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두예술극장 〈야호야호 Echoing Dance〉
예술의 가치 실현, 다양성 살아 숨 쉬는 열린 공연
장광열_춤비평가

달랐다.
시작도 끝도 통상적인 춤 공연과의 차별성이 분명했다.

콘셉트도, 전개되는 과정도 작품을 풀어내는 아이디어도 달랐고 공연 후의 잔상, 여운도 오래갔다.

모두예술극장이 기획·제작한 〈야호야호 Echoing Dance: 신경다양적으로 움직이기〉(4월 9 -12일, 모두예술극장, 평자 12일 관람)는 한 마디로 열린 공연이었다.











모두예술극장 〈야호야호 Echoing Dance〉,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R2D2MEDIA



신발과 짐을 바구니에 담아 놓고 맨몸으로 공연장 안으로 안내되자 백색 톤으로 꾸며진 편안한 공간 위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잘 조성된 동네 놀이터에 온 것 같은 인상을 갖고 3면으로 오픈되어 있는 객석의 한 쪽 벽에 등을 대고 앉자 시야에 들어오는 공간은 어느 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작을 알리는 멘트도 없이 언제인지 모르게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작은 소리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리 저리 걸어 다니거나 무대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그제야 나는 춤추는 어른이 누구인지 어린이들의 움직임은 어떤지, 함께 놀고 있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선생님인지 부모님인지 관계 찾기를 시작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 무대 위에 누군가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면 으레 평자의 시선으로 사람과 공간과 움직임을 분석하는 나의 습관화 된 루틴이 “오 이건 뭐지?” 하는 호기심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섯 명의 전문 무용수들은 무대 곳곳에 흩어져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터치하면서 그들 곁에 머물렀고 아이들이 반응을 하면 함께 다음 움직임을 만들어 갔다. 전문 무용수들은 먼저 어떤 움직임을 주도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미리 짜인 동작을 하고 나면 약속된, 이미 연습되어진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일반적인 춤 공연의 구조가 아니었다.

출연자들이 미리 정해진 것도 아닌 듯 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만들어진 공간위로 공연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자유자재로 무대 위로 등퇴장을 했다. 느리고 조용하고 조금은 조심스러워 보였던 무대 위 사람들의 움직임과 동선은 한 어린이의 꽤 큰 소리 지르기로 인해 일순간 그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금은 빨라졌고 움직임의 진폭도 커졌고 이전보다 모든 것들이 조금은 확장되었다.

지켜만 보던 어린이들이 새롭게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지는, 예기치 않은 우연성은 평자와 같이 관객을 자청하고 입장한 사람들에게는 ‘공연’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컨택즉흥 공연을 볼 때면 누군가 움직임의 속도를 바꾸고 장면의 분위기를 바꾸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댄서가 있는데 그 어린이의 갑작스런 소리 내뱉음과 달리는 행위가 그랬다. 짜인 움직임과 이미 계획되어 연습되어진 공연이 아니란 것을 인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마치 즉흥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15분쯤 지나 누군가가 무대 안으로 실타래 뭉치를 던졌다. 실타래가 풀리고 이를 중심으로 터치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그 공간과 맞닿으려면 관객의 눈높이는 바닥이 아닌 위로 향해야 했다. 달라진 공간에서의 놀이와 춤은 더 다양하게 생성되었다. 오브제를 활용해 움직임을 확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거침이 없었다. 누가 공연자인지 누가 관객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무대는 어느새 열린 놀이터로 변했다.

이번에는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이 시각적 변화가 더욱 집중력을 갖게 만들었다. 탑 조명에 의해 작은 원이 하나 만들어지더니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고 사이즈도 더 커졌다. 여기저기 만들어진 타원형의 빛 속으로 찾아 들어간 아이들은 그 새로운 공간에서 또 터치하고 함께 춤추고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냈다. 이어 비닐을 뭉쳐서 만든 작은 공 수십 개가 빛을 발하며 무대 가운데로 던져졌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이 났다. 관객들도 함께 무대 안과 밖으로 던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공중으로 각양각색의 빛이 날아다니더니 어느새 무대는 마치 운동회가 열리는 마당처럼 바뀌고 공연은 또 새롭게 확장되었다.

공연장의 네 개 벽면과 바닥에 독수리 형상의 새가 투사되고 그 독수리가 날아다니자 아이들의 움직임도 더 빨라졌다. 그들의 반응을 지켜본 전문 무용수들은 아이들과 함께 또 다른 다양성을 창출해 냈다. 지전을 겹겹이 쌓아놓은 듯 커다란 종이 덤불이 공중에 걸려졌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높은 곳으로 향했다. 종이 덤불이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오면 아이들은 그것을 뜯어 놀기 시작했다. 종이를 찢거나 던지고 그것을 이용해 춤을 추기도 했다. 어느새 무대 바닥은 흰색 종이로 도배되었다. 관객들은 또 다른 공간 속에서 터치하고 손을 잡았다. 지켜보던 아이들과 어른들이 하나 둘 합류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어느새 손에 손을 잡고 큰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다.

