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예술원(일반적으로 줄여서 예술원이라 함)을 둘러싼 여론이 분분하다. 1954년 창설되어 내후년이면 7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예술원은 왜 논란이 되고 있는가? 더욱이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지난 1월 선정한 2021년 춤비평가상에서 대한민국예술원(예술원법: 예술원 회원의 선출방식과 재정지원 관련)을 몬도가네상 부문에 선정한 바 있다.(참조: <춤웹진> 2022년 2월 게재 "몬도가네상에 대하여", 2022년 1월 게재 "2021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가상 선정 보도")
대한민국예술원은 대한민국예술원법 제2조에서 명시된 내용(국내외에 대한 예술가의 대표기관)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대한민국 문화예술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관이며 그 상징성은 문화예술인들에게 두루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예술원 문제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개개인과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이런 뜻에서 대한민국예술원에 관해 묻고 답하면서 다시 생각하는 자리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예술원 전경(학술원과 같은 건물에 있음, 서울 서초동 소재) ⓒ춤웹진 |
1부 Q&A
Q. 대한민국예술원이란 무엇입니까?
A. 대한민국예술원에 관한 개념은 대한민국예술원법에 규정된 하나에 국한되지 않으며 예술계와 사회의 일반적 인식을 포함하여 사실상 아래와 같이 여럿입니다.
1) 1954년 7월 17일 개원한 예술가의 대표기관
2) 1952년 공포된 ‘문화보호법’, 1988년 제정된 ‘대한민국예술원법’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공공 예술기관
3) 서울 서초동에 소재하며 문학·미술·음악·영화·연극·무용 분야 소수의 원로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소속된 법정 기관
4) 실제 활동이 뜸하여 청년 세대에서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원로 예술인들의 단체
5) 2021년도부터 존폐가 강하게 거론되는 법정 기관
6) 2021년 춤비평가상 몬도가네상 부문에 ‘예술원법: 예술원 회원의 선출방식과 재정지원 관련’을 근거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무용 부문)와 공동 선정된 법정 기관
7) 삼가야 할 일로서 학원이라 오해하는 개념
Q. 대한민국예술원의 설치 근거인 대한민국예술원법의 주 내용은 무엇입니까?
A. 대한민국예술원법을 알기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은 길어도 이해를 바라겠습니다. 법률 전문은 웹사이트(https://www.law.go.kr/LSW/lsInfoP.do?efYd=20210518&lsiSeq=232159#0000)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1988년 제정되어 2011년 전문(全文) 개정되고 2021년 일부 개정된 법률로서 전체 17조로 구성됩니다.
2) 17개의 조항들은 대한민국예술원의 목적 / 기능 / 조직 / 회원 자격 / 회원 선출 / 회원 임기 / 회원 대우 / 회장 등의 선출 / 예술창작 활동 / 시상 / 경비 부담 / 지원 / 사무국 등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3) 목적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법은 대한민국예술원을 설치하여 예술창작에 현저한 공적(功績)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ㆍ지원하고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을 함으로써 예술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4) 기능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은 국내외에 대한 예술가의 대표기관으로서 예술 발전에 필요한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① 예술 진흥에 관한 정책 자문 및 건의
② 예술창작활동의 지원
③ 국내외 예술의 교류 및 예술행사 개최
④ 예술원상 수여
⑤ 그 밖에 예술 진흥에 관한 사항
5) 조직 조항을 일부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예술원은 예술원회원(이하 “회원”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② 회원의 정수는 100명으로 한다.
6) 회원 자격 조항은 회원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예술 경력이 30년 이상이며 예술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사람으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7) 회원의 선출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회원은 회원이나 예술원이 지정하는 해당 분야의 예술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회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총회의 의결로 선출된다.
② 회원심사위원회의 구성 등에 필요한 사항은 총회에서 정한다.
8) 회원의 임기 조항은 회원의 임기는 평생 동안으로 하고, 회원은 비상근(非常勤)으로 한다고 규정합니다.(2019년 법개정으로 회원의 임기는 연임제에서 평생 종신제로 바뀌었습니다.)
