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미리보는 서울세계무용축제 &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에서 만나는 세계 춤의 성찬
김인아_<춤웹진> 기자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15년 이상의 역사를 만들어온 SIDance와 SPAF는 이번에도 성찬을 차려놓았을까. 두 축제의 올해 프로그램을 미리 만나본다.




 제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9월 30일부터 10월 18일까지 19일 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소극장 드림, 서강대학교 메리홀,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에서 개최된다. 올해 SIDance는 축제 성격이 슬로건에 갇히는 것을 우려해 여타 축제가 내세우는 슬로건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섹션의 개념을 도입해 국내외를 포용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에 집중한다. 32개국, 국내외 작품 43개로 구성돼있는 이번 축제는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영리한 관람 요령이 필요해 보인다. 서유럽·북미 중심의 현대무용에서 눈을 돌려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터키, 팔레스타인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해외 무용작도 눈길을 끈다.

 



 스페인 국립 안달루시아 플라멩코 발레단의 <이미지들>이 올해 SIDance의 개막작으로 초청되었다. 발레단의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인 <이미지들>은 그동안 단체가 발표했던 대표적인 다섯 편의 레퍼토리를 재해석 및 재구성한 작품이다. 전통 플라멩코의 본질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플라멩코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을 들으며 2015년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 플라멩코 축제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힌 바 있다.
 지야 아자지의 <데르비시>는 터키 전통 수피댄스와 현대무용을 결합한 작품이다. 고도로 훈련된 몸과 아크로바틱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끝없는 반복과 회전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즘을 현대 예술과 결합시킨 이 작품에서 철학적 무게와 예술적 감동, 동서양의 융합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아홉 번째를 맞는 시댄스의 기획 프로그램 <힙합의 진화>에서는 김윤정의 신작 <심판>, 우메다 히로아키의 <어떤 상태로 가는 동안>이 무대에 오른다. <심판>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 인간 존재의 불안을 다룬 카프카의 이야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다. 힙합과 현대무용을 해체하고 조합한 안무가 김윤정의 새로운 춤 언어가 기대를 모은다. <어떤 상태로 가는 동안>에서는 무용을 2차원의 그래픽 아트로 표현해낸다. 아방가르드한 작품 성향과 장르를 넘나드는 히로아키의 예술적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네덜란드, 핀란드, 벨기에 등 여러 나라의 어린이 무용을 소개해 온 SIDance가 이번엔 스웨덴의 작품으로 어린이 관객을 찾는다. 제브라 무용단의 <깡통-우정에 대한 이야기>는 우연히 발견한 깡통을 두고 두 아이가 벌이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아이들의 욕심과 순수한 모습을 그린다. 배려와 겸손, 공동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현대무용의 중심지를 탈피한 다양성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자그레브 무용단이 서정성 가득한 〈Z를 위한 레퀴엠〉으로 7년만에 SIDance를 찾는다. 현대사회의 인간소외를 주제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긴장감을 카메라와 스크린을 매개로 펼쳐낸다. 진짜 신체와 신체 이미지 사이, 촬영하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오늘날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포르투갈 올가 호리즈 무용단의 <애완동물>은 지배와 소유에 대한 인간관계의 모순을 올가 호리즈의 작가주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 굴벤키안 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동했던 올가 호리즈는 포르투갈 현대무용을 앞장서 이끌어온 주역으로 손꼽힌다.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의 안무가 사마르 하다드 킹이 이끄는 야 사마르! 댄스 시어터의 <경계>는 올해 시댄스의 폐막작이다. 팔레스타인과 뉴욕 사이를 스카이프로 의사소통하며 제작한 이번 작품은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문화, 지리, 신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소통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춤의 주술사란 평을 듣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빈센트 만쭈이 무용단은 작품 <스콰타>를 통해 아프리카에 산재하는 빈민촌, 스콰타 캠프의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이야기한다.
 콩고 공화국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무용의 대중화와 국제화에 앞장서는 플로랑 마우꾸의 스튜디오 마호 퍼포먼스는 콩고 전통 화장법과 현대 조형예술을 이용해 즉흥적 몸 움직임을 그려내는 <체크 원>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동반자사업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아시아 & 아프리카 댄스 익스체인지 2015>는 다국적 레지던시 합작 프로젝트다. 르완다, 인도네시아, 탄자니아에서 온 안무가 4명이 한국어 수업, 전통춤 수업, 문화탐방 등을 거쳐 한국의 제이제이브로(전흥렬 표상만)와 함께 공동창작을 선보인다. 개별문화 안에서만 형성되었던 안무적 경계를 넓히고 삶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과 탐색 과정을 담아낼 예정이다.
 또한 아시아무용단 창단기념 공동프로젝트 <아시아 슈퍼포지션 쇼케이스>도 공연된다. 아시아 14개국의 무용수가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일본 우메다 히로아키, 한국 황수현의 안무로 기존의 인식적 틀로 분류될 수 없었던 아시아의 춤 영역에 대한 탐색을 시도한다. 아시아 예술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추진해 온 아시아무용단 창단사업의 결실이다.

