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울산시립무용단 〈해후〉
향토적 춤의 토양, 독창적인 전승 가능성 보여
이병옥_용인대 명예교수

 울산시립무용단(예술감독 겸 안무자 김상덕)의 2013 송년공연 <해후>(邂逅)는 평자에게 울산 전통춤의 전승과 지역적 특성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울산시립무용단을 비롯한 지역예술의 도약과 제약, 그리고 그 독창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또한 울산 지역은 전통춤의 전승이란 면에서 보면 아직은 여명의 단계에 있지만 향후 그 발전 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울산한량무>와 <울산학춤> 때문이었다. 전통춤계에서는 울산이라는 지역명칭을 붙인 춤을 처음 듣는 이도 있어 생소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영남권 전통춤이라는 광역 문화권으로 보면 부산 춤 문화권과 인접해 있고, 영남의 전통적 기반을 갖추면서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울산이 통도사를 중심으로 하는 사찰계춤의 전승권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불교가 꽃피웠던 시대에 사찰에서 대중적인 춤판이 열렸고 사찰계 춤과 놀이가 성행했음을 수많은 고려 탱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유교 중심국가로 변화되면서 점차 쇠퇴했지만 유일하게 양산 통도사에서만은 선대로부터 전승되어 김덕명으로 사찰계 춤들이 이어져 왔다. 김덕명은 <양산사찰학춤><연등나래살풀이춤><연등바라춤><지성승무><탑돌이춤> 등 12종의 특이한 춤들을 전승하고 있음에도 춤계에서는 이 같은 그의 작업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김덕명의 춤은 몇몇 제자들에 의해 어렵게 전승되고는 있지만 미미한 편이다. 그나마 광역시로 발돋움한 울산의 경제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김덕명의 아들인 백성스님(김성수)에 의해 <울산학춤>이, 동래야류이수자와 동래학춤 전수조교였던 최형규에 의해 <울산한량무>가 전승되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본 최형규의 <울산한량무>는 탈춤으로 다져진 재인계적 성향이 농후한 남성적이고 활달한 춤이어서 <동래한량춤>의 보유자 김진홍의 곱게 추는 기방계적 성향의 춤과 대비되었다. 또한 김성수의 <울산학춤>은 아직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김덕명의 <양산사찰학춤>을 바탕으로 학의 생태성을 연구하여 학춤의 본질적 요소를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춤의 지역적 특징은 수직적이고 역동적인 도약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수평적인 이동춤도 많다는 점이다. 물론 북쪽지방의 상향 도약보다는 약하지만 부드러움과 강함이 함께 발달하고 하향배김새가 많아 춤집이 북방보다 더 크고 강약이 공존하는 날개 짓사위와 덧배기춤 같은 학춤형태가 발달했다.
 이것이 영남권에 <동래학춤><양산학춤><동래한량춤> 같은 도포자락 휘날리는 학춤종류가 발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울산 또한 이러한 영남춤 문화권에 속하여 학춤 유형과 배김새가 발달한 덧배기춤 유형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춤 토양을 갖고 있다. 최형규의 <울산한량춤>과 김성수의 <울산학춤>에서도 이러한 향토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여성무용가들의 춤은 지역성보다는 창작성이 농후한 춤을 선보였다. 울산무용제 대상 수상작품을 보완한
<전화앵무∐ ‘학이 되어’>를 춘 김외섭은 감정이입과 소품활용을 극대화한 시도가 돋보였다. 김미자의 한영숙 류 <태평무>에서는 단아함과 정갈함에서 오는 춤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고, 부채입춤 형식의 <월향>을 공연한 정인숙은 춤태가 곱고 다양한 구도와 빠른 발 놀음 등으로 음악의 단조로움을 극복하였다.
 한국무용협회 울산지회 회원들이 펼치는 <입춤> 군무는 절도 있는 손놀림과 섬세한 발 디딤새로 아름다운 여성미를 잘 나타내었고, 특별출연한 승무 예능보유자 정재만의 <허튼 살풀이>는 전통살풀이춤 기법을 허튼 가락과 춤사위로 풀어 신명의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울산시립무용단의 오프닝 작품인 <축원무>는 정재 무고 또는 통영승전무를 재구성하여 국태민안을 기원하고 나라의 경사를 축원하는 궁중계 춤으로 화려한 무대가 돋보였으며, 마지막 작품 <장고춤> 군무는 최승희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다양하고 독창적인 춤사위와 가락을 신명나게 표현하여 갈채를 받았다.
 울산시립무용단의 이번무대는 한 해의 끝을 지역의 대표적인 무용인들을 초청하여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축제무대로 마무리하고자 함이었지만, 울산 지역춤의 현황과 분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는 점과 아직은 여명 단계에 있지만 울산지역 전통춤이 지역성을 잘 살리면서 전승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으로 보였다. 최근 지역에 소재한 직업무용단들의 작품수준이나 무용수들의 기량은 서울과의 편차를 극복하고 평준화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만큼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었다.

2014. 0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