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동시대 춤의 수용과 창작방식2
댄스IP와 춤 저작권의 개념에 대한 고찰
-스맨파는 왜 댄스IP라는 명칭을 내세웠을까?
김수인_무용학자

동시대 춤의 무대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스마트폰 화면, 디지털 아카이브, 그리고 초연결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소비되고 확장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댄스&미디어연구소와 〈춤웹진〉이 공동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춤이 마주한 예술적, 사회적, 제도적 쟁점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춤은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예술의 본질과 창작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김수인 무용학자의 글을 통해 춤의 저작권과 '댄스 IP' 개념의 문화적·산업적 의미를 고찰하고, 공동 창작과 체현(embodiment)이라는 춤의 본질이 근대적 사유 재산 제도인 저작권과 충돌하는 지점을 분석합니다. 나아가 미디어 산업의 '댄스 IP'가 춤 지식의 딜레마를 우회한 채 방송 콘텐츠의 산업적 권리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지원 영상의 공동 창작 논란, 계급 미션의 안무 카피, 그리고 동작 표절 시비를 통해 춤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이 우리에게 어떤 문화적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I. Mnet의 댄스IP는 춤 지식재산과 무슨 관계?

이 연구는 Mnet에서 '댄스IP'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대표 프로그램인 TV 시리즈 〈스트릿 맨 파이터〉(2022, 이하 스맨파)를 중심으로 안무 저작물 및 표절 논란 사례를 살펴본다. 2022년 〈스맨파〉가 8월에 방영을 시작하기 전인 5월에 제작진은 언론을 상대로 공동인터뷰를 하면서 “댄스IP”라는 새로운 용어를 통해 Mnet이 방영하는 댄스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들과 관련 콘텐츠들을 통칭하였다(남유정 2022). 제작진의 인터뷰를 보도한 기사들에 따르면 권영찬 책임프로듀서는 “올해 댄스IP를 통해 Mnet만이 할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 전문성을 내세우려 한다”고 언급했다(우다빈 2022). 그러나 이후 인터뷰는 댄스의 지식재산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는다. 대신 “오리지널 댄스IP 확장”에 관련된 “글로벌 투어,” “미주와 일본 동시 송출,” “OTT 등 스트리밍 서비스,” “'스우파' 방송 포맷 수출,” “유튜브에 '더 춤' 채널 오픈,” 그리고 “글로벌 K-댄스 팬덤 구축”이 주요 내용을 구성한다(박종진 2022a). 이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댄스IP의 지식재산은 댄서의 춤 지식이라기보다는 미디어기업의 방송콘텐츠로서의 지식재산을 지시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맨파〉에서 춤의 소유권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부터 논쟁거리가 되었다. 프리퀄 참가자들의 공동 창작 안무, 방송 중에는 안무 카피 미션, 방송 이후에는 특정 동작을 둘러싼 표절 논란까지 이어지며 '춤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흥미로운 점은 논쟁의 중심에 늘 저작권이 있었지만, 정작 누구도 저작권만으로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스맨파〉에서 나타나는 댄스는 공동체에서 집단즉흥창작되는 언더그라운드의 관습과 고도로 산업화한 엔터테인먼트 대중음악을 위한 댄스 작품이 혼합되는데, 이는 춤의 저작자를 판단하는 데 있어 다양하고 복잡한 사항들을 고려하게 한다.

우리는 흔히 안무를 하나의 창작물로 생각하고, 창작물에는 당연히 주인이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 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춤은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함께 만들고, 즉흥적으로 변화하며, 수많은 사람의 몸을 거쳐 전해진다. 특히 스트릿댄스 문화에서는 창작과 수행, 개인과 공동체, 원작과 변형의 경계가 끊임없이 겹쳐진다. 그래서 춤은 저작권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 낸다.

