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성준탄생 140주년 기념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한성준의 진정한 유산은 전통춤에 대한 창의 정신과 열린 시야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한성준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이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에서 열렸다. 한국문화유산기념사업회(대표 성기숙)가 주최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충청남도, 홍성군의 후원으로 진행된 4일간의 프로그램은 1일에 ‘개막식 및 축하공연’, 2일에 ‘위대한 유산 명작명무’, 3일에 ‘우리 춤의 맥‧혼‧몸짓’, 4일에 ‘원형탐색&전통과 현대’라는 주제로 춤판이 벌어졌다.
 1874년에 재인 집안에서 태어나 20세기 초반에 고수로서 일세를 풍미하고, 경성을 중심으로 조선춤의 무대화를 꾀한 한성준의 업적은 실로 막대하다. 조선춤을 춤 예술로서 되살리자는 취지로 1937년에 조선음악무용연구회를 조직하였고, 1940년까지 <승무> <단가무> <검무> <한량무> <신선음악> <상좌무> <살풀이춤> <사자무> <태평무> <학무> <급제무> <사호락유> <농악> <소경춤> <군로사령무> 등을 무대화하여 공연했다.
 각 춤들은 조선춤을 바탕으로 무대화되었는데, <검무> <학무>는 궁중무에서, <승무(바라무)> <살풀이춤> <한량무>는 교방춤에서, <상좌무> <사자무>는 탈춤에서, <태평무>는 무속춤에서 모티브를 따온 춤이다.
 또한 좀 더 창의적이고 춤 형식을 새롭게 시도한 춤들도 있었다. <사호락유> <신선무> <신선음악>은 도교적 이상향을 주제로 창작한 춤들이고, <군노사령무>는 판소리 ‘춘향가’의 한 장면을 춤으로 표현했고, <급제무>는 장원급제자가 펼치는 삼일유가의 연희를 춤으로 구성한 것이다.
 한성준은 춤에 대해 ‘노를 젓는 그들의 움직임과 고기를 나꾸는 그들의 몸 쓰는 것과 삿위대질을 하는 그들의 동작에다가 정말이지 장단만 마치면 그것은 조선춤이 될 수 있다’(『조선일보』 1939. 11. 9)고 했다. 즉 일상적인 모든 움직임에 장단을 얹어 춤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한성준의 조선춤 무대화의 방법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창의 정신이 전통춤의 가치를 높였고, 전통춤의 유산을 후세에 남겨주게 만든 것이다.
 4일간 벌어진 이번 공연에서 한성준이 남긴 춤 뿐만이 아니라 그 외의 전통춤들도 다수 무대에 올랐다. 그중 3일째 ‘우리 춤의 맥‧혼‧몸짓’ 공연이 가장 다채로웠다. 박은영(전통예술원 교수)의 <춘앵전>, 김은이(동아대 교수)의 <태평무>, 김정학(경기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의 <신노심불노>, 윤미라(경희대 교수)의 <진쇠춤>, 이은주(인천대 교수)의 <살풀이춤>, 백현순(한체대 교수)의 <덧배기춤>, 김평호(청주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의 <중도소고춤>이 추어졌다.




 그중 강선영류 <태평무>를 사사한 김은이는 오랫동안 전통춤들을 두루 섭렵하고, 국립국악원 무용수를 역임한 춤꾼이다. 춤이 들뜨지 않고 진중한 흐름을 놓치지 않는데, 이날은 다른 때보다 자신의 심정을 담아 <태평무>를 춘 느낌이었다.
 김정학의 <신노심불노>는 탈을 쓰지 않고 노인의 분장으로 추어졌다. 건장한 키에 수염을 단 노인 분장과 흰 두루마기를 입고 춤추는 모습에서 고 최현 선생의 <허행초>를 연상시켰다. 두루마기 끝을 양 손으로 잡고 뒤집어 올려 춤추는 대목이 이 춤의 절정일 것이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간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절정에 오른 순간 힘에 부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김정학은 조흥동(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의 확고부동한 맏제자로 이 춤을 받았다.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고 허허실실하게 추어낸 <신노심불노>를 본인의 레퍼리으로 삼음직하다.
 윤미라가 재구성한 <진쇠춤>은 좀 더 화사해졌고, 무대미를 갖추었다. 머리 위에 꽂은 장식은 무속의 문양을 좀 더 상징적으로 장식화시켰고, 동선과 배치는 더 다듬어졌다. 오방색으로 배분한 무복과 오방 배치에 의식성이 남아있고, 도당굿의 특징적 춤사위 기법이 보이지만, 춤은 무대춤으로서 가다듬었다. 솔로를 무대 앞에 남기고 나머지 4인을 뒤로 뺀 구성이나 오방 배치에서 진행된 대목들에서 신무용 구성방식이 엿보인다. 경사가 있을 때 궁궐에 만조백관이 모여 춤추었을 만하게 화사했다. 백현순의 <덧배기춤>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춤이었다. 여성 춤꾼들이 대개 교방춤 계열로 자기 춤을 구성하는데 반해, 마당에서 추었을 법한 아낙네의 춤을 경상도 덧배기의 맛으로 살려 추었기 때문이다.
 첫 박에 툭 떨어뜨리는 사위는 경상도 춤맛을 보여주었고, 팔을 엇갈려 가슴에 얹었다 벌리는 동작은 덧배기로 배긴 후 장단을 얼리는 느낌이었다. 또 여성 춤 동작으로 사용하지 않는 동작들을 많이 사용했으니, 무릎 굴신이 많고 뒷발질 동작이 있었다. 다리를 편안히 벌리고 무릎을 굽혀서 장단을 먹는 동작이나, 사방치기를 하는 대목도 그러하였다. 특히 물을 기르고 길쌈을 하는 듯한 동작이나 손을 머리에 인 동작들은 아낙들의 노동의 동작에서 따온 듯했다. 그리고 관객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손가락을 깜찍하게 놀리는 대목은 하용부가 관객 앞으로 나아가 베긴 후에 놀아나는 대목을 떠올렸다. 백현순의 <덧배기춤>은 건강미와 생동감, 그리고 집단적 신명을 보여주었다. 여성 전통춤으로 이러한 소재와 미감을 선택하여 안무 구성한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며, 군무를 추어준 대구 춤꾼들이 이를 잘 받쳐주었다. 이 춤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자못 기대된다.

 한성준은 조선춤의 부활을 위해 조선 고유의 정신, 재래의 이야기, 일상의 인물들, 무속부터 궁중무까지 모든 소재에 접근했다. 전통춤이 전통시대 춤 유산의 재현에만 몰두한다면 전통춤의 미래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우리 춤의 원형을 지키는 한편, 전통춤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함을 현재에 펼칠 수 있어야 한다.
 100년 전에 한성준이 실행한 창의정신과 넓은 시야가 그의 탄생 140주년을 맞는 현재 한성준이 우리에게 남겨준 진정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2014. 07.
사진제공_연낙재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