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춤 지원정책 운용
반드시 바꾸어야 할 10가지
장광열_한국춤정책연구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23일까지 유튜브 생중계를 곁들인 대국민 현장 업무보고를 시행했다.

보고회는 예술위의 지원 사업 및 운영시설별로 ▴신나는예술여행 ▴예술인력 ▴시각예술·미술관 운영 ▴연극·무용 ▴청년예술가 ▴예술극장 운영 ▴문학 ▴다원·융합예술 ▴국제교류 ▴문화예술후원 ▴음악·전통예술 ▴뮤지컬 ▴아르코예술기록원 운영 ▴통합문화이용권 등 주제를 구분하여 모두 14회에 걸쳐 열렸다.

예술위 사업 담당자의 업무보고, 사전에 섭외된 패널들의 발언, 그리고 현장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을 겸한 발언 순으로 진행된 현장 업무 보고회는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지원정책을 총괄했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해체되면서, 2005년 새로 생겨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범 이래 현장 예술가들과 가진 가장 획기적인 소통 방식이었다.

새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수장(守將)이 된 정병국위원장은 보고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정성을 보였고, 예술위는 도출된 주요 사안들을 다시 정리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등 후속조치도 발 빠르게 시행, 현장 보고회가 보여주기 식 1회성 행사가 아니었음을 입증해 보였다.

그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정책 운용은 동사무소의 민원창구처럼 보였다. 주민등록 등본, 인감증명 발행처럼 같은 업무가 반복되는 현상에다 기관 대 민원인이 만나는 형태도 유사하고, 무엇보다 동력(動力)도 떨어졌다. 지원 정책의 새로운 발굴도 더디고, 사업 보완 의지도 약하고, 탄력적인 운용도 미진했다.

3월 2일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연극·무용 부문 현장 보고회에서 도출된 내용을 포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용 부문 지원 사업 운용과 관련, 개선되어야 할 10가지 사안을 정리해 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활성화 지원작 〈조동〉(안무 김성훈). 창작활성화지원사업의 가장 큰 특혜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춤비평가협회에 의해 2022 베스트 작품에 선정된 이 작품은 2023년 서울공연예술제(SPAF)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예전과 달리 작금의 무용 생태계와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춤의 영역이 확장되었고 무용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무용예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열악한 공연예술 장르이다. 그래서 선진 외국의 경우는 타 예술 장르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무용예술에 공적 지원금을 더 많이 투여한다.



1.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을 함께 넣어 ‘공연예술’로 통합한 지원 카테고리, ‘무용예술’로 독립해 운용하라.
예전과 달리 작금의 무용계 생태계와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춤의 영역이 확장되었고 무용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복지를 위한, 국제교류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무용예술의 새로운 흐름과 특수한 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 운용은 공공 예술지원 사업의 효율성과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2. 지원건수 기준 예산배정 관행에서 탈피, 열악한 예술장르(무용)에 대한 공공 지원 금 증액 편성하라
무용예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열악한 공연예술 장르이다. 그래서 선진 외국의 경우는 공적 기금을 무용예술에 더 많이 지원한다. 예술위가 오랜 동안 관행처럼 시행하고 있는 지원 건수 대비 지원금 배정은 공공성의 실현이란 측면에서 이제는 타 예술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예술 장르를 더 지원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3. ‘공연비평활성화지원’은 비평가들의 원고료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어라
현재 예술위의 무용부문 비평 활성화 지원금은 오래 동안 6-7개의 월간 춤 전문지 발행비용으로 지원되고 있다. 연간 무용공연 건수가 3천 건을 넘어 섰고, 예년 10명 정도에 불과하던 춤 비평가들이 30명을 넘어섰음에도 정작 춤 전문지에서 춤 리뷰가 게재되는 숫자는 훨씬 더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춤 잡지들은 공연 리뷰보다는 외국 잡지의 번역 기사나 인터뷰 기사 등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공연비평활성화’란 지원 카테고리가 처음 시작될 때 그 목적은 예술 비평의 활성화였고, 이를 위해 비평가들의 원고료 지원으로 정산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인쇄비나 잡지사 직원의 급여로 정산이 되고 있다. 공연비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금 정산의 경우 현장 공연 비평작업에 대한 원고료 지원이 그 중심이 되어야 소기의 운용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올해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20주년 기념공연 무대에 초청된 오스트리아 Wiener Staats Ballet 수석 무용수 강효정의 〈오네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전문 무용수들을 지원하고 있다(대한민국공연예술제). 그러나 이 사업은 소속 무용단의 우수 작품과 유명 안무가들의 최신 경향 작품을, 동반하는 외국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함에도, 사업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를 받았음에도 수년째 서울 공연만 하고 무용수들을 해외로 돌려보내고 있다. 매년 서울 공연 후 지역연계 공연 추진을 지원신청서에 적었지만 이를 위한 예산반영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술위의 공공 지원 사업들은 서울 시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더 많은 국민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4. 국제무용축제 위해 내한하는 외국무용단의 후속 지역연계 공연 예산을 편성해라
현재 우리나라에는 20개가 넘는 국제 무용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20년이 넘어 안정된 운용체계를 갖춘 곳도 있고 우후죽순 생겨나 아직은 ‘국제’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부족하고 운용체계가 허술한 곳도 많다.
 적지 않은 공공 지원금을 받는 국제 무용축제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다. 문제는 수억 원의 지원금을 받은 이들 축제에 초청된 외국 유명 무용단의 경우 서울 공연만 하고 자국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자국의 국제 무용축제에 초청된 해외단체들은 메인 행사 참가 후 반드시 적어도 2개 이상의 타 지역 공연을 의무적으로 편성한다. 예술위의 지원 예산이 중앙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만큼 대한민국의 전 지역민들이 무용공연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향유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5. 예술위에서 운영하는 4개 공공 공연장 중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 중심극장 으로 특화 운용하라
대한민국의 무용가들이나 춤 단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연장은 예술위에서 운용하는 대학로의 4개 극장이다. 대관 경쟁률 역시 그만큼 치열하다. 춤 공연 횟수가 많아지고 무용예술의 영역이 장애인, 융복합, 기술과의 결합 등 빠른 속도로 확장되면서 공연 횟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연극 장르가 4개의 공공 전용극장을 갖고 있는 반면에 무용예술 전용극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예술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경쟁력이 약한 예술장르를 활성화 시키는 데는 영양가 높은 처방이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무용중심 극장으로 특화시켜 안정되고 장기적이고,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 연중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시행하다 없어진 ‘대관료 지원 사업’ 다시 부활하라
대관료 지원 사업은 예술위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한 단체들에게는 그나마 공연 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예술위의 무용부문 지원 대상 선정 경쟁률이 평균 3대 1을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대관료 지원 사업이 중단되면, 결국 지원받은 단체만 공연을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예술위의 지원 결과가 당해 연도에 발표되는 상황에서 미리 공연장을 대관하고 그 곳에 잘 맞는 작업을 준비하는 무용가들에게 그나만 분기별로 시행되는 대관료 지원 사업은 공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직접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통로였다. 올해부터 갑자기 중단된 분기별 대관료 지원 사업은 반드시 부활되어야 한다.


