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영남은 춤, 호남은 소리"

　우리는 흔히 ‘소리는 호남, 춤은 영남’이라고 한다. 그러나 명쾌하게 그 배경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화란 공유하는 지역이나 사람들에 의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민족이라도 지역 여건에 따라 다르고 개개인의 성격이나 남녀간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국토는 작지만 지역마다 풍속이 다르고 말씨도 다르다. 따라서 노래나 춤도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이처럼 무용생태학적으로 볼 때 지역춤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①생업적 요인, ②기후적 요인, ③지리적 요인, ④풍속적 요인, ⑤역사적 요인, ⑥사회적 요인, ⑦종교적 요인, ⑧음악적 요인, ⑨의상적 요인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춤은 이와 같은 요인으로 지역마다 각기 다른 양태를 띤 춤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교류를 통해 변천하면서 춤문화권과 지역춤을 형성한다.
　영남지방은 영남(嶺南)은 조령(鳥嶺) 남쪽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며, 한반도 동쪽 백두대간의 등줄기가 남으로 뻗어 내린 태백산 남쪽과 지리산 동쪽으로 산악과 평야가 함께 형성되었고, 동남쪽이 바다와 접해 있고 낙동강이 흘러 농수산물이 풍성하고 온난한 지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삼한시대에는 진한과 변한의 옛터이며, 신라와 가야시대에는 찬란히 문화를 꽃피워 통일신라시대까지 1천 년 동안 행정, 산업, 문화의 중심지를 이루고 있었다. 한편 행정의 중심이 옮겨진 고려 조선시대까지도 영남호족의 세력이 중앙권력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양반문화와 서민문화를 동시에 유지해오면서 춤문화 역시 이러한 역사적 지리환경적 배경 속에 성장발전하고 독특한 구조로 전승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영남지방의 독특한 지역춤의 특색을 규명하기위해서 다른 문화구조를 지닌 여타 지역춤을 비교하면서 그 근원성을 밝혀보기로 한다.



Ⅱ. 영호남춤 형성의 배경과 춤 특징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은 전라도와 경상도 지방과 같은 온화한 기후를 가진 곳을 말한다. 따뜻한 남쪽지방은 공통점으로 춤의 종류도 많고 흥겹고 멋스러운 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은 같은 남쪽지방이지만 지형적으로 소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백두대간의 산악지대가 많은 경상도 기질과 넓은 평야지대가 많은 전라도 기질이 다르고 생활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춤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1. 기후와 지리환경에 따른 춤문화 특징

　무용생태학적으로 추운 지방으로 갈수록 추위를 극복하기 위하여 따뜻한 햇볕을 향한 수직춤이 많다, 수직춤은 발과 다리를 많이 사용하여 하늘을 향해 몸과 발이 뛰어오르거나 비상하는 입체적인 도약과 무릎굴신이 많이 이루어진다. 더운 지방으로 갈수록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수평적인 춤을 춘다. 수평춤은 몸통 사용을 억제하고 발의 옮김과 엉덩이춤과 손을 주로 사용하는 평면적인 답지춤을 춘다.² 영남지방은 따뜻한 남쪽지방이지만 산간지방이 많아 하루해가 짧고 지대가 높아 추운지방적 성향이 함께 공존하게 된다.
　또한 산악지역과 평야지역도 생활환경이 달라 춤문화도 달라진다. 산악지역에서는 타지방과의 교류 없이 그 부락에서 자생한 춤들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여기서 사는 이들의 일반적 성격은 급하며 행동이 거칠고 폐쇄적이며 고지식하다. 따라서 문화적으로도 춤의 이동성이 비교적 적고 상향적이고 발산적이며 단조롭고 빠른 춤이 많다.
　백두대간 일대의 산악지역은 밭농사가 주를 이루어 농악은 약하지만 주로 정월 보름의 동제(洞祭)와 지신밟기를 위주로 하고, 장례춤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발달되어 회다지춤이 성행하고 있고, 소리춤과 같은 춤은 지게목발춤과 지게놀이춤이나 고사리꺾기 등 산악생활을 반영한 남성소리춤들이 분포되어 있다. 또한 이곳에는 비교적 고형으로 보이는 서낭제(城隍祭)와 관련한 소박한 향촌형의 별신굿탈춤(강릉, 하회, 경산)이 전승되고 있다.
　평야지역은 농사가 잘되고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도 한결 여유가 있고 성격이 유순하며 교통이 좋아 문화의 교류가 빈번하므로 춤 또한 같은 형의 춤이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춤의 종류도 많고 다양하여 대지를 향한 하향춤이 많으며, 춤의 유형도 농악춤, 탈춤, 소리춤, 허튼춤 등으로 폭넓게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춤들은 비교적 예술성이 높고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흥이 넘쳐흐르고 멋을 가진 춤이 많다.³
　결국 영남춤은 남쪽지방이면서도 추운지방적 성향이 공존하고 있으며, 산악적 특성과 평야적 특성이 혼재되어 상향적인 춤과 하향적인 춤이 혼합되어 다양하고 춤폭이 넓고 비교적 활달하지만 북쪽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춤이다. 호남춤은 더 부드럽고 춤폭이 작고 하향적이고 유연성이 있는 여성적인 춤이라 할 수 있다. 또 영남은 탈춤(오광대, 야류)과 농악(대구, 김천, 진주)이 발달하였으나 소리춤(월월이청청)은 약하다. 호남은 넓은 평야와 농경지가 많아 농악(우도, 좌도 전지역)과 소리춤(강강술래)이 발달한 곳이다.

