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대한민국무용대상(大賞) 수상자를 정하고 시상한다. 2021년에도 지난 12월 10일 수상작 선정을 위한 최종 결선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되었고, 수상작은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다. 대한민국무용대상에는 등위별로 대통령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상이 각 하나씩 모두 4개가 시상되며 시상금은 없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무용협회나 참가단체들이 대한민국무용대상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뜨거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해마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의 결과가 발표될 적마다 수상자와 수상작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단적으로, 다른 무용제의 수상작들에 비해 수준이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행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춤계 구성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의 존재를 모르거나 대한민국무용대상에 대해 숫제 관심이 없는 쪽도 적지 않을 듯하다. 체감온도가 설령 높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무용대상은 그 이름이 갖는 ‘대표성’에 비추어 그 위상과 실상이 상시적으로 물어져야 옳을 것이다. 즉, 2008년에 시작한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제 이름값을 해내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적절한 답을 생각하기 위해, 우선 대한민국무용대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대한민국무용대상 팸플릿 표지 |
대한민국무용대상 운영 규정
국고 지원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자체 경연제에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수상작이 선정되며, 이 경연제를 위한 운영 규정, 단계별 심사 규정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들 규정에 적시된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하여 경연 형식의 공연을 연 1회 개최하고, 참가단체의 장르는 한국무용(창작), 전통무용, 현대무용, 창작발레로 한다. 참가단체를 가려뽑기 위하여 제1단계 심사(서류 및 영상, 20개 이내 단체 선정), 제2단계 심사(본선 실연 심사, 단체 당 10분 이내 공연, 시상권 4개 단체 확정, 상위 2개 단체 결선 진출 절차), 제3단계 심사(결선 실연 심사, 최종 시상 대상 확정 절차)를 거친다.
참가단체는 각 장르에서 공연실적이 있어야 하고, 안무자는 공인된 무대에서 안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공연의 참가 작품은 기존작, 레퍼토리 그리고 신작 모두를 포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공연 시간은 예선과 본선에서는 10분, 결선에서는 30분 이내로 한다.
그리고 결선의 주요 심사 규정은 다음과 같다. 심사위원은 전문심사위원 7인 이내, 시민심사위원 10인 이내로 구성한다.
2021년도의 대한민국무용대상 개최 공고문(5월 24일 발표)은 “참가 대상: 대한민국 국적의 한국전통무용과 한국창작무용 및 창작발레와 현대무용을 포함한 순수무용을 하는 개인 또는 단체. 신작, 기존작 모두 가능(출연진은 10인 이상)”의 내용을 명시하였으며, 시민심사위원 모집 공고문(6월 14일 발표)은 본선 및 결선 경연에 심사가 가능한 시민으로서 “우대 사항: 공연 관람 경력이 많으신 분, SNS 활동이 많으신 분, 시민평가단 또는 심사 경험이 있으신 분”의 내용을 명시하였다.
이러한 장치와 절차에 의해 대한민국무용대상의 수상작이 결정되는데, 춤계의 일반적인 경연제들과는 달리 시민심사위원을 두고 그 점수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은 대한민국무용대상의 특징으로 들어진다.
상의 격과 수상 주체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원인은
2021년도 수상작을 정하는 결선 자리에서 2단체가 먼저 무대에서 경연을 펼쳤다. 경연이 끝난 그 즉시 결선 진출작의 안무자가 무대에 함께 출연하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시민심사위원의 평가점수가 익명으로 공개되고 이어 전문심사위원의 평가점수가 기명으로 공개되어 현장에서 대통령상 수상작이 공표되었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시상금이나 사전 지원금이 따르지 않는 반면에 대통령상 같은 영예가 주어지는 등 상의 격이 월등히 높고 그 명칭상 춤계에서는 최상급의 상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대한민국무용대상의 선정 결과가 발표될 적마다 수상자와 수상작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상의 격과 수상 주체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춤계의 대표성을 띠는 명칭과 대통령상 같은 영예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여느 경연 무용제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다른 경연 무용제와 다른 점이라면 몇 차례의 심사 절차를 거치는 점이 거론될 법하겠지만, 그 같은 심사 절차가 얼마나 실효력을 갖는지 사실상 의문스럽다.
거두절미하고,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어떤 활동에 대해 주어져야 하는가? 이 물음을 공론화해보면 의견들이 백출할 것이다. 최근 몇 해 동안의 시상 내역은 그 물음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어떤 활동에 대해 주어져야 하는가? 지금의 방식으로 좁은 범위의 경연을 거치는 작품을 대상으로 주어져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대한민국무용대상(大賞)의 大賞 개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춤계에서 대표적이라 평가할 만한 활동에 대해 대상이 주어지는 것이 정석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고, 지금처럼 그대로가 무방하다는 반응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대로 할 경우 상의 격과 수상 주체가 어울리지 않는 부작용이 계속될 가능성이 짙고 대한민국무용대상의 권위는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는 대한민국무용대상 경연 참가를 기피하는 경향이 춤계 내에 강하다고 진단한다. 일례로, 웬만큼 기반을 닦은 단체가 경제적 실익은 없고 명예만 남을 뿐이면서 그 같이 몇 차례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경연에 열심히 참가할 동기를 대한민국무용대상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그 기피 원인을 더욱 다각도로 짚어보게 하지만, 약하기로 한다.
앞서 소개했듯,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참가 범위를 한국전통무용과 한국창작무용 및 창작발레와 현대무용으로 설정하고 참가작에서도 신작과 기존작을 구분하지 않으며 참가단체의 경력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일면 개방적인 이런 규정은 장단점이 있다. 이보다 더 사려깊게 생각할 점으로서 재론하건대, 대한민국무용대상이 그 이름에 걸맞게 춤계를 대표하는 활동에 주어져야 할 상이라면 그 시상 대상과 선정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현상태로는 여느 무용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이 대한민국무용대상이다.
대한민국무용대상, 목적과 지향점 재검토해야
무용협회는 2017년 대한민국무용대상 운영 단계에서 시민심사위원제도와 실시간 전광판 심사 공개를 도입하여 활기를 불어넣은 바 있다고 자평한다. 2021년도는 이런 제도를 적용한 지 5년째 되는 해였으며, 이제는 그에 대해 점검할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의 목적과 지향점을 손질하여 다시 내실을 기해야 할 때로 보인다. 한국무용협회가 운영하는 대한민국무용대상 홈페이지(http://kdaward.koreadanceassociation.org/)에서 역대 수상작의 명단과 팸플릿 표지를 확인할 수 있을 뿐 더 이상의 무용대상 해당작들의 내용이나 동영상을 확인할 수 없고 유튜브에서 최근 두어해의 결선작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로써 대한민국무용대상의 위상이 어떠한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상이라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서 이처럼 신경 써야 할 일인가 하는 반문이 있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왜 만들었으며 대한민국무용대상은 폐지해도 좋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춤계 활동을 대표하는 의미를 띤 상이 되려 춤계 분위기를 흐린다면 시정되어야 옳다.
이 세상 무슨 상이든 선정 결과는 거의 모두 상대적인 것이어서 완벽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수긍하고 공감할 그런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 상의 권위는 선정 결과를 향한 공감의 정도로 가늠된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이 춤계의 구성원들이 공감할 만큼 어울리는 주인을 찾아가서 상의 취지와 정체성이 온전하게 기능하기를 바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 대한민국무용대상 시상식은 12월 10일 무용협회가 열은 대한민국무용인의 밤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