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립발레단은 강수진 제7대 단장 겸 예술감독이 2014년 취임 이후 12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4월 4일 퇴임한다고 밝혔다.
강수진이 국립발레단의 단장 겸 예술감독 직을 처음 제안 받은 때는 그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전직 문화부 차관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공연 중이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를 방문해 강수진에게 국립발레단의 책임을 맡아달라는 대한민국 정부의 뜻을 전했고, 당시 강수진은 12월까지 발레단의 공연 일정이 꼭 차 있다며 생각은 해보겠지만 만약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되더라도 실제로 한국에 들어가는 것은 공연이 끝난 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동안 배우고 축적한 경험들을 조국의 발레 발전을 위해 쓰인다는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했고 2014년 2월 국립발레단의 책임자로 부임했다.
정작 영화의 오스카상에 해당 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한 월드스타 발레리나 강수진의 은퇴 공연은 그 이후에 치러졌다. 발레 무용수로서의 은퇴공연을 국내 무대에서는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가졌고,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요청으로 강수진이 입단하지 30년이 되는 해인 2016년 7월 22일에 슈투트가르트 오페라발레극장에서 정식 은퇴공연을 가졌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20분 넘게 이어졌고 모든 단원들과 행정 스태프들이 일일이 무대 위에서 강수진과 인사를 나누었다.
60년 동안 모두 7명의 단장들이 국립발레단을 거쳐 갔지만 정부에서 사람을 보내 단장 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한 것은 강수진이 유일했다. 그는 한국에서 생활을 시작한 이후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집을 12년이 지난 지금도 팔지 않고 있다. 2014년 부임 당시 3년 임기가 끝나더라도 다시 재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고, 3년마다 재임용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그렇게 12년을 빈집으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임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발레단의 3년 프로그래밍에 곤혹을 치렀던 신임 예술감독은 이후 임기 만료 전 예술감독 선임 필요성을 수차례 문화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느 해 인가는 임기 종료일이 며칠 남지 않았음에도 재임 여부에 대한 답이 없자 집무실에 있는 짐들을 싸서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제 서야 문화부로부터 장관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8대 후임 예술감독은 강수진이 국립발레단을 떠난 후에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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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국립발레단 제공 ⓒBAK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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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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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 7번〉,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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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봄〉, 국립발레단 제공 ⓒAndrej Uspensk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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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전〉, 국립발레단 제공 |
국립발레단은 “강수진 예술감독 재임 기간 동안 국립발레단의 예술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창작 기반을 체계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고전 발레의 정통성을 견고히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반영한 창작과 해외 레퍼토리 도입을 병행하며 균형 있는 레퍼토리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후원 기반을 강화하며 예술적 성과와 운영 역량을 축적한 시기였다”며 강수진 재임 12년 동안의 성과를 밝혔다.
강수진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듬해인 2015년 국립발레단이 존 크랭코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전막 공연을 아시아 최초로 공연한다고 발표했을 때 평자는 믿기지 않았다. 안무가의 저작권을 재단이 운영하고 있고, 국제적인 관행 상 그렇게 갑자기 공연 허락을 받아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임하자마자 글로벌 레퍼토리 확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한 그는 이어 마르시아 하이데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2016)를 통해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재정립하며 고전 발레의 완성도를 한층 강화했다. 또한 네오클래식의 대표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주얼스〉(2021)를 공연, 음악성과 형식미를 강조한 레퍼토리를 확충했다. 그 사이 크리스티안 슈푹의 〈안나 카레리나〉(2017), 레나토 자넬라의 〈마타 하리〉(2018) 공연을 통해 주인공이 드라마를 끌어가는,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을 필요로 하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
모던 발레를 대표하는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의 〈Artifact II〉(2022), 이어리 킬리안의 〈Forgotten Land〉(2018)과 〈Falling Angels〉(2025) 등을 잇달아 선보였으며, 이번 5월에 국내 초연되는 웨인 맥그리거의 〈INFRA〉까지 레퍼토리를 확장하며 동시대 발레 미학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구축했다.
2024년에는 거장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화제작 〈인어공주〉를 공연해 새로운 컨템포러리발레 양식을 소개했고, 이듬해에는 강수진에게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의 영예를 안긴 드라마 발레의 명작 〈카멜리아 레이디〉(안무 존 노이마이어)를 아시아 최초로 전막 공연으로 올리며 국내 발레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제작 역량이 요구되는 대형 드라마 발레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림으로써 국립발레단이 국제 수준의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예술적·제작적 역량을 갖추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부임 다음 해에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nt Series〉도 이 전의 예술감독들이 시도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10년 동안 총 25명의 안무가가 65편의 작품을 발표했고, 447명의 단원이 참여하며 단원 중심 창작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강수진 예술감독은 무브먼트 시리즈를 일회성 창작 발표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안무가 육성 체계로 발전시켰다. 초창기부터 참여한 단원들이 전막 안무가로 성장하는 성과를 통해 사업의 지속성과 성과를 입증했다.