이 글은 스트릿 맨 파이터를 둘러싼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이 질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오디션 지원 영상의 공동 창작 논란, 둘째는 방송 속 안무 창작과 카피 미션, 셋째는 동작 표절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 연구는 그 3가지 지점들을 고찰하며 춤의 저자성에 관련된 개념적 전제들을 논의하여, 댄스IP를 표방한 TV 프로그램이 댄스의 지식재산에 관련된 딜레마는 우회하면서 미디어콘텐츠의 산업적 지식재산에 공들이고 있음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 글은 저작권 제도의 법적 타당성을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춤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이 우리에게 어떤 문화적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소유하는가'라는 답보다, 우리가 왜 춤을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


II. 춤이 개인의 재산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1. 재산으로써의 춤 보호

춤 저작권을 다루는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현행 저작권 제도를 어떻게 보완하고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연구이다. 이러한 논의는 안무를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방향의 논의는 현행 법제의 한계점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그 제도의 개념적 전제를 해체하기보다는 도구적 제한점에 초점을 맞추어 지식재산의 사적 소유권을 증대시키려는 태도를 보인다. 다른 하나는 현행 법제를 개선·강화하기보다는 지식재산권/저작권제도를 떠나 다른 방식으로 춤의 지식과 정보를 취급하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러나 그 대안들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 연구들은 지식재산권의 실질적 법제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며 그 개념적 전제들을 수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연구들조차도 대부분 저작권 제도를 현실적인 전제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차이는 그 제도를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을 것인지에 있다.

이 글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저작권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보다 먼저, 우리는 왜 춤을 '소유'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묻고자 한다. 춤은 누구의 것인가? 춤을 하나의 재산으로 바라보는 방식은 춤이라는 문화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이 글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춤추기의 본성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문화적·정치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지식재산의 개념과 정치성

사실 지식재산권의 역사에 관한 연구들은 지식재산의 사적 소유라는 개념이 특정한 사회문화적 조건에서 생성된 산물임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창작물을 개인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보편적인 진리가 아니라 근대 사회가 선택한 하나의 방식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쇄술이라는 기술과 지식 저장 장치의 발명이 지적 소유권이라는 개념이나 제도를 성립케 한 사회적 조건이었다(Menell, Lemley, Merges 2019).

그래서 지식이 지식을 가진 사람을 떠나 별도의 물질로 존재할 수 있는 영역에서 지식재산의 도입이 빨랐다. 텍스트를 가진 문학과 악보로 출판될 수 있는 음악이 그렇다. 하지만 춤은 이 제도와 만날 때 특히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춤은 악보나 책처럼 창작자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을 통해 배우고, 익히고, 변형되며 이어진다. 누군가에게 배운 움직임은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나고,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춤은 시간이 지나며 다시 다른 형태로 변화한다. 그렇다면 이 춤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춤은 근현대의 특이한 산물인 지식재산권 제도와 편리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연구한 학자들은 저작권이 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창작과 소유를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춤은 공동 창작과 즉흥, 전승과 차용이 끊임없이 얽혀 있는 문화다. 그래서 춤에서는 '저자'와 '소유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방향의 논의는 저작물성(copyrightability)에 대한 판단이 단순히 법제의 용어와 체계를 가다듬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춤 동작을 점점 더 정교하게 데이터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저작권은 춤 지식의 정체를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다.

무용학자 라베토-비아졸리(Ravetto-Biagioli 2022)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의 기여란 정확히 무엇인가?' 안무를 처음 구상한 사람일까, 그것을 몸으로 구현한 사람일까,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동료들일까, 아니면 그 모든 과정일까. 춤은 몸을 통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개인과 공동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바로 이 점이 춤을 하나의 사적 재산으로 규정하려는 저작권 개념을 끊임없이 흔든다. 라베토-비아졸리는 지식재산의 철학적 토대가 되는 로크의 『통치론(Two Treatises of Government)』(1690)을 분석하여 춤이 재산의 개념적 기초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의 관점에서 라베토-비아졸리의 논의가 중요한 점은 춤의 체현(embodiment)이 개인과 사회의 구분을 애매하게 만들어 춤 재산의 소유권을 특정 개인 저자와 결부시키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춤의 지식재산과 저작권 개념은 내재적으로 불안정하게 된다. 오직 산업적이고 경제적 측면에서 계약이 규정하는 권리가 선명하게 두드러지며, 이는 이해관계의 힘에 의해 헤게모니를 다투는 장이 된다.

결국 춤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은 단순히 법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춤을 어떤 문화로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창작을 누구의 기여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스맨파〉에서 벌어진 공동 창작 논란과 안무 표절 논쟁은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춤의 소유와 창작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한 사건으로 읽을 수 있다.