9) 회원의 대우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국가는 회원을 우대하고 그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② 회원에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당이나 연금을 지급한다.
10) 회장과 부회장 조항에서는 회장 1명과 부회장 1명을 두며, 회장과 부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11) 예술창작활동의 지원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는 예술원의 건의에 따라 예술창작활동에 진력(盡力)하는 예술가나 예술단체에 장려금, 보조금 또는 공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
12) 시상(施賞)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술원은 예술에 관하여 우수한 창작활동을 함으로써 현저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예술원상을 수여할 수 있다.
Q. 대한민국예술원법의 회원의 대우 조항 규정을 실행하기 위해 시행되는 (대한민국학술원 및) 대한민국예술원의 회원수당 지급 규정의 주내용은 무엇입니까?
A. 이 영(令)의 전문은 웹사이트(https://www.law.go.kr/LSW/lsInfoP.do?efYd=20130323&lsiSeq=135665#0000)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이 영은 1990년 이전부터 존속해왔으며, 수차 개정되고 2013년에 최종 개정되며 전체 4장으로 구성됩니다.
2) 4개 조항들은 수당 규정의 목적 / 수당 종류와 범위 / 수당 지급 시기 / 수당 지급 정지에 관한 규정을 명시합니다.
3) 수당의 종류와 범위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학술원 및 예술원의 회원에게는 정액수당으로 매월 180만원을 지급한다.
②회원이 학술원 또는 예술원의 회의에 참석하여 활동하거나 학술원 또는 예술원의 연구업무등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교육부장관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수당을 지급한다.
③학술원 및 예술원의 회장과 부회장에게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교육부장관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매월 직책수당을 지급한다.
Q. 대한민국예술원은 실제로 어떤 활동을 수행합니까?
A. 1) 대한민국예술원의 활동은 먼저 대한민국예술원법에서의 기능 조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은 앞에서 소개되었습니다.
2) 대한민국예술원의 실제 활동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naa.go.kr/site/main/home#layer_close)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활동 이외에 대한민국예술원의 실제 활동으로서 어떤 것이 추가될 수 있을지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후에라도 추가될 사업이 확인된다면 이 기사 내용도 일부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3) 대한민국예술원법의 기능 조항에 규정된 활동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면 불투명한 점들이 보입니다.
4)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예술원의 주요 사업 메뉴는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 대한민국예술원상
- 문화예술활동
- 예술원회원세미나
- 국제예술교류
- 회원예술활동창작지원
- 회원예술특별강연회
5) 대한민국예술원상은 비회원들인 예술인을 매년 한 사람씩 선정 시상하였습니다.
6) 문화예술활동 부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학의 경우, 매년 낭독회를 한 차례 갖다가 아마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인지 2020년 이후 회원(25인 안팎)작품집 발간이 한 권의 책으로 이뤄졌습니다. 미술의 경우, 회원들(20인 가량)의 집단전이 매년 한 차례 이뤄졌습니다. 음악의 경우 회원들(6~7인 가량)의 공동연주회가 매년 한 차례 이뤄졌습니다. 영화의 경우, 2019년 ‘한국영화 100년: 과거 현재 미래의 만남 – 개막식 및 영화 상영 토크쇼’가 8인 회원의 참여로 있었습니다. 연극의 경우, 2018년 ‘한중일 전통연극의 가치와 현대적 수용’을 제목으로 회원들이 낭독 및 시연하는 행사가 9인 회원의 참여로 있었습니다. 무용의 경우, 2017년 ‘춤의 향연’ 행사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9인 회원의 참여로 있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의 영화·연극·무용 부문 회원들의 행사는 홈페이지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 외에 홈페이지에 소개되지 않은 유사한 활동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7) 예술원회원세미나 부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1년 12월 세미나에서 ‘대재난 시대의 문학과 윤리’ ‘바이올린 소나타로 살펴보는 모차르트 음악의 변천’, 두 편의 주제가 발표되었습니다. 2020년의 세미나는 확인되지 않으며, 2019년 5월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조각’ ‘ 무대배우 화술에 관하여’, 두 편의 주제가 발표되었습니다.