 



 아티스트를 집중 탐구하는 새로운 시도로 스웨덴 예프타 반 딘테르의 두 작품이 소개된다. 조명디자이너 민나 티카이넨, 음향디자이너 다비트 키르스와의 공동작업 <그라인드>는 공간을 압도하는 조명과 사운드로 설치예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예프타 반 딘테르가 브라질 안무가 티아고 그라나투와 공동 안무한 <디스 이즈 콘크리트>는 움직임과 음향 효과와의 융합이 매혹적인 동시에 다분히 관능적인 작품이다. 친밀감과 섹슈얼리티의 의미를 남성 댄서 두 명이 어지러운 비트와 회전조명 아래에서 쉴 새 없이 몸을 부대끼는 것으로 구체화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잉크보트의 안무가 신이치 요바-코가가 <선 사이에서>를 공연한다. 이 작품은 한국 무용가 이도희를 만나며 꿈과 현실 사이의 공간에 대해 나눈 대화로부터 시작됐다. 부토와 일본식 극예술, 한국의 샤머니즘이라는 이질적인 전통으로 바탕으로 잠이 든 상태와 깬 상태 사이의 공간에 대해 탐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인다.

 




 국제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후즈 넥스트>

 2013년부터 진행된 플랫폼 프로그램 <후즈 넥스트>는 올해부터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젊은 안무가들도 참여하는 국제 플랫폼으로 그릇을 넓힌다. 스페인, 홍콩,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등 총 7개국 15개 작품이 세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3일간 공연된다.
 <후즈 넥스트Ⅰ>에는 프랑스의 컴퍼니 47·49 프랑수아 베륀,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아 카타르치, 한국의 그라운드제로 프로젝트-전혁진과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네덜란드의 옐레나 코스티치가 참여한다. <후즈 넥스트Ⅱ>에서는 한국의 권령은·시나브로 가슴에·손혜정, 스페인의 베고냐 키뇨네스&마르 로드리게스, 홍콩의 저스틴 리&웡 탄키 및 리데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후즈 넥스트Ⅲ>은 한국의 아트프로젝트 보라·금배섭·이윤정, 일본의 오쿠노 미와의 작품으로 구성돼있다. 국내외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비발디의 <사계>를 안무로 풀어낸 사미르 칼리스투의 <사계>, 박재천의 드럼연주에 맞춰 일곱 무용수가 즉흥을 선보이는 박재천의 댄스 컬렉션 〈DO YOU WANT ME?〉, 우리 전통 종합연희인 탈춤의 정수를 선보이는 연행집단 사이의 <탈·마당 춤판 풍편(風便)>도 축제를 수놓는다.
 이외에도 전문 무용인을 대상으로 하는 안무워크숍,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움직임 워크숍, 중동의 현실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하는 무용시사회, 공연 후 예술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서울세계무용축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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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오는 10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SPAF는 약 한 달 동안 7개국 21개 단체 22개 무용과 연극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 중 무용작품으로 초청되는 해외 4작품, 국내 6작품, 솔로이스트 3작품을 간추려 살펴본다.




 개막 공연은 피핑 톰의 <아 루에>

 

 올해 스파프의 개막작은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 톰의 <아 루에>이다. 가브리엘라 카리조와 프랑크 샤흐티에가 안무한 <아 루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초현실적인 무대와 안무구성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피핑 톰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춤과 연극적 요소, 시각효과와 음악(소프라노)의 조합은 영화를 보는 듯한 미학을 무대 위에 담아낸다. TV프로그램 ‘댄싱9’ 시즌2의 우승자로 더욱 유명세를 탄 김설진과 또 다른 한국인 무용수 정훈목이 출연하여 한층 더 이목을 끈다.

