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르코댄스 UP:RISE_ 박유라 〈스턴트〉
무대 위로 끌어 올린 ‘노동하는 감각’
김혜라_춤비평가

아르코댄스 업라이즈에서 선보인 박유라의 〈스턴트〉(5.16~17,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생생한 땀의 경험을 직관적으로 유도하며 동시대 예술이 지향하는 실재의 현장을 보여준다.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한 현장의 실태를 안무가는 무대 위로 과감히 끌어올린다. 사회가 단선적으로 규정해 온 정형화된 신체 미학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이 과감한 시도는 대리하는 신체가 구조물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행위를 거침없이 조명하는 한편 정교하게 다듬어진 춤 대신 사투하는 몸의 관계와 긴장을 정면으로 실험한다.

작년 11월 소극장 공연이 대극장으로 옮겨오며 시간과 공간의 확장을 꾀했다. 관객을 무대 위로 적극적으로 불러들인 이 공연은 신선하면서도 생경하고, 피로감도 동반한다. 객석의 편안한 의자 대신, 관객 사이를 오가는 퍼포머의 동선에 방해가 될까 관객은 눈치를 보며 비켜서 있거나 자리를 여러 번 옮겨야 한다. 아니면 옴짝달싹 못한 채 바닥에 쭈그려 앉아 한 시간 동안 고단함을 견뎌야 한다. 이 불편한 참여의 중심에는 무대 정중앙에 자리 잡은 일명 ‘a.k.a 피자판’이라 불리는 육중한 구조물이 있다. 물론 가까이서 보는 설치 작업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과정이 반복될수록 지루함은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지루함 자체가 노동에 동참하는 과정이 된다는 점이 〈스턴트〉의 흥미로운 아이러니이다.







박유라 〈스턴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제공 ⓒ옥상훈



이 완만한 변형의 연속 속에서 구조물과 퍼포머들의 접촉이 빚어내는 작고 미세한 촉각적 긴장들은 달리 보면 몰입의 단초가 된다. 평면 나무판에 전해지는 손가락의 떨림이나 발바닥의 압력을 지켜보는 일은 흔치 않다. 평소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몸의 국소적 표면들이 구조물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몸(감각)이 닿는 곳마다 또다른 세계가 열리듯, 기존 무용에서 볼 수 없었던 생경한 장면이다. 퍼포먼스의 협업자인 조경재는 목공수로 나무를 직접 자르고, 실제 스태프로서 철근을 조이며 공연의 흐름을 주도한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무대 장치를 조립하며 세워 나간다. 판이 점점 높이 솟고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설치물은 점차 비대해진다. 이때 투입되는 다른 퍼포머(김승록)의 임무는 두터운 판재를 들어 올리는 불안한 상황에서 상대와 함께 힘을 모아 구조물의 뼈대를 안전하게 지탱하는 일이다.







박유라 〈스턴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제공 ⓒ옥상훈



경사가 가팔라질 때마다 구조물에 몸을 바짝 밀착시키는 퍼포머, 구조물을 실제 설치하는 스태프 겸 퍼포머, 판재를 세워가는 두 퍼포머에 비해 눈길이 덜 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퍼포머 그리고 위험한 공간에서 일련의 변화에는 무관심한 채 천진난만하게 사이 공간을 기고 딛고 뛰어다니는 무용수의 대비되는 움직임이 하나의 구조물이 완성되기까지 동행한다. 일부러 춤추지 않기 위해, 아니 제약이 있는 공간에서 위험이 내재한 모든 행위가 춤임을 선언하듯, 공연을 준비하는 무대 장치의 셋업 과정은 그대로 작품의 내용이자 형식이 된다. 특정한 환경에서 반응하고 적응하려는 몸의 잠재적 존재성을 조명하려는 것이다. 작품의 주변부인 무대 뒤에 머물던 노동과 행위를 수행적 실천이자 춤으로 수용하려는 안무가의 시도는 상당히 진취적이다.



박유라 〈스턴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제공 ⓒ옥상훈



이 진취적인 실험이 무대 위 감각으로 펼쳐지는 과정은 다소 헐겁다. ‘스턴트’ 특유의 위험성과 팽팽한 긴장감을 발산하는 대신, 단순한 판재 기울기에 따른 구조물 조립 행위에 매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만큼의 안무적 역량이 받쳐주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안정된 극장이 주는 유사 체험의 한계일까. 제목과 달리 위태로운 신체의 충돌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안전을 점검하며 둔중한 구조물을 세우는 ‘스태프의 노동’에 창작의 중심이 쏠려버렸다. 본래의 ‘스태프’의 역할과 위험을 대신하는 ‘스턴트’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뒤섞이다 보니, 작품의 지향점에도 혼선이 생긴 듯하다. 이처럼 구조물의 형태적 조건에 몸이 통제된 듯한 답답함은 불예측적 상황에서 생성되어야 할 관계의 역학적 긴장감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감각적으로 전이되는 길을 가로막는다. 명쾌하게 와닿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답을 찾는 중이다.







박유라 〈스턴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제공 ⓒ옥상훈



더불어 실제 노동의 활력과 대비되는 놀이를 가장한 두 퍼포머의 ‘미러링 제스처’는 유기적 연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불투명하게 겉돈다. 설치물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상대와 눈짓하며 미소 띤 표정으로 대칭적 행위를 반복하는 대목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위험을 유희하는 놀이 본연의 속성을 노동의 감각과 매칭하려 했던 의도이긴 하나 사족에 그치고 만다. 이 부조화는 안무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박유라의 당찬 실험에도 불구하고, 끝내 성긴 개념의 나열에 그쳤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관객에게는 “무엇이 스턴트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명쾌한 답을 돌려주지 못한다.







박유라 〈스턴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제공 ⓒ옥상훈



무대 위 구현의 아쉬움은 남지만, 이 작품이 참신한 화두를 던진 점은 분명하다. 박유라가 역동적이고 예측 가능한 신체의 운동성을 완벽히 지우고, 위험한 상황에 놓인 몸과 그 속에서 실시간으로 구축되는 관계에 주목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가공되지 않은 무게를 견디고 땀 흘리며 노동하는 몸의 실재를 직접 실연하며, 예술과 노동의 틈새를 직시하려 한 시도 그 자체는 미학적 가능성을 품고 있다.

김혜라

<춤웹진>​ 편집장. 현장 비평가로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등단했다. 월간 <춤웹진>과 <더프리뷰>에 정기적으로 컨템퍼러리 창작춤을 기고하고 있으며, 국공립을 비롯하여 여러 문화재단에서 심의와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세종시문화재단 자문위원이며 중앙대에서 비평관련 춤이론 수업을 하고 있다.​​​​​​​​​​​

2026. 6.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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