 

　2. 역사와 풍속에 따른 춤 특징

　우리나라는 비록 넓은 땅을 가진 민족은 아니지만 지역에 따라 역사적 배경에 따라 각기 다른 기질과 세시풍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한국의 향토문화가 분화되고 정착된 역사적 시기를 광역의 영토개념이 형성되면서 고대민족국가를 형성한 삼국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역사민속학계의 정설이다. 이처럼 역사적 배경에 따라 형성된 역사문화권을 고구려문화권, 백제문화권, 신라문화권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아직도 언어적으로는 삼국시대의 고어를 쓰고 있을 정도로 그 때의 생활과 관습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어 춤도 나름대로 모양이 다르다.
　또한 연중세시풍속에서 축제성이 강한 중심세시문화를 지역별로 크게 나누어 보면 추운 북부지방의 단오문화권, 따듯한 남쪽의 추석문화권, 중부지방의 단오추석 복합문화권으로 구별하는 것이 민속학계의 통설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문화권 학설은 단오문화권, 백중문화권, 추석문화권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역사 민속 문화권 분류와 세시풍속 문화권 분류는 문화지도가 약간 다르지만 여러모로 유사한 권역을 지니고 있어 함께 분석해보기로 한다.
　단오문화권은 고구려 역사와 풍속을 바탕으로 한 한강 이북과 강원도 지역과 경상도 북부지역이어서 고구려문화권과 공유지역(고구려 강성기 영토)이 많고, 백중문화권은 한강이남 경기지역(신라 강성기)과 경상도지역의 신라문화권과 공유지역이 많다. 또한 추석문화권은 백제문화권인 농경중심의 평야가 많은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남쪽 일부(가야) 지역을 말한다.
　단오문화권은 북방민족의 태양숭배사상이 강한 유풍을 지니고 있어 수직도약적인 천상지향춤을 추며, 태양에너지가 가장 강한 음력 오월단오절을 태양절처럼 중시하며 보리농사의 추수를 하고, 벼농사 모내기도 이때를 맞추어 끝내고 벼가 착근할 때까지 농한기 풍농기원축제를 벌인다. 즉 추운 지방으로 갈수록 수직춤, 즉 몸통을 위로 비상하거나 땅을 차고 뛰어오르는 도약춤, 입체춤과 동체춤이 많고, 또 수직춤에는 몸과 발이 뛰어오르는 도약춤과 무릎의 굴신춤과 어깨춤이 중요하다.
　따뜻한 추석문화권은 주로 남부지방으로 충청과 호남지방과 영남일부지역의 넓은 평야가 있는 곡창지대로써 일 년 농사의 성과가 풍부하게 나타나는 가을추석에 풍년을 가져다 준 천신과 특히 지신에 감사드리며 그 기쁨의 축제를 벌이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지모신을 더 숭배하는 대지지향적 하향춤과 땅을 자근자근 밟는 듯한 답지춤, 수평적인 양팔들사위와 여밀사위의 하향춤을 추게 된다. 즉 더운 지방으로 갈수록 수평과 평면춤이 많다. 남부 수평춤에는 발의 옮김과 엉덩이나 손을 움직이는 평면춤과 말초춤과 단전호흡이 중요하다.
