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의 꿈과 희망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전국 합동연주회
이진배_농어촌희망재단문화사업단장


이진배
농어촌희망재단문화사업단장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민간의 자발적인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이 간헐적으로 있어 왔으나 사회적 관심을 끄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부 부처들이 적극적 청소년 정책 일환으로 청소년 오케스트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65개의 초중등학교에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조직한 이후, 2012년 5월 150개 학교, 2012년 9월 총 300개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창의적 인성 교육을 학교 현장에 뿌리 내리고자 하는 이 정책은 문화 예술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취약 지역, 학교폭력이 심화되어 있는 지역의 초중등학교들을 우선 시행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8세 내지 13세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정서 발달을 지원하는 음악교육을 시행해 오고 있다. 정서나 행동에 문제가 있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악기교육을 통한 정서순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아동들의 정서 발달을 도모 하거나 치유하는 아동 정신건강프로그램을 그 내용으로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표방하면서, 소외아동 청소년을 대

상으로 한 오케스트라 교육 지원 시스템을 2010년부터 운영 중이다. 8개 지역의 공공문화재단을 센터로 해, 오케스트라 교육인력 양성, 교수법 개발부터 오케스트라 교육을 위한 악기구입,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에는 지역 센터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부처들이 각기 나름대로 추진하고 있는 이 같은 사업들은 최근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엘 시스테마 열풍과 관계가 있다. 엘 시스테마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 음악 교육재단이다. 정식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1975년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안토니오 호세 아브레우 박사가 가난과 폭력, 마약과 범죄에 빠진 11명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오케스트라 음악을 가르친 것이 오케스트라 음악 교육을 통한 사회운동, 엘 시스테마의 시작이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심어 주어 건강한 시민으로 육성하는 것, 그것이 사회운동으로서의 엘 시스테마의 핵심이다. 엘 시스테마는 오케스트라 음악교육 운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성공사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2008년 한국을 찾은,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프 두다멜이 이끈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와 그를 전후해 한국에 소개된 엘 시스테마 다큐멘터리 영화는 우리사회에 엘 시스테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꿈의 오케스트라 지원단운영 사업”, 한국형 엘 시스테마로 관심 끈 세계적 첼리스트 장한나의 앱솔루트 오케스트라, 장애우 오케스트라, 소외계층 청소년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한국형 엘 시스테마들이 탄생했다.
 농어촌지역 20개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농어촌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가족”도 새로이 이 같은 흐름에 가세했다. “농어촌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기업농, 저소득자영농,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이들 틈새를 비집고 터져 나오는 가난, 소외,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따듯한 지역공동체를 건설 하자는 지역사회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의 비전을 제시한다.
 오케스트라는 독주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만들어 내는 협주의 조화를 생명으로 한다. 오케스트라는 솔리스트 음악가가 아니라, 책임, 질서, 배려, 협동의 가치와 자존감을 가진 건강한 시민을 육성 한다. 책임, 질서, 배려, 협동, 자존감의 사회적 수준을 높일수록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적 통합력도 향상 된다. 엘 시시테마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건강한 시민을 길러 내어 세상을 변화 시킨 음악을 통한 사회교육운동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농어촌희망청소년 오케스트라 전국 20개 단체 결성,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200여명 단원들의 합동 연주회 개최
 

 한국마사회의 기부금으로 2010년 발족한 농어촌희망재단 문화사업단은 전국 20개 단체가 참여하는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문화교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2011년 꿈의 오케스트라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하면서 천명한 꿈의 오케스트라의 핵심가치는 “소통과 조화를 통한 공동체적 성취를 이루는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인격적 성장을 돕고, 사회통합을 활성화하여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정책천명은 때 마침 농어촌희망재단 문화사업단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어촌 오지의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구입하여 손에 들려주고, 생전 생각지 못했던 오케스트라 레슨을 전문 지휘자 강사들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한 농어촌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문화교실을 크게 고무해준 바 있다.



 



청소년희망오케스트라 발대식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20개 단체가 발족된 것은 지난해 4월28일 이었다. 농어촌 지역사회의 일반가정 청소년과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청소년들로 구성된 각 지역사회 단위 오케스트라가 처음 시작 할 때의 서먹서먹함과 두려움은 이제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이는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의 정신적 지주이자 예술 감독으로 지원팀과 함께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의 청소년들과 어울리고 있는 지휘자 금 난 새의 헌신적 봉사와 지역 지도자의 열정, 지역주민, 지자체의 후원, 그리고 오케스트라 주인공인 청소년들과 그들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다.
 양구, 화천, 안성, 양주, 파주, 함안, 함양, 합천, 고령, 칠곡, 신안, 영암, 해남, 서귀포, 금산, 서천, 연기, 괴산, 단양, 충주 등 20개 농어촌 지역사회는 청소년오케스트라와 함께 활기 찬 지역사회 공동체 만들기에 들떠 있다. 과거 농어촌 공동체의 품앗이나 두레와 같은 전통과 풍습이 사라지고, 기업농, 저소득 자영농, 다문화 가정 등 질적으로 변화한 농어촌 에 출현한 청소년희망오케스트라는 농어촌 지역사회 공동체의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다. 

 

 



금난새청소년오케스트라 현지지도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의 영문명칭은 Korea Young Dream Orchestra - KYDO-다. 참여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해진 이 명칭은 농어촌 벽지에서 출발하는 오케스트라이지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꿈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고 있다. KYDO는 특정 학교나, 특수계층을 모태로 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화합과 소통을 기본교육정신으로 삼고 있다. KYDO는 음악공부보다 음악을 통해 함께 어울려 즐기는 열린 공동체정신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과정 중에 민주시민의 기초 덕목인 책임과 질서, 배려와 협동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것이다.
 당초 단체 당 지도자 3명 단원 30명을 기준으로 구성해서, 지도자 60명, 단원 약 600명의 참여를 계획 했으나, 일 년이 지난 현재 전국적으로 지도자 152명, 단원 930명이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운동에 참여할 정도로 문화 소외지역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의 반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농어촌희망재단이 지원하는 예산은 악기구입비, 지도자 실비 그리고 약간의 운영비뿐이다. 그러함에도 지도자들은 봉사로 헌신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학부모들이 발 벗고 후원에 나서는 아름다운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농어촌희망재단은 오는 8월 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각 단체에서 선발한 단원 200명의 합동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합동 연주회 준비를 위해 지난 4월 6일과 7일 서울 합동연찬회에 참가한 KYDO 지도자들은“우리는 세종문화회관합동연주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교실의 비전을 전 국민이 공유하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운동의 꿈과 희망을 전 국민의 꿈과 희망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는 기대가 번져 가고 있다. 다른 농어촌 지역에서도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가족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재단 측에 전해 오고 있다. 괴롭힘, 왕따, 학교폭력으로 신음하고 있는 청소년 교육현장도 KYDO와 같은 오케스트라 음악교육 커뮤니티로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기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청소년오케스트라 운동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문화예술교육 진흥의 일환으로 이 같은 청소년오케스트라 문화교실 육성에 우선과제인 청소년 오케스트라 전문지휘자 아카데미 창설을 적극 서둘러야한다. 문화 소외지역 농어촌 청소년을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오케스트라 음악교육 지도자를 양성하고 파견해야한다. 그리하여 열악한 여건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가족의 꿈과 희망을 북돋아 주어야한다. 문화 소외 지역 농어촌의 청소년오케스트라 운동은 국가적 당면 현안인 농어촌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큰 힘을 보탤 것이다.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은 곧 문화강국 대한민국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가꾸는 일이다.

2012.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