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이즈음 들어 한국 춤계에 나타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한국의 춤 문화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무척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문화역사 서울284, LIG아트홀 합정, 강동아트센터, 성균소극장 등 춤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의 확산
-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산실과 상주예술단체 지원사업,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대관지원, 서울문화재단의 커뮤니티 댄스 프로젝트, 홍은창작센터의 레지던시 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크라우드 펀딩, 대전문화재단의 젊은 무용가 지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센터스테이지와 컨넥션 프로그램 등 공공 지원기관들에 의한 차별화 된 춤 지원 증가
-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거나 활약했던 무용가들을 중심으로 한 국내무대로의 리턴 공연 증가
-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 등 국제 춤 축제에서의 국가간 공동제작 프로그램 증가
- SPAF의 서울댄스콜렉션, SIDance의 Who's Next, 한국현대무용진흥회의 국제안무가페스티벌 등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의 Kore-A-Moves와 서울댄스플랫폼(SDF) 등 한국 안무가들의 해외무대 진출을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 등 국제교류 패턴의 다양화
- 커뮤니티 댄스의 확산과 관련 프로그램의 다양화
- 가네사프로덕션, 정아트비전, 유네스코한국무용협회(CID-Unesco), ipap, 디아츠앤 코, LIG문화재단 등 제작기능과 국제교류 네트워킹을 가진 민간 전문 에이전시들에 의한 무용가 지원 확대
- 케이블 TV의 춤경연 프로그램인 <댄싱 9>, 무용을 활용한 상업광고 제작 증가 등 대중 매체에 의한 춤 수용 확대
등이 모두 그런 춤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들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궁극적으로는 국내외에서의 경쟁력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춤계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2014년 새 해를 맞으면서 한국 춤계가 당면한 몇 가지 시급한 사안들을 뽑아 보았습니다.
- 창작산실 사업의 운영체계 대폭 보완
-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와 춤계와의 연계성 확대
- 대한민국무용예술대상, 서울무용제, 전국무용제 등 춤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 지원금 수혜 시행사업의 효율성 배가
- 250여개에 달하는 전국 문예회관 등 공공 극장에서의 춤 공연(유통) 확대
-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시립무용단 등 공공 직업무용단 공연의 예술성 확보
- 춤 지원금 심사위원들의 공정성, 책임감 강화
- 예술인복지재단 등 예술관련 기관과 춤계와의 공조 확대
- 대중들을 위한 질 높은 춤 교육 프로그램의 확산
- 공공 지원지관과 민간 전문 기획사, 에이전시(Agency)와의 협력사업 확대
- 댄스하우스 설립, 춤 콘텐츠 개발 등 춤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지원 확충
-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 무용수들에 대한 지원 확대
- 춤 저널리즘과 춤 비평의 건강성 회복
- 퇴임하거나 퇴임한 중진, 원로 무용가들의 긍정적 역할 모색
언뜻 많아 보이지만, 이는 한국의 춤이 국내 공연예술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이동하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 춤 시장에서 논의되고, 세계 여러나라의 작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할 사안들입니다.
창작산실 사업은 서울문화재단 등 각 지역 문화재단들의 춤 창작 지원이 소액 다건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유능한 안무가의 지원을 통한 우수한 춤 작품의 확보와 이를 레퍼토리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우선은 국립발레단(발레), 국립현대무용단(현대무용), 한국전통예술진흥재단(한국무용)으로 흩어져 있는 시행 주체를 한곳으로 바꾸는 작업이 급선무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같은 공공 지원기관으로 사업의 주체를 이행하고, 그 안에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전문성과 행정적인 지원을 보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춤 공연에 적합한 4개의 극장과 연습실을 확보하고 있고, 우수한 무대 스태프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춤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이사장과 사무국장 등 핵심 경영진들이 새로 선임되고도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대관 공고가 나고, 책임자의 계속된 춤 매체의 인터뷰 요청 회피가 이어지더니, 급기야 11월에는 모일간지에 한국공연예술센터를 둘러싼 파워게임이란 기사가 보도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대관료와 스태프를 지원해주는 한팩 기획공연의 선정결과 역시 어떤 기준에 의해 선별된 것인지 모호해, 향후 한팩의 운영에 대한 춤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을 춤 중심극장으로 운영한다는 정부(문화관광체육부)의 정책 발표가 있었던 만큼, 한팩은 춤 예술을 중심으로 공연과 교육, 그리고 유통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공연기획 팀장,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프로듀서 등이 선임되어 있는 만큼 행정적인 업무와 예술적인 업무 등이 직책에 따라 분리되어 그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하고, 무용감독을 선임해 춤 중심극장으로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 등을 수립하고 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입니다.
새해에는 교직이나 공직에서 퇴임하는 또 퇴임한 중진, 원로 무용가들이 개인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과욕을 보이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춤 매체나 큰 춤 단체의 수장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무용가들을 이용하고, 편을 가르고, 지원기관을 힘들게 하는 불미스러운 모습도 멈추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원금 심사에 참가하는 심사위원들 역시 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심사위원으로서의 공정성과 책임감을 저버리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바랍니다. 생색내기로 지원금 수혜자들에게 부담감을 주고, 무용가들이 쓸데없는 줄서기를 하지 않도록 눈치 보기를 부추기는 행위도 근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망한 무용가들은 여기저기서 부른다고 전부 달려가지 말고, 무대를 두려워하며 진중하게, 단 한편의 작품을 공연하더라도 혼신을 다해 만든 창작의 산물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춤계의 모퉁이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모함과 질투, 대립과 시기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춤계의 발전을 위한 진솔한 생각들이 많이 모아지고 이를 통해 건강한 한국의 춤 문화를 만들어 가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