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2026년 9월 12일 퍼포먼스 실험공간 윈드밀에서 ‘비평을 비평하는’ 메타비평 행사가 개최되었다. 댄스&미디어연구소의 다섯 연구자들이 ‘컨벤션’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와 학술에 색다른 시도와 접근을 꾸려내고자 했다. ‘무용비평의 껍질’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는 비평을 담아내는 매체(media)가 과연 껍질인지 알맹이인지 아니면 그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자들의 물음과 그 의미의 중층성을 풀어내고자한 뜻을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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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메타 비평 컨벤션 I〉 전경 © 댄스&미디어연구소 |
퍼포먼스 컨벤션은 윈드밀이라는 광활한 전시/퍼포먼스 공간의 특성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퍼포먼스, 전시, 발제와 라운드테이블, 체험존을 구성했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퍼포먼스다. 〈변형되는 껍질 속의 춤〉(윤정아 구성, 여민애 출연)은 안무가이자 무용수, 기획자로서의 윤정아(플랫폼무용단 대표)의 경험이 퍼포먼스의 텍스트와 구성의 바탕을 이룬다. 사라지는 춤과 춤을 사로잡는 텍스트로서 비평의 관계를 독백과 춤 행위로 전개하며 탁구공이라는 오브제에 관객들이 평을 적어 퍼포머에게 던짐으로써 즉각적으로 생산되는 비평 행위와 춤에 부여되는 맥락과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해내고자 하였다. 윈드밀 곳곳의 전시물들은 퍼포먼스의 배경과 오브제가 되어 작품의 평가로, 작품을 비추는 거울로, 지원금 수혜를 위한 자료로 기능하는 무용비평의 다채로운 면모를 드러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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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_변형되는 껍질 속의 춤 ©댄스&미디어연구소 |
전시 퍼포먼스와 함께 제시되는 전시는 모두 5개의 공간으로 구획됐다. 먼저 매체연혁표에서 손수연(댄스&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모호하고 방대한 무용매체의 범주를 그려내기 위해 지면, 웹진, SNS로 이어지는 무용비평 매체의 흐름을 중심으로 주요매체의 생몰과 특성을 간략하게 도식화 했다. 《공간》(1966)의 인쇄매체 등장을 시작으로 1970년대 《춤》(1976), 1990년대 《몸》(1997), 《댄스포럼》(1998), 《춤과사람들》(1999) 등 전문지의 시기를 거쳐, 2000년대 더프리뷰(2000), 춤추는거미(2004), 춤웹진(2010), 댄스포스트코리아(2013), 춤:in(2016) 등을 지나, 2020년대 SNS의 시대를 기록했다. 매체연혁표는 모든 무용비평 매체를 아우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발제에서 논의하는 주요매체들의 무용비평 매체사 속 위치와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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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_무용비평 매체연혁표 ©댄스&미디어연구소 |
두 번째 지면존에서는 ‘《무용한국》 초기 10년과 무용계의 탄생’을 주제로 펼쳐냈다. 정옥희(이화여대 연구교수)는 그간 무용비평사에서 《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무용한국》에 초점을 두고, 지면을 화보, 논고, 논평, 소식, 광고, 교양, 기타라는 일곱가지 유형으로 재범주화했다. 또한 해당 지면의 주요 글들을 발췌해 나열함으로써 한국 근대무용사에서 무용계가 형성되어갔던 초기의 담론과 지식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목소리를 국가, 무용계, 무용인으로 구별하여 무용계 담론의 주체와 구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특히 더 이상 공식적으로는 접할 수 없는 《무용한국》 원본을 개인소장자(안나경 김백봉춤보전회 회장)로부터 대여 전시하여 관람객들이 직접 그 원본적 색채와 의미를 매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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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_PAPER존: 《무용한국》 초기 10년과 무용계의 탄생 ©댄스&미디어연구소 |
