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송년기획_ 2015 Key Word ‘예술검열’ 인터뷰 전 예술감독 김서령
“명백한 예술검열입니다”

장광열 올해 처음 시작한 국립국악원의 풍류사랑방 금요공감은 프로그래밍에서 국악계는 물론이고 공연예술계에서 큰 호평을 받은 기획으로 거의 모든 공연이 매진이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예술감독 혼자서 하는 것인가요?
김서령 국립국악원 측의 의견을 참고해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확정지었습니다.

공연내용과 아티스트가 정해지면 최종 보도되기까지 어떤 과정(행정절차)을 거치는지요?
아티스트가 확정되면 예술감독은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작품의 방향과 구성 등에 대해 아티스트들과 계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장악과 담당자는 텍스트, 사진 등 기본 자료들을 취합하여 기본 홍보물 제작과 스태프 미팅을 진행합니다. 기본홍보 자료는 장악과에서 만들고 대외 홍보는 홍보팀에서 진행합니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32번째 만남. 〈SOLO RITES : SEVEN BREATHS〉 (2015년 10월 30일 오후 8시) 공연의 출연자 섭외가 확정된 것은 언제인지요?

10월 30일 공연된 〈SOLO RITES : SEVEN BREATHS〉와 11월 7일 공연예정이었던 <소월산천>은 하반기 프로그램이 모두 확정 된 후 갑자기 취소된 공연 때문에 급히 섭외된 작품이었습니다. 하반기 프로그램이 대부분 4월 경 확정되었었는데 국악원 측에서 제안해 진행된 작품 두 개가 출연자 사정, 일정 문제 등으로 진행이 어려워져 8월 말에 다시 섭외하였습니다. 2016년 금요공감 출연을 고려하고 이미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티스트들이었습니다. 정영두, 허윤정(거문고)씨는 젠 슈의 제안으로 섭외되었습니다.

예술감독직을 중간에 사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요?
아래 첨부한 사퇴에 대한 입장을 참고해 주세요. 당연히 이번 예술검열 사태가 직접적인, 유일한 이유입니다. 그동안 국립국악원 측과 아티스트들과 함께 매우 즐겁고 보람되게, 그리고 원만하게 예술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예술감독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잘못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국악원인가요? 아님 출연을 거부한 아티스트인가요? 만약 국립국악원에서 잘못했다면 잘못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사태의 잘못은 전적으로 국립국악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연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을 만든 건 국악원 측이었고 이후 문제 해결 방법이나 공연자에 대한 태도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생각입니다.
11월 7일 공연예정이었던 <소월산천>이 불과 2주를 앞두고 박근형 연출과 배우들을 제외한, 연극이 배제된 형태가 아니면 공연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심지어 금요공감의 취지를 무시한 채 앙상블시나위 단독 공연(기존 레퍼토리 콘서트)으로 진행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단체 측에서는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소월산천>이 아니면 공연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했고, 공연은 취소되었습니다.
앞서 10월 30일 공연예정이었던 〈SOLO RITES : SEVEN BREATHS〉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정영두씨와 허윤정씨도 이 같은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전해 듣고 공연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후 정영두씨의 1인 시위로 이어지면서 이 같은 예술검열로 인한 공연취소가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고 아래 예정되어 있던 공연들 중 국립국악원무용단 단원으로 있는 이주리씨를 주축으로 한 <주춤>을 제외한 모든 공연 참여자들이 공연 거부/취소 의사를 밝혔으며 그대로 수용되었습니다. 이후 공연 취소와 동시에 다른 공연들로 대체되어 금요공감은 이어졌고 물론 다른 공연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예술감독에게 통보나 협의 과정은 없었습니다.
몇 개월간 바쁜 시간을 쪼개어 풍류사랑방 공간과 금요공감 취지에 맞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많은 예술가들의 노력과 시간들이 아무렇지 않게 무시되는 상황이 발생되었고 또한 이미 공연을 예약했던 관객들에게는 개별 접촉으로 공연취소를 통보하고 환불 등의 안내가 진행되었고, 홈페이지나 국악원 페이스북 등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어떤 기본적인 안내도 사과의 글도 없었습니다.