 



 크리스티앙 리조가 안무하고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가 제작한 두 개의 작품이 SPAF 무대에 오른다. 8명의 남자 무용수, 2명의 드러머가 내뿜는 남성미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찬 <실화에 따르면>은 이스탄불의 전통적인 남성무(男性舞)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작품이다. 의식을 치르는 듯한 신성함과 전통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에서 절제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드럼 2개의 유연한 비트는 무용수들의 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크리스티앙 리조는 이 작품으로 2013년 파리 극작가협회(SACD)에서 ‘올해의 안무가상’을 수상했다.
 <사키난>은 터키어로 ‘생즉필사(生卽必死), 사즉필생(死卽必生)’,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애를 쓸수록 해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을 지닌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우울’과 ‘해방’이라는 개념을 주제삼아 창작한 1인무는 안무가만의 무한한 차분함과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사키난>은 배낭을 메고 걸터앉은 남자, 한 구석에 있는 남자, 화초를 든 남자 등 일상적인 오브제를 통해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구체적이고 함축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조국인 터키를 떠나 프랑스에서 춤을 배우고 다시 베를린으로 이주한 무용수의 개인사를 작품에 투영하여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에 놓인 개인의 모습을 보다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무용수이자 배우인 케렘 겔레벡이 솔로로 무대에 오른다.

 



 스페인 현대 플라멩코 무용수, 로시오 몰리나가 그녀의 최신작이자 가장 극적인 작품 <보스케 아르도라>를 공연한다. 2년 넘는 기간에 걸쳐 제작된 이 작품은 지난해 리옹 무용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다. 무용수들의 정열적인 춤사위, 라이브 뮤지션의 음악이 어우러진 스페인 현대 플라멩코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초청작품과 솔로이스트 전

 

 BluePoet의 〈N(own)ow〉는 ‘지금(now) 우리가 가진 것(own)’이라는 관점에서 본 남자들만의 이야기이다. 화려한 무대와 연출이 아닌 순수한 몸, 육체 그 자체의 소리와 언어에 몰두한 작품으로 시각적으로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감각적으로 내면의 세계를 끊임없이 두드리며 자극한다. 안무가 겸 무용수인 예효승을 주축으로 벨기에 쎄 드 라베(Les Ballets C. de La B.)의 다섯 남성무용수가 모여 2013년 초연한 〈N(own)ow〉는 이후 한국의 개성파 무용수들로 새롭게 단장해 프랑스 파리여름축제, 벨기에 브르게 디셈버 페스티벌에서 공연했고, 2015년 10월과 11월 남미 투어를 앞두고 있는 등 유수의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고블린파티의 <아이고>는 가업으로 3대째 장례지도사를 이어가고 있는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안무가 임진호가 장례식장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경험한 죽음과 삶의 이야기를 춤의 언어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천진난만하고 개성 넘치는 움직임, 절제된 유머로 위트 있게 해석했다. 2011년 SPAF 제5회 서울댄스컬렉션 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초연된 이후 해외 무대에서 꾸준히 발전시켜왔으며, 4년 만에 SPAF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서로를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안무가 권령은의 〈Homo Knitiens : 망 뜨는 사람〉은 범람하는 ‘관계망’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변화와 진화를 살피며 인간이 ‘관계’에 집착하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색한다. 옷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최초의 관계 맺기를 구현하는 이번 작품은 관계 맺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한다.

 



 원댄스프로젝트그룹의 <기억의 양수>는 2014 크리틱스 초이스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억력 테스트>, 2015년 초연작 <기억의 심해어> 연장선에서 창작되었다. ‘기억’이라는 단어가 지닌 보편적 특성에서 출발해 그 기억을 상징하게 되는 구체적인 근원지에 이르기까지 안무가 이동원은 기억에 대한 총체적이고 밀도 있는 해석을 펼쳐낸다.
 안무가 최진한의 <목신의 오후>는 황폐해져가는 인간성을 목도하고 이를 회복하기위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다.
 <판-Push/Pull>은 안무가 이정윤이 2014 솔로이스트에서 보여준 <판(2014)>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삶과 놀이의 현장인 ‘판’을 배경으로 취약하고 위태로운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숨겨진 모습을 그린다.

 



 여자무용수들의 솔로무대도 마련된다. 2011년 공연예술센터의 기획공연으로 시작된 솔로이스트는 안무가와 무용수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춤을 무용수가 독무로 추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아 왔다. 올해 솔로이스트에는 발레리나 김주원, 현대무용가 차진엽, 국립무용단의 장윤나가 참여한다.

 



 김주원은 ‘댄싱9’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설진의 안무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차진엽은 평면을 다차원적으로 시각화 해온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Vakki)와의 조우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 국립무용단의 장윤나와 떠오르는 신예 이선태의 안무 매칭도 눈여겨 볼만 하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바로가기

2015.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