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한성준 학술토론회
명인명무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 현황과 전망
김연정_이애주춤연구소장, 이애주한국전통춤회 부회장

1. 홍성에서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기까지

지난 11월 8일(화) 한성준 선생의 고향, 충남 홍성 소재 홍주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한성준 선생 탄신 150주년을 맞아 ‘홍성예인 명인명무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이애주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성준선생 가무악희(歌·舞·樂·戱) 기념사업회, 문화그루 ‘율’, 이애주춤연구소가 주관하였고 홍성군과 홍성군의회가 후원하였다. 그간 홍성에서 한성준 선생을 기리는 일에 관심을 가졌던 많은 군 관계자 및 군민들의 참여가 어우러진 자리였다.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의 현황과 전망 토론회, 2024. 11. 8. ⓒ이애주문화재단



한성준 선생 가·무·악·희 기념사업회 전상진 대표(전 홍성신문 기자)의 인사말로 시작한 행사는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국악평론가이자 기획자 윤중강이 ‘한성준 선생의 위상과 현재적 자리매김’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제를 맡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성준 선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을 강조하면서 21세기 예술적 시각으로 한성준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이어 3명의 발제가 있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이번영(전 홍성신문 편집국장) 공동대표가 ‘지역에서의 한성준 기념사업 회고와 과제’라는 제목으로, 1990년대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이애주 선생을 중심으로 홍성에서 이루어졌던 기념사업의 과정을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며 자세히 보고하고 홍성군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다음에 이애주춤연구소 김연정 소장(필자 본인)은 ‘홍성 한성준 기념사업의 방향성 제고를 위한 국내외 예술인 기념사업 사례 비교’를 주제로, 작금의 주목할 만한 예술인 기념사업의 사례를 선별하여 소개하며 이를 벤치마킹의 기회로 삼아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획할 것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전통춤 이론가 김영희는 ‘한성준 기념사업의 방향과 전망’을 주제로, 그간의 연구를 종합하여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의 현황과 전망 토론회 중 종합토론회, 2024. 11. 8. ⓒ이애주문화재단



종합토론에서는 이애주문화재단 임진택 상임이사가 좌장을 맡았고, 토론자로 유족이기도 한 임상규 전 안산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 한건택 내포문화관광진흥원장, 김경수 청운대학교 교수(홍성학 연구소장), 김창수 이애주 춤·장단연구회장이 참석하였다. 임진택 좌장은 종합토론에서 4명의 발제자와 4명의 토론자 그리고 좌중까지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세 가지 쟁점, ‘한성준 이해의 재정립’, ‘홍성 기념사업 진행의 문제점’, ‘홍성에 특화된 기념사업 전망’으로 정리해 내었다. 내실있고 의미있는 기념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계획의 과정이 있어야 하기에 향후 보다 구체적인 토론회를 기약하였다.

이날 행사는 한성준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홍성에서 답보상태에 있던 한성준 기념사업을 다시 살려보자는 이애주문화재단의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력에 홍성군과 홍성군 의회가 화답하면서 이루어진 결과물의 일환이었다. 故 이애주 선생은 2020년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이애주문화재단을 설립하며 자신의 춤 정신을 기리고 계승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이어진 전통춤의 계승과 발전을 주된 사업으로 삼으면서 미술·연극·판소리·풍물·문학 등 관련 문화예술 전반에 도움이 되는 일을 추진해 나가기를 소원하였다. 이후 이애주문화재단은 선생의 유지에 따라 꾸준히 공연·출판·교육 사업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30여 년 전부터 이애주 선생이 애써온 ‘홍성에서 한성준 기념사업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성준 선생 묘소가 소재한 ‘홍성군 갈산면 임야(이애주문화재단 기본재산)의 활용’에 대해 열어놓고 구상을 시작하였다.

홍성은 위인들을 많이 배출한 지역으로 유명한데, 최영 장군을 비롯해서 성삼문·한성준·한용운·김좌진·이응로, 이렇게 여섯 명의 위인을 기리고 있다. 그 여섯 명의 위인 중 고인의 묘소가 실제로 홍성에 있는 분은 한성준 선생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잘 안 알려져 있지도 기념사업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분이 또한 한성준 선생이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화예술 인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도 하고 홍성 사람들 스스로도 한성준 선생이 누구인지를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홍성 역사인물 축제 중 승무, 학춤, 판소리 공연을 마치고, 2024. 5. 4~5. ⓒ이애주문화재단



