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춤축제 ‘신전통, 춤 복원에 지평을 열다’
재평가 필요한 신무용의 예술적 성과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사)우리춤협회(이사장 양선희)가 주최한 제8회 ‘우리춤축제’(2월 5-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는 4일간 네 가지 주제의 공연이 올려졌다.
 2월 5일 “옛 춤, 숨결을 고르다”는 축하공연과 우수작 공연이었고, 6일 “열락(悅樂)의 하연(賀宴)”은 미수를 맞는 김백봉 선생에 대한 헌정공연이었다. 8일에 열린 “신전통, 춤 복원에 지평을 열다”는 신무용 중심의 명작 명무로 구성하였고, 9일에 “예를 갖추고 도로써 정진하고 이끌어 간다”는 전통춤 중심의 명작 명무전이었다.
 작년 11월에 개최한 7회 ‘우리춤축제’ 이후 석 달만에 올린 이 행사에서 (사)우리춤협회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난 공연은 신무용의 10가지 소품이 선보인 “신전통, 춤 복원에 지평을 열다”였다.
 

 

 


 정용진과 춤다솜무용단은 한성준이 초연하고 정재만이 재안무한 <훈령무>를, 원필녀는 최현 안무의 <비상>을, 최정임은 김문숙 안무의 <대궐>을, 김향금은 송범 안무의 <황혼>을, 홍금산과 손병우는 송범 안무의 <사랑가>를, 김정학은 조택원이 안무하고 조흥동이 재현안무한 <신노심불노>를, 정양자는 자신이 재구성한 김해랑류의 <영남입춤>을, 배정혜는 자신이 안무한 <교태>를, 김숙자는 김진걸류 산조인 <내 마음의 흐름>을, 국수호는 자신이 안무한 <남무>를, 김말애와 춤타래무용단은 김백봉류의 <부채춤>을 추었다. 호화로운 안무진과 출연진이 우선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신전통춤이라는 타이틀로 올려진 무대였음에도, 각 춤들은 연원과 스타일이 다양했다. <훈령무>는 전통춤꾼 한성준에 의해 초연되었지만, 현행 군무로 추는 <훈령무>는 훈련과 도열 중심이라 전통춤의 특색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신노심불노>는 최승희와 조택원이 추었던 신무용으로, 작품 동기가 분명한 신무용 계열이다. 또 <대궐> <부채춤> <황혼>, <사랑가> <내마음의 흐름> <영남입춤>이 모두 신무용 계열의 춤이고, 국수호의 <남무>나 배정혜의 <교태>는 근래 창작된 춤으로 전통을 근간으로 하여 창작한 춤이다. 엄밀히 말해 신무용 계열 중심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이었으므로, 신전통춤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전통춤’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말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통춤 종목들을 극장 무대와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구성하는 작업들이 꾸준히 시도되었으니, 즉 동선을 새롭게 구성한다던가, 소품과 의상을 감각적으로 디자인하여 전통춤 감상의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하는 작업들을 말한다. 하지만 전통춤 종목 자체의 원형적 개념이나 정조, 몸쓰는 방법을 유지하였기에 신전통춤 또는 전통재구성이라 칭했었다.
 하지만 신무용 작품들은 신전통춤들과 명확히 구분된다. 신무용은 단순히 전통춤을 형식적으로 개조한 춤이 아니고, 특정한 모티브가 있고, 주제의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승희의 <신노심불노>나 조택원의 <만종> <가사호접>은 일상을 관조(觀照)하며 깨달은 인간사를 표현한 춤이다. 그리고 조선 사람의 일상이나 민속을 모티브로 한 춤으로는 최승희의 <에헤야 노아라> <초립동> <조선풍의 듀엣> <유랑패거리의 춤> 등이 있다.
 최승희의 <보살춤> <검무> <천하대장군> <신라의 벽화에서> 등은 조선의 예술적 성취들을 모티브로 하여 창작한 춤들이고, 고전이나 설화를 꾸민 최승희의 <백제궁녀의 춤>이나 조택원의 <춘향조곡>도 있다. 음악을 모티브로 춤춘 <세 가지 코리안 멜로디> <산조>도 있다.  
 

 

 


 이와 같이 신무용 작품들은 전통춤을 서양춤의 기법으로 추어 춤의 어법을 확대한 형식적인 성과일 뿐만이 아니라, 전통이나 고전을 재해석하고 형상화하고자 했던 내용적 성과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신무용은 몸을 쓰는 방식이 전통춤의 방식과 다르고, 등장인물에 있어서도 어린아이부터 백발노인까지 다양하며, 춤의 정서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므로 근대춤의 중심에 있었고, 근대춤의 성과인 신무용을 신무용 독자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최승희 조택원의 다음 세대가 꽃피웠던 신무용들도 선연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14.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