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북인도춤기행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라자스탄지역의 칸다리야 민속춤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여행 중 가장 기다렸던 일정이 라자스탄주의 민속춤을 볼 수 있는 카주라호 칸라다야 민속극장 투어였다. 공연은 150석정도의 자그마한 소극장에서 있었다. 촬영준비를 하고 막이 열리자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찍으면서 춤판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양한 라자스탄지방 민속춤을 보여주기는 하였지만 옷만 갈아 입고 나오는 비슷비슷한 민속춤 쇼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행을 계속하면서 가는 곳마다 인도집시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유적지마다 간략하지만 춤과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춤꾼들을 만난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물론 필자가 기대한 전문성이나 토속성을 지닌 제대로된 공연은 아니지만 귀국 후 영상과 사진자료를 정리하면서 인도춤의 종류와 의미를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위로할 수 있었다. 칸라다야 민속극장 공연을 토대로 인도 라자스탄지역의 독특한 민속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차리춤(Chari Dance)
북인도 라자스탄 민속춤으로 가장 대표적이고 인상적인 춤은 물동이를 이고 추는 차리춤이라 할 수 있다. 라자스탄주에는 드넓은 타르사막이 있어 낙타가 주된 교통수단이며, 물을 구하려고 오아시스와 샘물을 찾은 여인들의 애환이 담긴 소재가 된 춤이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추는 춤이 발달하여 집시들은 여러 개의 항아리를 겹쳐 머리에 이고 추는 묘기춤으로 발전시킨 춤이 차리춤(Chari Dance)이다. 사막의 고장 라자스탄의 오아시스, 자이푸르에는 사막과 도시를 돌며 춤과 노래, 제사를 지내는 인도집시들이 많다. 집시라면 유럽을 떠올리지만 집시의 윈조는 인도로 알려져 있다. 자이푸르의 집시는 7개의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춤과 함께 작두를 타는 차리춤으로 유명하다. 남자들은 악기로 흥을 돋우고, 여자들은 항아리춤과 인도 민속춤을 춘다. 특히 주로 밤에 연회를 여는 풍습에 맞춰 결혼식과 생일잔치에 피날레를 장식하는 집시들은 불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대못과 칼 위에서 춤을 추기까지 하면서 몰아의 경지를 표현한다. 신과의 대화를 뜻하는 항아리춤은 고도의 균형감각과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기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항아리나 물동이, 접시를 여러 개를 머리에 이고 추는 민족은 우선 우리나리의 물동이춤(최승희 작품)을 비롯하여 몽골의 정완춤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전승되고 있지만 묘기성이 뛰어난 곳은 인도 집시들의 차리춤이다.
불항라이춤(Fire Dance)과 촛대춤(Samayi Dance)
라자스탄 타르사막지역에서 기원한 물항아리를 이고 추는 차리춤(Chari Dance)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색다르게 진화되어 불항아리를 이고 추는 춤, 촛대(Brass Lamp)를 이고 추는 춤 등으로 발전하였다. 불항아리춤은 비카네르(Bikaner)와 추루(Churu) 지역에서 전승되는 춤이다. 어둠을 밝히는 아름답고 깊이 인상적인 춤으로 음악의 템포에 점차 빨라지면서 화려한 색체의 의상과 손목과 목 등에 화려한 장식을 하고 춘다. 집시들은 특히 주로 밤에 연회를 여는 풍습에 맞춰 결혼식과 생일잔치에 피날레를 장식하는 불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대못과 칼 위에서 춤을 추기까지 하면서 몰아의 경지를 표현한다. 촛대 이는춤(Samayi Dance)은 고아(Goa)지방에서 시그모(Shigmo) 축제나 의식에서 남녀가 함께 참여하여 밤중에 촛대불을 머리의 이고 균형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추는 춤이다.
구마르춤(Ghoomar Dance)
구마르춤(Ghoomar Dance)은 각종 축제 때마다 여인들이 춤춰왔던 라자스탄을 대표하는 민속춤으로 우리나라의 강강술래처럼 여인들이 손을 잡고 원을 돌며 춘다. 브힐(Bhils)족의 민속춤에서 기원하여 라자스탄 다른 지역의 춤으로 채택되면서 폭넓게 전파되었다. 이춤은 여성들만의 원형대형의 춤이며, 남성은 원안에서 노래와 북장단으로 연주를 할 뿐이다. 구마르(Ghoomar)는 휘감치는 화려하고 긴 치마의 뜻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시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춘다. 화려한 장식과 우아한 춤사위와 경쾌한 노래를 부르며 손뼉을 치기도 한다. 축제나 결혼식에서 낮이나 밤에 신랑집에서 결혼 축하와 환영의 춤으로 춘다. 가잇 구마르(Gait Ghoomar)'라 불리는 춤은 빌(Bhil) 부족들의 춤으로 봄을 맞은 축제인 홀리(Holi) 축제 때 주로 추는 춤으로 남자와 여자가 한데 어우러지는, 인도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드문 춤이다.
가이르춤(Gair Dance)
가이르춤은 라자스탄 봄맞이 홀리(Hol) 축제기간 동안 남성들이 추는 춤이다. 구마르춤이 여성중심의 원무이라면 가이르춤은 남성중심의 원무이다. 메와르(mewar) 및 바르머(Barmer)지방에서 인기있는 춤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리듬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스틱을 치면서 춤을 춘다. 파군아요레(Phagun Aayo re)는 이 춤을 추는 민요곡이다.
칼베리아 춤(Kalbelia, Sapera, Snake Dance)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 된 '칼베리아 춤‘(Kalbeliya Dance)은 뱀을 잡는 부족인 칼베리아 여인들이 추는 춤으로 독특한 음색의 쌍관 피리의 남성 연주에 맞춰 뱀의 동작들을 표현하는 흥미로운 춤이다. 검정바탕에 다양한 색조 문양과 반짝이장식을 한 긴 치마(dirndl-skirts)를 입고 뱀의 율동을 표현하는 화려한 춤이다. 춤의 형태는 풀스커트가 활짝 펴지도록 회전하면서 뱀처럼 유연한 웨이브로 점차 빠른 가락으로 춘다. 이 춤은 지방에 따라 칼베리아 사페라 댄스(Kalbelia Sapera Dance), 뱀춤(Snake Dance)이라고 부른다.
테라 탈리춤(Terah Taali Dance)
라자스탄의 카마타(Kamada)부족에서 전승되는 전통춤이다. 만지라스(Manjeeras, 작은 심벌즈의 타악기)는 손바닥보다 작은 심벌즈로 끈을 달아 양손으로 잡고 끈을 휘돌리거나 붙잡고 추기도 한다. 손목, 팔꿈치, 허리에 한 쌍씩 매달아 움직일 때마다 짤랑짤랑 소리를 내면서 주로 여인들이 앉아서 추는 춤으로 머리에 항아리를 이고 추거나 입에 칼을 물고 추기도 한다. 미라시(Mirasi), 반드(Bhand), 돌리(Dholi) 부족에서도 연행되며, 루네차(Runecha)의 바바 람데브(Ramdev)사원에서 그들의 민족 영웅인 바바 람데오(Ramdeo)를 존중하는 의식으로 연행한다. 빠르면서 우아한 춤사위로 최면에 걸린 것처럼 정밀하게 팔을 흔들어 딸랑거리며 몸통 흔들며 춤을 춘다. 반주자인 남자들은 돌락(Dholak, 통장구) 및 탐부라(Tambura, 4현 발현악기)을 연주하며 노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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