한성준 선생 탄신 150주년 제향 및 묘비 제막식, 2024. 7. 25. ⓒ이애주문화재단



한성준 선생 탄신 150주년을 맞는 올해, 홍성군에서는 탄생 120주년을 맞은 이응노 선생과 함께 두 인물을 축으로 하여 인물축제를 추진하였고, 지난 5월 4~5일 이애주문화재단과 이애주한국전통춤회가 여기에 적극 참여하여 한성준과 그의 춤을 축제의 장으로 모셔 들였다. 그리고 갈산면에 있는 한성준 선생 묘소를 다시 정비하여 선생의 탄신일인 7월 25일 정오에 묘비석을 세우고 탄신제를 올려 드렸다. 같은 날 저녁 홍성문화원 강당에서는 한성준의 후예인 여러 유파가 함께하는 ‘한성준 춤·소리 예술제’를 열어 홍성군민에게 한성준이라는 인물의 탁월함과 그가 정립한 전통예술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날 공연의 열기와 수준, 진지한 분위기는 홍성군 관계자들과 군민들은 물론 공연 출연자들에게도 한성준 선생의 역량과 가치·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념사업 논의의 발판이 될 학술토론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 연속선상에서 이번 학술토론회는 이미 15년 전에 이애주 선생이 마련해 놓은 ‘한성준기념관’ 건립사업 기본안을 바탕으로, 2023년 이애주문화재단이 자체 용역을 통해 타진한 ‘한성준 춤문화관’ 건립 가능성을 점검하면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다.


2.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의 여정과 현황 점검

이번 토론회는 주요 관계자들 및 군민들의 참여 속에 발제와 토론의 시간을 갖고 한성준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다 넓고 깊게 확장·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조 발제자 윤중강은 무엇보다 명고(名鼓)이자 명무(名舞)이면서 악희(樂戲)를 발판으로 가무(歌舞)를 통섭한 근대 극장무대의 선구자로 한성준 선생을 조명하였다. 조선의 전통예술을 정립하고 무대화시킨 훌륭한 기획자이자, ‘이야기로 통하는 춤’ ‘그림으로 읽히는 춤’ ‘웃음을 동반한 춤’ 그리고 ‘가무악희가 공존한 공연’을 만들어낸 유능한 연출가라는 점도 언급되었다. 무엇보다도 한성준의 중요한 공로는 근대화가 이루어지던 시기 식민지 예술인으로서 주체적 자각을 가지고 우리의 전통예술을 문화자산으로 인식하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한성준의 존재와 그 역량·깊이를 일찍부터 간파한 분이 이애주 선생이었다. 이애주 선생은 이미 1983년 개인발표 공연에 ‘한성준 옹의 춤을 이어받은 한영숙류 춤’이라고 적을 만큼 본인의 춤이 한성준의 뿌리에서 왔음을 인식하였고, 1990년대부터 한성준 선생의 고향인 홍성을 찾아가 ‘한성준 뿌리찾기’에 홍성군의 뜻있는 분들과 함께 나섰다. 한성준을 세상에 알리고 우리 문화사에서 한성준의 의의를 밝히며 지금의 여건이 만들어지기까지 홍성사람들을 비롯한 모두가 이애주 선생에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날 행사에 모인 사람들 모두 동감했다.

지역에서의 한성준 기념사업 회고와 과제를 발제한 이번영 전 홍성신문 편집국장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이애주 선생이 홍성에서 한성준을 기리는 활동에 힘을 쏟을 때 이 지역의 실무를 담당했던 선구자였다. 홍성 지역에서의 한성준 기념사업은 한영숙 선생 타계(1989년) 후 1992년 춤의 해를 맞아 홍성신문이 ‘홍성의 인물 탐구’ 기획 시리즈를 만들어 한성준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1992년 취재 중 갈산초등학교 뒷산에 방치된 한성준 묘비를 발견했고, 이를 지역신문에 실어 한성준이라는 인물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6년 한영숙 선생에 이어 승무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인정된 이애주 교수가 1997년 ‘한성준춤 기념예술제’를 시도하였고, 1998년 9월 한성준 선생이 문화관광부 지정 ‘이달의 문화 인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한성준 춤·소리 예술제’를 개최하면서 홍주문화회관 앞뜰에 한성준의 춤비(碑)를 세우는 일을 주도하였다. 그 비(碑)는 한국문화사에 있어 춤꾼의 비(碑)로서도 처음이요 춤꾼 형상의 비(碑)로서도 처음이었다.