Ⅲ. 〈스트릿 맨 파이터〉 춤의 지식재산

1. 〈비엠비셔스〉 참가자 지원영상의 공동 창작 논란

〈스맨파〉의 프리퀄로 방영된 〈비엠비셔스〉 프로그램은 본 방송에 참여할 프로젝트 댄스 크루의 멤버를 모집·선발하는 오디션이다. 크루별로 경쟁하는 본 방송과는 달리 〈비엠비셔스〉의 참가자들은 솔로 댄서로 경쟁한다. 참가 지원 시 안내 문구에 따르면 지원자들은 “공식 퍼포먼스 음원 안무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 이 요건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지정곡 “SMF”에 맞춰 "전체 구간 안무를 창작하여 안무 영상을 촬영하고, 지원서 내 영상 파일을 첨부"해야 한다.

논란의 시초가 된 것은 “창작”에 대한 해석이다. 각각 2명, 3명의 지원자들이 동일한 안무의 춤 영상으로 선발전에 지원했다는 사실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의를 제기하는 측의 논리는 이 선발방식은 “창작미션”이며 동일한 안무를 추는 것은 그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유투버 춤읽어주는남자는 “개인 선발전에서 창작미션을 진행하는 것은 채용시험에서 자기소개서와 같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개별 댄서만의 고유한 춤창작은 곧 정체성이다. 이러한 방식의 춤 만들기에 대한 이해는 스트릿댄스의 실행관습을 반영한다.

그러나 제작진의 춤 “창작”에 대한 이해는 다르다. 논란에 대응한 제작진의 입장문은 “공동 창작”이라는 표현을 쓴다.

지원자 모집 당시 제작진은 공식 음원인 'SMF'에 맞춰 "전체 구간 안무를 창작하여 안무 영상을 촬영하고, 지원서 내 영상 파일을 첨부"하라고 지원 방법을 안내드린 바 있습니다. 'SMF'에 맞춰 안무를 창작하는 것이 지원 요건이었고, 공동 창작에 대한 제한은 따로 없었습니다. (Mnet(엠넷) 페이스북)

공식 음원을 사용할 것을 강조하는 이 입장문은 “안무”와 “창작”이라는 단어를 저작권 제도의 용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다. 저작물이 될 수 있는 “안무”의 개념은 개별 저자의 독창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서양예술무용의 실행관습을 반영하므로, 〈스맨파〉가 다루는 춤 문화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루가 아닌 개별 댄서를 선발하는 〈비엠비셔스〉는 집단적·공동적 성격의 스트릿댄스씬보다 개인 예술가의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저작권의 입장과 더 닮아있다.

하지만 〈비엠비셔스〉의 “공동 창작”은 개별 댄서의 저자적 기여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는 한편으로 집단적 즉흥으로 춤만들기를 하는 스트릿댄스 실행관습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춤의 저자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참가자 모집 공고는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 지원 영상을 묘사하는 데, 안내 문구는 “안무”와 “창작”으로, 틱톡의 홍보영상에는 “퍼포먼스”와 “만들기”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중적 수사학에서 “안무”와 “창작”의 독창성은 희미해진다. 더불어 논란에 대한 입장문에서 “기본 기량, 표현 능력, 댄서만의 개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했다고 설명하여 개별 지원자의 춤만들기 역량에 관한 판단이 주요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댄서의 저자 가능성은 애매한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대조적으로 저작권이 확실한 공식 음원은 견고하게 주장된다.

2. 〈스맨파〉의 춤 창작자 호칭과 안무카피 미션

〈스맨파〉의 미션들은 댄스배틀과 안무퍼포먼스 영상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안무퍼포먼스의 경우 완결된 작품이 공연되기 때문에 춤의 저자적 기여를 저작권 제도와 비교적 유사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맨파〉의 구성과 표현은 댄서 개인의 저자성을 희석시키는 방식을 보인다.

2차 미션인 “계급 미션”은 각 크루의 계급별 댄서들이 모여 댄스비디오를 완성하는 미션이다. 먼저 각 계급별 댄서들이 각각 지정곡에 맞춰 30초 안무를 만들어 다른 댄서들의 투표를 통해 안무를 선정한 뒤, 선정된 안무를 익혀 파이트저지들 앞에서 발표를 하면 가장 잘 춘 댄서를 저지들이 선정하여 “메인 댄서”의 지위를 부여한다. 메인 댄서로 선정된 댄서는 댄스비디오의 센터 무용수 역할을 맡는 동시에 댄스비디오 안무 연출과 디렉팅을 담당한다. 이 하나의 미션에서 댄서들이 감당해야 역할은 대단히 많다. 안무를 만들어야 하고, 몸으로 습득해서 춤을 잘 춰야 하고, 댄스비디오 전체 안무를 위해 동작뿐 아니라 동선과 대형을 구상하고, 전체 컨셉을 연출하고, 감독까지 해야 한다.