8) 국제예술교류 부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0년 이후의 국제예술 교류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2019년까지 해마다 1~5인의 회원이 개별적으로 해당 분야의 공연, 전시 관람 및 기관 시찰을 통해 우리나라 예술계와의 교류 확대 기회를 마련하고 우리나라 예술계 발전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국제예술 심포지움은 2008년에 중국과 한국이 참가하여 두 편의 주제문이 발표되는 것으로, 2014년에 ‘세계화 시대의 예술의 이념’을 주제로 미국, 독일, 일본, 중국과 한국이 참가한 것으로 각 하루씩 열렸습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예술 심포지움은 2014년도의 것 말고는 더 확인되지 않습니다.
9) 회원예술활동창작지원 부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마다 여섯 사람씩 문학작품 발간, 연주 발표, 조형물 제작 등의 활동에 지원이 있었습니다.
10) 회원예술특별강연회는 2019년까지 해마다 15인 남짓의 회원들이 지역 예술의 발전을 위해 문화원, 박물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강연을 수행하였습니다. 2020년 이후의 강연회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Q. 홈페이지에 소개된 주요 사업 이외에 대한민국예술원의 활동을 홈페이지에서 더 확인할 수 있습니까?
A.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가 확인되는 사항은 예술원보, 예술논문집, 기타간행물, 갤러리 자료를 자료마당에서 볼 수 있습니다.
1) 예술원보는 해마다 발간되며 주로 문학 분야 회원들의 단문들이 수록되었습니다.
2) 예술논문집은 해마다 발간되며, 문학 이외 분야 회원들 또는 비회원들의 해당 분야 주제 논문들이 수록되었습니다.
3) 기타 간행물은 2015년까지 몇 해 걸러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예술원60년사’, 2009년에는 ‘한국예술총집 문학편 6’, 2007년에는 ‘한국예술총집 연극·영화·무용편 4’가 발간되었습니다.
4) 갤러리에서는 건축 및 조형예술 분야의 현재 또는 이전 회원 작품들이 이미지로 소개됩니다.
Q. 대한민국예술원의 사업은 대한민국예술원법의 규정을 충족합니까?
A. 대한민국예술원의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예술원법 제2조의 기능 조항은 ② 예술창작활동의 지원, ④ 예술원상 수여 조항을 대한민국예술원의 사업이 충족하는 것으로 보이며, ③ 국내외 예술의 교류 및 예술행사 개최 조항은 충족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애매한 점이 있고, ① 예술 진흥에 관한 정책 자문 및 건의 조항, ⑤ 그 밖에 예술 진흥에 관한 사항 조항을 충족하는 사업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예술원의 사업이 대한민국예술원법의 규정을 충족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실제로 행한 개개의 사업들(문화예술활동, 예술원회원세미나, 국제예술교류, 회원예술활동창작, 회원예술특별강연회, 예술원보 및 예술논문집 발간 등)이 얼마나 실질적이며 문화예술계에 의미가 있(었)는지는 별도의 검증과 판단을 요하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원로로서 공적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게 마땅할 것이고, 원로로서 더욱 원숙한 창작으로 문화예술계에 기여할 바가 돋보인다면 국가와 문화예술계가 그 장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Q. 대한민국예술원의 회원은 지금 현재 모두 몇 분이십니까?
A. 법 규정상 회원 정수가 100명이며, 현재 88명이 회원으로 있습니다. 문학 27명(정원 28명), 미술 16명(25명), 음악 22명(22명), 연극·영화·무용 23명(25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회원 명단은 홈페이지 전체 회원 현황(http://www.naa.go.kr/site/main/naa/member/statu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단을 보면 일반적으로 원로에 해당하는 분들로 회원이 구성되어 있음이 재확인됩니다.
