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몬도가네상에 대하여
몬도가네상을 선정하는 이유
김채현_〈춤웹진〉 편집장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연초에 몬도가네상을 선정하는 관례가 있다. 몬도가네상은 2011년도부터 사안이 있을 경우 수상자가 선정되었으며, 해마다 춤 공연작 위주로 선정하는 춤비평가상과 함께 공표되어 왔었다. 올해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대한민국예술원을 2021 몬도가네상에 선정하였다.

이 상을 처음 제정할 당시에 한국춤비평가협회는 한국 춤계 발전을 위한 명목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그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사업이나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들의 결의에 의해 제정된 이 상은 그 명칭을 1962년 이탈리아 감독들이 만든 다큐 영화 〈몬도 가네〉(Mondo Cane)에서 따왔다. 한국춤비평가협회도 소개하고 있듯이 몬도 가네는 ‘개 같은 세상’을 의미하며 그 영화에는 세계의 기이한 풍속들이 등장하고 있어 엽기적이고 부조리한 광경이나 사건을 풍자할 때 ‘몬도 가네 같다’는 비유를 많이 쓴다.




〈Mondo Cane〉영화 포스터




〈몬도 가네〉는 괄티에로 자코페티 등 세 명의 감독이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며 흥미를 끄는 사건이나 행태를 공들여 사실대로 기록한 영화이다.(이 영화를 보려면 유뷰트에서 클릭하면 된다.) 1920년대 명배우 루돌프 발렌티노의 고향에서 있은 그의 동상 제막식, 호주에서 인명구조협회 여성들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인명 구조 실습을 하는 장면, 도쿄에서 숙취 해소를 위해 영업하는 마사지 클럽, 시각예술가 이브 클라인의 푸른색 누드페인팅 회화 제작 과정, 마카오에서 염하는 풍습, 새끼돼지에게 젖을 먹이는 뉴기니아 여성 등등 40가지의 특이하거나 충격적인 장면들이 담겨 있다. 60년전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을 것 같지만, 지금 보면 느낌이 밋밋한 장면들도 많아서 세상이 그만큼 달라졌음을 또 실감한다.

1962년 개봉 이래 속편들도 나왔고 이 영화는 몬도필름이라는 하위 장르가 출현하도록 하는 효시가 될 만큼 나름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세계 각지의 소식과 정보가 광속도로 질주하고 유튜브 같은 매체가 군림하는 세태에서 또 다른 〈몬도 가네〉 속편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올해가 〈몬도 가네〉 개봉 60주년이어서 혹시 어떤 〈몬도 가네〉가 나오려나 괜한 상상도 하게 된다.

영화 〈몬도 가네〉의 장면들은 전혀 연출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실제로 있은 것을 객관적으로 기록한 것임을 감독들은 영화 도입부에서 명시하였다. 즉,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실 가운데 기상천외한 것이 몬도 가네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인류사에서는 수많은 몬도 가네가 있었을 것이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문화예술계에서 상식과 양식에 어긋나는 작태를 두고 몬도 가네로 분류하는 것은 그러므로 어색하지도 않다.

이전에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10 몬도가네상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을, 2016 몬도가네상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안호상 국립중앙극장장을, 2017 몬도가네상에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을 선정한 바 있다. 그 선정 이유들을 이 지면에서 굳이 밝혀 유쾌하지 않은 과거를 상기해야 할 상황이 지금은 아니다. 선정된 당사자들이 선정 사실 앞에서 겸허히 되돌아보고 다행히 개과천선했기를 바랄 뿐이다.

상은 우선 받는 쪽이 자랑스러워하고 주변이나 해당 분야에서 공감해야 상으로서 설득력이 있으므로 몬도가네상은 엄밀히 말해 상이랄 수 없다. 상금은 물론 상장도 없고, 몬도가네상에 선정된 이들로부터 상장을 원한다는 소식을 접한 바도 없다. 다시 말해 몬도가네상은 공공의 오류와 실책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개선을 촉구하는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 그러므로 몬도가네상과 같은 장치는 민주국가의 문화 시책이 왜곡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로서 그 의의가 막중하다 하겠다.

2021 몬도가네상의 수상 대상으로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대한민국예술원을 선정하였다. 선정 이유를 발표 내용 그대로 전재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무용 부문)는 “거액의 국고 지원으로 운영되는 행사로서 무용 부문에서 2021년도에도 기획 부재, 재공연작 일색 등으로 난맥상을 거듭하면서 역대 최악의 실적으로 춤계 기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예술원(예술원법: 예술원 회원의 선출방식과 재정지원 관련)은 “대한민국 예술가들의 대표기관임을 자임하는 대한민국예술원은 그 설치 및 운영 근거인 대한민국예술원법상 제4조(회원의 자격), 제5조(회원의 선출), 제7조(회원의 대우), 제12조(예술창작활동 지원) 등에 안주하여 회원은 철저하게 기존 회원의 추천 및 심사로 선출될 수 있을 뿐이며 자체의 원로 예술인의 예우에 치중하여 예술인들의 여망(輿望)과는 동떨어지게 폐쇄적이며 비창조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해에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무용 부문 행사와 다른 공공 사업에 대해 2020 몬도가네상의 선정을 유보하면서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따라 불가피한 사정이 일부 없지 않았을 것임을 헤아려 그 선정을 유보하되 수상 후보들의 이름을 명시함으로써 유사 행사와 사업들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고 쇄신의 필요성을 환기하며, 별도의 지면을 통해 수상 후보에 관한 구체적 의견을 제시함”을 그 이유로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유보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무용 부문)를 바로 2021 몬도가네상에 선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선정 이유대로 거액의 국고 지원이 무색하게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민간 행사가 아니라 공공 행사가 공적인 공개 진단의 메시지는 아랑곳없이 개선 조치는 들리지 않고 이전의 난맥상을 재연한 것은 물론이며 악화일로를 걷는 행태야말로 몬도 가네 중의 몬도 가네가 아닐까 한다.

공론의 장에서 제기된 메시지에 귀막는 것은 전혀 온당치 않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식의 태도는 백해무익할 뿐이다. 정당한 여론에 귀 기울이는 최소한의 염치는 비단 정치인에게만 요구되는 품성이 아니다. 하물며 세상의 품격을 선도할 위치에 있는 문화예술계 기관들과 책임자들에 대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몬도가네상에 담긴 메시지를 염치의 마음으로 경청할 기본마저 갖추지 못한 수상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면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단적으로, 몬도가네상의 취지가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하며 그 사회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2022. 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