　백중문화권은 중부지방인 경기와 영남권으로 벼농사에서 김매기가 끝나는 백중날에 호미를 씻어 걸어두면서 그동안 농사일의 노고를 풀고 격려하고 한 달 후 추석절까지 농한기로 풍농을 간절히 기원하는 농악을 치면서 천신과 지신 모두에 바치는 농신제를 지내면서 상향춤과 하향춤을 추면서 축제를 벌인다. 따라서 영남지방은 도약춤과 답지춤의 양면성이 혼합된 양상의 춤으로 활기차게 뛰었다가 사뿐히 즈려밟는 춤이다.
　한편 북쪽에 위치한 고구려 문화는 기후적으로 한대지방으로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었으며 기질이 기마민족의 영향을 받아 진취적이고 전투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춤은 거칠고 활달하며 전투적인 ‘공격춤’을 춘다. 이러한 춤은 이들의 해서지방의 탈춤이나 무당춤과 같은 춤에서 볼 수 있는데 이들의 발짓춤들을 보면 무폭(舞幅)이 크고 절도가 있는 ‘도약춤’이 많고, 손짓춤은 각을 이루며 직선적이고 발산적으로 위로 뿌리는 ‘상향뿌림춤’이 많다. 따라서 이렇게 손사위를 위로 날리며 추는 고구려적인 한삼춤을 가리켜 ‘사위춤’이라도 부르고 있다.
　백제문화권은 광대한 농토를 가지고 있어서 농경문화가 발달하였고 식생활이 풍부하고 문화수준이 높았기에 유순하고 향락적이며 낙천적인데다가 예술감각이 발달하였다. 그러기에 농경에 바탕한 예술이 발달하였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부드럽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곡선미를 갖추고 아래로 여미는 ‘하향춤’이 많고 손목놀림이 많은 ‘손짓춤’과 발걸음춤은 부드럽게 대지를 밟아주는 ‘답지(踏地)춤’이 생활화되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백제적인 손짓춤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서 오늘의 예인춤인 살풀이춤이나 승무와 같은 춤으로 이어진 것이라 본다. 이들은 추석 때가 되면 엄청난 햇곡식과 햇과일의 추수를 천신과 지신에 감사드리는 추석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풍년을 들게 한 너른 논밭을 향한 ‘대지지향춤’을 추며 지모신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나라 잃은 슬픔으로 백제의 한을 담은 한맺힌 음악과 춤이 향토문화에 깔리게 되었다.
　신라인은 무뚝뚝하지만 담백하고 의리가 있는 인간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은 화랑도를 통해 합심하여 삼국통일을 이룩하였고, 합병 후에는 고구려, 백제, 당문화 등을 받아들여 나름대로 통합신라문화를 형성하였다.
　따라서 신라문화권은 지금도 경상도 문화가 주축을 이루면서 삼국통일의 기쁨으로 흥겨운 춤들이 발달하였으며, 발춤에서는 고구려의 천상지향의 도약춤과 백제의 대지지향의 답지춤이 혼합된 ‘도약답지춤’을 추고, 손짓춤은 고구려의 절도가 있는 상향사위춤과 백제의 부드러운 곡선적인 하향손짓춤이 복합된 직곡선적이고 상하로 진폭이 큰 ‘날개사위춤’으로 전승되고 있어 오늘날 ‘학춤사위’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또한 신라적인 춤의 특징은 덧배기장단(굿거리장단)에 추는 다양한 몸짓과 손짓이 어우러진 ‘덧뵈기춤’과 무릎을 굽혀 땅에 발을 깊이 박았다 풀어내는 ‘배김새춤’이라 할 수 있다.⁴

 

