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Cross Cut〉
예술과 교육이 결합된 질 높은 관객 서비스
장광열_춤비평가

 기대이상이었다.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을 초청, “렉처 퍼포먼스”(Lecture Performance) 를 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초청된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나쁘지 않으나 그렇다고 갈라 공연도 아니고, 더구나 그들이 말까지 한다면, 목소리의 톤도 다르고 화술을 구사하는 능력에서도 차이가 날텐데… 결국은 산만할 수도 있겠다. 지난 9월의 <11분>에서처럼 의욕은 좋았으나 또 하나의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겠구나“라는 우려를 가졌었다.
 그러나 국립현대무용단이 송년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춤이 말하다- Cross Cut>(12월 8-15일, 평자 9일 공연 관람)은 이 같은 선입견을 불식시켰다.
 이번 공연은 외국의 무용단에서 시행하는 Dance Talk (어느 일면 렉처 & 데몬스트레이션의 형식을 가미한)와 같은 유사한 스타일의 기획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춤을 아티스트들의 말(설명)과 몸(움직임)을 통해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각 장르에서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을 선별, 그들의 춤과 그 춤의 주변을 그들의 이야기로 채움으로써 퍼포머와 관객들과의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 춤 예술에 대한 친밀감을 갖게 한 성과를 얻어냈다.


 



 이는 제작진(드라마투르그 방혜진, 예술감독 안애순)들에 의한 분명한 컨셉트 설정, 출연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순발력과 예술적인 감각, 프로그램 사이의 브릿지와 아티스트들의 춤 조합 방식 등에 있어 적용된 무난한 연출에 힘입은 바 크다.
 공연에 출연한 김지영 (김주원 교체출연), 이선태, 디퍼(Differ), 안지석, 김운태, 이나현은 무엇보다 하나같이 진지했다. 소극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움직임은 각기 다른 춤이 갖는 서로 다른 맛깔을 몸(Body)을 통해 인지하고 비교해서 음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관객들은 적어도 발레, 현대무용, 스트릿 댄스, 한국의 전통춤, 그리고 즉흥춤 등 다양한 춤과 6명 댄서들의 움직이는 지체를 통해 춤이란 예술과 댄서들에 대해 친밀감을 갖게 되었고, 스트릿댄서 디퍼가 “연습할 장소가 따로 없어 일상에서 하다 보니 일상에서 가장 많이 춤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젓가락질에서도 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말에서는 인간적인 교감도 가질 수 있었다.


 



 여러 명의 출연자들이 자신의 순서를 이어가는 과정에서의 브릿지도 어느 정도의 일관된 패턴과 변화를 적절하게 뒤섞었다. 전작인 <11분> 공연에서 버거운 브릿지 연출이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저해했던 우를 이번에는 범하지 않았다. 나이나 춤 장르의 특성을 고려, 김운태의 경우 출연자 스스로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변화를 시도한 것 등이 그런 예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차별화된 기획, 초청 예술가들에 의한 일정 수준 이상의 예술적인 구현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개 춤 장르에 대한 차별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출연 무용수가 바라보는 춤 예술에 대한 생각들이 진솔하게 드러남으로써 무용예술과 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을 위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또한 국공립 예술단체에게 필요한 공공성의 획득이란 성과도 얻었다. 비교적 많은 횟수의 공연과 출연 아티스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스타 마케팅에도 기여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출연자가 마이크를 사용한데 대한 거부감도 그중 하나였다. 소극장인 점을 고려해 마이크에 의한 필요 이상의 청각적 자극보다는 호흡의 변화에 따른 숨소리, 상호 몸의 터치에 의한 자연적인 소리까지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면,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의 멋과 맛을 더욱 오롯이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렉처 퍼포먼스가 아닌 전체를 하나의 춤 작품이란 관점에서 볼 경우 이번 공연은 출연 무용수들이 보여준 개개의 춤 구성, 특히 2인무에서의 결합 방식이나 움직임 조합 등에서 “서로 다름”을 더 많이 드러내고, 상호 더욱 내밀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었다. 텍스트의 내용, 움직임 구성 등에서의 문제점을 보완해 이 자체를 렉처 퍼포먼스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정형화된 공연 양식에서의 탈피는 컨템포러리 댄스가 향유할 수 있는 가장 큰 실험이자 매력이다. 샤샤 발츠가 무용수들의 즉흥만으로 1시간 길이의 공연을 하고, 제롬 벨이 태국의 전통무용 댄서와 2시간이 넘도록 인터뷰를 하는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공연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춤이말하다- Cross Cut>은 구성에서의 독창성과 다양한 춤 장르의 수용, 아티스트들의 캐릭터와 예술성이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 높은 공연 상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014.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