메인 댄서 선정 과정은 춤 소유권에 대한 다툼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일단 한 댄서가 만들어 온 안무인데, 이것이 춤추기 경쟁을 통해 누군가 다른 댄서의 것이 되기도 한다. 2화와 3화에 걸쳐 방영된 이 미션 부분에는 “얼마나 내 걸로 만들었느냐,” “남의 안무를 뺏어버린다,” “자기 스타일로 만든다” 등의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다른 사람의 안무를 내 몸에 이식하고, 그것을 넘어 완전히 내 몸의 고유성과 합치시킬 때 그것을 “내 걸로 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춤의 전이(transmission)가 댄서로부터 분리되어 매체에 고정된 춤 지식(ex. 무용기보나 영상)이 아닌 몸적 차원(corporeal dimension)에서 일어나는 것을 예시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춤의 저자적 기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 라베토-비아졸리의 논의에서 언급했듯이 춤의 체현(embodiment)은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춤 재산의 소유권을 특정 개인 저자와 결부시키는 것을 방해한다.

이어진 댄스비디오 제작과정은 춤창작의 집단성과 공동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계급미션의 댄스비디오는 〈스맨파〉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인 댄서의 이름을 안무자로 표시하면서 시작한다. 더불어 영상 마지막 크레딧은 디렉터와 안무를 모두 메인 댄서 개인 이름으로 표시한다.



스트릿 맨 파이터 3화 방송 캡쳐



또한 댄스비디오를 본 파이트저지들은 “OO 안무 진짜 잘 짠다,” “OO가 안무랑 구성력이 진짜 좋다”고 평하며 개인의 저자적 기여를 가리킨다. 그러나 연습과정과 최초의 안무 선정과정에서 이어진 전체 안무는 이 창작물이 개인의 기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입증한다. 제작진의 편집은 연습 과정에서 참가자들 간의 갈등이나 공동체성을 강조하고자, 메인 댄서가 아닌 참가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메인 댄서가 자리를 비웠을 때 댄서들을 티칭하거나 혹은 한 댄서가 디렉팅에 난항을 보일 때 다른 크루원들이 협력적으로 보완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또한 최종 댄스비디오에 각 댄서들이 최초에 짜왔던 안무들을 부분적으로 삽입하여 일종의 콜라주 효과를 낸다. 더불어 메인 댄서의 담당 역할로 전체 “안무 연출”과 “디렉팅”을 지시하지만 영상 마지막 크레딧에 무대감독, 미술감독, 촬영감독을 위시한 수많은 제작스태프를 함께 표시하기 때문에, 안무가의 저자적 기여를 분리해서 인식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 계급 미션 댄스비디오 외에 다른 미션 영상들은 개인을 춤의 안무자로 표시하지 않는다. 글로벌K-Dance 미션은 크루 이름을 안무자로 표시하고, 메가크루 미션은 3명의 댄서를 안무자가 아닌 디렉터로 표시한다. 비 신곡 안무 창작 미션의 경우 크루별 퍼포먼스 영상에는 “choreo by”라는 문구 없이 크루 이름만 나오고 최종 뮤직비디오의 디렉터로 위댐보이즈 크루가 표시된다. 대신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등장하는 크레딧이 촬영, 아티스트, 퍼포먼스 디렉터, MV 디렉터와 함께 전체 크루 댄서의 이름을 보여준다. 뮤즈오브스맨파 미션은 “choreo by”라는 문구 없이 크루 이름과 게스트로 참여한 여성 댄서들의 이름을 나열한다. 이러한 표시 양식은 지식재산 개념의 성립 이전 지식이 “집단의 공동성에 기반을 두고 '수행'되었”던 환경을 상기시킨다(최영묵 2009). 춤의 저자는 특정되지 않고 춤의 지식은 수행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진다. 한편 3차 미션인 글로벌K-Dance 미션은 “안무 카피 챌린지”라는 것을 포함한다. 각 크루가 지정곡의 한 대목을 맡아 안무를 창작하고 상대 크루의 안무를 카피해야 한다. 따라서 이 챌린지는 안무 창작과 모방을 동시에 요구한다. 〈스맨파〉에 출연하는 크루는 각각 전문 장르를 가지고 있어서, 이 카피 챌린지는 이미 숙달된 것이 아닌 새로운 움직임을 익힐 것을 요구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댄서들의 시련을 보여준다. 타 장르의 춤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것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춤의 생태계에서 다른 이의 춤을 따라 춘다는 것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안무 카피라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표현이 무리 없이 수용된다고 보인다.