10월 30일(금) 오후 8시 〈SOLO RITES : SEVEN BREATHS〉 (취소)
출연_ Jen Shyu(작곡·연주), 허윤정(거문고), 정영두(춤), 신승균(고수)

11월 6일(금) 오후 8시 <소월산천> (취소)
연출_박근형 / 음악_앙상블 시나위, 정재일 / 연기_극단 골목길

11월 13일(금) 오후 8시 <여향(餘香)> (취소)
출연_차진엽(무용), 심은용(거문고), 권송희(판소리)

11월 20일~22일 (금) 오후8시, (토,일) 오후5시 〈Right Right〉 (취소)
안무_남현우 / 크리에이터_김설진, 김봉수, 이재영, 안남근, 김기수, 서일영 /음악_조민기
출연_Mover(남현우, 김설진, 김봉수, 이재영, 안남근, 김기수, 서일영)

11월 27일 (금) 오후8시 <주춤>
안무 및 출연_이주리(한국무용), 정현진(현대무용) / 총연출 및 안무_박이표
출연_조재혁, 김병조 / 음악감독 및 연주_이일우(잠비나이)

12월 4일 (금) 오후8시 <숨[suːm]이 만난, 단편선> (취소)
출연_숨[su∶m]_박지하(피리, 생황, 양금), 서정민(가야금), 회기동 단편선

12월 11일 (금) 오후8시 <거팩모던ㄸ·ㄴ쓰> (취소)
작곡 및 연주_거문고팩토리 / 솔로 즉흥무, 콜라보_김보라, 지경민(현대무용)

출연 거부 아티스트는 ‘예술검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많은 기자분들이, 그리고 외부에서 정치검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는데 그것은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명백한 이유 없이 공연 불가를 통보하고 취소시키는 것은 명백한 예술검열입니다.
작품과 아티스트를 선정/섭외하고 예술적 방향성이나 완성도, 적격성을 판단하는 것은 예술감독의 영역이지 행정 파트에서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었던 <소월산천>은 작품상에 정치적인 내용도 전혀 없었고, 국악원측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연극 공연이 아니라 음악중심의 공연입니다. 배우들이 일부 낭독으로 참여하는 형태였구요. 그리고 조명이나 음향 문제도 단체에서 공간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미 저와 사전에 기본 조명 이외에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베테랑 배우들의 육성이 130석 극장에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이유이고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공연예술계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세상을 똑바로 바라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이기적인 태도가 지금의 이런 상황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작위적인 예술검열 사태, 예술가에 대한 문화기관의 존중 없는 태도, 예술을 보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문화관련 기관의 무력화 등이 지금, 이 시대, 우리 예술계의 모습입니다.
작금의 상황들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외면하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응원하고 독려하며 자유롭고 바른 소리를 내는 당당한 예술가로서 바로 서야 할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제 입장글 첨부합니다. 참고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두려운 날들입니다.
모든 예술인들이 침통한 무력감에 빠져있는 요즈음...국립국악원의 공연 취소 사태와 이후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저 역시 참담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월 30일(금) 자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예술감독직을 사퇴하였습니다. 국립국악원 측에서는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셨지만, 이미 예술감독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후 금요공감 프로그램이 변경되고 진행되고 있기에 그런 국악원의 입장을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정영두님과 앙상블시나위의 글들을 통해 국립국악원의 공연 취소 상황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초 11월 6일(금) 예정되었던 앙상블시나위+정재일+박근형과 극단 골목길의 협업 공연인 <소월산천>에 대해 국립국악원 측에서는 공연 2주 전인 지난 10월 23일(금)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갑작스럽게 공연의 취소 또는 앙상블시나위 단독 공연 추진을 통보 하였습니다.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던 예술감독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들이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다음 날까지 이어진 여러 차례의 유선 상의 논쟁 끝에 국악원 측에서는 앙상블시나위 측에 직접 국악원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단체에서는 준비되고 있던 <소월산천>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국립국악원 측에서는 바로 공연 취소를 결정하고 대체 공연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한 사태에 대해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정영두님의 출연거부로 10월 30일(금) 2부에 예정되었던 젠 슈+허윤정+정영두의 트리플 콜라보 공연이 취소되었고 준비되고 있던 공연과 다르게 젠 슈의 단독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마쳤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1월 13일(금) 차진엽+심은용+권송희 <여향>도 공연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 월 4일(수) 김해숙 원장님과 용호성 단장님과 긴 시간의 면담을 통해 이상의 문제들에 대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는 11월 5일(목)에 국립국악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

지난 20일간 일어난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이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의 금요공감 페이지는 그제부터 폐쇄되어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페이스북 페이지에 밝혀진 두 차례의 국립국악원 측의 입장 글에는 여러 반문과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졌으나 그에 대한 답변도 없이, 이미 금주 공연이었던 <여향> 대신 다른 공연이 대체되어 홍보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향> 공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가 되고 이미 예매까지 받았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취소 및 변경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안내도 없습니다.

풍류사랑방이 쉽지 않은 공간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공간적 특성과 제한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실험의 장으로서 도전하고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 많은 기대를 가지고 다음 무대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공간적인 문제는 그동안 32회(하우스 콘서트 5회 포함)의 금요공감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면서 충분히 파악되고 고려된 상태에서 공연 단체들과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습니다.