　3. 음악적 배경이 따른 춤 특징

　한편 음악과 춤은 가장 밀접한 유기적 관계를 가진 문화이기 때문에 음악적 풍속이 곧 춤 풍속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음악문화권은 곧 춤문화권을 가르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음악문화권을 구분하는 기준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으나 일반적인 민요문화권은 경서도토리권(서도권, 경기권), 육자배기토리권, 메나리토리권(동북권, 동남권)으로 나눈다. 이는 소리춤 영역의 중요한 문화권이 된다. 그러나 또다른 음악권 분류로 무속음악권이 있는데, 춤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화권은 시나위음악권이다. 시나위는 호남지방 무속반주음악에서 비롯한 명칭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음악이 곧 이 지역 무속춤과 예인춤의 춤반주에 절대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으로 음악과 춤에서 매우 중요한 점은 백제문화권과 신라문화권의 정서가 아주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즉 신라의 음악과 춤은 삼국을 통일한 기쁨과 환희의 정서가 음악과 춤에 반영되어 흥겨운 덧배기장단에 신명나는 덧배기춤을 추는 ‘덧배기춤문화권’인데 비해, 백제는 망국(亡國)의 한(恨)을 굿을 통해 표현하는 시나위음악에 맞춰 한(恨)의 살풀이춤을 추어 오늘날까지 전승된 것이다.
　그래서 백제문화권은 음악적으로는 ‘시나위음악권’이라고 하며, 춤으로는 ‘살풀이춤문화권’이라고 한다. 그런 현상은 신라지역에서는 한의 정서가 있는 살풀이장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남지방은 살풀이춤이 전통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⁵ 그러므로 똑같은 수건춤이라도 영남지방에서는 흥겹고 멋드러진 덧배기장단(굿거리장단)에 수건춤을 추므로 ‘진주교방굿거리춤’, ‘교방입춤’, ‘수건입춤’ 등으로 불린다. 따라서 살풀이춤은 백제문화권인 서울, 경기, 충청, 전라도지방에서만 전승되는 살풀이장단에 맞춰 추는 수건춤을 말한다. 시나위 장단에 따라서는 호남시나위(3분박 4박자)와 경기시나위(2분박 6박자)⁶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호남살풀이춤과 경기 도살풀이춤의 반주음악이 다르다.
　호남춤은 흩어지다 모아진 진한 산조를 장단 삼아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을 넘나들며 자지러질 듯 혹은 숨죽일 들 사위를 펼치는 구구절절 맺힌 한과 삶의 애환을 한 차원 높은 흥으로 승화한 것으로 농경사회의 영향을 받아 민초들의 고단함이 녹아있으면서도 풍족한 먹거리로 인해 풍과 흥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영남춤은 활달한 덧배기장단을 바탕으로 특유한 투박함과 남성미가 넘치는 신명과 흥이 절로 나오면서 활기차고 진취적이면서 춤집이 큰 춤사위로 소리보다 춤이 돋보이고 또한 양반문화구조 속에 멋과 태가 고운 여성적인 춤사위도 함께 전승되어 복합적이고 다양한 춤문화가 발달하였다.
　결국 백제문화권의 춤은 우리춤의 보편적 정서인 한·흥·멋·태 중에서 ‘한’과 ‘멋’이 특히 돋보이고, 신라문화권인 영남지방의 춤은 ‘흥’과 ‘태’가 돋보이는 차이가 있다.

 