이렇듯 공연은 어린이들의 예기치 않은 움직임과 행위에 실시간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감각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검증된 연출가와 안무가, 노련한 댄서들은 절대 먼저 움직임을 생성하고 리드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그들이 어떤 행동을 시작하면 그것을 확장시키는 것을 돕고 그들 스스로 춤을 추도록 조력자 역할을 했다. 끝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재미있는 놀이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그리고 낯이 익은 일급 전문 무용수들도, 관객들로 모두 만면에 웃음을 보이며 스스로 즐기고 있었다.











모두예술극장 〈야호야호 Echoing Dance〉,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R2D2MEDIA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은 뇌신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름(예: 자폐특성, 지적스펙트럼, ADHD, 학습 장애,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생물적 다양성으로 인식하는 관점이다. 곧 뇌신경 장애로 분류되었던 자폐 스팩트럼, ADHD, 발달장애, 신경증 등을 장애유형이 아닌 하나의 행동양식으로 고려하여 삶의 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운동이자 이론이다.

이번 공연은 ‘신경다양성’이란 큰 카테고리 안에서 장애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네 차례 공연 중 1회는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형제자매가 공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 공연에 참여했던 대다수 자폐 스팩트럼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모든 감각을 열어서 움직임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정서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세상과 함께 하기 위해 춤을 하나의 통로로 사용한 김재리(콘셉트,연출)의 의도는 성공했다. 시청각적인 요소를 치밀하게 버무린 공연은 과하지 않았고, 신경다양성에 대해 공부하고 수차례의 워크숍을 거친 전문 무용수들은 오버하지 않았다. 이 특별한 작업의 성공요인은 작업을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과 예술적 감각, 세밀한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작진들은 움직이기(Action), 함께 하기(Activation), 함께 추기(Arts), 함께 짓기(Assemblage) 등 공연의 방향성을 일치된 합으로 예술적으로 실현시켰다.

적당한 타임에 효과를 발휘한 음악과 사운드(Remi Klemensiewicz), 시각적 오브제를 통한 공간의 변화(송지은), 빠른 전환이 가능한 안온한 공간(무대디자인 김동희), 조명에 의한 시각적 이미지 창출(김세현) 등 시청각적인 미장센의 구현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열린 춤 공연으로서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과 인간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즉흥예술의 우연성을 경험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정재필, 송명규, 정지혜, 정한별 무용수와 안무가 이윤정 등 노련한 전문 무용수들의 경험과 순발력도 커다란 힘을 보탰다.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 소속된 모두예술극장과 제작진들은 새로운 콘셉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한 특별한 과정을 설계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시킨 것도 성공의 요인이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리서치(3개월), 무용-놀이수업(5개월), 스튜디오 리허설(4개월)을 거쳐 2025년 6월에 총 5회의 쇼케이스(러닝타임 45분)를 가졌다. 당시 쇼케이스에는 모두 31 가족 83명이 참여했다. 이후 다시 스튜디오 리허설과 무용-놀이수업을 거쳐 2025년 9월에 총 9회(러닝타임 40)의 공연을 가졌고 그해 11월과 12월에 걸쳐 ‘찾아가는 무용-놀이수업 에코댄스’를 서울 경기 지역 10개 학교에서 시행했다.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 소속된 모두예술극장과 제작진들이 새로운 콘셉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한 특별한 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다. 이즈음 들어 영유아, 어린이, 장애와 연계된 무용예술 프로그램은 점점 더 다양화 되고 있고 그 영역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평자가 뒤셀도르프 탄츠 하우스에서 본 ‘엄마와 1년 미만의 자녀가 함께 하는 즉흥’ 프로그램과 리투아니아댄스씨어터의 18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 〈Puzzle〉, 독일 탄츠플랫폼에서 보았던 장애인과 전문 무용수가 함께 출연하는 〈Memory〉는 하나 같이 무용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양질의 특화된 프로그램이었다.

〈야호야호 Echoing Dance〉 역시 무용예술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 공공 문화예술재단의 이 어떻게 공공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양질의 결과물이다. 〈야호야호 Echoing Dance〉는 국내외 무대에서 적지 않은 춤 작품을 보는 평자에게 이 공연은 무용예술의 가치를 어떤 관계 맺음을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공연예술로서의 무용이 어떻게 공공재로 소비되어야 하고, 공공 문화예술재단의 어떤 작업을 통해 공공성을 획득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모두예술극장 그리고 무용가들이 만든 이번 공연은 민관 협력의 성공 프로젝트로 기록되어야 하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도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야호야호 Echoing Dance〉는 준비과정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그 차제가 하나의 소중한 독창적인 메소드(method)이자 예술작품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도 이 메소드는 수출될 필요가 있다. 무용예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더 많은 지구인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장광열

1984년 이래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를 설립 〈Kore-A-Moves〉 〈서울 제주국제즉흥춤축제〉 〈한국을빛내는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위원, 호암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춤비평가, 한국춤정책연구소장으로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2026. 5.
사진제공_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R2D2MEDIA *춤웹진

select count(*) as count from breed_connected where ip = '216.73.217.52'


Table './dance/breed_connected' is marked as crashed and should be repa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