도 양쪽에 인산인해를 이루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참여했을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꼈는데, 아마 유네스코에 등재된 후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축제 참여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문굿
영신행차를 시작하여 3시간이나 시가행진을 하여 남대천 축제장에 마련한 굿당 제단에 도착하여 신위와 신목을 봉안하고 지화를 설치하니 9시30분이 되었다. 일반적인 굿의 진행과 마찬가지로 먼저 신을 맞이하는 영신의례를 거쳐 신을 굿당에 봉안하는 봉신의례인 문굿과 청좌굿이 이어졌다.
문굿은 대관령국사성황신과 여성황신의 신위와 신목을 안치시킨 후, 강릉단오굿의 시작을 고함과 동시에 문을 여는 의미를 가진 굿이다. 남색쾌자와 흰머리 띠를 한 빈순애 주무와 조무들이 양중(동해안 세습무집단의 남성악사들)들의 요란한 거무장단의 타악반주에 맞춰 신칼을 양손에 들고 거무춤(*)으로 문굿을 하였다.
* <거무춤> 동해안 별신굿이나 오구굿의 의식절차 가운데 청보무가를 부르는 거리는 대개 푸너리춤으로 시작하여 청보무가를 길게 부르고, 이어 거무장단에 거무춤을 추고 수부무가를 부르는 것으로 한 거리를 마친다. 따라서 부정굿, 도가집굿, 뒷전 등 특수한 몇몇 거리와 함께 제마수 무가를 부르는 심청굿, 세존굿, 손님굿, 제면굿을 제외한 청보무가를 부르는 모든 거리에서는 어김없이 거무춤을 춘다. ‘거무’는 ‘검무(劍舞)’가 와전된 것이라고 하지만 근거는 확실치 않다. 거무장단 1장은 느린 굿거리형 장단이며, 거무 2장은 빨라진 자진모리형이고, 거무 3장은 빠른 단모리형으로 연주되는 장단이다.
청좌굿
청좌굿은 단오굿의 주신인 국사성황신과 여성황신을 모신 후, 단오굿거리에서 모시는 모든 신들을 청하고 좌정시키는 굿이다. 신길자 무녀가 부채와 수건을 들고 청좌굿을 하였다.
청좌굿이 끝나자 끝으로 강릉단오제 전야제 행사를 마치는 불꽃놀이가 남대천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참관과 촬영을 마치고 경포대로 가서 숙소를 정하고 나니 자정이 되어 늦은 저녁을 하였다. 피로감과 허기에 지쳤지만 낙지 한 마리와 막걸리가 꿀맛이었다.
* 다음호에는 단오굿당에서 5일 동안 행하는 조전제, 부정굿, 하회당참굿, 조상굿, 축원굿, 세존굿, 중잡이굿 등의 굿춤과 해외 초청단체와 국내 초청단체의 막간공연의 춤에 대해서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