　4. 민속춤 유형에 따른 춤 특징
　
　1) 농악춤
　농악의 전승 여부의 제일 조건은 마을공동제에 농악대가 동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 받는다. 왜냐하면 마을공동제사를 지내는 역할이 필수조건이냐 아니냐가 전승의 발전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을 제사는 지역에 따라서 농악이 동원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농악이 동원되지 않기도 한다. 말하자면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와 같은 지역에서는 무당들이 마을 제사를 지내고 경기 및 충청과 경북지역에서는 무당과 농악대가 합동으로 제를 지내는데 비해 전라도와 경남지역에서는 농악대가 주축이 되어 제를 지내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이북 지역은 농악의 전승력이 약한 형편이다. 이 지역이외의 남부전지역 농악은 마을 제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악이 생활화되었고,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지방의 농악은 예술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민속춤에 있어서 농악 문화권은 경기 및 충청농악을 비롯하여 영동농악, 영남농악, 호남 우도농악과 호남 좌도농악 등 다섯 가지 농악문화권⁷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영남농악은 경상도 농악을 말하는데 이곳의 농악에서 동해안쪽은 농악은 영동농악과 유사한 점이 있고 경북의 북부에 위치한 김천지방의 농악은 충청농악, 호남좌도농악과도 유사한 점이 나타나고 있다. 호남지방은 농경문화가 발달한 곳이므로 농악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우도농악과 좌도농악, 두 가지 파가 있다. 우도농악은 익산에서 목포로 이어지는 평야지대의 농악을 말하고 좌도농악은 전주, 남원, 여수로 이어지는 산악지대의 농악을 가리킨다. 그러나 좌도농악은 영남진주 등지와 같은 내륙이며 가까운 지역으로 공통점이 많다.
　또 농악춤 중에 지신밟기는 영남, 영동지방에서는 주로 마을 농악꾼들이 하고 경기와 충청, 그리고 호남지방에서는 마을농악패 말고도 걸립패들이 하는 수가 많다. 그 이유는 경기도 지방의 경우 나례꾼이 관을 왕래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고 충청고의 경우에는 절이 많고 평야가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지방에 걸립농악이 고도로 발달한 이유는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많은 쌀로 후한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광대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걸립농악이 한층 예능적으로 발달하게 된 것이다.
　풍물가락은 지역에 따라 특색을 달리하는데, 호남우도풍물굿가락은 다채로움과 풍성함이, 경기, 충청풍물가락은 화려한 쇠가락이, 영남풍물가락은 꿋꿋하고 경쾌한 가락이 특징이다. 삼도풍물가락의 짜임새는 점고­경술­호남우도풍물굿(오채질굿, 우질굿, 좌질굿, 풍류, 덩더궁이)­영남풍물(별달거리)­경기충청풍물(짝쇠)의 순서로 되어 있다.

 

