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역 춤을 조명하다(경남마산지역)_ 2013 정진욱의 전통춤 〈한국의 춤과 소리〉
지역춤의 정체... 이유있는 변명
김혜라_춤비평가

 10월은 서울세계무용축제, 국제공연예술제, K-발레월드 같은 춤축제를 비롯하여 일반대중과 매니아층을 위한 공연이 시시각각 일어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모든 지역에 고르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다시 말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관객들은 국·내외 수준 있는 공연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반면 지방의 경우 특히 순수 창작이나 전통춤 공연은 시립단체공연을 포함시킨다 해도 관객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특히 개인 춤공연의 경우 재원 조성이나 무용수 동원의 문제가 있고 순수예술을 선호하는 관객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레퍼토리 선정의 애로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비단 마산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안무자에 의하면 대다수의 관객이 생활에 바쁘기에 예술성 높은 춤보다는 볼거리를 선호하는 경향 탓으로 개인의 예술적 창작작업은 열악한 환경이라고 토로한다. 수도권 공연장과는 달리 여러 지역의 춤공연장을 가보면 특이한 점을 느낄수 있는데, 먼저 대부분의 객석이 꽉차있다는 점과 관객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공연 중간이라도 박수나 추임새 반응에 주저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관객들이 춤 공연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고 공연 내용이 관객의 눈높이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지난 10월 9일 경남 마산 3.15 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정진욱의 <한국의 춤과 소리>도 이와 같은 현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한국 전통춤의 섬세한 깊이와 영남춤의 질박한 미적 세계에 집중하기 보다는 공연조차 접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지역 춤문화 저변확대라는 의미에 초점을 둔 관객맞춤형 공연이라고 하겠다.
 본 공연 <한국의 춤과 소리>는 춤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주제로 안무가의 예술적 욕심보다는 10여년 동안 마산에서 생활하며 터득한 지역적 요구를 투영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느린춤은 제외하고 시각적으로 빠른 무대 전환과 신명난 리듬을 부각시키는 북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의 춤과 소리>는 5년 전부터 양산, 함안, 사천, 거창, 통영 등 경남지역에서 공연하면서 관객의 호응에 따라 레퍼토리의 변화를 주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전통춤하면 떠오르는 승무와 살풀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그 하나이다.


 



 무대 중심에 자리한 큰북과 각종 모듬북의 힘찬 울림으로 첫 마당을 여는 무대는 다소 소란한 관객을 집중시키는데 효과적이었다. 안무자가 재구성한 진도 북춤, 오고무, 김묘선류의 소고춤은 자진모리에서 동살풀이로 다시 휘몰이로 몰아가는 장단의 속도감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였다. 이외에도 10년간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지도해온 진해복지회관 할머니들의 즉흥무는 춤과 무대에 대한 친숙함을 주었는데 능숙하진 않지만 장단이 바뀔 때마다 관객과 소통하기에는 가장 좋은 작품이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가장 재빠르고 숙련된 에너지를 요구하는 몽골춤도 현란한 움직임이 보일 때마다 중간 중간 관객의 박수를 받은 작품이었다. 민속춤과 교방춤 그리고 즉흥무까지 한국춤의 다양한 색깔에 흥을 더하는 사물놀이와 화려한듯 하지만 거칠고 애잔한 태평소 소리는 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본 공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인 <산조춤>은 자연과 삶의 시간을 동일한 흐름으로 축조한 듯 무대를 서정적인 색채로 물들이게 하는 안무가의 발놀림과 춤 매무새가 인상적이었으며, 더불어 안무가의 스승인 최현선생의 기법과 호흡까지 원형대로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뿐 만 아니라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진주교방굿거리>도 진주지역 문화의 전통적 내력을 상기시켰다는 면도 의미가 있었다. 해설과 함께한 춤판은 관객과 소통을 통한 춤의 종류와 장단의 차이를 이해하는 효과를 주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공연의 기술적, 표현적인 부분에서는 미흡했다. 그러한 가장 주요 요인으로 훌륭한 춤꾼인 정진욱과 몇몇 창원시립단원을 제외한 나머지 무용수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모듬북춤>에 참여한 학생들은 춤 전공이 아닌 경남대 사범대 체육과 소속이기에 춤사위나 북가락 기본이 잘 잡혀있지 않았으며, 늘푸른 무용단원의 평균 나이가 70대 이상이기에 작품 형태구도를 구성하는 동선이나 시선 등 여러 부분 아쉬운 점이 많았다. 더구나 공연 중간에 영상이 원활하지 못한 기술적인 미숙함과 산조 공연 중 무대 뒷막으로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관객에게 보이며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였다. 안무자의 말대로 “마산지역은 잠재적인 관객이 될 교육기반이 잡혀있지 않은 상태로 진주 경상대 무용학과를 제외한 춤 전공 학과와 예술고가 없기에 전문무용수를 구하기도 어렵고 주부들과 할매들이 추는 정도”라고 할 것이다. 전체적인 지역의 정황은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좀더 공연의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전통춤 공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점은 그 지역의 계보적, 토착적, 정서적 요소가 집약된 미적요소를 작품에서 발견하여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며, 춤꾼과 감상자 사이의 반응 다시 말해 관객과 함께 어떻게 작품이 향수되는가라는 전통의 현재적 의미 찾기 관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본 공연에서는 산조춤을 제외한 다른 작품자체에서는 전자인 지역의 차별적인 미감을 발견하기에는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후자로 거론한 소통과 공감의 시각으로 보면 작품에 따라 즉각적인 추임새를 넣으며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볼 때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일반 대중이 순수예술의 본성을 이해하기까지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한데 우선 작품에 노출시키는 반복적 경험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반복적인 관람이 유지되면 관객 나름의 예술적 취향과 안목이 자연스레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의 자생적인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춤이 저변확대되고 관객이 찾아오는 공연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안무가의 의지는 충분히 본 공연에 반영되었다고 생각된다. 엉성해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추고 무대로 올리는 춤이 지역 터전에서 자리를 잡아야 다음 단계로 도약하여 심오한 한국춤의 묘미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본 공연은 마산 지역의 침체된 전통춤의 활로를 여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지역의 계보와 전통의 명맥이 무대에서 세련된 모습으로 진전되길 바란다.
 최근 종영된 방송(댄싱9)에서 대중들은 다양한 춤에 대해 이해하고 특히 현대춤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바람직한 K-춤 열풍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요즘 지역의 춤판도 함께 들썩이며 흥이 절정에 올라 멋드러진 춤공연이 시시각각 시연되는 날들을 기대하며 몸으로 춤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는 정진욱의 열정을 지속적으로 눈여겨 보고 싶다. 유달리 비바람이 강했던 9일 저녁 공연장을 떠올려보며 다음번 어떤 공연을 하더라도 이정도가 최선이라는 안무가의 얘기가 근래에 들은 어떤 이야기보다 설득력 있게 들리며 더불어 진솔한 배움을 준다. 

2013. 11.
사진제공_정진욱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