문제는 춤 공동체가 창조적 차용이나 참조(creative borrowing or referencing)를 “훔치기”와 구별하는 기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해이다. 그 기준선이 어디에 그어질 것인가는 공동체와 장르 특수성, 그리고 개별 사례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점이 춤의 소유권을 결정할 때 논쟁을 촉발하는 토대가 된다. 그리고 다음 절에서 살펴보는 표절 시비 속 “카피”는 “안무 카피 챌린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생성한다.

3. 댄스 동작 표절시비

〈스맨파〉에는 “카피”가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몇 번 등장한다. 1화에서 위댐보이즈 크루의 인규라는 댄서가 다른 참가자를 소위 “디스”하는 가운데 “카피가 습관,” “해외 안무가들 카피가 진짜 많거든요” 등의 발언을 한 것과 연속선상에서 저스트절크와의 과거 안무 카피 논란을 설명하며 “리스펙 받지 못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스맨파〉는 이 과거 사연을 길고 자세하게 소개하며 댄스배틀을 좀 더 감정적으로 의미심장한 서사로 그려낸다. 저스트절크의 제이호는 비슷한 무브먼트가 나온 원인으로 위댐보이즈의 바타에게 “영감을 많이 받아”서 그랬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규는 “진짜 제일 싫어하는 게 따라쟁이들. 아티스트면, 댄서면 자기 것을 하세요. 제발 좀. 노력이랑 땀을 얼마나 투자했는데 하루아침에 영상 나오자마자 베껴버려요 그걸”이라고 이야기하며 창조적 참조나 찬사의 표시가 아닌 “훔치기”의 의미로 해석한다.

한편 위댐보이즈의 바타는 2차 계급미션의 창작 안무에 대해 표절의 가해자로 의심받았다(최보란 2022). 케이팝 그룹 에이티즈의 〈세이 마이 네임〉 안무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표절 피해의 당사자인 에이티즈의 멤버 우영은 공연 중 두 팔을 몸통 앞에서 수평으로 평행하게 만드는 카피 사인(댄서들이 안무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동작)을 보였다. 또한 안무의 원작자인 안제 스크루브(Anze Skrube)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바타는 해명글을 통해 “현재 비교되는 안무와 동작의 연결성, 의도가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현혜선 2022). 〈스맨파〉의 또 다른 출연자인 최영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논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는데, 해당 안무가 기본 동작이기 때문에 흔히 쓰이는 것이라는 이유를 제시한다. 그는 해당 안무의 “다리기술”이 “춤의 기본기에 속하는 '문워크' 테크닉”이라고 지적하고 그 움직임이 포함된 여러 개의 영상을 함께 올려 그의 견해를 뒷받침했다.1)

바타의 해명과 최영준의 견해는 표절을 부인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반대이다. 바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최영준은 “기본기”로써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자는 창작성을, 후자는 창작성 여부를 따질 수 없는 기본 재료임을 근거로 제시한다. 물론 바타가 “전혀 다르다”고 한 것은 “동작의 연결성, 의도” 또 “기승전결”이기 때문에 최영준처럼 동작 자체나 동작 테크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한편 미국의 저작권청 개론서가 정의하는 안무란 “춤의 동작과 패턴을 구성하고 배치하는 것”이라는 점을 참고할 때, 바타가 말하는 “동작의 연결성”과 “기승전결”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인다.