　2) 탈춤
　탈춤 예능이 전승되고 있는 지역은 평안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를 제외한 황해도,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지방이다. 그러나 평안도나 제주도의 경우 영등굿에서 무당들이 탈놀이를 하고 있으며 전라도의 경우는 농악에서 잡색(雜色)들이 각종의 가면을 쓰고 가무극 하는 놀이가 있다. 그리하여 탈춤의 문화권을 지역별로 크게 나누면 해서탈춤권(봉산, 강령, 은율), 경기산대놀이권(송파, 양주, 퇴계원), 영남오광대(고성, 가산, 통영)와 야류권(동래, 수영), 동해안별신굿탈권(강릉, 예천, 하회), 함경도사자놀이권(북청)으로 나뉘며, 기타 유랑예인 남사당패(안성)의 덧뵈기탈춤이 있다.
　또 영남지방은 오광대와 야유를 중심으로 탈춤이 발달되었으며 그 특징은 춤집이 보통이고 수평적이며 자유로운 춤 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중성적이고 중년적이며 흥겹고 여흥적이며 어르는 춤사위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3) 무속춤
　무속은 한국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종교로서, 가장 원초적 요소가 짙은 의식절차를 지니고 있고, 오랫동안 한국인의 정신문화의 근본이며, 악가무 예술의 근원성을 지닌 토착종교이며, 한국인의 삶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무속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신이 내려서 무당인 된 강신무와 대대로 무당집안으로 이어지는 세습무가 있다. 따라서 지역별로 의식의 진행과 춤이 다르다.
　강신무는 몸에 신이 실린 무당으로, 각각 굿거리마다 개개의 신을 청배하여 청배된 신의 모습을 무당 자신이 상징해야하기 때문에 수십 여종의 무복을 입는다. 가무는 신내림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장구, 징, 꽹과리(남부) 또는 제금(경기) 등 타악기 위주의 빠른 가락을 주로 연주하고 몹시 흥분된 춤을 춘다.
　세습무는 몸에 신이 실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굿만 주관하는 일방적인 사제의 역할만 한다. 신을 상징하는 무복은 소용없으며 점차의례복 기능으로 변하였다. 가무는 타악기 외에 피리, 젓대, 호적 등 취주악기와 해금, 가야금, 아쟁 같은 현악기반주로 가무의 가락과 속도를 매우 완만하게 진행한다. 의례화하여 예술의 경지로 접근하는 현상으로 풀이한다.
　무당춤은 무당과 지역에 따라 춤의 이름을 달리 하고 있다. 가령 강신무당이 추는 춤을 신령춤(神靈舞)라하고 세습 무당의 춤을 축원춤(祝願舞)라 한다.
　강신무의 접신춤(接神舞)은 양손을 벌리거나 양손을 허리에 대고 왼쪽으로 도는 회무(回舞)를 하는데 이때에 왼쪽으로 도는 이유는 오른쪽인 경우 일상적인 현상(코스모스, cosmos)이기 때문에 비일상적인 경지로(카오스, chaos) 들어가기 위해서 하는 밀의(密儀)라 할 수 있다.⁸ 이렇게 하여 신계로 들어가면 도무(跳舞)를 춘다. 이는 신령이 꿈트리는 춤이기에 활달하고 당당한 위세를 부리며 발작적이고 전투적인 춤이 계속된다. 그후부터 축귀적 춤을 추다가 마지막에는 공수놀이로서 예언을 한다던가 춤으로 복을 준다. 복을 주는 춤은 보통 바라춤을 추거나 (춤추고 나면 바라에다 돈을 받는다) 부채 또는 신옷자락을 격렬하게 흔들어 대는 공수춤을 추어 사람들에 신바람을 준다.
　세습무의 춤인 경우 반주 악기가 타악기뿐만 아니라 취주 악기나 현악기까지 동원하는 등 의식에서 한층 예능을 강조한다. 무당들이 사제하는 무복은 신옷이 아니라 의식 진행을 위한 연희복으로 정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복에는 영력이 없다.
　춤은 방울과 부채 그 밖에 여러 가지 무구(巫具)로 신을 청하는, 이른바 청신무(請神舞)를 추고 이어서 그 신을 놀려서 즐겁게 하는 오신무(娛神舞)로 이어진다. 그리고 사람의 뜻을 신에게 전달하는 축원적 춤을 춘다. 이렇게 하여 굿이 끝나면 청신하였던 신령을 보내는 송신무(送神舞)를 하는 것이다.⁹
　그러나 이러한 신사(神事)의 제의적 춤 못지않게 관중에게 보이는 오락적이고 예술적인 극이나 가무도 중요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진도 씻김굿과 통영의 남해안별신굿에서 볼 수 있는 ‘진춤(살풀이춤)’이라든가, 경기도당굿의 ‘도살풀이춤’, 경상도 굿춤에서 볼 수 있는 ‘병신춤’, ‘가면춤’ 등이 그것이다.
　남부지방인 영남과 호남은 같은 세습무권으로 되었다. 세습무는 몸에 신이 실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굿만 주관하는 일방적인 사제의 역할만 한다. 신을 상징하는 무복은 소용없으며 점차의례복 기능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같은 세습무권이라 할지라도 영남지방과 호남지방이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호남지방은 전형적인 세습무적 성향을 지닌 반면 영남무속은 세습무이면서 연행방식은 강신무적 성향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영남무속은 현재 동해안별신굿과 남해안별신굿, 호남무속은 진도씻김굿에서 그 차이를 잘 나타나고 있는데, 음악적인 면에서는 영남무속은 강신무적인 특색인 타악중심의 빠른 장단의 춤과 소리중심으로 연행하고 있으나, 호남무속은 느린 시나위 음악에 다양한 현악기가 첨가되어 소리중심으로 연행된다.
　무복은 강신무에 비해 양족 무두 단순하여 죽은자를 위한 굿은 영남은 오구굿이라하고 호남은 씻김굿이라 한다.

 