Q. 대한민국예술원의 연간 운영액은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A. 2020년 기준 예술원의 예산은 32억 6500만 원, 예술원 회원에게 지급한 수당은 19억 3650만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술평균적으로 말하여, 근 90명의 회원을 위해 해마다 32억 6500만 원이 소요됩니다. 연간 1인당 35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가령 어느 회원이 30년 동안 회원이라면 그 회원 개인에게 근 10억원의 국고가 주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월정액 수당이 2012년 이후 180만원으로 증액되었고 그 이전에는 180만원 이하였을 것이므로 10억원이라는 액수에서 다소 의아스러운 감이 들 것입니다. 아무튼 2022년도 현재의 월정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30년 동안의 회원에게는 근 10억원이 소요되었을 것이라 산정할 수 있겠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홈페이지에는 각 회원들의 입회 연도가 명시되어 있고 30년이 넘은 회원도 보입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홈페이지 캡쳐 사진 |
2부 FAQ
Q. 2021 춤비평가상 몬도가네상 부문에서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대한민국예술원을 선정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A. 선정 이유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 예술가들의 대표기관임을 자임하는 대한민국예술원은 그 설치 및 운영 근거인 대한민국예술원법상 제4조(회원의 자격), 제5조(회원의 선출), 제7조(회원의 대우), 제12조(예술창작활동 지원) 등에 안주하여 회원은 철저하게 기존 회원의 추천 및 심사로 선출될 수 있을 뿐이며 자체의 원로 예술인의 예우에 치중하여 예술인들의 여망(輿望)과는 동떨어지게 폐쇄적이며 비창조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여기서 보다시피, 한국춤비평가협회는 대한민국예술원 자체를 몬도가네상 부문에 선정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예술원법의 예술원 회원의 선출방식과 재정지원 관련을 근거로 선정한 것이므로, 대한민국예술원법이 몬도가네상에 선정된 것이라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론적인 지적이긴 하지만, 애당초 이 법을 입안한 정부, 이 법을 최종 확정한 국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하겠습니다.
Q. 이전에 문화예술계에서 대한민국예술원을 겨냥하여 문제를 제기한 경우가 있습니까?
A. 2021년 이전에도 문제 제기가 없지 않았겠습니다만, 대체로 소집단 내에서나 사석에서의 여론이었으므로 문제 제기라 할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이 원로 집단이며 원로를 예우(禮遇)해야 한다는 명분이 강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 운영 실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쪽도 사실상 없었던 편입니다. 또한 문제 제기를 하려고 쳐도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식의 치사한 오해를 받기가 남세스러워 자제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을 것입니다. 회원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월정액 180만원이라는 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니 회원에게 종신제로 임기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2019년도에 법을 개정한 일이 공론화될 가능성도 아주 낮았을 것입니다.
Q. 그러면 2021년도에 문화예술계에서 대한민국예술원을 겨냥하여 제기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A. 문화예술계에서의 문제 제기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 가운데 2021년 8월 문학계에서 발표한 성명서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습니다. 소설가, 시인, 평론가 등 문인 740여 명과 예술인 및 일반 시민 329명이 대한민국예술원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한 성명서의 내용을 보도를 토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원 입회 절차에서 기존 회원이 심의하고 전체 회원 2/3 이상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예술적 공헌보다 기존 회원들과의 친교가 회원 선출의 더 중요한 잣대가 되어 왔고 특정 학맥과 특정 장르가 좌우하는 집단이 되었다.
2) 회원의 임기는 종신제인데, 이는 2019년 법개정으로 연임제에서 종신제로 변경되었다. 공적인 자리의 임기가 평생 보장되는 것은 전근대적인 신분제와 흡사하다.
3) 예술계 상위 1%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들은 대부분 연금 소득이 있을 것이므로 국가 재정으로 월정액 180만원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이중지원이며 분배 정의에 어긋난 특혜이다.