세 번째 웹진존에서는 ‘데이터로 읽는 《춤웹진》과 《댄스포스트코리아》의 무용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지선(성균관대 초빙교수)은 전시에서 2011년부터 2025년까지 두 웹진에 축적된 무용비평을 텍스트마이닝을 통해 다시 읽고자 했다. 두 웹진의 글에서 다루어진 명사들의 관계와 네트워크 분석 결과는 프로젝션 매핑 〈비평비〉를 시작으로 게시판의 구성, 필자들의 활동과 사용되는 언어, 시간에 따른 언어와 특징어의 변화, 텍스트 내에서 생산되는 담론들을 중심으로 웹진비평의 영토와 생태계 담론이 시각화되었다. 전시는 텍스트로 생산되는 무용비평이 데이터로 접근될 때 어떻게 다양한 의미와 형식으로 재해석 되고 의미화 될 수 있는가에 주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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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_Webzine존: 데이터로 읽는 《춤웹진》과 《댄스포스트코리아》의 무용이야기 ©댄스&미디어연구소 |
네 번째 SNS존에서는 ‘인스타그램 속 무용비평의 새로운 생태계’를 다뤘다. 유화정(이화여대 초빙교수)은 점차 모호해지는 SNS 매체 비평을 형태짓기 위해 계정의 유형과 구성을 종이 비평지의 SNS계정과 평론가 개인 SNS계정, SNS 기반 무용비평 계정으로 구분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각 대표 계정주들(윤지현, 이주영, 장선주)의 작업방식과 생각을 비교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인터뷰 영상을 전시해 감상하도록 했다. 또한 리서치와 인터뷰 과정에서 드러난 SNS 리뷰어들의 작업과정을 차트화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들을 수집해 해시태그로 파편화된 SNS비평의 특성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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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_SNS존: 인스타그램 속 무용비평의 새로운 생태계 ©댄스&미디어연구소 |
다섯 번째 라이브러리존에서는 PC와 태블릿 등 여러 매체형식을 통해 전시에서 미처 다루어지지 못한 《무용한국》 원본의 스캔기사들과 다양한 무용비평 매체들의 웹사이트를 관람객들이 직접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되었다.
발제
전시의 마지막 열린 공간에서 발제가 이루어졌다. 전시에서 이루어진 비평매체의 구분인 지면, 웹진, SNS가 발제로 연결되었지만, 발제는 전시의 반복이나 별개이기보다 전시에 담겨진 의미를 심화하거나, 전시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하거나, 전시에서 다루지 못했던 의미를 부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정옥희는 첫 발제에서 ‘비평 이전의 비평지: 초기 《무용한국》(1969-19787)과 무용계의 탄생’이란 주제로 매체를 단순한 껍질이 아닌 능동적으로 의미를 생산하는 사회적 실재로 바라보았다. 연구 결과 《무용한국》에서 논평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았지만 그 담론이 정권 및 협회의 권위 이양, 예술이자 학문으로서의 무용가치 옹호, 무용계 구성원들의 발화 등 삼중 구조로 이루어져 무용계의 저변을 조직하여 하나의 무용계라는 장의 탄생을 매체분석을 통해 규명해주었다.
이지선은 두 번째 발제에서 ‘웹으로 읽는 무용비평: 웹진의 매체 형식과 담론’을 《춤웹진》과 《댄스포스트코리아》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텍스트마이닝을 통해 각 매체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어휘는 《춤웹진》의 경우 지원, 축제, 공모, 사업, 즉흥, 공공, 프로그램, 국제 등이, 《댄스포스트코리아》에서는 피해자, 움직임, 여성, 배구자, 무대, 존재, 서울교방, 성폭력 등으로 뚜렷한 방향성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두 매체를 함께 읽어 반복되는 어휘들을 군집화한 결과, 공연과 작품구성, 몸과 작업의 의미화, 한국 무용의 활동과 조직, 전통·현대와 국제 활동이라는 무용비평 웹진 15년간의 주된 주제 유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 급속한 온라인의 보급으로 발생된 웹진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종이에서 웹으로 이동이라 단정짓기 보다 검색과 접근, 확산을 통한 축적과 재접근의 환경으로 바라봐야 함을 강조해주었다.
