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공연에서 체험까지 오키나와의 춤과 음악
전통과 현대, 문화예술을 통한 국가 이미지 고양
장광열_춤비평가

 

 화려한 복식에서부터 장신구, 굴신과 팔의 움직임, 소품을 활용한 춤사위의 변화, 춤의 성격에 따라 바뀌는 악기 편성과 악사들의 의상, 현악기와 노래ㆍ타악기 절묘하게 넘나드는 무용 반주음악---. 비록 전문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다채로운 프로그램만큼이나 이웃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음미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문화예술을 통한 국제교류와 이를 통해 국가의 이미지를 고양시키려는 노력은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중요한 문화정책이 되었다. 이 때문인지 국제적인 문화예술 교류 현장은 날이 갈수록 다각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고 국제적인 상호 교류를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관 중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 Korea Foundation, 이사장 유현석)의 역할은 크다. 한국학에서부터 학술, 대중문화, 시각예술, 공연예술에 이르기까지 교류의 영역 또한 넓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매년 시행하고 있는 KF Gallery Open Stage의 2015년 첫 프로그램은 오키나와 전통음악과 전통무용 공연이었다. 1월 29일, 한국과 일본의 대표 공공외교 기관인 KF와 일본국제교류기금(JF) 서울문화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공연은 일본 오키나와의 무용과 전통 악기인 산신 연주를 중심으로 해설과 체험이 곁들여진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저녁 6시30분. 공연 시작 30분 전에 상영된 오키나와의 전통예능에 관한 단편영화 <운주의 꽃 길>, 진행을 겸한 프로듀서의 해설, 악사에 의한 악기설명과 연희자들이 부르는 노래의 한 구절을 관객들이 함께 배워보는 순서, 중간 휴식 시간에 맛보는 오키나와의 과자와 차 시음, 공연 후 관객들이 함께 추어보는 오키나와의 춤까지 한국과 일본인 뿐 아니라 푸른 눈을 가진 관객들은 이날 오키나와의 전통예술을 통해 일본 문화를 인지시키는 아주 잘 준비된 프로젝트의 수혜자들이었다.
 류큐(琉球) 예능을 중심으로 젊은 예술가와 협력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연출가이자 국립극장오키나와 공연사업위원인 도미타 메구미 (富田めぐみ)의 해설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일방적 문화전파의 위험성을 전문적 식견과 타 문화를 이해하는 순발력으로, 소통의 장으로 변신시켰다.

 



 1부에서는 궁중무용에서 민속무용에 이르기까지 찬란했던 류큐왕국 시대의 춤과 동시대에 유행했던 서민들의 노래가 선보였다.
 류큐 무용 가운데 가장 격조 높은 무용인 <가기야데후>(かぎやで風), 국왕의 대관식 연회에서 소년들이 꽃으로 흥을 돋우는 춤(소년들을 중성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여장을 한다)인 <와카슈오도리>(若衆踊り), ‘요츠다케’라고 하는 캐스터네츠와 유사한 악기 연주에 맞추어 꽃삿갓을 쓴 댄서들이 춤추는 <요츠다케>(四つ竹), 리드미컬한 음악에 맞추어 추는 젊은 남성무용수의 솔로춤인 <니사이오도리>(二才踊り), 고대 류큐의 무도와 중국에서 전해진 권법이 합쳐진 가라테를 무용으로 표현한 <오키나와카라테/고무도>(沖縄空手・古武道)가 차례로 공연되었다.

 



 2부에서는, 오키나와 전통악기인 산신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이케다 스구루의 콘서트가 이어졌다. 그는 일본 문화청 동아시아 문화사절로 선발된 주인공으로 오키나와 이리오모테 (西表)섬을 비롯해 인근 여러 섬의 민요와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했다.
 객석에서 만난 현대무용가 윤성은은 “동아시아 춤의 요소를 컨템포러리 댄스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준비 중인데 도움이 될 듯 해 왔다. 일본의 전통춤은 절제된 아주 단순함이 특징인줄 알았는데 오키나와의 전통춤은 무척 다채롭고 그 속에서도 엄격한 질서가 있음을 발견한 것이 큰 소득이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공연기획자 장수혜는 “한일문화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연을 보는 내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쿡쿡 웃음이 나왔고, 그들의 전통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표현되어 문화외교사절단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내 손은 이미 ‘오키나와’를 검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KF Gallery Open Stage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국내에 거주하는 내ㆍ외국인의 문화와 예술을 통한 상호 이해제고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2011년 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시작했다. KF가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세계 각국에 파견했거나 지원했던 국내 단체와 그간 우정을 쌓아온 각 국가 문화예술단체들을 초청해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다채로운 세계문화를 전파하는 열린 공연을 선보인다는 것이 기획취지이다.
 실무를 맡고 있는 이은실 과장은 “올해는 오키나와 전통예술과 중국 상해 어린이 합창단 공연을 비롯해, 5월 칠레의 전통 있는 ‘바르톡 퀸텟’ 내한공연, 8월 세계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 그룹인 대만 ‘주디스 하모니카 앙상블 콘서트’ 등이 예정되어 있다”고 앞으로의 일정을 밝혔다.
 윤금진 이사는 “오늘 프로그램은 서울 공연에만 그치지 않고 1월 31일 제주 서귀포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도 선보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서귀포와는 왕래가 많지 않았던 오키나와의 문화를 서귀포 시민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윤금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와 벳소 코로(Bessho Koro) 주한 일본대사, 아토 마사루(Sato Masaru) 일본 공보문화원장, 고지마 히로유키(Kojima Hiroyuki) 일본국제교류재단 서울문화센터 소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2015. 02.
사진제공_한국국제교류재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