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춤 앞에 펼쳐지는 가능성, 우리의 자산입니다
최치림_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춤이 활발히 변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접하는 상식이다. 작년 7월 출범한 한국공연예술센터 운영을 책임지고부터 나는 춤 변화를 더 주시하게 되었으며, 또 한국공연예술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사소한 면에서는 견해 차이가 없지 않을지라도, 포스트모더니즘은 오늘날 공연예술의 대세이다. 특정 테크닉, 특정 장르, 특정 매체가 독점하지 않는 열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연작을 창작 발표하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우리에게 환기하는 크나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공연예술은 지금 닫힘에서 열림으로 이동하는 중이며, 이런 변동에 대응하여 한국공연예술센터 역시 새 경향의 신진 세대들을 고무하고 육성하는 사업들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젊은 예술가(영 아티스트) 발굴 프로그램, 대안․실험예술 활동 지원 프로그램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자에 춤들을 대하면서 우선 춤에서 다양성이 두드러지고 또 그럼으로써 창조적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전의 동문 단체 중심의 관행이나 상하 관계의 라인보다는 안무가 또는 무용가의 독자적 행보가 앞서는 듯한 경향도 감지하게 되었는데, 주변 춤 전문인들도 동감인 것을 자주 듣게 된다. 긍정적인 현상이다.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스펙터클과 오브제뿐만 아니라 움직임 활용도가 높은 연극, 움직임 이외에 극장 공연 요소를 강조하는 춤처럼 연극은 춤을 향해, 춤은 연극을 향해 접근하는 현상은 오늘날 다반사로 진행된다.

 이런 흐름을 다지려면 부실한 프로페셔널리즘부터 극복해야 하겠는데, 사실 우리 공연예술의 현실에 비추어 만만치 않은 일이긴 하다. 그래도 충실한 프로페셔널리즘을 뿌리내려야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대학로 이외에서도 춤이 팽창하는 줄로 알며, 이 추세를 지속하면 젊은 층이 전연 새로운 양식에 도달하리라는 기대감도 커져가고 있다. 반면에 다이내믹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춤 공연 날짜가 짧은 것이 이제는 관행이 되다시피 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춤 공연 수명을 늘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현실이 나의 입장에서는 더욱 크게 다가오는데, 그 해결을 위해 누구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관객 수준․작품 품질․작가 의식 등 여러 면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일단 기존 관행의 사고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례로 전세계 연극 가운데 절반이 코미디에 속한다고 말하면 선뜻 받아들이려고들 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공연예술의 분위기가 무겁다는 말이다. 관객에게 접근하려면 관객 입장에서 작품을 고려해야 할 것은 당연지사이다.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리바이벌해서 다듬는 작업 역시 관객의 만족감을 높이고 공연 수명을 늘이는 중요한 전략으로 채택되었으면 한다.

 안무가가 작품에 다른 장르를 흡입해들여 새 양식을 만드는 작업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나는 안무가가 타 장르 예술가와의 교류를 일상화하는 방법도 나름대로 개발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드라마적 구조를 취하는 춤 작품에서 드라마 구조가 석연치 않은 경우가 종종 눈에 띄는 것은 나의 전문 영역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작품에서 받는 인상 역시 명료하지 않고 관객 만족도도 낮아진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출범하면서 관객 개발에 전념하는 부서를 별도로 구성하였다. 자나 깨나 관객 개발만 생각하는 것이 그 부서의 특기라는 말이 다소 과장되긴 해도 관객 개발은 우리 공연예술의 앞날과 직결되어 있다. 춤과 연극은 자매 예술이고, 여기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타 예술을 가담시켜 공연예술 전체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무용계도 대학로에 소극장을 여러 곳 확보해서 장기 공연도 하고 관객 개발에 더 적극적이었으면 한다. 아무튼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그리고 춤을 도우려는 원군이 많다는 것은 춤뿐만 아니라 우리 공연예술의 크나큰 자산일 것이고, 무용인들이 이 자산을 창조적으로 선용하는 작업에 한국공연예술센터도 일조하고 싶다.

2011.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