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내가 문화부 장관이라면
장광열_춤비평가

지난 3월 9일 광화문 포럼에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임기 중 전국적으로 상주예술 단체의 수를 200개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4월 2일 시드니에서 열린 '아주지역 재외 문화홍보관 회의'에서는 코리아센터와 각국의 한국문화원 시스템 개편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이 되자마자 보란 듯이 새로운 것을 만들었던 역대 장관들보다 기존의 정책에 변화를 꾀하는 그의 행보는 그 때문인지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무조건 새로운 것이 능사가 아니다. 뭔가 새 것을 만들기보다 기존 제도의 생산성을 높인다면 그 역시 훌륭한 정책이 될수 있다. 내가 만약 문화제육관광부 장관이라면 국고 지원을 받는 국제 공연예술 축제에 초청되는 해외단체들이 개최 도시에서만 공연하고 되돌아가는 구조를 개선할 것이다.
 멕시코의 모렐로스 국제무용제에 초청된 해외 단체들은 메인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반드시 인근의 두세 군데 지역을 방문해 공연해야 한다. 대상 지역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이 대부분이다. 대도시로의 문화 쏠림 현상과 문화격차를 그들은 탄력적인 국제교류 정책을 통해 타개하고 있다.
 베네주엘라의 마라카이보 국제무용제는 해외 초청 단체들에게 지역 주민들을 위한 렉쳐 & 데몬스트레이션 프로그램을 주문한다. 30분 정도 공연을 보여준 후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이 프로그램에는 1천명이 훨씬 넘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문화다양성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 자국민들로 하여금 예술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내한공연을 갖는 예술단체들 대부분이 서울에서, 그것도 공연만 하고 훌쩍 떠나는 우리나라 공연 예술계의 현재 모습과 너무나 비교된다.
 다음으로, 예술가들에게 예외없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할 것이다. 정부는 음악 연극 전통예술 분야에서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 남성 무용수들의 병역 특례를 늘리기 위해 이미 수년전부터 시행해 오는 정부지원 국제무용콩쿨이 있음에도 국제현대무용콩쿨을 새로 신설하고 또 다른 콩쿨까지 국고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무용 콩쿨이 없어져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대한민국은 무용수들의 병역 특례를 위해 3개의 국제 무용콩쿨을 정부 지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는 기현상을 보이는 나라가 되었다.
 병역 특례를 받기위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해외 콩쿨에 떼거지로 참가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1위 입상을 위한 소모적인 줄서기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콩쿨 공화국의 현재 모습과 선심성 정책의 남발이 가져온 폐해에 대해 정부는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음악 무용 통털어 일년에 10명 정도에 불과한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현 정부의 콩쿨 병역 특례제도는 아무리 되돌아보아도 문제가 많다.
 러시아에는 250명 규모의 레드 아미 앙상블이란 군인들로 이루어진 예술단체가 있고, 중국에는 군 예술부대의 전용극장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타이완에서는 예술가들의 군 복무를 국립 예술단체에서 하도록 한다.
 정부는 국군체육부대처럼 가칭 국군예술부대를 만들거나 기존 군악대 등을 확대 개편해 더 많은 유망한 남성 무용수들이 군 복무를 하면서 예술적인 기량을 연마하고, 국력 신장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책이 다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이벤트 하듯 시행한 잘못된 과시형 정책으로 인해 예술계 현장은 오히려 병들고 있다. 오래 만에 부임한 비예술인 문화부 장관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문화예술계 “현장”은 오늘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2011.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