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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2017.11.1
2만 5천여 명의 누적관객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감동의 드라마 발레 〈오네긴〉이 4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은 11월 24-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그동안 한국 발레계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해온 황혜민-엄재용은 이번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발레단을 떠난다. 이번 공연은 두 사람의 고별무대로서 화제를 모은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황혜민과 엄재용 두 사람은 유니버설발레단과 저에게 있어 너무나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다. 두 스타가 한꺼번에 떠나기에 아쉬움이 두 배로 크지만, 그들이 수많은 공연에서 보여줬던 감동은 발레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드라마 발레 〈오네긴〉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확립시킨 푸쉬킨(Alexander Pushukin, 1799~1837)의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 발레의 선구자 존 크랑코(John Cranko, 1927~1973)의 안무로 1965년 세계 초연했다. 이후 반세기가 넘은 현재 존 크랑코의 독창성과 천재성을 대변하는 걸작으로 남아 전세계 20여 개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한국 발레단으로서 최초로, 중국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로 공연권을 획득해 2009년 성공적으로 국내 첫 선을 보였다.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역대 드라마 발레 중 최고 버전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20세기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는 자신만의 독특한 안무 스타일을 구축해 독일 발레의 발전과 그가 속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댄스 매거진의 편집장을 역임한 미국 평론가 존 그루엔은 이 작품에 대해 “20세기 드라마 발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크랑코의 안무 스타일은 극적인 스토리텔링과 인간 내면심리를 춤으로 정교하게 풀어내어 단순 플롯과 형식미에 치중한 클래식 발레와 달리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인물과 극 전개로 특징된다. 그래서 처음 발레를 접한 사람도 발레 마임이나 동작 혹은 전문용어를 모르더라도 쉽게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몰입될 수 있게 만든다.


 

 

발레 〈오네긴〉은 그의 수많은 안무작 중에서도 ‘서정성과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자 가장 표현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작품에 속한다. 크랑코은 자신의 작품에 기존 발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기교와 무대세트를 과감히 배제하고, 극적인 장치와 풍부한 감정과 깊은 내면 연기를 담아낸 독무와 2인무(Pas de deux)를 전면에 배치시켰다. 이러한 연극적 요소는 무언의 춤이 마치 대사처럼 들리게 만든다. 1막 파드되는 거침없는 리프트와 점프로 첫 사랑에 들뜬 여주인공 타티아나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한다. 이것은 3막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입장이 바뀐 오네긴의 절절한 구애 앞에 흔들리는 타티아나의 내적갈등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크랑코의 안무 특징 중 하나는 춤 속에 삽입된 정지동작 기법이다. 이 동작은 발레 마임 그 자체는 아니나 인물의 특정 감정이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3막에서 타티아나는 오네긴과 함께 추는 ‘회한 파드되’ 말미에 열렬히 구애하는 오네긴을 향해 팔로 문쪽으로 가리키는 동작을 정지화면처럼 구사한다. 이러한 표현기법은 처절히 매달리는 오네긴의 감정과 대조를 이루고, 타티아나의 복잡한 심경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감정이입 시킨다.

그는 또한 원작 소설에 없는 장면을 추가해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오네긴과 타티아나가 서로에게 보낸 편지를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찢어버리는 장면’은 원작에 없었던 장면이다. 또한 원작에서 타티아나의 꿈 장면은 악몽으로 표현되지만, 발레에서는 오네긴과의 사랑의 파드되로 설정해 소설보다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렸다.


 

 

사실 대부분 발레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다. 〈오네긴〉 역시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시골 영주의 딸 타티아나의 엇갈린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사랑을 모티브로 한 지극히 평범한 내용을 다룬 발레 〈오네긴〉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얼까. 바로 원작의 문학적 가치를 넘어 ‘발레 안에 잘 스며든 드라마의 힘’ 때문이다. 특히 순진무구한 10대 소녀 타티아나가 실연의 아픔을 딛고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화하는 과정과 오네긴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인정한 후에 직면한 내적 갈등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드라마 발레는 춤과 연기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많은 발레 스타들에 의해 도전하고 싶은 매력적인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 유니버설발레단의 강예나, 지난 6월 고별 무대를 선사했던 아메리칸발레씨어터(ABT)와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를 겸했던 다이애나 비쉬네바 역시 자신의 은퇴 작품으로 서슴없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

발레 곡 역시 작품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발레는 먼저 만들어진 오페라 〈오네긴〉의 원곡을 차용하지 않았다. 크랑코는 오페라와의 차별화를 위해 독일 작곡가 쿠르트 하인즈 슈톨제(Kurt-Heinz Stolze, 1926~1970)에게 새로운 발레곡을 주문했다. 슈톨제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차이코프스키의 28개 피아노곡을 발췌해 관현악곡으로 재편집했다. 이 곡은 작품의 로맨틱한 정서와 드라마틱한 극 전개와 잘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발레곡처럼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자 푸쉬킨은 1837년 당시 사교계의 꽃이었던 아내 나탈랴를 대놓고 흠모했던 프랑스 망명귀족 단테스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그로인해 입었던 큰 부상 때문에 3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올해는 푸쉬킨 서거 180년이 되는 해이다. 러시아 국민작가의 드라마틱한 생애가 작품 속 에피소드(타티아나의 여동생인 올가의 약혼자 렌스키는 자신의 약혼녀에게 치근대던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는다)와 결부되어 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19세기 문학이 20세기 드라마 발레로 만들어져 21세기까지 동시대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보편적 소재인 ‘사랑’을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사랑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마다 다른 양상으로 변주되지만, 인류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은 잠시 잊고 살았던 설렘과 익숙해져버린 일상 속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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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부제) 엇갈린 사랑을 그려낸 거장 존 크랑코의 드라마 발레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0229  
2017년 11월 24일(금) ~ 11월 26일(일), 3일 5회/ (금) 19:30, (토•일) 14:00, 19:30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알렉산더 푸쉬킨 (Alexander Pushikin) 
안무: 존 크랑코(John Cranko)
음악: 표트르 차이코프스키(Peter Il’yich Tchaikovsky)
편곡: 쿠르트 하인츠 슈톨제(Kurt-Heinz Stolze)
연출: 제인 본(Jane Bourne)
무대: 토마스 미카(Thomas Mika)
의상: 토마스 미카(Thomas Mika), 마렌 피셔(Maren Fischer)
조명: 스틴 비야르케(Steen Bjarke)

세계초연: 196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발레단초연: 2009년 한국 유니버설발레단
구성 : 3막 6장

지휘: 구모영
연주: 쿱스오케스트라

가격: R석 12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B석 3만원┃C석 1만원
예매: 인터파크 1544-1555  ticket.interpark.com 예술의전당 02-580-1300 www.sacticket.co.kr
소요시간: 2시간 35분 (인터미션 2회 포함)
입장연령: 초등학생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불가)
단체문의: 070-7124-1737 유니버설발레단
 
주최: 통일그룹, 유니버설발레단
협찬: 신영증권
 
 ※ 공연 전 문훈숙 단장의 〈오네긴〉 해설과 공연 감상법이 제공된다.
2017.1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