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3년 5월 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장단 곶 디딤 마루 – 배꽃춤판’의 네 번째 춤판이 있었다. ‘배꽃춤판’은 이화여대 무용학과 출신으로 전통춤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문들의 춤판으로, 2010년에 김은이(동아대학교 무용학과 교수)에 의해 발의되어, 50대 춤꾼들이 뜻을 모아 첫 무대가 올려졌었다.
프로그램은 최은규(아라무용단 대표)의 강선영류 <태평무>, 김미선(서울교방 동인)의 최선류 <호남살풀이춤>, 김현아(서울예술단 부수석)의 최종실류 <소고춤>, 윤여숙(부산무용협회 부회장)의 강태홍류 <산조춤>, 이동숙(세종대 겸임교수)의 은방초류 <장고춤>, 이미영(국민대 교수)의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 남수정(용인대 교수)의 박병천류 <진도북춤>이 올려졌다.
이번 ‘배꽃춤판’은 춤꾼의 세대를 40대 중반까지 내리면서, 인물이 새로워졌고 새로운 레파토리가 추가있었다.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이나 강태홍류 <산조춤>, 은방초류 <장고춤>,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은 처음 추어진 춤들로 ‘배꽃춤판’의 영역을 넓혀주었다. 이 춤들은 이화여대 무용학과의 교육과정에서 배운 춤이 아니라, 각 춤꾼들이 개인적인 춤 이력에서 길러온 레파토리들이고, <장고춤>을 제외하고 서울이 아닌 지역에 근거를 둔 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윤여숙이 춘 강태홍류 <산조춤>은 부산에서 활동한 고 강태홍(1893~1957)의 가야금 산조에 얹은 산조춤이다. 산조(散調)는 19세기 후반 악사 개인의 음악 역량을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한 음악형식으로, 가야금 산조가 먼저 만들어졌고, 20세기 초반에 거문고 산조, 대금 산조, 피리 산조, 해금 산조 등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에야 산조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으니, 산조춤은 살풀이춤과는 다른 배경과 연원을 갖는 춤이다. 산조 음악에 대한 해석과 춤꾼의 춤적 역량이 담기는 춤이라고 하겠다. 강태홍류 가야금 선율이 섬세하고 정감 있게 흘렀고, 윤여숙의 춤은 유려(柔麗)하게 펼쳐졌다. 그러면서도 두툼한 경상도 춤의 특징이 남아있었으며, 독특한 동작도 있었다. 접은 부채를 머리 위에서 돌리며 어른다거나, 저고리 배래를 다른 손으로 번갈아 훑는 동작들이다. 일상의 동작을 춤으로 옮긴 듯하였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부디 다른 류파의 춤가락과 섞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미영은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을 어여쁘고 동글동글하며 탄력 있게 추었다. 한 팔을 앞으로 다른 팔을 옆으로 들고서, 호흡을 흔들어 어깨를 어를 때는 애교스러웠다. 경상도 춤가락은 춤사위가 많지 않고, 손사위는 텁텁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영은 숨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팔뚝 전체를 엎을 때, 손 전체를 두텁게 툭 떨어뜨렸는데, 이는 영락없이 진주의 춤가락이다. 그리고 잦은몰이에서 소고채를 머리에 이고 도는 동작이 맛깔스러웠다. 다만 무대가 크니 치마가 여러 번 펄렁거렸는데,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은 크지 않은 무대가 제격이다.
차수정은 박병천류 <진도북춤>을 호쾌하게 추었다. 근래 교방춤의 색깔이 짙어지는 <진도북춤>을 힘과 신명이 가는대로 당당하게 추어낸 것이다. 농악춤의 질감을 살렸고, 장식도 은근하게 갖췄다. 다만 치마 길이를 약간 줄이기를 제안한다. 진도북춤의 아랫놀음의 멋도 보일 수 있을 것이며, 춤의 몸이 더 가벼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병천류 외에 다른 진도북춤의 춤사위들과 멋을 관찰한다면, 개성 있고 차별적인 <진도북춤>을 출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올해는 이화여대 무용학과가 50주년이라 한다. 반세기를 지킨 춤 교육의 현장은 단순히 이화여대 무용학과만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세월 동안 행해진 전통춤에 대한 학습은 당시 춤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사가 무용학과 동문들의 춤판인 ‘배꽃춤판’에 다시 피어나길 기대한다. 그렇게 한 가득 춤의 꽃이 핀다면 다른 춤판과 비교되는 차별적인 전통춤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