강효형 단원은 무브먼트 시리즈 1을 통해 〈요동치다〉(2015)를 안무했고, 해당 작품은 2017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강효형은 〈허난설헌-수월경화〉(2017), 〈호이 랑〉(2019) 등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담은 창작 전막 발레를 선보이며 국립발레단 고유 레퍼토리 확장에 기여했다.
송정빈 또한 무브먼트 시리즈 2부터 참여해 꾸준히 안무작을 발표해온 단원으로, 강수진 예술감독 체제 아래 지속적으로 창작 역량을 축적했다. 그는 〈해적〉(2020), 〈돈키호테〉(2023)를 재안무하며 고전 작품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해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레퍼토리로 안착시켰다. 특히 〈해적〉은 독일 비스바덴 헤센 주립극장, 스위스 로잔 볼리 외 극장 등 해외 주요 극장에 초청되어 공연되며 국제무대에서도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강수진 예술감독이 구축한 KNB Movement Series가 단원 안무가를 전막 창작의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창작물이 해외 무대까지 확장되는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성과이다.
강수진은 예술감독 뿐 아니라 단장으로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재임 기간 동안 단원들의 수를 단계적으로 확충했으며, 특히 오랜 기간 큰 변동이 없었던 정규직 정원을 확대해 28.75%(2026년 증원 예정 포함) 증원하며 고용 안정성을 높였다. 이는 장기간 유지되어 온 인력 구조를 확장해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 조치였다. 안정된 인적 기반 위에서 제작·공연 운영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강화되었고, 대형 레퍼토리와 창작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축적했다.
국립발레단의 후원회를 활성화시킨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부임 후 후원회 명칭을 ‘KNB Society’로 새롭게 명명하고, 기존 후원회 등급과 운영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재정비해 민간 후원 기반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켰다. 그 결과 2014년 40명이었던 후원회원은 2025년 약 100명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후원수입금 또한 2014년 5,000여만 원에서 2025년 4억 3천여만 원으로 약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민간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재원 구조를 확장하며 국립발레단의 재정적 안정성을 실질적으로 높였다. 확대된 후원 기반은 단원 역량 강화로도 이어졌다. 재임 기간 동안 후원회는 총 23회의 해외 게스트 티처 초빙을 지원하며 국제적 수준의 트레이닝 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단원들의 기량 향상을 도모하고 세계적 레퍼토리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예술적 기반을 다졌다.
국립발레단 내부에서도 지난 12년 동안 강수진 단장은 인적 기반의 안정화와 후원 기반의 확충을 병행하며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한층 높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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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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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아 레이디〉,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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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안 프로젝트 〈Falling Angels〉,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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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안 프로젝트 〈Forgatten Land〉,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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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안 프로젝트 〈SECHS TÄNZE〉,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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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수월경화〉, 국립발레단 제공 ⓒ손자일 |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과 단장으로 12년 재임 동안 강수진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다른 무엇보다 국립발레단의 질적인 성장이다. 그다음으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국립발레단의 이미지와 그 위상을 크게 높인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일급 메이저 발레단도 공연하지 못한 존 크랭코, 존 노이마이어의 전막 공연과 장편 작품들을 레퍼토리로 확보했다.
존 노이마이어와 이어리 킬리안은 그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무용수로 있을 때 함께 작업 했었고, 존 크랭코의 안무작들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레이드 앤더슨이 존 크랭코 재단을 이끌고 있고 강수진이 이 발레단의 간판스타란 점에서 공연 허락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강수진에 대한 아티스트로서의 신뢰와 형성된 인맥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의 관객들은 거장 안무가들의 대표작들을 국립발레단을 통해 감상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어리 킬리안의 작품을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로 확보한 것 또한 강수진이 재임 기간 동안 거둔 성과 중 하나이다. 국립발레단은 2019년에 〈Forgotten Land〉와 〈SECHS TANZE〉를, 2025년에는 〈Falling Angels〉를 공연했다.
