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한민국발레축제
재공연 통한 유통, 발레 대중화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
장광열_춤비평가

 6월 15일 발레 블랑의 <신기루> 공연으로 막을 내린 2014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전반적으로 소극장 무대에 오른 작품들에 주목할 만했다.
 유회웅리버티홀의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안무 유회웅. 6월 14-15일 자유소극장, 평자 14일 공연 관람)은 분명한 컨셉트, 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와 움직임 구성, 그리고 메시지를 담아내는 감각 등에서 수작이었다.
 힘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권력구도에서 개인이 행하는 정의를 다룬, 다소 무거운 주제를 안무자는 30분 동안 두 명의 남성 무용수만으로 풀어냈다. 작품을 탄탄하게 받친 일등 공신은 발레인지 현대무용인지 구분이 안되는, 발레 테크닉에 지나치게 종속되지 않은 움직임 조합과 에어를 이용해 몸에 붙었다 부풀려졌다 하는 부피가 달라지는 의상, 움직임과 뒤섞인 무용수들이 내뱉는 텍스트의 적절한 결합이었다.
 도입부의 블록 맞추기 등 상징적 오브제의 사용, 음악과 움직임 사이의 정지와 다시 시작하는 시점의 타이밍, 부풀린 의상을 입은 댄서가 등장할 때 시도된 Back 라이트를 활용한 조명, 자유소극장의 상승무대 활용,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변형되는 오브제로 기능하는 기발한 착상의 의상 등을 활용한 유회웅의 안무가로서의 재능은 탁월했다.



 

 같은 날 공연된 발레블랑의 <신기루>(안무 김하예린) 역시 안무가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프롤로 주교와 콰지모도, 에스메랄다를 통해 허상을 쫓아가는 인간의 숙명적 굴레를 다룬 이 작품 역시 30분 안에 담아내기에는 다소 버거운 소재로 보였으나 안무가는 ‘실상’과 ‘허상’이란 두 부분으로 구획한 옴니버스 형태의 구조와 3명 캐릭터를 활용한 움직임 구성의 차별성으로 풀어냈다.
 3명의 역학 관계를 상징화 한 춤 구성과 프롤로 주교와 에스메랄다의 2인무에서 보여주는 리프팅과 빠른 템포의 춤의 조합은 춤의 질에서나 드라마성을 살려내는 감각 면에서 안무자의 재능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댄스의 <몸의 협주곡>(안무 김성민 조현상, 6월 10-11일, 자유소극장, 평자 11일 공연 관람)은 음악과 다채로운 움직임의 조합이 주는 감흥이 만만치 않았다. 발레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 조합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컨템포러리 춤 작업의 다양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만 했다.
 와이즈발레단의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안무 김길용, 6월 6-7일 자유소극장, 평자 7일 공연 관람)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발레, 현대무용, 탭댄스를 추는 3명의 무용수를 등장시켜 춤 대결을 펼치는 단순한 내용을 외계인의 구혼이란 구도와 연계시켰다. 2013 대한민국발레축제 우수작으로 재초청된 무대였으나 예술적인 완성도면에서는 세밀한 연출력의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소극장 무대에 오른 우수 작품들은 모두 이번에 초연된 것이 아니라 재공연 무대란 공통점이 있다. 초연에서 어느 정도의 예술성을 담보한 작품이 재 유통의 과정을 거치면서 승강 무대와 후면 무대, 조명 등 자유 소극장의 새로운 구조와 만나면서 더욱 업그레이드 되었다.축제가 지향하는 레퍼토리 개발이란 점에서 보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6월 14일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공연된 청소년 발레 갈라 공연에서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예술감독 조미송)의 출연자 등이 보여준 청소년 발레 댄서들의 기량은 우리나라 발레계의 밝은 앞날을 예고했다.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 출연자들의 경우 서울 뿐 아니라 부산 수원 광주 등 지역에 거주하는 무용수들이 혼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공공 예술 축제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프로그램 구성이나 운영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던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올해 4회 째를 맞으면서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5월 23일에 개막해 3주간 계속된 2014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발레의 저변확대, 안무가들의 창작욕구 고취, 레퍼토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개최 의도는 기존 공연된 작품의 재공연, 신작 공연, 그리고 야외 공연이나 갈라 공연 등 그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의 구성과 초중등생, 대학생 등 서로 다른 계층의 댄서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다.
 2014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축제”를 내세운 예술의전당 스태프들의 운영 지원이 결합되면서 일반 대중들을 향한 소구력을 높인 데다, 발레 전공 어린이 청소년들과 전문 발레 무용수들의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 기회의 확충을 통한 유통 확대란 점에서 최근 일고 있는 발레 대중화의 열풍을 어느 정도 증폭시켰다. 소극장 공연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환호 역시 이를 입증해 주었다.
 반면에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적인 축제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대부분 서울에서 활동하는 단체들 중심의 공연으로 이루어져 있어 중앙 중심의 지원과 서울 편중이란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예술적인 완성도에서 공연 작품들 간의 적지 않은 질적인 편차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작품들의 수준이 더욱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2014. 07.
사진제공_대한민국발레축제 *춤웹진