이 성명서는 다음의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1) 회원 입회 절차는 기존 회원들만의 의결이 아닌, 별도로 구성된 외부 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를 거쳐야 한다.
2) 회원의 임기는 4년 단임제로 바뀌어야 한다.
3) 회원의 월정액 수당을 폐지하고 회원의 직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해 예술의 독립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반면에, 어느 문인은 무보수 명예직이라도 그 허울을 차지하기 위해 다시 추한 몰골을 보일 것이 뻔하므로 예술을 하는 우리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예술원의 해체와 폐지가 답이라고 주장합니다.
Q. 대한민국예술원법에서 규정하는 기능과 홈페이지에 소개된 실제 활동에서 서로 어긋나는 점들이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예술원법에서의 회원 입회 조항, 종신제 임기 조항에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예술원의 폐쇄적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A. 보도에 따르면 예술원 회원 임기가 70대였던 정년제는 오래 전에 없어지고 4년 임기를 계속 연임하던 관행이 2019년에는 종신제로 굳어졌는데, 사회적 책임감과 위상을 제고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토지〉 작가 박경리(1926~2008)가 만 65세를 넘겼을 때 가입신청을 했으나 회원 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토지〉가 각광을 받으면서 도리어 예술원에서 가입을 권유하자 박경리는 “내가 하고 싶어할 때는 거절하고 이제 다시 신청하라고요? 나 안 합니다”라고 거절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원로배우 백성희는 “김동원 선생님께서 나를 예술원 회원에 추천하셨는데 낙선이 됐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추천, 다음 해에도 낙선이 됐다. 낙선 횟수가 늘어나자 연극계에서 이런저런 여론이 일었다”며 “세상을 모르고 살아온 하나의 백로가 까마귀들에게 이리저리 밀렸던 그때의 아픔이 이제는 가슴 속 얼룩이로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대한민국예술원의 폐쇄적 구조가 낳은 부조리들 가운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Q.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게 월정액 수당 지급에 대해 여러 시각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에서는 어떤 예우를 행하고 있을까요?
A. 대한민국예술원법에서도 명시하듯이 예술창작에 현저한 공적(功績)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ㆍ지원하고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을 함으로써 예술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는 전세계 어느 국가라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 굳이 대한민국예술원처럼 월정액의 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는지는 여러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듯, 2020년 기준 대한민국예술원의 예산은 32억 6500만 원, 예술원 회원에게 지급한 수당은 19억 3650만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산술평균적으로 말하여, 근 90명의 회원을 위해 해마다 32억 6500만 원이 소요됩니다. 연간 1인당 35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가령 어느 회원이 30년 동안 회원이라면 그 회원에게 2022년도 기준 근 10억원의 국고가 소요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해외의 유사 기관의 경우 회원이 되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일종의 명예직이라고 인식하는데, 일본 예술원을 제외하고는 정액수당을 통한 회원 예우는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알려졌습니다. 1635년 창설된 프랑스의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翰林院·한림원)는 국제적으로 엄중한 권위를 시현하는 기관으로 프랑스어의 순전성 보존과 사전(辭典) 편찬 및 문학상 관리를 주업무로 하는 기관입니다. 국내에도 더러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관련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현재 정원은 40명으로 종신제이며, 1990년대 말에 선출된 회원이 2명, 그외는 2000년대에 선출되었습니다. 회원들에게는 불멸(不滅)의 인물(immortel)이라는 명예스런 칭호가 주어집니다. 명예직이라는 성격에 상응하는 참 명예스런 칭호가 아닌가 싶습니다(참조 사이트: https://fr.wikipedia.org/wiki/Acad%C3%A9mie_fran%C3%A7aise)
Q. 대한민국예술원에서는 원로 세대만 회원이 될 수 있는가요?
A. 대한민국예술원법 어디에도 회원 자격으로서 연령 제한 규정을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의 회원 자격 조항은 회원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예술 경력이 30년 이상이며 예술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사람으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법의 목적 조항은 예술창작에 현저한 공적(功績)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ㆍ지원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만한 경력과 그만한 공적을 이루려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의 조건을 갖추는 연령대는 자연히 높아갈 것입니다. 공적이 있어도 경력이 30년 미만이면 회원이 되기 불가능하지요. 공적이 있어도 경력이 30년 미만인 사람이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지난 연말 국회에서 어느 의원은 예술원 회원 선출 시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회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종신제인 회원 기간을 4년 연임제(1회)로 변경하고 수당 지급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해서 ‘대한민국예술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는 소식입니다.