이어리 킬리안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그가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유럽에서 대부분 공연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안무 작품을 다른 곳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아시아에 있는 대한민국 국립발레단에 자신의 안무 작품을 공연하도록 허락했고,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체코에 와서 공연할 때는 손수 워크숍을 지도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이 역시 필자는 강수진이란 걸출한 아티스트와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킬리안은 강수진이 슈투트가르발레단에서 군무 무용수로 춤추고 있을 때 오디션을 거쳐 그를 〈스탬핑 그라운드〉의 주요 무용수로 발탁했었고, 강수진이 해외에 진출한 후 처음 귀국해 선보인 공연에서 그는 킬리안이 안무한 〈구름〉 2인무를 춤추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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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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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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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 랑〉, 국립발레단 제공 |
강수진 예술감독 부임 이후 국립발레단이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우선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단원들에게 여러 유형의 춤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단원들은 늘 해오던 춤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음악을 분석하고,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고 자신 만의 해석이 담긴 춤을 추어야 했다.
클래식 발레 작품 외에 드라마 발레, 컨템포러리 발레, 신고전주의 발레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확보한 대한민국 국립발레단은 어느 유형의 작품이든지 믿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아졌다.
다음으로 등급에 의존하지 않은 오디션에 의한 철저한 실력 위주의 캐스팅과 연습과정에서부터 리허설까지 세밀한 준비과정도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 요인이다. 강수진 감독은 수석 무용수, 솔리스트, 드미솔리스트, 군무 등으로 국립발레단의 등급이 나뉘어져 있지만 새로운 작품을 공연할 때마다 오디션을 통해 주요 배역을 캐스팅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시절 모리스 베자르가 안무한 〈마술피리〉에 강수진이 주역으로 캐스팅 되었을 때도 그는 군무 무용수였다.
발레단 연습실과 집을 오가는 것이 생활의 전부인 예술감독은 그 만큼 연습실에서 단원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드라마 발레 등 주인공 무용수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해석력이 요구되는 작품에서는 같은 배역을 춤춘, 이를 지도해 줄 수 있는 별도의 코치를 외국에서 불러와 지도를 맡겼다.
이전에 공연했던 작품에 비교해 훨씬 높아진 국립발레단의 클래식 작품의 질적 수준은 이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터치하는 준비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이다. 2막 〈지젤〉 군무, 〈라 바야데르〉 북춤에서 안정된 앙상블은 물론이고, 클래식 발레 작품에서 장면에 따른 서로 다른 이미지 표출에서도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춤 뿐 아니라 연기적인 면에서도 한 명 한 명이 창의적으로 변신했다.
재임 기간 동안 얼마나 단원들의 기량이 향상되었고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가 얼마나 높아졌고, 어떤 레퍼토리를 새롭게 확보했느냐가 프로페셔널 무용 컴퍼니의 예술감독을 평가하는 기준인 만큼 강수진이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12년 동안 이룬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춤계 일각에서는 강수진 감독 재임 기간 동안 전막 창작발레 작품을 만들지 않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막 발레 창작은 대본 작업에서부터 음악 작곡, 의상과 무대미술 등 제작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 했을 때 3년의 임기 밖에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용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임기 중에 시작했다가 다음 예술감독에게 넘어갔을 때 오히려 그 작업이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직을 수행하는 12년 동안 강수진은 대부분의 시간을 단원들과 함께 보냈고 외부 활동은 최대한 자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철저한 공사 구분과 함께 시류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했다. 몇 년 전 춤 계 간담회에서 문화부의 수장이 “안무도 하지 않는 예술감독이 어디 있느냐” 라며 강수진 감독을 질책하는 말을 건네자 그는 묵묵부답 웃음으로 답했다. 세계 발레계의 현실을 모르는 우매한 수장의 공개 석상 발언에 그는 침묵으로 대응, 잘못된 사실에 기반 해 정책수행을 하는 리더의 우매함을 우회적으로 꾸짖고 있었다.
강수진은 행정은 사무국장에게 맡기고 언론사 등을 상대하는 홍보업무는 해당 부서의 장에게 맡기는 대신 노동조합과의 미팅에는 꼭 참석해 현안들을 들었다. 나이든 단원들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연관된 다른 직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는 보이지 않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12년 동안 자존감 강한 예술가들이 소속한 100명이 훨씬 넘는 조직을 별 탈 없이 이끌어 왔다.
필자는 국립발레단 7대 예술감독과 단장으로서 강수진의 12년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발레예술에 진심이었고, 혼신을 다해 일했고, 인간적이고 너무나 인간적인, 정직한 리더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립발레단의 전막 공연들은 몸을 매개로 하는 발레 예술을 극장 예술의 하나로 즐길 수 있을 만큼 예술적 완성도와 함께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후임 예술감독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립발레단의 관객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민만이 아니어야하기 때문이다.
장광열
1984년 이래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를 설립 〈Kore-A-Moves〉 〈서울 제주국제즉흥춤축제〉 〈한국을빛내는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위원, 호암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춤비평가, 한국춤정책연구소장으로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