한성준춤소리예술제, 2024. 7. ⓒ이애주문화재단



이번영 선생은 1997년 이래 홍성신문에 보도된 것만으로도 총 14회에 걸친 한성준 춤·소리 공연과 2005년까지 5기에 걸친 ‘한성준 춤학교’ 개설 등, 이애주 선생의 20여 년에 걸친 지속적인 활동과 적극적인 홍성지역 신문보도로 홍성군민들 의식 속에 한성준을 오늘날 홍성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1998년에는 남문우 변호사를 회장으로 뜻있는 홍성지역민 20여 명이 한성준 기념사업회를 꾸려 이애주 춤 공연기획과 한성준 춤학교 운영에 주관단체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 이후 1999년에 한성준 선생의 묘가 소재한 갈산초등학교 뒷산 주인의 거듭된 이전 요구로 이애주 선생은 인근 갈산면 상촌리 산 23-1번지 일대 1만 8천평 임야를 매입해서 한성준 선생의 묘를 이장했다. 그리고는 몇 해가 지난 2004년 이애주 선생은 ‘한성준 춤예술과 보전방안’에 대한 연구 발표를 통해 한성준 묘역 성역화, 유택 복원, 기념관 건립, 교육장·전용극장·자료실 등을 갖춘 ‘한성준 춤 공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가 있다. 이애주 선생이 사재를 털어서까지 갈산면 상촌리 일대 임야를 확보해둔 것이 한성준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담대하고 헌신적인 기획 구상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홍성군은 2007년 한성준 민속무용전수관 건립을 위해 홍성교육청으로부터 갈산면 가곡리 소재 폐교(갈산초등학교 가곡분교)를 인수하고, 2009년 한성준기념관 건립 계획안을 확정하였으나 실행되지 못하고 계속 지체되었다. 이런 가운데 2011년 5월 고광성 홍성신문 대표가 한성준 기념사업회를 이어받아 재정비에 들어가는 한편 이애주 교수와 함께 사업계획도 여러 차례 만들었으나, 이런 일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기에 성사되지 못하고 계속 지체되었다. 한때 홍성군과 충남도가 기념사업회 안을 받아들여 큰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이 역시 단체장 교체, 책임자 의지 부족 등으로 사장되고 말았다.

2014년에는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가 조직되어 한성준 탄생 140주년 기념행사를 무용계 많은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뤘으나 정산 과정에서 홍성군과 법적 문제로 비화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이후 홍성지역에서 한성준 기념사업에 대한 긍정적 여론은 더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10년 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한성준 기념사업을 복원하기 위해 2024년 이애주문화재단이 한성준 선생 탄신 15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홍성군과의 협력을 도모하여 논의를 거듭하면서 여러 사업을 주도하면서 다시금 한성준 기념사업이 추동되고 있다. 한성준이라는 인물이 지닌 대표성과 상징성을 생각했을 때 어느 한 단체, 어느 한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고, 따라서 지금은 누가 앞장서더라도 홍성군민 모두의 관심과 더불어 문화예술계 전반의 인식과 뜻모으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3. 한성준 기념사업의 방향과 전망

발제에 참여한 김영희는 한성준 기념사업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① 한성준기념사업은 민속공연예술의 악가무희(樂歌舞戱) 분야를 폭넓게 다룰 수 있어야 하며, 한성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장르 통합적이어야 한다.
② 한성준기념사업에서 예능 뿐만이 아니라 원리와 정신의 탐구도 필요하다. 이러한 탐구는 기능의 전승과 교육사업에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③ 한성준기념사업은 홍성 지역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한성준이 남긴 미적 쾌감을 홍성군민들이 먼저 누려야 하며, 한성준 기념사업을 통해 홍성의 활기를 북돋을 수 있어야 한다.
④ 한성준과 한영숙과 이애주까지 이어진 역사적 지속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성준의 세대별 제자 그룹들이 다양하게 참여함으로써 젊은 세대로, 미래로 이어져야 한다.
⑤ 한성준기념사업의 성과를 보급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세계화를 지향해야 한다. K-컬쳐가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홍성의 한성준 기념관이 K-컬쳐의 세계적 중심 근거지가 될 수도 있다.

그날 학술토론회에서의 발제와 토론에서 논의된 한성준 기념사업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첫째는 한성준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폭넓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요, 둘째는 기념사업이 건물짓기나 일회성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기반시설이 되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민과의 연계하에 지속가능한 춤마을과 축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홍성이 춤과 악을 사랑하는 예술인 마을로서는 물론 한국 전통예술 전용 극장이 있는 전통예술의 본거지가 되는 동시에, 느림의 미학과 생태적 삶의 철학이 함께 하는 세계적인 K-Art, K-Dance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서는 춤 종목만이 아니라 가무악희를 어떻게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느냐 하는 새로운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는 타당한 시각이지만 한성준 선생이 남긴 전통예술 유산 중 어디까지나 그 중심에는 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성준 선생 인생의 정점이자 말년에 정립하여 남긴 승무·태평무·학무·살풀이춤 같은 찬란한 공연예술의 경지가 없었다면 그 외 다른 활동과 공로들만으로는 결코 빛을 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향후 각 쟝르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좀 더 많은 토론이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새겨야 할 점은 춤과 삶을 하나로 보고 시대와 자신을 하나로 인식했던 한성준의 춤과 시대와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한성준 선생이 가졌던 춤의 본질에 대한 생각, ‘춤과 장단’ ‘춤과 일상’ ‘춤과 삶’ ‘시대와 나’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관통하여 읽어낸 한성준의 열린 자세와 깊은 통찰을 기념사업에 담아냄으로써 보다 깊고 넓은 ‘한성준 기념사업’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2024. 12.
사진제공_이애주문화재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