유화정은 세 번째 발제 ‘SNS에서 만난 #무용비평’에서 최근 1~2년 사이에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무용비평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무엇보다도 SNS 비평은 기존 비평 개념 및 형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포착하고, 누가 어떻게 누구와 관계맺는가를 주된 연구의 문제로 출발한다. SNS 비평은 통일된 형식을 따르기보다 계정주의 질문과 필요, 가치와 배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고 확산됨을 강조하며, 세 매체 인터뷰를 통해 비평과 담론, 인물과 이야기, 정보와 연결을 주된 내용의 특징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신속하고 간결하게, 특히 청년무용가들의 인터뷰, 홍보, 지원사업 등의 정보와 각종 무용계 이슈를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입체적인 비평이 이루어짐을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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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와 라운드테이블 ©댄스&미디어연구소 |
라운드테이블
이어지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초청패널 김미영(탄츠위드 편집장)은 무용교육과 치료, 특히 무용가들의 글들을 다루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웹진에서 다양한 필자들의 글을 게시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체 운영자로서 평론가를 배출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엄정함과 책임의식을 갖게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특히 국내 무용비평의 매체수가 결코 적지 않고, 여러 개인들이 직접 매체를 운영할 만큼 춤에 관심과 열정이 높은데 비해 이것이 하나의 생태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또한 비평생태계는 바로 선 무용생태계와 함께 상생의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메타 비평 컨벤션〉의 비평 생태계라는 화두가 그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지면의 글들이 미괄식의 논지가 강했던 반면, 웹으로 오면서 두괄식의 간결한 문체가 두드러진 차이, 구매와 구독으로 소수의 독자를 만나던 시대와 달리 웹진의 시대 비평글이 작품을 기록하고 역사화 하는 역할보다 대중에게 널리 읽히고 알리는 정보로서 대중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논의하였다. 따라서 오늘날 비평가의 전문성의 문제가 더욱 강조된다고 하였다.
윤대성(댄스포럼 편집장)은 ‘껍질’이라는 부제 속에서 마샬 맥루언의 “매체는 메시지”라는 선언을 언급하며 매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웹페이지, 블로그, SNS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구글 등 브라우저의 형식 역시 의미 생산에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냄을 언급하며, 디지털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지면 매체의 변별과 독자들이 각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별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되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지적하였다. 특히 웹진은 지면의 확산성과 반응에 비해 그 속도가 매우 빠르고 즉각적이며, 비평문이 많이 읽히기 위해 무엇보다도 대중적 비평언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장선주(S_ZINE 편집장)는 박사과정과 안무활동에서 정보에 대한 많은 갈증을 매체로부터 채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이 속한 MZ세대가 익숙한 모바일 기반 SNS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깊고 오랜 무용의 비평 지식과 역사의 방대함에 놀라움을 표현하며,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매체방식으로 이것을 어떻게 포착하고 담아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SNS 매체가 갖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속도로 보고, 대표되는 이미지 사진 1장, 그리고 그 자료의 객관적인 정보 대신 편집자가 생각하는 질문과 해석을 간결한 언어 또는 한줄로 제시하는 본인의 편집방식이 방대한 정보사회 속 속도와 결부되어 있음을 덧붙였다.
이번 〈2026 메타 비평 컨벤션 I: 무용비평의 껍질〉에서는 하루 한자리에 다 담기에 아쉬운 매체에 대한 여러 논제와 범주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컨벤션이라는 형식 속에서 학술의 방법론적 엄정함을 다소 뒤로 하고, 여러 입장과 자리의 참여자와 관객들이 자유로운 생각과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고자 했다. 따로따로 나뉜 행사의 나열과 모둠이 아닌 하나의 공간에 유기적으로 얽혀 관객들은 학술이 퍼포먼스와 전시로, 전시가 학술로, 학술이 좌담과 토론으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경험 안에서 지면, 웹진, SNS라는 비평매체를 비교하고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갔다. 〈메타 비평 컨벤션〉은 매체(media), 주체(critic), 행위(critique) 라는 세 가지 주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 3년간의 지원으로 계속된다. 올해 ‘매체’에 대한 연구자들의 논의에서 무용비평의 현황과 토대에 대해 개관한 바탕은, 차후 비평의 주체와 행위로 확장되어 보다 많은 무용인들과 함께 비평담론과 생태계에 대한 공론의 자리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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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과 함께 ©댄스&미디어연구소 |
이지선
춤연구자, 비평가.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초빙교수, 댄스&미디어연구소 연구원으로 동시대 춤 미학과 비평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실천연구에 관심을 갖고 공연현장에서 크리에이티브 퍼실리테이터로서 안무리서치, 기획 및 아카이빙 등에 참여하고 있다. 2004년 국제공연예술제 제1회 젊은비평가상을 수상하였으며, 춤웹진, 몸, 춤과사람들, 춤in 등에 기고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