공연의 부적격성에 대한 장악과 또는 국악원 내부의 판단이 있었다면 이 부분에 대해 예술감독 및 단체와의 논의의 과정을 거쳐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연극이라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의 요소를 어떻게 풍류사랑방 극장에 맞게, 다른 장르와 조화를 유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공연 취소가 결정된 <소월산천>은 연극공연이 아니라 음악이 중심이 되는 연극과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이라고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조명 사용에 대한 문제도 이미 단체 측과 기본 조명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협의가 되었기에 그 부분도 분명히 국악원측에 전달하였습니다. 작품에 대해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연습실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해 보고 결정하자는 제안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 시대와 공감하는 예술로서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 국악과 다양한 장르 간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금요공감의 기획의도에 공감하여 예술감독직을 수락하였고, 그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저는 이 무대가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만남의 장이 될 것이라 확신했고, 타 장르 관객 유입을 통한 전통예술 관객의 저변확대 및 신규 관객 개발에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금요공감 공연 콘텐츠의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은 향후 국내외 공연 유통시장 개척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란 원대한 희망을 품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소월산천> 공연 취소에 대한 일련의 상황들과 국악원측이 두 차례에 걸쳐 표명한 입장의 글 등을 고려해 볼 때 금요공감이 지금까지 유지해 온 애초의 기획 취지를 무시 또는 포기한 본 프로그램에서 제가 더 이상 예술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존재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예술감독인 저의 예술적, 기획적 판단과 책임 하에 제안되고 담당자와 사전 협의를 거쳐 공연을 결정한 단체(앙상블시나위+정재일+박근형과 극단 골목길)와 작품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공연을 취소한 상황과 그 사안에 대해 국악원에서 밝히고 있는 취소의 사유들은 국립국악원과 참여 예술가/단체들 사이에서 본 프로그램의 구성,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예술감독으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며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일방적인 결정과 진행 상황들 또한 예술감독으로서의 저의 권한과 판단을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소월산천> 공연 취소 결정과 사후 처리과정으로 인해 국립국악원과 참여예술가/단체, 그리고 그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던 예술감독 사이의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금요공감을 함께 시작한 사람으로서 마지막까지 의미 있는 무대들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바랬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과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김해숙 원장님과 용호성 단장님을 주축으로 한 국립국악원의 변화의 바람과 개혁적인 시도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 모든 노력과 성과가 이번 일로 인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심기일전하여 금요공감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결정자 본인 스스로가 명확한 해명과 함께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번 건은 단순히 공연 하나가 취소된 문제가 아닙니다. 해당 예술가 뿐만 아니라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셨고, 무력감을 느끼게 하셨으며 서로의 눈치를 보게 만드셨고,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셨습니다.
그들의 꿈을, 그들의 무대를 빼앗았습니다.

수많은 예술가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관객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올바른 눈으로 세상을, 그리고 예술을 바라보십시오.
이번 일로 상처받은 예술가분들과 현장의 독립기획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전통예술의 현대적 가치와 미래적 전망’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이 시대의 국악 요람으로 거듭나는 국립국악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예술감독
김서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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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향> 출연 예정자였던 권송희·심은용·차진엽의 글

 



오늘 11월13일 풍류사랑방 "금요공감"을 출연하기도 되어있었던 권송희, 심은용,차진엽입니다.

저희는 지난 4월 김서령 감독님께 ‘금요공감’ 공연 제안을 받고, 풍류사랑방을 방문하여 극장에 대한 여건과 숙지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공연의 취지(김서령 감독님의 말을 빌어 "시대와 공감하는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 국악과 다양한 장르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의도)를 듣고는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흥미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공연이 될 것이라 생각해 흔쾌히 수락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차진엽(현대무용), 심은용(거문고), 권송희(판소리)가 만나 <여향: 餘響>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공간의 특성상 사랑방이라는 컨셉트에 맞게 관객과 가까이 앉아 대화하듯 친밀한 공연이 되길 바랬기에 가장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내용을 담으려 고민하였고, 이전의 다른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저희 셋의 개인적이면서도 사적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이야기로 춤으로, 노래로, 연주로 관객과 함께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해오던 중, 공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0월말 국립국악원 사건을 접하기 시작하였고 출연을 앞둔 출연자로서 사건의 진행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많은 혼란스러움을 겪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이미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 매체나 국립국악원/ 김서령감독/ 앙상블시나위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통해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시고 계실 것이기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희는 단지 오늘 공연이 취소된 배경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잘못된 내용들로 기사화되어 저희의 의도와는 다르게 확대 해석되고 있기에 그런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명확한 출연취소 이유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 합니다.