　영남지역은 기후와 지리적으로는 남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산악지대와 평야지대가 혼재해 있고, 역사적으로도 북부문화와 남부문화의 혼합적 특성으로 농악을 비롯하여 탈춤 등의 민속춤의 복합적 특징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세시풍속적으로도 단오문화와 추석문화가 혼합된 백중문화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영남지방은 성읍국가시대부터 진한과 변한의 초기문화부터 신라와 가야문화로 이어졌다가 통일신라로 통합되었다. 특히 가야인 악성 우륵이 창제하였다는 가야금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는 가야지무, 한기무, 미지무, 대금무가 있었고, 우륵이 신라에 귀화하여 계고에게는 가야고, 법지에게는 노래를, 만덕에게는 춤을 각각 가르쳤다는 기록이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전한다. 뿐만아니라 황창무(검무)와 처용무, 상염무, 무애무, 오기 등 남성무도 있었다고 전하며, 도솔가무, 회소곡, 그리고 팔관회나 연등회의 가무백희 등 민간생활춤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민간춤으로 탈춤(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가산오광대, 수영야류, 동래야류)과 동래학춤 등을 들 수 있고, 교방춤으로 검무, 포구락무, 승전무, 고무 등과 권번춤으로 굿거리춤, 입춤, 한량춤, 승무, 수건춤, 산조춤 등이 부산 경남지방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춤사위 면에서 영남과 호남은 같은 남쪽지방이지만 여러 지리환경적 차이로 인하여 호남춤이 좌·우 사위가 많은데 반해, 영남춤은 아래·위 사위가 많다. 또 호남춤이 맛으로 추고, 짓는 사위가 주를 이루는 반면, 영남춤은 흥이 넘치고 툭툭 꺾는 춤사위가 특징이다. 그래서 전라도(호남)춤이 ‘땅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라고 하면, 경상도(영남)춤은 ‘땅 기운이 솟아오르는 춤’이라고 일컫는다.
　또한 대삼소삼의 넘실거림이 가득한 호남춤, 선이 굵고 흥이 넘치는 영남춤으로 지역에 따라 다른 우리 춤의 여러 빛깔을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영남의 민간춤을 한마디로 덧배기춤이라고 하는데, 특히 야류, 오광대 계열의 탈춤과 풍류객들이 즐겨 추었던 한량춤, 동래학춤 등도 덧배기춤의 대표적인 춤의 유형이다. 이 덧배기춤은 춤을 추다가 한번씩 크게 뛰어 맺어주는 배김사위가 덧배기춤의 대표적인 춤사위기 때문에 덧배기춤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이러한 덧배기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무릎굴신과 호흡기법이 다른 유형의 춤에 비해 특히 강조한다.
　　2)무릎으로부터 멋을 끌어올려 어깨로 물결치듯 완만하게 풀어내는 듯한 형태이다.
　　3)춤폭이 넓고 모나지 않고 둥글면서 넉넉한 기상이 춤사위에 있다.
　　4)발디딤새는 땅을 강하고 힘차게 내려 딛어 하체의 에너지가 충만하여 보폭에 힘이 넘친다.
　　5)대표적인 춤사위는 배김새춤이다.¹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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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병옥(2009), 『한국무용민속학』, 도서출판 노리, 35~41쪽.
　이병옥(2009), 경기지역춤의 문화권적 특징연구, 우리춤연구 제10집. 13쪽.
2. 정범태(2006), 한국백년1, 눈빛출판사. 12~13쪽.
3. 이병옥(2009), 앞의 책, 36쪽.
4. 이병옥(2009), 앞의 책, 39쪽.
5. 영남지방에서 현재 전승되는 대구살풀이춤은 호남출신의 재인인 박지홍이 대구대동권번에 춤을 가르쳐 전파된 춤이며
　장단은 굿거리장단에 춤을 춘다. 또한 시나위음악은 호남지방의 인접한 영남지방 일부(예전 가야지역, 통영, 진주)에
　전파되어 있다.
6. 이보형, 황루시(1971), 「경기도남부 도당굿의 춤과 음악」, 『경기도 도당굿』, 열화당, 113~114쪽.
7. 정병호(1986), 『농악』, 열화당. 18쪽.
8. 金泰坤(1981), 『한국무속연구』, 집문당, 417쪽.
9. 이병옥(2004), 『무용인류학 탐구』, 도서출판 노리, 154~159쪽.
10. 김온경(2007), 부산·경남춤원류 연구, 우리춤연구소, 제1회 학술심포지엄. 19쪽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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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1995), 경남문화재대관, 국가지정편, 도지정편.
김온경(1982), 한국민속무용연구, 형설출판사.
김온경(1983), 경남 덧배기춤 고, 한국무용연구 제2집.
김온경(1990), 부산 경남지역 춤사위 고, 한국춤모임 짓 연구지 제3집.
김온경(1991), 부산·경남 향토무용총론, 도서출판 한국평론.
김온경(1995), 정현석의 교방가요 연구, 한국무용연구, 제13집.
김온경(2007), 부산·경남춤원류 연구, 우리춤연구소, 제1회 학술심포지엄.
김태곤(1981), 한국무속연구, 집문당.
노길명 외 4인(1998), 문화인류학의 이해, 일신사.
부산광역시(1993), 부산의 문화재,
부산직할시(1991), 부산시사, 제4권, 국악·무용편.
안야 피터슨 로이스 저, 김매자 역(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