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ODAFE 개·폐막작_ L-E-V샤론 에얄/가이 베하르, 키부츠 현대무용단
춤추는 몸, 역동적 의지
김혜라_춤비평가

 33회를 맞이한 2014모다페(MODAFE)는 ‘본능을 깨우는 춤’이라는 기치로 이스라엘 두 무용단을 축제 개·폐막작으로 초청하였다. 국제현대무용제에 같은 국가 단체를 세우는 일은 이례적이기에 그럼직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2013년 창단한 L-E-V샤론 에얄(Sharon Eyal)과 가히 베하르(Gai Behar)의 개막작 <HOUSE>(5.23-24,아르코 대극장)와 키부츠 무용단의 라미 베에르(Rami Be'er)의 폐막작 <If At All>(5.30-31,아르코 대극장)은 정공법으로 춤추는 몸에 승부수를 던졌다. <HOUSE>는 개인적인 욕망에, <If At All>은 공동체적 감성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충동을 잉태한 몸과 춤 
<HOUSE>
 

 <HOUSE>의 안무가 샤론 에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하드 나하린이 활약했던 바체바무용단의 무용수이자 부예술 감독으로 18여년 동안 활동했다. 1951년 설립된 이후 마사그래이험의 그늘아래 있었던 바체바 무용단은 공동체적 민족성과 정체성을 찾아보려는 시도로 한동안 정체기를 겪다, 90년대 오하드 나하린이 예술감독으로 이 단체를 이끌며 이스라엘의 정치·종교적 색채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에 집중한 보편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치료의 방법으로 개발한 가가(GaGa)테크닉은 이스라엘 무용수들과 안무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주었다.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인지 <HOUSE>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용수들의 능수능란한 테크닉이다. 척추에 중심을 둔 상태에서 허리를 젖히며 반동으로 올라오는 탄력감과, 골반과 상체를 분절시키면서도 상체선의 유연함을 유지시킨 움직임의 조합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개 무용수는 자신의 뼈와 관절, 근육의 미세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분석하여 소화된 움직임을 펼쳤고, 육감적인 몸짓과 뇌쇄적인 표정으로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특히 솔로와 군무의 조직적인 동작의 반복과 변주는 도색적인 작품의 질감을 농도 깊게 하였기에 관객의 내재된 리듬감과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역할을 하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붉은 립스틱을 강조한 무용수들 얼굴에서 묻어나는 몽롱한 표정, 자위행위와 혀로 핥는 모양 등의 직설적인 성적 표현들, 여기에 테크노 전자음악이 더해지면서 직선적으로 충동의 상태로 몰아간다. 마치 내적 욕망이 잉태되어 표출되기 직전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강조한 무대라고 할 수 있겠다.


 


 샤론 에알 안무자는 <HOUSE>의 해석적 의미를 관객의 몫으로 돌리며 어떤 고정된 것을 비운다는 의미에서 본능에 충실한 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원색적인 표현이 살갗을 드러낸 도발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서 안무자가 기대한 다양한 층으로 작품을 해석하기에는 다소 표피적인 층만이 부각되었다. 모다페 개막작에 무게감을 줄 만한 작품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반면 폐막작으로 올려진 키부츠 무용단의 <If At All>작품은 2014모다페의 기치와 잘 부합한 작품이었다.




공동체가 품어내는 처연한 절규 
<If At All>
 

 1973년 설립된 키부츠 현대무용단은 바체바 무용단과 함께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단체이다. 단체의 안무가인 라미 베에어는 <If At All>작품을 통해 집단적 감성으로 고양된 힘의 의지를 대변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작품의 첫 장면은 달빛아래 처연히 절규하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원시부족의 순수한 원무를 연상시키는 질주와 손목과 팔꿈치를 꺾어 주먹으로 바닥을 쳐 내리는 의지적 모습이 전체 작품의 주된 모티브이다.
 이어지는 움직임은 거친 숨소리에 대응하는 몸에서 품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마치 공동체의 응집된 내적 의지를 표출하는 것 같았다. 무용수들은 쉴 새 없이 격양된 에너지를 고조시켰으며, 추상적이지만 부분적으로 배치된 암시인 제물이 된 듯한 무용수의 처절한 몸짓을 통해 전체작품의 방향성을 짐작하기에 제 역할을 하였다. 중간 즈음 들려오는 총성과 소리는 전쟁을 상기시키며 무용수들은 충돌되는 상황에 반응하는 몸으로 은유되었다. 이스라엘의 정치·종교적 갈등은 국민적 정서에 과거와 현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며 <If At All>과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는 사각프레임 조명에서 무용수들은 부자유한 몸짓을 하며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을 희망하는 반복되는 절규와 처연함의 정서를 오직 춤사위로 풀어내었다.


 


 본능적인 춤이란 무엇일까? 각자가 정의내리는 바가 다르겠으나. 춤의 본능은 아는 것이 아니라 몰라도 반응하며 아는 것이며, 제대로 살아보고자 하는 외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춤이 포장된 개념과 화려한 트랜드에만 민감하고 관객에게 정서적인 교감을 주지 못한다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허울만 있는 우리 삶에 그리 필요해 보이지 않는 소비적인 활동일 수도 있다. 정서교감의 측면에서 <If At All>작품은 성공적이었으며, 마지막 장면에서 격렬하게 춤으로 몰아가는 부분에서는 고양된 힘의 의지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형식적 흐름은 예상되는 일련의 패턴 변화를 주는 배열이었기에 진부하게 보이기도 하였다.


 


 자발적으로 욕구하는 몸과 역동적 의지가 충분히 전달된 <HOUSE>와 <If At All> 두 작품은 최근의 협업 경향과는 달리 몸과 춤으로만 진검 승부수를 던진 무대였다. 우연인지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스라엘 두 단체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춤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춤에서는 ‘갑’이라는 모다페 제작진의 안목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국제현대무용제인 만큼 다양한 국제적 동향과 단체가 소개되는 축제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2014. 06.
사진제공_MODAFE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