지금껏 공연예술인으로서 그간 수백번의 공연 중 약속되어진 무대를 떠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공연취소라는 것을 해본적도 없을 뿐더러 어릴 적부터 아파도 무대에서 쓰러져야한다 라는 식의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인 저희는 절대 무대를 함부로 생각해서, 혹은 관객을 쉽게 생각해서 무책임하게 무대를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각자의 입장차가 있기에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편협한 생각을 갖게 될까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팩트만 놓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습니다.

저희는 음향,조명 등 풍류사랑방의 극장 컨디션을 고려하여 김서령 전 예술감독님과 충분히 작품에 들어갈 요소들에 대해 상의를 하였고, 나레이션과 일부 곡에 대해 이펙터(음향장비) 사용을 할 예정이었으나 국립국악원 측이 밝힌 <소월산천> 공연의 취소 이유로 들었던 사항들이 전부 <여향> 공연에도 해당되는 부분이라 그 주장대로라면 저희 공연 역시 정상적으로 공연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저희들은 크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의 작품도 많은 부분 대사와 나레이션이 들어가 있고, 이것이 빠지면 공연의 의도가 완전히 사라지기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보안하고 수정하여 공연을 올리기에 남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였고, 억지스럽게 조건에 맞는 작품으로 둔갑하여 공연을 올리는 것은 저희 스스로도 공연예술인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일이며 관객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오랜 고민 끝에 이런 여러가지 상황에서 국악원에서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저희의 공연은 어쩔 수없이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에 공연취소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무대라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단 한번 뿐인 공연일지라도 우리 공연예술인들은 얼마나 목숨을 걸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혼신을 다해 준비하여 관객과 만나려하는지, 무대에 서면 설수록 더 어렵고 떨리고 소중한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에 국립국악원에서 내세우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저희의 공연을 갑작스레 수정하고, 억지스럽게 짜맞추어 무대에 올라간다는 것은 저희 자신에게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며, 큰 기대를 하고 올 관객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먼저 공연을 이미 예매하시고 또 기다리셨던 관객분들께 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젠가 저희가 준비하고 있었던 <여향: 餘響> 공연을 꼭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우리 예술인들은 무대에 떳떳하게 서고 싶고 우리의 애정과 열정과 진심어린 마음을 가치있게 존중해 줄 수 있는 그런 관객과 함께 무대에 서길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일로 인해 공연 관계자와 공연예술인들이 우리가 하는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 더 애정을 갖게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권송희,심은용,차진엽 드림

 

*그리고 기사를 쓰시는 기자분들께는 추측성 기사나 확대해석되는 내용은 삼가해주시기 부탁드리며, 정확한 기사를 써주실 것을 다시한번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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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버 대표 남현우의 글

 



안녕하세요 무버 대표 남현우 입니다.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은 요즘입니다.
우선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국립국악원 금요공감에서 공연하기로 예정되어있던 〈Right Right〉 공연을 올리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하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변변치 못한 필력이지만, 공연이 취소되기까지의 과정과 저희의 입장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미흡하겠지만 글로써 저희의 입장을 이야기 하려합니다.

저희는 지난 4월경 김서령 감독님께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프로그램에 출연제의를 받았습니다. 이후 풍류사랑방이라는 무대를 방문하게 되었고 한국적인 공간 디자인과 어쿠스틱 음향만이 가능한 점 등에서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공간과 금요공감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려 사물놀이와 한국무용을 전공했던 제가(남현우) 안무를 하여 신작을 공연하기로 결정지었습니다.
이후 6월경 저는 전부터 하고 싶었던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하고 무버 단원들과 작품을 준비해왔습니다.

지난 10월말 국립국악원 사태(앙상블시나위+정재일+박근형 연출과 극단 골목길의 협업공연 <소월산천> 공연 취소)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건을 접하게 된 이후 저는 솔직히 작품을 더 이상 진행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올바른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제 작품이 다르게 보였고, 이게 정말 올바른 권리를 이야기 하고 있는 작품인지마저 의심이 들었습니다. 저는 안무자로서 책임져야할 방향성을 잃었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또한 권리로 인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금요공감 무대에서 올바른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1월 5일 저는 국립국악원 측에 정상적인 공연 진행의 어려움을 전달하였습니다. 이후 11일 국악원 계장님과 금요공감 담당직원분과 미팅을 가졌고, 충분한 협의 후에 취소를 결정하였습니다. 취소 사유는 권리에 대한 문제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무대에서 올바른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인 〈Right Right〉 발표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약 18여년간 무대생활을 해왔습니다. 관객과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하나의 무대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계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해주셨던 분들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공연을 취소하게 되어 준비하셨던 노력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 무대를 기다리셨던 관객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립니다. 언젠가 이 작품으로 꼭 무대에서 만나뵙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번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 모두가 잘 치유하고 회복하여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를 소망합니다.

 

무버(Mover) 대표 남현우 올림

2015.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