불명료한 지점은 해당 표절 시비에서 가장 논란의 핵심이 되는 “동작” 자체이다. 바타의 안무 동작-발을 끌고, 한 손은 앞으로 뻗고, 한 손은 허리에 올리고, 상체를 웨이브하고 위아래로 바운스하며, 곡선의 동선을 그리며 방향 전환을 하는 동작-은 표절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 조사해야 할 대상인가? 춤 표현의 기초 단위가 되는 단순 움직임은 사적 소유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에 있다(Mitchell 2018). 최영준이 거론한 “다리기술”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맨파〉를 리뷰하는 유투버 가치를 비롯하여 다수의 네티즌들은 표절 시비에 거론되는 동작은 단순한 “다리기술”이상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움직임 요소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동작이 기초 단위일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기초 단위가 아니라면 동작은 표절 여부의 조사 대상이며, 그다음 단계로 독창성(originality)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문화예술계에서 다른 작품에 영감을 받는 것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다. 창작물의 일부가 동일하다고 해서 독창성이 침해되었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그래서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유사성, 어느 정도의 신규성이 표절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미첼(2018)은 법과 재판 모두에 있어서 “안무가의 신작이 원작으로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이전 작품을 차용한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를 판단하는 데 실패했다고 제시한다. 특허법은 이점에 있어 약간의 단서를 제공한다. 특허법 제29조제2항은 기술 발명의 진보성과 신규성을 특허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 유무를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자를 “통상의 기술자”라는 개념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통상의 기술자”란 대법원판결을 분석한 권태복(2016)의 연구에 의하면 “진보성 부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일부 기재만이 아니라 그 선행기술 전체에 의하여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특허법상 가상의 인물이다. 이를 춤 저작권에 빗대어 본다면 춤 분야에서 통상의 상식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인물의 지식수준에 대한 “범위와 대상을 어디에다 두고 또 어떠한 관점에서 특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아 쟁점이 된다(권태복 2016). 이 연구의 관점에서 볼 때, 해당 분야 공동체에서 일정 수준의 소양을 가진 전문가의 소견이 독창성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추론된다. 그리고 그것은 유동적이며 불안정한 기준이다. 어떤 춤의 표절 논란은 결국 그 공동체에서 독창성 여부 판단을 상이하게 내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표절 시비를 종결하기 위해 댄서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법적 호소보다 공동체적 관계에 호소하는 것이다. 저스트절크는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대화하기를, 안제 스크루브는 서로 아는 친한 사이와 사과를 소환한다. 이는 댄스 공동체가 다분히 춤을 비물질적 공유자산으로 접근했으며, 공동체의 규칙과 제도를 관계성의 원칙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것은 사유재산의 엄격한 법제보다 커먼즈(commons 공유재)의 어법이다.

이처럼 표절 시비는 안무저작권 법과 제도에 대한 치밀한 읽기뿐 아니라 그에 들어맞지 않는 공동체 문화에 대한 이해를 촉발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정작 해당 안무로 댄스IP를 구성하는 제작진의 입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IV. 저작권 분쟁이 댄서들에게 남긴 것은?

저작권법은 댄서들이 공동 작업 과정과 커뮤니티가 공통으로 유지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대신 자신의 기여가 작품의 법적 소유권에 대한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묻게 한다.(Ravetto-Biagioli 2022)

라베토-비아졸리의 말처럼 춤에 지식재산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춤 생태계의 초점을 공동체로부터 개인으로, 문화로부터 법적 소유권으로 이동시킨다. 이런 점에서 Mnet의 댄스IP가 대표주자로 내세우는 〈스맨파〉는 춤을 향유하고 사유하는 방식에 대한 많은 논점을 던져준다.

〈스맨파〉에서 보여진 춤의 소유권과 표절 문제 분석은 춤의 사적 소유권을 결정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많은 불확실한 전제들 위에 구축되는지를 예시한다. 춤이 이렇게 사적 소유를 규정하는 법제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동안 굳건하게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은 영상콘텐츠의 물화된 지식재산이다. Mnet의 댄스IP는 그래서 춤의 용해된 저자성과 미디어산업의 견고한 지식재산을 대비시킨다. 



*이 글은 김수인(2023). 「댄스IP와 춤 저작권의 개념에 대한 고찰」. 한국실용무용학회지 1(1): 21-30.을 수정·편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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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치의 유투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qOfiwylV8Hk)에 댓글을 단 user-tl8xb3yv5y, anjfqhk, sam_6377 등의 네티즌은 최영준이 올린 5개의 영상 중 가장 비슷한 영상이 원작자인 해외 안무가 안제 스크루브가 수업하는 영상이라며 흔한 기본 동작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인
Temple University에서 「Naming Movement: Nomenclature and Ways of Knowing Dances」로 Ph.D를 취득하였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세종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연구 관심사는 다양한 춤 장르의 생태계와 역사적·사회적 형성과정이다.

2026. 9.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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