Q. 문화예술계의 문제 제기에 대하여 정부나 대한민국예술원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A.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예술원의 개선책을 마련중이라며 올해 6월 상반기까지 결과물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여기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가을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은 대한민국예술원은 예술 발전에 공로를 세운 분들을 위한 것으로 마땅히 대우를 해야 한다면서 회원의 월정액 수당에 대해서는 2012년에 180만원으로 증액된 뒤 10년 가까이 증액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 다른 입장들을 지금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Q. 핵심을 묻자면, 대한민국예술원은 존속해야 합니까?
A. 앞서 소개된 문제점들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하였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의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예술원법 제2조의 기능 조항 중에서 ② 예술창작활동의 지원, ④ 예술원상 수여 조항을 대한민국예술원의 사업이 충족하는 것으로 보이며, ③ 국내외 예술의 교류 및 예술행사 개최 조항은 충족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애매한 점이 있으며, ① 예술 진흥에 관한 정책 자문 및 건의 조항, ⑤ 그 밖에 예술 진흥에 관한 사항 조항을 충족하는 사업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특히 이 ①과 ⑤의 조항을 충족하는 사업이 대한민국예술원의 주요 사업 가운데서는 눈에 띄지도 않고 사실상 행해지지도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사실은 대한민국예술원의 존재가 한국의 문화예술계와 아무 연관성도 갖지 못한다는 인식을 자초해왔다고 봅니다. 일례로, 청년 세대뿐 아니라 문학·미술·음악·영화·연극·무용 분야의 예술 활동이 어떤 면 굉장히 위축되거나 심지어 벼랑끝에 내몰리는 현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신 원로들의 대책이나 지혜로운 목소리를 접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원로 선배 세대의 기관으로서 문화예술계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대한민국예술원이었는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들이 월정액의 수당을 받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고 또 2019년에 법 개정을 통해 그 수당을 평생 받을 수 있음을 뒤늦게서야 알고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듯합니다. 오늘도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일상적으로 생활고에 허덕이며 현장에서 실제로 고투하고 있음을 우리들 대개가 듣고 목도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예술원법의 목적과 기능을 충족하지 않는 반면에 회원들에게 국가적 혜택은 누리도록 하는 대한민국예술원은 현상태로는 존속할 명분이 아주 약합니다. 그 전면적 혁신 또는 해체가 문화예술계의 중대한 이슈로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들의 성함을 듣고선 회원이 될 분이라고 납득할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분들도 없지 않을 듯합니다. 어느 분이 될 만한 분인지는 분야마다 기준이 다르고 또 전공자가 아닌 이상 단언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공감하며 존경할 분들이 많을수록 바람직하겠습니다. 존경받을 분은 응당 존경받아야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예술원의 존속을 전제로 한 원론일 뿐입니다. 이와는 전혀 다르게 대한민국예술원의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앞서 소개되었듯, 무보수 명예직이라도 그 허울을 차지하려고 다시 추한 몰골을 보일 것이 뻔하다고 주장합니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도 공감하며 존경할 개인들을 문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예술원이라는 제도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준 미달의 작품으로 회원이 된 사람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것 같고, 회원이 되기 위해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술창작에 현저한 공적(功績)이 있는 예술가를 예우하면서 후학들을 자극할 원숙한 창작을 진작하며 그 품위를 지켜낼 명예스러운 방안으로서 과연 대한민국예술원법만이 유일한 것인지 다시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