7. 시행하다 없어진 국제교류 부문 분기별 지원을 다시 시행하라
공연예술의 국제교류는 단기적인 1회성 사업이 아니다. 준비를 거쳐 교류 사업이 이어지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이 같은 특성상 일찍부터, 때론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한다.
 예술위의 정기공모 사업 외에 분기별로 진행하던 국제교류 지원 사업이 중단된 것은 국제교류의 이 같은 특성을 간과한 잘못된 결정이다. 무용예술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가 늘어나고 있고 그 양상 또한 다양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항공료 지원은 분기별로 시행될 경우 국제교류 활성화로 직결될 수 있다.


8. 창작산실 대본 공모(극작가 및 작곡자 발굴)에 무용예술도 포함시켜라
1시간이 넘는 장편 춤 공연 작업의 경우 특히 발레의 경우는 대본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음악의 비중이 다른 어떤 예술장르 보다 큰 것이 무용인만큼 무용대본, 무용 작곡가 발굴은 매우 중요하다. 현행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경우 음악이나 연극에는 극작가 및 작곡가 발굴이 신설되어 있으나 무용 부문에는 이 항목이 빠져있다. 최근 수년 동안 창작산실 부문에 발레 작품이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9. 아르코예술극장 대관결과, 예술위 지원결과 발표 최소한 전년도 하반기에 시행하라
예술위의 경우 새로운 지원 사업을 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예술위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되고 있는 당해 연도에 지원신청 결과를 발표하는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올해 예술위의 4개 공공극장 대관 결과는 2월 중반을 넘어서야 최종 발표되었다. 예술위 지원결과도 새해 시작되기 하루 전에 발표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축제와 주요 공연들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준비기간과 작업 기간은 질 높은 공연이나 축제를 만들어내는 것과 직결되고 지원사업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0. 예술위의 대학로 스튜디오 연극 독점, 무용예술 단체에게도 일정기간 배정하라
예술위의 공공 지원은 현금 지원이 전부가 아니다. 좋은 시설의 극장, 저렴한 대관료, 유능한 기술스태프, 좋은 시설의 스튜디오 지원도 중요하다.
 예술위가 운영하는 5개의 공공 스튜디오 중 대학로 예술극장 연습실과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는 댄스플로어가 깔려있지 않고, 천장도 낮고 공간도 협소해 몸을 움직여 연습해야 하는 무용장르에는 적합하지 않다. 스튜디오 다락과 하늘이 그나마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일 년 내내 연극 장르에만 배정되고 있다. 일정 기간은 무용예술 단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재단 증가에 따른 중복 지원 피하고, 예술위가 해야 할 사업에 전념, 운용의 질 높여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해야 할 지원정책 개편의 중심은 정부가 중점 시행하는 문화정책과의 연계성을 통한 생산성 증대, 각 지원 사업 간의 조정과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 사안에 따른 구체적이고 세분화시킨 전략적 정책 운용, 환경의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탄력적 정책 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지역문화재단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0여 개에 이르렀고, 이들 재단들이 시행하는 지원사업의 유형이 예술위와 중복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술위의 존립 목적에 부합되는 사업운용 개편과 함께 매년 단체들이 제출하는 지원신청서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전년도 지원 금액에 맞추어 예산 지원을 되풀이하는 관행도 시정되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정책은 좁게는 국내, 전국 각 지역의 문화발전을 고려한 운영, 넓게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의 예술 환경을 고려한 포괄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양보다는 질이 무게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화예술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란 궁극적인 정책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정책은 현재의 대한민국 문화예술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아주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장기적, 때로는 중기적, 그리고 때로는 단기적인 운용의 묘가 발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장광열

​춤비평가.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5년 무용예술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를 위해 설립한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대표, 한국춤정책연구소장, 서울과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숙명여대 무용과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23. 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